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 주의
폭력, 살인 묘사 주의
너의 죽은 눈이 좋아
항상 희망을 가져줘
나는 그 희망을 짓밟을 테니
항상 날 증오해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노력해
너의 눈에서 희망의 불꽃이 사라지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어.
키타와 쿠니미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마츠카와와 하나마키에게 덮어 주었다.
오이카와는 하나마키와 마츠카와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그들의 손을 잡고 눈을 감았다. 오이카와의 등이 들썩거렸다. 나는 오이카와의 옆에 앉아 오늘따라 유난히도 외로워 보이는 오이카와의 등을 가만히 감싸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잠시 추모의 시간을 가지고 일행들은 1층으로 내려왔다.
분위기가 아주 가라앉아 있었지만 계속 여기에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의논해야 했다. 그나마 말을 할 기운이 있는 쿠니미, 스나, 쌍둥이, 그리고 내가 상의를 했다.
"이와이즈미 선배가 교양 학관으로 갔으니 저희도 바로 교양학관으로 출발하는 거 어떨까요?
"내 생각도 그래. 일단 교양학관으로 가자."
반대하는 의견 없이 이와이즈미 선배를 찾으러 바로 교양학관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카페에서 간단하게 짐을 재정비 했다. 스나, 키타 선배, 오사무 그리고 나는 무기로 사용할만한 것이 있었기에 오이카와, 쿠니미, 킨다이치, 아츠무는 카페 안에 있던 대걸레 막대기를 부러뜨려 뾰족하게 만들어 각자 들기로 했다.
어디에 괴물이 숨어 있을지 모르는 학교는 아주 고요했다. 우리는 정적 속에 교양학관으로 향했다.
제일 앞에서 완전히 기진맥진한 키타를 업은 아츠무와 오사무가 걸어갔다.
그 뒤로 오이카와와 쿠니미가, 나는 맨 뒤에서 킨다이치, 스나와 함께 걸었다. 스나는 이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아 보였다. 마치 오늘이 평소와 같은 평범한 수요일인 양.
"담배 안 해?"
뜬금없이 담배를 권하는 스나의 말. 내가 계속 입에 달고 살긴 했지만... 갑자기? 이렇게 뜬금없이? 의아한 눈으로 스나를 보았다.
"그냥 평소랑 같이 행동했으면 해서."
"..."
"평소와 같이 행동해야 흔들리지 않으니까."
스나는 어느새 내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들더니 그 안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 입에 물려주었다. 이 뜬금없는 전개는 뭐야?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야, 나 라이터 없어."
"괜찮아, 나한테 있으니까"
"담배도 안하는 애가 그건 왜 들고 다니는 거야?
스나는 그저 소리 없이 웃었다.
"그냥, 직업병 이랄까."
"지/랄한다."
직장은 커녕 알바도 안하는 애가 직업병이라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라이터가 이 세상 학생들의 필수품이라도 된 건지. 스나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곤 라이터를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선물.”
담배 냄새가 조금 걱정 되었지만 마침 바람도 앞에서 뒤로 불어 담배 냄새가 앞으로 퍼지진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세게 빨아들이자 세상에 아무 걱정도 없어지는 듯 했다.
"아악!!!!!!!!!!“
담배를 다 피고 교양학관에 다다랐을 무렵, 갑자기 시야가 뒤바뀌었다. 피 냄새... 스나가 강한 힘으로 내 머리를 누르고 있었고, 내 옆에서 잘 걸어가고 있던 킨다이치는 상체와 하체가 분리된 채 나뒹굴었다. 킨다이치가 낸 외마디 비명소리를 들은 오이카와가 그대로 뒤를 돌아 들고 있던 대걸레 자루를 빠르게 달려오는 괴물의 머리에 박아 넣었다.
하지만 괴물은 머리를 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꿈틀거리며 머리가 대걸레에 박힌 채로 그대로 오이카와에게 달려들었다. 머리가 관통된 채로 빠르게 다가오는 괴물에 그는 대걸레 자루를 손에서 놓을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러자 스나가 괴물의 눈을 향해 그대로 들고 있던 큰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괴물은 눈을 다치자 그 자리에서 계속 꿈틀거리기만 할 뿐 더이상 앞으로 오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쿠니미가 들고 있던 부러진 대걸레의 뾰족한 부분을 괴물의 몸통에 비스듬히 관통시키며 괴물이 더 이상 오이카와에게 다가갈 수 없도록 했다.
