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
01(BGM : The strings - violet)
"기상! 전체 기상!"
확성기가 시끄럽게 앵앵대었다. 아침 여섯시. 회색 하늘엔 어렴풋이 새벽의 푸른 빛깔이 감돌았다. 오래전 봄가을이 사라진 땅에서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 모래를 날렸고, 하나둘씩 졸린 눈을 비비며 냄비를 들고 나오던 동료들이 눈을 찌르는 모래바람에 불평을 해댔다. 상병 하나가 확성기에 대고 오늘 안에 전투지역에 도착을 해 식량조달을 해야한다고 외쳤다. 이곳에서 하루 안에 전투지역에 도착하려면 무거운 군장을 들고 몇십 킬로미터를 걸어야했기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불평이 터져나왔다. 상병은 껄껄 웃더니 쉴 시간이 없을테니 아침이라도 실컷 먹어놓으라는 말을 남기고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야, 뭐하냐? 가서 물떠와."
식사당번인 동료가 천막 입구에 멍하니 앉아있던 호원을 툭 치며 언질을 주었다. 호원이 고개를 들며 왜 나냐는 표정으로 동료를 쳐다보자 그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임마, 니가 제일 한가해보이잖아. 혼자 저 떡대새끼들 식사 준비해야되는 이 친구가 불쌍하지도 않냐?"
그제야 주위를 둘러본 호원이 모두들 군장을 싸고 불을 피우고 천막을 거두는 등 바쁘게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천천히 일어났다. 물이 나오는 펌프는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지금 호원의 부대가 천막을 쳐놓은 이 곳은 2년 전쯤 핵이 터져 사막이 된 곳이었다. 사막 고유의 특징답게 일교차가 굉장히 크고 먹을것을 찾아볼 수 없어 아무도 살지 않지만, 간혹 이 곳을 지나가는 군부대를 염려해 정부가 지하수를 끌어올려 펌프를 곳곳에 만들어놓았다. 물론 그 지하수도 깨끗한 것은 아니었지만. 핵이 터졌던 곳이니 방사능이 녹아있는게 당연하겠지만 사실 오랫동안 지속된 전쟁에 모두가 '내일은 없다'라는 각오로 살고 있었고, 그 덕분에 방사능은 그들에겐 큰 문젯거리가 되지 못했다.
호원은 걸음을 늦추고 하늘을 보았다. 이 나라의 회색빛 하늘은 언제나 기분을 우중충하게 만들고는 했다. 자신이 학교에 갓 입학했을 적엔 하늘엔 푸른 기운이 남아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탁한 회색 하늘이 온 세상을 그레이톤으로 뒤덮고 있었다. 역시 그레이톤으로 덮인 바람은 매섭게 몰아치며 군인들의 군복을 파고들었고, 여름엔 죽일듯이 내리쬐던 태양은 일주일에 한번 볼까말까였다. 그리고 오늘도 그 여느 겨울과 다를 것 없는 날씨였다.
"그런데 뭔가 달라."
호원은 펌프에 도착해서 물을 받으며 나즈막히 중얼거렸다. 자신이 좀 늦었던건지 펌프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어제와 같은 하늘이고 어제와 같은 바람이고 어제와 같은 사막인데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호원은 천막으로 되돌아가며 그 무언가가 무언가인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끝내 알아낼 수 없었다. 왜 이렇게 늦게 오냐며 머리를 쥐어박는 동료의 주먹에도 호원은 그저 멍했다. 오랜만에 주변을 감도는 따스한 기운에 호원은 필시 무언가가 자신에게 닥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깨에 메고 있는 소총이 호원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분이었다.
"여기서 잠시 쉬었다가자."
거의 한나절이 걸려 사막을 지나왔다. 이제서야 근처에 인가와 건물들이 몇 채씩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지역에 가까운 곳이라 그런지 사람은 없었고, 얼마 안되는 집들은 쓰러져가고 있었다.
