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들을 쓰다듬어 주고 있는 사이, 옆자리에 있던 언니는
한쪽 구석에 모여 있는 아기 강아지들을 보러 갔고,
그 남자는 커다란 개들과 놀아주느라 바빠 보였다.
그 남자는.. 신나 보였다.. 지금까지보지 못했던 웃음이.. 해맑았다..
정말.. 너무나도 깨끗한 웃음.. 깨끗한미소를 보여 주었다.
나 역시 그 남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때에..
팔목이 살짝 간지러워져 팔목을 바라보는데..
언제 내 옆자리로 왔는지, 까맣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내 팔목을 혀로 내 팔목을 햝고 있었다.
너무.. 너무 놀랬다.. 커다란개가 내 옆에 있다는 것 만으로..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모든 행동을 멈췄다.
그 남자를 바라보며 웃고 있던 내 얼굴의 입 꼬리는 내려갔고,
입술만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문득 그 남자가 커다란 개와 잘 노는 모습이 눈에 보였고,
“저기.. 저기요.. 저기.. 언니 동생분.. 저기.. 저기..”
그 남자를 불렀다. 나를.. 이커다란 개에게서 구해달라고..
그 남자는 나를 쳐다보더니, 입에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그리고.. 커다란 그 개를 몇 번 쓰다듬더니 다른 쪽으로 데리고 갔다.
몸에 힘이 빠지면서 안심하던 그 때, 그 남자가 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강아지는 안 무섭고, 개는무서운 거예요?”
내 옆자리에 앉으면서.. 그 남자는 내 무릎에 엎드려 잠이 든 강아지를
몇 번 쓰다듬었고, 놀아달라고 다가오는 커다란 개들을 돌려 보냈다.
옆자리에 앉아서.. 자상하게 말을 건네는 그 남자..
강아지는 귀여운데, 개는 무서워요..라는 말을 할 수도..
그렇다고 얼굴이 붉어질 걸 알면서도 그 남자를 바라볼 수도 없었다.
“아까 이름 말 했는데, 저기요.. 저기.. 언니 동생분.. 말고,
내 이름 기억 안나요? 이름 이야기 해줬는데..”
내 쪽으로 고개를 틀어 눈을 맞추고 말 하던 그 남자..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름.. 들었는데.. 뭐였지.. 이름..
그 남자.. 그 남자.. 딱히이름을 부를 일이 없을 거라 생각 했는데..
그 남자가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물어 보았다.
아무런.. 아무런.. 기억도없어 당황하고 있던 그 때..
그 남자는 불쑥 말을 꺼냈다.
“저기.. 저기요.. 언니 동생분.. 이 아니고, 준원. 서준원 이예요. 잊어 버리지 마세요. 서준원. 제 이름 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