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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03 #




[김남준 민윤기, 프로듀서. 스튜디오]




석진씨와의 촬영은 심폐소생술 소동 이후 특별한 것 없이 장면마다 촬영장을 옮겨 다니며 그를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첫날 엑스트라를 제안했던 감독님은 짧은 인연으로 기회가 없어 아쉬웠다며 다음에 한번 놀러오라며 너스레를 떨었고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기도 했다.


예민하게만 반응했던 그날 밤의 숙소 일은 아무도 더 이상의 질문은 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힘들었는지 며칠 몸살을 앓아 곤욕을 치렀다.



“윤기랑 남준이 일은 따로 스케줄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제가 직접 따라가거나 챙기지는 않아요.

대부분이 윤기 자차로 남준이랑 출근하는데 촬영동안 여주씨도 함께하시면 될 것 같아요.”


“특별히 제가 신경 써야 할 일이 있을 까요?”


“뭐, 그런건 없는데. 일하는 동안은 좀 예민할 수 있어요. 특히 윤기가 좀 더 그런데 나쁜 의도가 있다거나 여주씨한테 화내는 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래도 촬영 중이고 프로듀서라는 직업에 대해 알아가는 거니까 잘 알려 줄 거예요.”



석진씨가 드라마 촬영장으로 출근하기 전 새벽, 매니저님과 윤기씨, 남준씨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연예인보다는 아티스트, 제작자의 입장이다 보니 따로 매니저 없이 두 사람만 움직인다는 거다.


이번 아침은 평범했다.


진씨의 출근길 보다야 덜 요란스럽고 준비마저 간단했지만 오늘 첫 출근인 스튜디오는 낯설기만 했다.



“아침에 작업실에 오면 지난 작업 본에 대해서 들어보고 회의에 가요. 보통 작업실에 오면 이 시간 쯤, 회의는 11시 쯤 시작해요.”



이번 작업은 본인들의 컴백 앨범이라고 했다.


팬으로서 좋아하는 가수의 긴 공백 이후 컴백 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다는 건 기쁜 일이었다.


남준씨의 설명으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모두가 모여 컴백 앨범에 대해 회의도 했고 콘셉트도 잡혀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태블릿PC를 보여주며 앨범이 만들어지는 처음부터 끝까지를 대충 보여주었다.



“회의가자.”



나와 남준씨가 이야기를 나누던 와중에 작업물 확인이 끝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나를 보곤 무언가 깨달은 표정을 한다.



“아, 여주씨 미안해요. 있다는 것도 깜빡했네.”


"저는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형? 뭐 그런 걸 까먹어요. 아무튼 설명은 대충 제가 했으니까 걱정 마요.”


“고맙다.”



그가 노트북과 노트 들었고 남준씨도 태블릿PC를 손에 쥐곤 문을 열고 나에게 나오라 손짓 한다.


같은 층에 있는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앨범에 대한 회사 직원들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곳에 오니 그동안 매체를 통해서만 보던 방피디님도 만난다.



“앨범 콘셉트는 ‘그 누구도 아닌 나’'우리는 여전히 우리다, 방탄소년단이다.', 'I'm still me'라는 걸 확실히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RM씨, 슈가씨가 앨범 제작에 더 애쓰는 이유고요. 이번 앨범, 전적으로 두 사람에게 프로듀싱 맡기셨으면 해요.”



직원분의 말에 방피디님은 깊이 고민하시는 듯 했고 두 사람은 눈빛을 교환하더니 남준씨의 태블릿PC가 방피디님 앞에 놓였다.



“앨범 커버 디자인은 정국이가 하고 싶다고 해서 이런 느낌으로 할까하고 이번 앨범은 저희가 직접 다 만들고 싶습니다, 피디님.

안무도 호석이랑 지민이가 전담하고 음악도 저랑 윤기형이 하고요.”


“저희 컴백 앨범인데 저희가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남준씨와 윤기씨의 이야기에 방피디님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셨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말씀에 다들 기뻐하며 박수를 쳤고 윤기씨는 아까 확인했던 음악을 방피디님께 들려 드렸다.



“음악이야. 두 사람이 알아서 잘 할 테니까 나는 결과물만 보는 걸로 할게. 완성되면 그때 확인차 최종회의 합시다.”



방피디님은 회의실을 나갔고 이제 남은 인원들과의 나머지 회의를 진행했다.


앨범이 만들어지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과 노력들이 들어간다.


음악이 전부가 아닌, 음악, 영상, 의상, 앨범 아트, 구성 등 갖추어야 할 요건들이 너무나 많다.