으아아아-
이곳저곳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며 신음했다. 한나절 동안 단 한번밖에 쉬지 못한 부대원들은 어깨가 빠지다 못해 조각조각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그 때 누군가가 일어나 이 근처에 간이상점이 있다고 외쳤고, 부대의 3분의1정도가 일어나 그 일병을 따라 간이상점으로 향했다. 아침처럼 멍하니 앉아있던 호원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그들을 따라갔다. 간이상점은 전쟁이 일어난 후 성행한 가게의 일종이었다. 인간들과 소에족이 정신없이 싸우는 동안 도시는 초토화되었고, 그나마 남아있던 몇몇 가게들은 흉흉해진 민심에 물건을 모조리 도둑맞고 문을 닫기 일쑤였다. 결국 굶어죽어가는 사람이 급증했고 물건을 공수하기가 힘들어지자, 이 전쟁통에서도 제 욕심 차리려는 사람들 일부가 간이 상점을 세우기 시작했다. 보통 전투지역 근처에 천막을 쳐놓고 음식, 의류, 무기 등을 파는 형태였다. 근처의 군인들이 애용하는 간이상점은 전투지역 내에 있었으므로 위험할 경우 쉽게 철수할 수 있도록 간편하게 세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정부는 이 간이상점들을 반겼고, 도둑들을 잡고 천막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 군인들을 몇씩 상점에 배치했다. 한시라도 쉴 수 없는 전투 군인들은 가게를 지키기만 하면 되는 상점 군인들을 늘 부러워했다.
아, 또 늦었다.
천천히 걸어온 호원이 상점에 도착하자 동료들은 이미 음식을 사서 나간지 오래였고, 상점도 호원의 부대를 마지막으로 철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호원은 그냥 갈까 생각했지만 가방 속의 물이 다 떨어졌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곤 음료류를 늘어놓은 곳으로 다가갔다. 생수 다섯병을 품에 안고 계산대쪽으로 걸어오던 호원은 한쪽에서 꾸물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자세히보니 사람이었다. 빵들이 있는 가판대 뒤에 쪼그리고 앉아 주인의 눈치를 보는 사람. 도둑인가? 호원은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상점 군인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주인과 세명정도 되보이는 군인들은 철수준비를 하느라 바빠보였다. 다시 고개를 돌리자 호원에게 등을 돌리고 앉은 그는 커다란 빵쪽으로 손을 몰래 뻗고 있었다. 아, 훔친다. 호원은 괜히 안쓰러워 보이는 그의 뒷모습에 그를 군인들의 시야에서 가려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려고 했으나, 손을 다시 뒤로 빼는 그 사람의 행동에 멈칫했다. 뭐지? 훔치려면 빨리 가져가던가. 계속 빵으로 손을 가져갔다가 다시 빼는 그 사람의 행동에 어이가 없어진 호원은 군인들이 이상한 낌새를 채고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태연한척 그 사람쪽으로 걸어갔다. 눈을 크게 뜨며 호원을 쳐다보는 사람을 무시하고 그 빵을 집어들어 계산을 했다.
생수를 가방속에 집어넣고 천천히 부대쪽으로 돌아가는데 뒤에서 누군가 졸졸 따라왔다. 뒤를 돌아보니 그 사람이다. 흠칫, 호원의 눈치를 살살 보는 그 사람에게 손에 들린 빵을 내밀었다.
"...어?"
"그쪽, 이거 먹고 싶어서 쫓아온거 아니에요?"
"...그..그렇긴 한데..."
"그럼 자, 이거 받아요."
"근데 그건... 저기... 당신 돈으로 산거잖아요..."
"엄청 배고프다는 눈으로 나 쳐다보잖아. 진짜 나 먹어요? 얼른 받아요."
"아..어..네..."
얼굴이 빨개진 그가 빵을 받아들고 소중히 품에 안았다. 호원은 뒤를 돌다 말고 다시 말을 걸었다.
"훔치려고 한거 아니었어요?"
"에, 에?"
"다 봤는데. 왜 머뭇거렸어요?"
"어, 그게..."
"오죽하면 내가 사줬겠어요. 계속 손을 내밀었다 뺐다, 답답해 죽는줄 알았네."
"......"
한참을 우물쭈물거리던 그가 고개를 푹 숙이고 중얼거렸다.
"...면...하...요..."
"뭐라고요?"
"훔치면...미안하잖아요..."
"뭐가요?"
"아니, 그래도 물건을 훔치는건 나쁜...일인데... 근데 배는 고프고..."
"......."
"가게 주인한테 미안해서..."
