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숴버릴꺼야 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 조용한 오전의 거리. 인적이 드문 곳인지 두 사람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도 꽤나 시끄럽다. 권지용과 최승현. 이 두 남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 중이다. 권지용이 이를 뿌득뿌득 갈며 악독한 표정으로 승현을 노려보며 총을 겨눈다. 차가운 총구가 머리에 닿자 승현은 씁쓸하게 웃으며 양 손을 들고 한 걸음 물러선다. "어, 너 하고 싶은대로 다 해.. 죽일꺼면 죽여." "말 안해도 그럴꺼야 이 소름 끼치는 자식아." 입에서 나가는 말은 거칠지만 총을 든 권지용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최승현은 다시 한 걸음 다가오고 지용은 당황하면서도 총을 든 채로 멍하게 지켜본다. 승현이 지용의 머리카락을 섬세하게 쓰다듬으며 살짝 웃는다. 권지용은 창백하게 굳은 얼굴로 최승현을 올려다본다. 또 무슨 속셈이지?하는 표정이 여지없이 드러난다. "난 원래 네꺼잖아. 죽이든 살리든 다 네가 정하는 거야..내 목소리 내 눈 내 숨...내 머리카락 한 올까지도 다 네꺼니까." 지용은 심하게 떨다가 결국 총을 놓쳐버린다. 멍한 표정으로 보건대 다시 주울 생각도 힘도 없어보인다. 승현이 그런 지용을 부드럽게 품에 안고는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이제 다시 내 꺼 하는거지...?" 지용은 말이 없었다. 비는 계속해서 한적한 뉴욕 거리를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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