“허.”
괴물은 여전히 꿈틀거리며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 이번에는 괴물들이 무리 지어 달려왔다.
괴물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몰라 하나만 제압하기도 애매한데 이렇게 무리 지어 달려오니 공격을 할 수도 없었다. 나약한 인간들의 선택은 하나. 도망치는 수 밖에.
“뭐해! 뛰어!”
아츠무의 외침에 우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미치려 하는 오이카와를 끌고 얼마 남지 않은 교양학관을 향해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로 눈 앞에서 뛰던 쿠니미가 사라지더니
“윽!”
바로 옆에서 달려오던 괴물에게 잡혀 바닥에 나뒹굴었고 나도 바로 앞에서 넘어진 쿠니미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괴물은 곧장 쿠니미의 위에 올라타 자신한테서 벗어나려 팔, 다리를 휘적거리는 쿠니미의 양 팔을 손으로 뜯어내던져 버리고는 긴 손톱을 목에 박아 넣어 양쪽으로 길게 찢어냈다. 동맥이 파열되어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괴물은 눈을 까뒤집고 발작을 일으키는 쿠니미의 목을 이빨로 물어 뜯고 목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일행들은 사방에서 달려오는 괴물들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섰다. 오이카와는 또 한번 후배를 잃은 것에 절망하며 당장이라도 쿠니미가 있는 쪽으로 가려 했지만 오사무가 오이카와를 꽉 안고 멈춰세웠다.
탕- 탕-
“이쪽으로 와!”
“보쿠토 선배...?”
총성이 울리고 교양학관에서 달려오던 괴물들이 하나씩 쓰러졌다. 같은 사격 동아리의 부장인 보쿠토였다. 보쿠토는 괴물들의 눈에 총을 쏘며 교양학관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우리는 보쿠토를 따라 교양학관으로 뛰어 들어갔다. 보쿠토는 우리가 모두 들어온 것을 확인한 후 교양학관의 문을 잠그고 괴물들의 눈을 피해 2층으로 이동했다.
“2층으로 가자!”
“보쿠토, 이와짱 봤어?”
“아니? 나는 본 적 없는데... 애들은 혹시 모르겠네.”
다들 일말의 희망을 품으며 보쿠토를 따라갔다.
“여! 아카아시!”
보쿠토는 남색 머리에 초록색 눈을 가진 남자 앞에 멈춰 섰다. 강의실 앞에 서있던 남자는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혹시 동물한테 물린 사람 없지?”
“동물이요?”
“응, 이거 동물한테 물려서 감염되는 것 같거든.”
밖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는 괴물이 아니라 동물?
“미친 개한테 물린 후배가 바로 돌아버렸었거든.”
"아, 걱정 마. 여기에는 없어. 바로 죽였어."
담담하게 말하는 그에게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어? 후타쿠치?”
강의실 안에는 익숙한 얼굴과 처음 보는 얼굴이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와이즈미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우리는 바로 이와이즈미의 행방에 대해 물었지만 그 누구도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설마 죽은 것은 아니겠지... 오이카와가 주먹을 꽉 쥐는 것이 보였다. 제발 최악의 사태는 피했기를 바랐다.
우리는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했다. 현재 건물 안에 살아있는 사람은 공대인 후타쿠치, 사쿠나미, 코가네가와 그리고 법대인 아카아시, 코노하, 보쿠토가 전부라고 했다.
후타쿠치, 사쿠나미, 코가네가와는 전공을 듣다가 지루해서 출석만 하고 튀었고 다음 수업이 교양이라 교양학관 1층에서 시간을 때우다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법대 일행들에 의해 일이 터진 것을 알았다고 했다.
보쿠토의 법대 일행들은 도서관을 가던 중 기이하게 몸을 비틀고 뛰어 다니면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괴물들에 놀라 가장 가까이 있던 교양학관으로 들어와 몸을 숨겼고, 뉴스를 보고 정확한 사태를 알았으며 학관 안에 들어온 미친 개에게서 감염 과정을 알았다고 했다.
