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네스와 너정은 나란히 쇼파에 앉아 커다란 티비 화면을 보고있어. 티비가 하나가 아니야. 보고 있는 쪽 벽면은 죄다 티비. 물론 여긴 마트 전자상가고. 앞뒤 꽉막힌 곽막희씨가 널 집으로 초대하거나 네 집에 들어갈 일은 없었지. 이색 데이트를 하자며 마트로 에네스를 끌고 온 너정이 먼저 피곤하다고 소파에 앉았어. 쯧쯧...어린 애가 벌써부터 체력이 그래가지고.... 또, 또. 잔소리 머신 가동하려해. "에네스가 안오겠다고 떼써서 피곤해진 거잖아!" 너정도 할 말 있다, 이거야. 네가 떽떽거리자 에네스는 네버엔딩 잔소리. "아니 애초에 마트로 데이트를 오자고 하는 게 말이 안되잖아." "옛말에 손바닥도 맞붙어야 소리가 난다고, 나 혼자 오는 것보다 둘이서 오는게 더 좋잖아." 너정이 억지로 끼워 맞춘 말에 에네스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쳐. "얼씨구. 그렇게 맞붙어야 소리난다는 손바닥님은 왜 그렇게 제멋대로이실까. 두 손이 잘 맞아야 일이 잘 풀인다는 말도 있는데 왜 그렇게 내 의견은 무시해?" "아~아! 몰라. 피곤해." 너정이 손사래치자 에네스가 그럼 그렇지 하는 눈빛으로 너정을 흘겨봐. "또 봐, 또 봐. 일방적으로 말 끊고 맨날 모른다고 하고. 너 옛말에-" "아, 쫌! 옛말에, 옛말에! 난 현대 사람이야! 그놈의 옛말 좀 그만 해!" "....너 옛말에-" 그럼 그렇지. 에네스가 꺾일 리가 없지. 하, 증말. 미안하다고 대강 말하면 좀 그만하려나- "미인박명 이라고 알아?" "....?" 예상치 못한 말에 에네스를 돌아보자 아까완 꽤나 다른 눈빛이야. 그윽한 눈빛에 너정은 볼이 붉게 올라와. 에네스는 애써 눈빛을 바꾸지 않고 티비로 시선을 돌려. "옛말 하나 틀린 거 없어. ....그래서 그런지 넌 천년 만년 살 것 같아." "....뭐어-?!" 네가 씩씩대자 에네스가 웃음을 터뜨려. 에네스는 얼마나 잘생겼다고! 에네스 완전 서양인 빨로 잘생긴 거 알아 몰라?! 내가 서양인이었어봐- 아주 유럽 대륙을 손에 쥐고 흔들었을걸?! 남자친구 앞이라고 말을 막했지만 너정도 순식간에 쪽팔려짐을 느껴. 하지만 그 쪽팔림을 덜어주는 건 에네스의 숨 넘어갈 듯 빵터진 웃음...? "하하하하하하! 그건 아닌 것 같고!" "으ㅡ씨!" "그래그래, 다음 생엔 서양인으로 태어나서 온 유럽 남자들을 손에 쥐고 흔들고, 굵고 짧게 살아. 대신 이번 생엔 나랑 오래오래 같이 살자." ....뭐? 너정이 어버버 하며 정신 차리려 할때 에네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가자. 데이트." 손잡고 일으켜주는 무드 따위 없어. 휘적휘적 걸어가는 그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너정은 얼른 달려가 그를 뒤에서 끌어안지. *** 에네스 선점!! 무또는 무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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