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소통의 동물이라고 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누군가와 웃고..
그렇게 상호간의 소통이 있어야 삶다운 삶을 살아간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던 걸까?
나는, 왜 소통의 동물인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답지 못했을까?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 누군가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연락할 누군가가 없다면? 연락받을 누군가가 없다면?
지금까지 내 핸드폰에 저장 되어 있는 번호는 기껏해야 30개 정도..
생각보다 많은 번호가 저장 되어 있다고 생각 하고 목록을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 사촌들을 제외하면 남는 번호는 22개.
자주 시켜먹는 배달 음식 가게들의 번호를 제외하면 남는 번호는 14개.
절반 이상이, 만나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연락처가 아니다.
게다가 내 핸드폰에는 절대 없을 줄만 알았던..
나를 작은 방에 꼭꼭 숨어 살게 만든 악마들의 번호도 저장 되어 있다.
절대 받지 않을 심산으로 저장 해놓은 악마들의 전화번호.
작고 작은 악마 8명의 번호를 제외 하면 남는 번호는 6개다.
대여받은 책의 대출기간을 늘릴 때 연락 하기 위한 도서관 전화번호.
지금도 가끔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도록 연락을 주셔서 감사한,
예전에 아르바이트 했던 곳의 담당자님 번호가 3개.
평생 옆에 있어 줄 것 같았던 내 친구 지윤이의 번호.
이 세상에서는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는 번호까지 저장 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의 번호는.. 언니.
다들 피하느라 바빴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언니.
나를 위로해 준 언니. 그 언니의 번호가 저장되어 있다.
과거, 옆에 있어 주었던 지윤이 만큼이나,
현재의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존재가 저장 되어 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 하는 소통의 동물. 인간.
하지만 누군가를 만나지도 못하고, 이야기 하지도 못하던
소통하지 못하던 인간에게 누군가 라는 단 한 명의 존재가 필요했다.
그 존재를 만났고, 그 존재와 소통 할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제대로 된 인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나도, 소통 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