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욕설+혐오적인 표현 있습니다.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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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멍청한 표정으로 내 앞에 앉아있다. 무언가 넋이 나간듯이 보였다. 간혹 덜덜 떨리는 손으로 책상을 두들기기도 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몇 시간째더라-? 오늘은 당직도 아닌데 얼떨결에 이 녀석을 맡아버렸다. 집에 돌아가서 마누라가 끓여주는 김치찌게를 먹고 곤히 자고있는 딸내미의 볼에 뽀뽀 한번 해주고 컴퓨터 좀 해볼까 했었다. 아니면 마누라랑 함께 티비를 틀어놓고 영화라도 보려고 했다. 시발-. 근데 이게 뭐야.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들긴다. 그는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바짝 메마른 입술이 무언가 말할 것처럼 옴싹거린다. 한참을 그렇게 망설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저기..."
"뭐? 말해봐"
"무...물 좀..."
이 개새끼가 진짜...잠시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정수기로 다가가 천천히 물을 떠다주었다. 이 새끼 지 목마른건 참기 힘든건가보지? 그 녀석은 받아든 물컵을 덜덜 떨며 입으로 가져갔다. 손 끝에 발라져있는 노란색 매니큐어가 반짝거린다. 덜덜 떨리는 손끝 때문인지 노란색 손톱이 잔상을 남기듯이 흔들린다. 녀석은 물을 다 마시고는 탁자 위에 천천히 올려놓았다. 그 행동이 너무도 불안하고 느려서, 보고있으면 없던 짜증도 생길 판이었다. 그 녀석은 또 잠시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눈이 약간은 총기가 돌아왔다. 촉촉히 젖은 붉은 입술위로 혓바닥이 날름.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저기요... 저희 집엔 먹을게 많아요..."
"그래. 계속 말해봐"
"냉장고에요, 냉장고에 말이죠. 과일도 있고 고기도 있고... 먹을게 많아요 히히히. 그러니까 전 그게, 그러니까 먹을게 떨어지면 말이죠. 그러니까- 그...그 뭐라그러더라. 아아- 그래, 불안해져요. 방금 밥을 먹어서 배부른데도, 냉장고에 먹을게 없으면 불안해져요. 많이요. 엄청. 히히히... 그래서요 전 항상 먹을게 떨어지기 전에 먹을걸 구해와요. 잔뜩 구해온 먹을걸 냉장고에 그득그득 채워놓고나면 괜히 마음이 편안해요. 경찰님도 그렇지 않아요? 든든할거에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니까요. 아아-. 그리고말이죠 전, 사오는 것도 좋아하지만 직접 구해오는 것도 좋아해요. 의외로 먹을게 도시나 한적한 시골길에 많거든요. 멧돼지라든가 사슴이라던가-. 혹은 고양이도 그래...그래, 고양이도 먹을만 했어요. 사람들이 왜 그걸 안 먹는지 모를 정도로 말이죠. 아아-특히 개고기는 말이죠, 일단 개를 잡잖아요? 그럼 죽을때까지 패야되요.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물고 할퀴어도 말이죠. 발로 밟고 몽둥이로 후려치고- 뭐 그런것도 좋지만 말이죠, 진짜 좋은건 죽어갈때쯤에, 그러니까 숨이 간당간당 할때 있잖아요? 그때 칼로 목을 스윽- 긋는거에요. 그럼 붉은 피가 줄줄 흐른단 말이죠. 근데 그게 또 별미에요. 항상 개새끼를 잡고나면 저도 모르게 목에 입을 대고 피를 빨고 있더라니까요? 그게 드라큘라나 뭐 이런거 보면 잘 나올거 같죠? 아니에요-아니라구요. 그게 드럽게 안나와요. 씨발 그 맛있는게 말이죠. 핥아재낄때마다 굳어서 다시 칼로 후벼야된다니까요?"
녀석은 자랑이라도 하듯 말을 계속 지껄였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표정을 관리한채 타자를 두들겼다. 타다닥-거리는 타자 소리와 녀석의 말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피를 그렇게 다 쳐먹고나면 말이죠, 그때서야 고기가 생각나요. 근데 그게 씨발 진짜...무거워요. 진짜. 너무 무거워서 질질 끌고 가다가도 열받아서 그냥 쑤셔버리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처음 사냥한 뒤로는 캐리어 가방을 가지고 다녀요. 조금씩 썰어서 구겨넣으면 어떻게든 들어가더라구요. 그 아까운 고기를 놓고 갈 순 없잖아요? 근데 씨발 진짜... 아-제가 원래 욕하고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때 개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진짜.... 저, 진짜 주위에서 사람들이 다 착하다고 그래요. 진짜에요. 중학생 때는 반장도 했고, 고등학교땐 전교 부회장도 했었어요. 아아- 진짜..."
녀석은 회상에라도 빠진 듯 잠시 눈이 몽롱해졌다. 야이 개새끼야 하던 얘기나 계속해 씨발...
"하던 얘기나 계속해봐"
"아아-예. 그렇죠. 그러니까 어디까지 얘기했죠? 아아- 맞다. 그러니까 씨발 잘리기는 어찌나 안짤리는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다 조각내놓고 캐리어에 넣어서 질질 끌고가서 저희 집 냉장고에 떠억~하니 넣어둔단 말이죠? 그러니까 그때서야 마음이 안정되는 거에요. 그게 먹지도 않은 고기들이 냉장고 안에 쌓여서 있는데 히야- 이게 얼마나 마음 뿌듯한지 몰라요. 그리고 그렇게 사냥을 한 날에는 뭐- 먹을까 고민할 것 없이 제일 싱싱한 고기를 꺼내서 요리해 먹는 거에요. 뼈는 대충 발라서 버리고 국도 끓여먹고- 구워서도 먹고- 히히히. 그러니까 매일 육식이라니까요? 제가 육식동물도 아니고- 근데 말이죠. 이 고기가 사람들이 진짜 맛있다고 자기들도 달라고 한단 말예요? 그래서 몇 명 건네줬더니 좋~다고 가져가고 히히히히히-. 아 진짜 그때가 제일 뿌듯하더라구요. 뭔가 남을 위해 헌신했다~이런 느낌? 어때요 경찰님도 하나 드릴..."
"야이 씨발새꺄"
나는 옆에 있던 연필꽂이를 녀석을 향해 던졌다. 빠악-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이 뒤로 나동그라지고, 나는 그제서야 아 씨바-하는 생각이 머리를 뒤흔들었다. 빌어먹을 씨발 좆같은 국가. 범죄자도 인권 찾는 개같은 법이 어딨어 씨발.
나는 컴퓨터 옆에 놓인 사진을 바라봤다. 사진 속의 냉장고에는 조각조각난 시체가 가득히 차 있었다.
땅에 쓰러진 녀석이 버둥거리며 일어나 '그러니까 고기가 말이죠...'하는 소리가 무섭게 몸을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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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티포털 보다가
'새우살사'님의 '일본여자가 자기 남친 살해해서 먹고 냉장고에 넣어둔거'라는 댓글보고서 써봤다.
요즘 세상이 너무 흉흉한듯 싶다.
써보고 나니 괜히 내 기분이 드러운 글인 듯 싶다.
근데 어째 내가 쓴건 다 죽네. 살아나는 사람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