“근데예 보쿠토상은 어떻게 총을 가지고 있십니꺼?”
“나는 동아리 실에 있다가 전화 받고 여기로 온 거라! 좀비 같은 게 돌아다닌다고 아카아시가 총 챙겨 오라고 하길래 동아리 실에서 챙겨왔지! 오는 길에 저것들 죽이면서 눈 쏘는 죽는다는 걸 알았고.”
“총을 하나만 챙겨온 게 문제이지만요.”
평소 보쿠토와 알고 지내던 오사무의 질문에 보쿠토가 대답하고 아카아시가 받아쳤다. 하긴, 보쿠토는 정말 급한 시험 기간이 아니라면 거의 동아리 실에서 살다시피 했으니까.
그렇게 보쿠토는 교양학관에서 몸을 숨기다가 창문에서 우리가 괴물에 쫓기는 것을 보고 내려온 것이라 했다.
잠시 쉴 겸 교양학관의 강의실에서 자리를 잡았다. 키타를 업고 있던 아츠무도 키타를 한 쪽에 내려놓고 바닥에 드러 누웠다.
“키타, 잠깐만 나 좀 보자.”
“어...”
“닝, 이거 위험할 때 써.”
나는 가만히 앉아 키타 선배를 부축하며 나가는 보쿠토 선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다.
초등학생 때부터 검도를 배웠다가 어느 순간부터 건강 악화로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운동을 그만 두었던 나는 건강 문제로 항상 누워있다시피 했다. 결국 대학교를 입학할 적에는 잠시 뛰는 것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닝아, 야가 니 소개시켜 달란다.”
“헤이헤이헤이!! 너 잘생겼다! 난 법대 2학년 보쿠토 코타로!”
“좀 이상해 보여도 알고 보면 괜찮은 아다.”
보쿠토와는 1학년 1학기 말에 학교 축제에서 같은 단과대에 총학생회인 키타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왜 이렇게 비실거리면서 돌아 다니냐며 사격부에 들어오라는 보쿠토의 요상한 끈질김 + 사격부에 들어가길 권하는 키타에 휘말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격 동아리에 들어가 있었다.
흔히 사격 동아리라 하면 시내 돌면서 사격장이나 가는 정도가 아닌가 싶었지만 학교 체대에 꽤 유명한 사격학 트랙이 있다 보니 사격 동아리도 그들이 이용하는 곳을 이용할 수 있었다.
보쿠토 선배는 처음에는 총을 잡는 법만 알려 주더니 내가 검도를 했던 것을 알고는 기본적인 운동 센스가 있겠다며 항상 나를 끌고 다니면서 총검술을 가르쳤다. 그 덕에 내 체력은 꽤 좋아졌다. 대체 군대도 안 간 사람이 총검술은 어디서 배운 건지... 하지만 야매 치고는 꽤나 체계적이고 본격적인 것에 배우면서도 여러 번 감탄했었다.
옅게 웃으며 회상을 끝낸 나는 보쿠토가 주고 간 은색 총을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1학년부터 쭉 사격 동아리를 해왔던 보쿠토의 총에는 그의 손때가 묻어 있었다.
......
근데 이상하네
이거 학교에 없는 총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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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잔인한 묘사를 하고 싶었지만 지나치게 잔인한 묘사가 나오면 죽는 캐를 특히나 아끼는 분들에게는 많이 불쾌할 수 있어 수위를 조절했습니다. HOXY... 아이들 좀 더 빡세게 굴려도 괜찮을까요?
- 저는 배큐에 나오는 모든 캐들을 아끼고 사랑합니다. ^3^ 특히나 제 최애 학교는 아오바죠사이인데... 굴러라 오이캉!
- 원래는 2화부터 최종 화 까지 시뮬로 진행하려 했으나 제가 만애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을 잘 모르겠어서 앞으로는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계속 이렇게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2화에서 같이 시뮬에 참여해주신 분들, 기다려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 글을 읽고 궁금한 것이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편하게 질문 남겨주세요!
- 혹시 이 정도 수위로 불글 띄워야 하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