허, 호원은 짧은 탄식을 뱉었다. 이런 사람은 또 처음봤네. 정신없는 전쟁통에서는 물건 하나 훔치는건 죄가 아니다. 배가 고팠다면 더더욱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터. 온갖 비싼 무기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훔치고, 사람을 너무나도 쉽게 죽이는 혹독한 이 세상에, 보잘 것 없는 빵 하나에 머뭇거리는 사람. 그래서일까, 자꾸 말을 걸게 된다.
"착하네요."
"...네?"
"배 많이 고파보이는데, 얼른 그 빵 먹어요."
호원의 말을 듣자마자 빵을 베어무는 그 사람을 보며 호원은 작게 웃었다. 말 한번 잘 듣네.
"그거 먹고도 배고프면, 저기 우글거리는 사람들. 우리 부대 뒤에서 조용히 따라와요."
"...?"
"밤에 일 다 끝나면 먹을거라도 좀 줄테니까."
"...네?"
"배고프면 그러던가. 그럼 갈게요. 늦었네."
순간 호원은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생판 처음보는 사람, 그것도 전쟁인 상황에 홀몸으로 떠돌아다니는 민간인 어느 구석이 믿음직스러워서 밤에 몰래 나가겠다고 하는건지. 그러나 빵 하나도 못 훔쳤던 이 사람은. 호원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베푼 호의에 대해 작은 보답 하나를 받고 싶어졌다.
"저기요."
"네?"
가던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그대로 빵을 물고 서있다.
"이름이 뭐에요?"
"이름?"
"빵 사줬잖아. 알려주면 안되나?"
"아..."
"얼른 말해요, 나 빨리 가야돼."
"...어? 그니까..."
"......"
"...장...동우..."
조그맣게 들린 그 이름에 호원은 씩 웃어주고 부대로 발을 재촉했다. 아, 병장님한테 늦었다고 혼나는거 아냐?
-
"에...뭐야 그 사람..."
암만 생각해도 이상했다. 군복을 입고 어깨엔 보기만해도 두려운 소총을 메고 있었던 사람이 도둑질을 하려는 자신을 보고도 제재를 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움까지 주었다. 자기 돈으로 처음 보는 자신에게 빵을 사주지를 않나, 다짜고짜 이름부터 물어보질 않나. 설마 막 자신을 일부러 유인해서 납치하려고 그러는건가? 에이 아닐거야. 그의 행동이 좀 이상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분위기만은 참 따뜻했던 것 같다. 특히 마지막에 씩 웃어주었던 그 모습은 정말 마음에 들었...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근데 진짜 납치는 아니겠지?
온갖 생각에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면서도 동우는 저 멀리 보이는 군부대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이건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고 그냥 배고파서야... 이상한 자기 합리화를 하던 동우는 군부대가 멈춰 짐을 풀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날은 까맣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동우는 근처 야트막한 언덕 중턱에 쪼그리고 앉아 개미떼같은 군인들이 부산스레 짐을 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몇몇은 천막을 치고 몇몇은 푼 짐을 다시 싸서 어깨에 짊어지는걸 보니 이 부대는 전투팀이 아니라 지원팀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식량조달같은걸 하는건가?
꼬르륵-
식량이란 단어를 떠올리자마자 뱃속이 요동쳤다. 며칠을 쫄쫄 굶은 배는 빵 한덩어리갖고는 해결되지 못했다. 굶다못해 한계에 도달했을 때는 배에 감각조차 없어서 괜찮았지만, 오히려 빵으로 입가심을 하니 한동안 조용하던 위가 움직여 배고픔이 더욱 크게만 느껴졌다.
"아아아...배고파..."
동우는 무릎을 끌어안은채로 옆으로 픽 쓰러졌다. 모래언덕의 차가운 기운이 파고들었지만 극심한 배고픔보다는 덜했다. 먹은 것도 없이 홀로 며칠동안 사막을 헤메었다. 물 한모금 없는 사막에서 탈진상태가 된 것은 오래전이었지만 정신력으로 이까지 겨우 버텨왔었는데, 걸음이 빠른 군부대를 뒤쳐지지 않게 따라가느라 그나마 남아있던 정신력까지 빠져나간 기분이었다. 저멀리 부대에서 정찰병으로 보이는 몇명이 빠져나와 전투지역 방향으로 달려나갔다. 정찰병들이 흐릿하게 보이는건 그들이 빠른 속도로 멀어지고 있어서만의 이유는 아닐 것이다. 눈꺼풀이 자꾸 감기려고 했다.
