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이의 일기
1892년 7월 14일 |
날씨 : 매우 맑고 화창함
오늘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던 날이었지만 단 한순간에 그 평범함이 뒤집혔다. 오늘도 소먹이러 언덕으로 나갔었는데 처음보는 사내가 나물을 캐고있었다. 뒷모습이 꼭 처녀같이 아름답고 여리여리했다. 언덕 여기저기를 다니며 나물을 캐던 사내는 소 먹이는 나를 발견했는지 놀란 눈빛을 했는데 눈이 우리 소만큼 컸다. 진짜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듯한 사내에게 다가가 손목을 잡고, 처음보는 사낸데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내는 얼굴을 붉히더니 캐던 나물들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내 손을 뿌리치고 언덕 아래로 달려갔다. 이놈의 소만 아니었으면 따라갔을텐데. 그래도 내 마음은 변함 없다. 내일도 올까? |
1892년 7월 15일 |
날씨? 조금 흐림
오늘은 소를 동생에게 맡기고 어제 그 언덕으로 갔다. 어제 그 사내는 오늘은 꽃을 보며 바람을 맞고있었다. 내가 본 사내와 처녀를 통틀어 제일 예쁜 것 같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었고 까무잡잡하고 키가 큰 사내가 함께 있었다. 괜히 질투심이 나 저벅저벅, 크게 발소리를 내며 그 쪽으로 다가가자 그 어여쁜 사내가 나를 보고 놀라더니 이내 까무잡잡한 사내를 올려다 보았다. 무언가 담긴 눈빛에 까무잡잡한 사내는 나를 봤고 가만히 서있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등을 돌려 언덕을 내려갔다. 나는 그 사내를 째려보고 있었고 아래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래를 내리자 어여쁜 사내가 쳐다보다 놀래 까무잡잡한 사내를 따라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언덕에서 뛰어 내려가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
1892년 7월 18일 |
날씨는 이틀 내내 비가 주룩주룩 오더니 더워짐
이틀내내 이름 모를 어여쁜 사내가 보고싶어 하루종일 비내리는 것만 구경했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더워진 날씨에 혹시 사내가 있을까, 싶어 부채까지 챙겨 언덕으로 향했다. 비를 머금어 키가 조금 자란 풀들과 꽃들 사이에 사내는 누워있었다. 눈을 감고있었는데 내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나는 멀뚱거리며 그 사내를 보고있었고 사내는 다가와서 날씨가 더워졌다고 했다. 목소리까지도 사내는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져온 부채로 사내의 눈을 찡그리게 하는 햇빛을 가리자 살풋 웃은 사내가 고맙다고했다. 계속 저를 쳐다보자 부끄러웠는지 눈을 내리깔고 쑥쓰러워했다. 귀여운 사내다. 이틀 전 그 까무잡잡한 사내가 다가오는 걸 보고 내가 눈길을 돌리자 그 사내도 내가 보는 곳을 봤다. 다시 고개를 돌려 저를 본 사내의 눈을 맞추자 제 이름은 도경수라 했다. 내멋대로 이름까지도 내 마음에 새겨버렸다. 얼른 내일 그 언덕에 가고싶다. |
7월 14일 일기는 음악책에 나물캐는 처녀라는 가곡에서 따온 주제에여
보자마자 소재로 쓸 생각부터한 나레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