*제목 다비치분들 노래에서 따왔습니다!
몇 번을 엇갈린건지, 도대체가 알 수가 없었다.
둘 사이의 틈이라는게 한 번 벌어지기 시작하면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째 지키고 있는 정상의 자리, 두 어깨에 짊어진 그 무게가 둘에게는 너무도 컸다.
사랑에 있어서 거칠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거쳐갈 자신이 있었다.
설사 누군가 욕을 퍼붓는다고 해도 서로만 있다면 헤쳐나갈 자신이 있었다.
한 순간에 사랑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린다고 해도, 울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대체 뭐가 문제인건지,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 이제는 서로를 놓아줘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매 번 마주치겠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몇 날 며칠을 망설였다. 내가 이 행복을 놓치고 살 수 있을까.
"헤어지자, 우리."
"그래요."
헤어짐은 너무도 간결했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헤어지자, 그래.
그냥 그렇게 내일 다시 열렬히 사랑할 것처럼 헤어졌다.
마주치는 일은 물론 많았다. 곧 앨범이 발매되기 때문에 준비할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곡 작업을 하는 두 사람 사이에는 예민함과 서로에게 온 신경을 기울이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별 후의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잡아낸 사람이 지용이라면, 그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사람은 승현이었다.
"이승현 그 파트에서 그렇게 부르면 안 돼. 감 못 잡겠어? 다시."
"네"
정말, 완벽했다. 그런데도 자꾸 다시, 다시를 되풀이했다.
옆에서 누군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계속했을 것이다.
승현이 나간 녹음실에서는 승현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렸다.
흘러나오는 가사가 너무, 너무나도 둘의 이야기라서.
지용은 책상 위에 엎드려 한참을 일어나지 않았다.
쌀쌀한 가을 공기가 들어올 틈이 없는데도 자꾸만 파고들었다.
"형, 이제 그만 하고 밥 먹어요."
보다 못해 녹음실로 들어온 승현이 건넨 말은 지겹도록 듣던 밥 먹으라는 잔소리였다.
왜 헤어짐을 아무 쓸모도 없이 만드는걸까. 지용은 자꾸만 끌어안고, 입 맞추고 싶었지만, 참았다.
우리는 헤어졌으니까. 자조적인 미소를 지은 지용이 그래, 밥 먹자. 승현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평소 자주 가던 식당. 승현도 지용도 모두 추억에 잠겼다.
추억이 만조 때의 바다처럼 가득 차올랐을 때, 승현이 말문을 열었다.
"형. 있잖아요. 나는 형이랑 내가 진짜 천생연분인줄 알았어요. 싸우지도 않고, 매일 행복하기만 하고. 근데 그게 사랑이라면 이 세상의 헤어진 연인들은 다 가짜사랑만 하는 거잖아요. 우리 요즘 많이 멀어진거 느끼고 있고, 형도 느끼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헤어지자고 했겠죠. 그런데 난 지금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 조금만, 잠시만 서로 여행을 갔다고 생각해봐요. 서로 그리워하고, 연락이 안 돼서 안절부절 하고, 그렇게 줄타기를 하는 것 처럼.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거예요. 아무 일도 없던 것 처럼"
그래서였던걸까, 헤어짐이 아무 쓸모도 없는 것 처럼 느껴진 게.
승현의 말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어느새 너는 이만큼이나 자랐구나, 나는 그대로인데.
너는 나와 사귀는 동안에 많은 걸 배웠구나. 난 그냥, 어린애처럼 굴었을 뿐인데.
네가 그러길 바란다면. 나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그리고 한달 후, 우리는 헤어졌다 만났다.
다시 뜨겁게 사랑했고, 누구보다 서로를 사랑했다.
헤어짐의 미로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사랑을 알았고, 너를 앓았다.
기나긴 겨울에는 더 따뜻한 봄이 오듯 너는 헤어짐이라는 눈을 녹이고 나에게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