“회의 어땠어요?”


“저는 항상 혼자 일해서 인지 뭔가 엄청난 일에 저도 소속된 기분이에요.

더군다나 앨범 하나 만드는 게 쉽지 않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지는 몰랐어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 그럼 곤란한데.”


“진짜요?”



회의 내내 예민해 보이던 윤기씨는 회의가 끝나자 웃으며 회의에 대해 물어본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지금도 이렇게나 어려워 보이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어려운 것들 투성이일지.



“지금 남준이가 하는 건 키보드로 찍어 놓은 코드에 어떤 악기가 어떤 화음으로 어울릴지 구성 보는 중 거예요.”


“들어볼래요?”


“오, 이거 잘 어울려요.”


“대부분 예전 음악들에서 크게 벗어나는 느낌은 아닐 텐데 오랜만에 내는 앨범이라 이런 저런 시도를 몇 가지 해 보려고 해요.

지금 여주씨가 듣고 있는 건 좀 웅장하고 고고한 느낌으로 가볼까 해요.”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음, not today랑 분위기가 비슷하면서 템포나 비트를 좀 낮추면 좋을 것, 아 제가 너무 들떴죠?”


“아뇨, 아뇨. 설명이나 표현을 되게 잘 하시네.”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막 떠오르면 말이 많아져서.”


“아니에요. 제3자의 의견도 듣고 좋은데요, 왜.”



윤기씨, 남준씨가 차례대로 장난 가득한 말투로 나를 본다.


두 사람에게 받는 부담스러운 관심에 손사례를 치며 고개를 숙이자 이젠 소리 내서 웃기까지 한다.



“남준이 작업하는 동안 간단한 리듬 만들어 볼래요?”



조금 멀리 앉아있던 날 부른 윤기씨는 의자를 잡아 자신의 옆으로 나를 당겼다.


화면을 보며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하던 그는 내게 키보드로 몇 가지 코드를 알려주며 마음에 드는 음을 눌러 보라고 한다.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아, 뭐...”


“지금 이거 마음에 안 들죠? 솔직하게 말해줘요.”


“아니, 처음치곤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반응은 영 아닌데요?”


“그러지 말고 다른 것도 눌러봐요.”



내가 누르는 음들이 이상한지 그가 이제는 이런 저런 음을 눌러보며 이건 어떠냐고 묻는다.




*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 둘 다 한번 집중하미 꽤 오래 화면을 보며 이런 저런 버튼을 눌러 본다.


그들을 보며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빈 곳을 펼쳐 지금의 분위기, 느낌에 대한 짧은 글을 끄적거리다가 카메라를 들어 사진을 찍어보기도 한다.


그러다 남준씨가 돌아보며 나를 부른다.



“여주씨 뭐해요?”


“아, 잠깐 글 썼어요.”


“저, 혹시 여자 목소리가 필요해서 그러는데 부탁 하나만 해도 되요?”


“뭔데요?”


“이 부분, 가이드로 하나만 녹음해요.”


“가이드 녹음이요?”


“지금 회사에 여자 보컬도 없기도 하고 다른 분한테 부탁하기에 너무 짧은 부분이라. 아, 일단 한번 들어 볼래요?”



그가 부탁을 하며 자신이 작업하던 음악과 다른, 가벼운 느낌의 노래 하나가 흘러나온다.


어렵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잠깐 불러 달라던 그의 부탁에 짧은 가사가 적힌 악보를 보여준다.



“이 부분, 짧게 잡아주는 음으로 한번만 부탁 할게요.”



그의 손에 이끌려 녹음실로 들어와 헤드폰을 쓰자 밖에서 윤기씨가 고개를 들어 여길 본다.


무언가 누르곤 입을 뻐끔 거리자 헤드폰으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요.



고개를 끄덕이곤 남준씨가 보여준 악보를 보며 반주가 흘러나오기를 기다렸다.


잔잔한 음이 나오고 이내 그가 들어갈 타이밍을 잡아준다.



“내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되어 주오. 눈이 부시게 더욱 찬란하게 빛나주오.”



한편의 시 같은, 서정적인 가사가 반주와 잘 어울렸다.


처음 듣는 음악과 처음 시도하는 녹음, 그의 부탁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부르지만 왠지 자꾸 무언가 감정이 움트는 기분이다.


음이 끝나고 헤드폰으로 남준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첫 시도 치고는 너무 잘하는데요?


“괜찮았어요?”


-물론이요. 헤드폰 벗고 나와도 될 것 같아요.