그리고 떠오른건 먹을거라도 좀 나눠준다던 그 사람. 정신이 까무룩해지는 순간 그가 멋들어지게 웃는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
"아, 오늘 어깨 여러번 문드러지네."
"그러게 말이다. 이제 식량은 조달했으니 하루정도는 쉬게 해주지 않을까?"
"우리 부대장이 그런 성품을 가진 사람이냐? 당장 총대메고 싸움터 뛰어들라고만 안해도 다행이겠구만."
"어쨌든 피곤해 죽겠다. 호이병, 넌 안그래?"
"...아 나도 뭐..."
호원은 모래가 가득찬 군화를 털며 어중간하게 대답했다. 호원의 성은 이(李)씨였지만 이등병인 그를 이(李)이병이라고 부르기 어색하다는 이유로 동료들은 그를 호이병이라고 부르고는 했다. 처음엔 무슨 호리병도 아니고,라며 툴툴거렸던 호원도 얼마지나지 않아 그 호칭에 익숙해졌고 말이다. 어두컴컴해질 무렵 전투지역 근처에 도착한 그들은 대충 짐을 풀어놓은채로 전투지역에 잠입해 아군에게 식량을 전달했다. 매우 위험천만한 일이었고, 만만치않은 식량의 무게도 그들을 힘들게 했다. 게다가 잠입하던 중 적군의 정찰병에게 걸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결국 자정이 다 되어갈 무렵에야 임무가 끝났다. 그리고...
"호이병 쟤 오늘 왜 저러냐, 아침부터 멍때리고."
"애인이라도 생긴거 아냐?"
"아서라, 이 숨막히는 상황에 애인은 무슨 발라먹을 애인?"
동료들이 옆에서 뭐라 떠들던 먼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호원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아무래도 찾아봐야겠다. 무작정 따라오라고만 툭 던져놔서 진짜 따라왔을 확률은 얼마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호원은 초콜릿과 빵 서너개가 들어있는 가방을 둘러메고 군화를 도로 신었다. 먹을걸 갖다주겠다는 약속아닌 약속도 있었지만,
"어어어, 호이병! 너 어디가! 너 상병한테 걸리면 죽어!"
"걱정되는 사람이 있어서! 금방 갔다올게!"
착해빠진 한 사람이 꼭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
몸을 따뜻하게 감싸오는 느낌에 동우는 천천히 눈을 떴다. 사방은 온통 어둠.
"어..어? 그러니까..."
검은 하늘엔 회색 구름이 간간히 흘러갔다. 동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왜 여기서 내가 눈을 뜬건지 생각했다.
"군인들을 따라왔고, 멈췄다가, 앉아있었다가, 그리고..."
"쓰러졌겠지."
"그래! 나 기절했구나. 그래서 지금 이렇게 어두...어?"
동우는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직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을 여러번 깜박이고서야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다..당신은 아까..."
"먹을거 갖다준댔잖아요. 기다리고 있어야지 쓰러지면 어떡해."
"......"
"죽은줄 알고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어...미안해요..."
"그쪽이 미안할 일은 아니고. 근데 진짜 기다렸네?"
"...어?"
"안따라올줄 알았는데...나 기다린거 맞죠?"
"으..응...네..."
동우는 정신을 놓기 전 떠올랐던 얼굴이 자신의 앞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내가 이 사람을 기다렸구나. 새삼스런 사실에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졌다. 어휴, 이 놈의 얼굴은 걸핏하면 달아오르고. 걸을 힘은 없어도 얼굴 빨개질 힘은 있는건가. 동우는 주위가 어두컴컴해 자신의 얼굴이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감사했다.
"먹을거 갖고왔어요."
"진짜요?"
먹을거란 얘기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동안 어눌하던 대답이 음식 얘기에 급격히 밝아졌다는 것에 대해 염치 운운하며 따질 때는 아니었다. 얼굴이 빨갛고 누구를 기다렸고 그런 것은 동우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지워지고 말았다.
그는 옆에 놓여있던 후레쉬를 켜고 가방에서 빵몇개와 초콜릿 두어개를 꺼내 동우의 무릎위에 놓아주었다. 고소한 냄새가 퍼졌고 동우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빵을 집어들었다.