헤드폰을 제자리에 걸어두고 녹음실을 나오자 남준씨는 엄지를 치켜 올렸고 그가 잘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괜히 망친 건 아닌가 모르겠어요.”


“그래도 처음 보는 악보로 부른 건데도 잘했어요. 원래 노래는 좀 해요?”


“그냥 동전 노래방 좋아해요.”


“아, 거기 좋죠.”



남준씨도 군대동기들과 몇 번 가본 기억이 있다며 옛일을 회상하는 듯 했다.


그런 남준씨를 보며 그는 동전 노래방은 자신과 맞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아, 갑자기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요?”


“뭔데요?”


“평소에 집중하면 보통 작업은 얼마나 해요?”


“전 급하면 밤새도록 하기도 하고, 형은 꾸준히 계속 뭔가를 하죠. 뭐 한번 집중하면 두 시간, 세 시간 정도는 기본인 것 같아요.”


“전 뭐 내키는 대로, 그때마다 다른 것 같은데 누가 방해 안하는 이상 최대한 집중하는 만큼 쭉 밀고 나가는 것 같은데.”


“주로 작업은 낮 시간에 많이 해요?”


“요즘은 큰 틀도 잡혀있고 다듬고 재련하는 과정이다 보니 낮에 나오는데 완벽한 창작은 새벽에 이뤄진다고 밤에도 생각나면 자주 나오는 편이죠.”


“저도 뭐, 요즘 들어 낮에 자주 오는데 원래는 새벽을 선호하는 편이죠.”



어쩌다 보니 인터뷰처럼 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궁금했던 것들을 내가 질문하자 인터뷰이를 자처해 한명씩 대답을 해 낸다.



“여주씨는요? 매니저 형한테 들으니까 새벽에 자주 깨셔서 작업 하신다던데.”


“최근에는 좀 익숙해 져서 안 깨는데 원래 패턴이 새벽 내내 작업하고 아침에 잠드는 편이라 고치는 게 힘들더라고요.”


“안 깬다니 다행이네.”


“형은 여주씨한테 궁금한 거 없어요?”



남준씨의 질문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어색하게 웃었다.


오늘의 촬영본은 충분한 것 같다며 제작진들이 모두 철수했다.


남은 작업을 마저 하고 가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남준씨에 괜찮다고 말하며 다시 아까 그 노트를 꺼내 글을 쓴다.


제작진이 철수하던 무렵부터 작업을 끝내고 이런저런 노래를 틀던 윤기씨는 이내 나를 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서랍에서 책 한권을 꺼내 한쪽 귀퉁이가 접힌 페이지를 열어 내 앞에 놓는다.



“잊고 싶은데, 잊히지 않는 기억을 안고 사는 것. 내게는 죽음보다 더 참기 힘든 고통이자 두려움이다. 라는 이 구절.

항상 궁금했어요. 그날 밤에도 대답 피하려고 했잖아요, 여주씨는.”



결코 묻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이었고, 대답마저 하고 싶지 않았던 내 기억이다.


책에는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그냥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잠시 쓴 게 전부였고 그것에 대한 궁금증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그가 내게 책을 밀어보이며 질문을 던졌다.


분위기는 한순간 추락했다.


나는 그저 숨을 고르며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했고 그의 시선은 나를 향해있고 이내 남준씨 마저 당황한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다.



“알고 싶어요. 여주씨가 말하는 이 과거.”











오늘은 좀 늦게 온 웨이콩입니다 :-)

어제 아무생각 없이 2화를 써버렸더라고요...

진짜 부끄럽고, 창피합니다...

그래도 얼른 뒷이야기를 쓰려면 어쩔 수가 없네요 ㅜ

뭐 그냥 자기만족용, 아이디어 방출용 글이니 부담 없이 씁니다!!

다정한 남준, 윤기를 쓰려고 햇는데 제대로 쓴건지도 모르겠네요...

오늘도 도망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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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여주 무슨일 있었구나....오랜만에 들어왔는데 글 올라와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5년 전
웨이콩
독자님 어서오세요💜 좋았다고 하니 저도 기쁩니다! 앞으로 열심히 글쓰겠습니다🥰
5년 전
독자2
헉ㅠㅠㅠㅠㅠ여주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ㅠ 잘 읽고 갑니다!!
5년 전
독자3
여주의 과거가 많은 아픔으로 점칠되어있나봐요ㅠㅠ
5년 전
독자4
여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에요ㅠㅠ 막 슬픈 일이 있었던건 아니겠죠..?
5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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