옆에 누가 있던 신경도 쓰지 않고 금새 큰 빵덩어리를 두개나 먹어치운 동우는 몸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고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던 호원과 눈이 마주쳤다.
"흐헉!"
"아 깜짝이야. 잘 먹다말고 왜 이상한 소리를 내고 그래요."
"그...그쪽이 그렇게..."
"그렇게 뭐요."
"빤히 쳐다보니까 놀라서 그랬죠! 먹는거 처음봐요? 왜그렇게..."
"먹는건 처음본거 아닌데, 웃는건 처음봤어요."
"...에?"
"먹을거 쥐어주니까 웃었잖아요. 웃는거 처음봐서 그랬어요."
"우..우리 한번밖에 안 만났는데 당연하죠..."
"웃는거 예쁘네요."
"ㄴ..네?!"
"초콜릿도 먹어요. 군용 초콜릿 그거 비싼거야."
낯간지러운 말에 동우는 잔뜩 당황해 또다시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정작 그 말을 내뱉은 장본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초콜릿을 까기 시작했다.
"아-"
"...어?"
"어가 아니라 아. 입벌려봐요."
뜬금없이 초콜릿조각을 입으로 들이민 호원의 말에 동우가 어버버거렸다.
"그..그냥 내가..."
"그냥 주는대로 받아먹어요."
"..아...응..."
"잘먹네."
흐뭇한듯이 자신을 쳐다보는 호원의 눈길에 동우는 이 사람이 왜이러나 싶기도 했지만 자꾸 빨개지는 얼굴은 감출 수가 없었다. 몇번더 동우의 입에 초콜릿조각을 넣어주던 호원은 저아래 군부대 천막들에서 하나둘 불이 꺼지는 것을 보고는 얼른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
"아, 망했다. 김상병이 또 얼마나 볶아댈까...으으..."
"어, 저기?"
"나 몰래 빠져나온건데 늦었어요. 가야겠다."
"나..나때문이에요?"
"음...그럴지도?"
"어...미안해요..나때문에..."
"근데 그쪽이 미안할 일은 아니에요. 아까도 그랬지만."
"얼른 가봐요. 혼나면 더 미안할 것 같은데."
"미안할 일 아니라니까요? 그럼 나 갈께요. 맛있게 먹어요!"
"네..."
잘 뛰어가던 호원이 갑자기 뒤돌아 동우를 쳐다보았다.
"아 맞다. 그쪽은 내 이름 모르죠?"
"...응?"
"난 이호원, 열아홉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호원의 행동에 오늘만 몇번째를 놀라는건지. 하지만 그 모습이 또 싫지는 않고... 어쨌든 자신도 말해주어야 할 것 같아 동우도 대답했다.
"나도 열아홉살이에요."
"어, 동갑이네. 그럼 또 보자~"
"으...응..."
"다음에 만날땐 제대로 반말하기!"
소리치며 언덕을 뛰어내려가는 호원의 모습을 지켜보던 동우는 아직도 어리둥절했다.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갑자기 머릿속에 침입해와서 정신을 못 차리겠다. 덕분에 멍해있던 동우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온건 한참후였다.
"다..담요?"
하도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무릎부터 허리까지 군용 담요가 덮어져있었다. 아까 일어났을 때 들었던 따뜻한 느낌은 이거 때문이었나. 돌려주지 않으면 오늘 밤 호원이 추울 것 같다는 생각에 동우는 담요를 들고 일어나 언덕을 뛰어내려갔지만 이미 호원의 모습은 저 멀리 어둠속으로 사라진 후였다.
담요를 든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우가 있던 자리엔 아직 후레쉬와 빵, 초콜릿이 남아있을 터였다. 동우는 환하게 웃음지었다.
"이..호원..."
나도, 너 또 만나고 싶어, 호원아.
헐........천월이에요......예상외로 프롤부터 너무 많이 좋아해주셔서ㅠㅠㅠ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그저 눈물마뉴ㅠㅠㅠㅠㅠㅠ
약속대로 1편도 올립니다! 야동////아잌아잌////////////////////////////////////어쩌다보니 브금이 맨위로 올라갔네요...수정이 귀찮ㅎㅎㅎㅎ
다음편은 현성~ 봉봉이가 쓸거에요!!! 아 여러분 진짜 사랑해요♡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메시아 프롤로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148
메시아 2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220
메시아 3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261
쓸데없이 너무 긴가요......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