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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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아프지말아요, 그대 (by.성열)_(BGM : 양정승 - 밤하늘의 별을3)
이천백구십오년 유월 오일.
아마 그날도 연구실 책상에 걸터앉아 허밍했던 것 같아요. 왠지 모를 따뜻한 기분에 더 예쁘게.
박사님이 내 뱃속에 아기가 생겼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분이 좋았을지도 모르죠. 드디어 나의 몸이 다 자라게 되어, 나를 꼬옥 닮은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그게 아닌 것 같아요. 햇님이요, 그대와 나의 예쁜 만남을 만들어주려고- 나에게 따스한 빛을 비춰주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난 아직도 그렇게 믿어요.
그날따라 날씨는 너무나도 맑았으니까요.
이제 갑갑한 연구소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지요. 힘들게 일하던 박사님도 웃어주셨어요. 박사님은 유독 내가 웃는걸 좋아하셨거든요. 내가 웃으면 박사님도 웃어진다고, 내 웃음은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어요.
그래서 활짝 웃었어요. 여느때보다 활짝.
연구소를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성규형을 봤어요. 무척이나 친한 형이었는데, 첫 아기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었거든요.
형의 품에 안긴 아기는 정말 예뻤어요. 분명 남자아이라고 했는데도 오목조목하고 뽀얗게 생긴게, 너무 인형같았으니까요. 성규형은 벌써 아기의 이름도 지었다고 했어요. 성종- 성종이라고 했어요. 이름도 참 예쁘죠? 보드러운 아기의 피부를 조물락대는 나를 보며, 형은 아기가 닳는다고 칭얼거렸어요.
이따금 형은 너무 순수하고 여린 내 성격을 보고 소녀감성이라고 말해요. 정말 다섯살쯤 되는 여자아이같다고 말하죠. 그도 그럴것이, 대한민국의 두번째 M이 되어 박사님 밑에서 애지중지 자라왔는걸요. 내 머릿속에 남자와 여자라는 개념은 없어요. 그냥 예쁜 세상을 보고 예쁘다고 하는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성규형은 그 4차원스러운 생각이 놀랍다며 성종이를 안고 다시 연구소로 들어갔어요. 마지막까지 초롱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아기가 눈에 밟혔지요.
그대를 만난 그 날은, 정말 기분좋은 일만 가득 있었어요. 그때만 해도 몰랐죠. 기분좋은 일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생길거란 것을.
박사님께서 무척 아끼는 조수인데- 앞으로 나를 돌봐줄거라고 하니 심장이 콩닥콩닥뛰는게, 너무나도 설레었답니다.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어요. 성규형을 지켜주는 창민씨는 정말 자상하고 착했거든요. 창민씨와 함께있는 성규형의 모습도 예뻤어요. 마치 사랑스러운 잉꼬부부처럼-
다시 연구실 책상에 걸터앉았어요. 다리를 앞뒤로 휘휘- 저으면서 조수분을 기다렸지요. 물론 허밍하면서요.
음- 으음- 나는 허밍에 감정을 섞어요. 그때그때 느끼는 기분을 허밍에 담아 입술사이로 내보내면 예쁜 소리가 나거든요. 아마 그때는 설렘을 담아서 흥얼거렸을거에요.
문 밖에서 그림자 하나가 어른거렸어요. 내 허밍을 엿듣고 있었는지, 소리가 끊기자 움직임을 멈췄어요. 그리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죠.
그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요?
그대에요. 나의 예쁜 그대.
사랑을 듬뿍 담곤, 목을 넘어오던 허밍이 그대로 뚝 멈췄어요. 그대를 보는 순간, 나의 달콤한 사랑의 허밍은- 더이상 달콤하지 않았거든요.
그대에게서는 달콤한 향기가 났어요. 너무나도 차가운데 달콤한 향기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초코같아서, 난 웃었어요. 그때 그대는 무표정으로 서있었거든요. 그대가 웃는게 보고싶어서, 난 웃었어요.
그대는 멋있게 생겼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깨달았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나의 그대보다, 잘생긴 사람은 그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거란 것을. 그대의 까맣고 깊은 눈동자 속에 담긴 내 모습을 보자 황홀해졌어요. 그대의 눈동자에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또 한번 웃었어요.
그리고 그대도 웃었어요. 나를 향해서.
입 안 가득 달콤한 향기가 퍼졌어요. 입 안 뿐만 아니라, 달콤하고 따뜻한 기분이 내 온몸을 감싸는 듯 했어요. 나는 하늘로 날아갈 줄 알았어요. 그 붕- 뜨는 기분좋은 감촉에.
그 달콤한 향내는 내 입술에 노크를 했죠. 똑똑- 하고. 자연스럽게 입술이 열렸어요. 그리고 허밍이 흘러나왔죠.
그리곤,
그대는 달콤했던 웃음을 거두고 내게로 왔죠. 점점 다가오는 아찔한 초콜릿향에, 난 그대의 웃음이 또 한번 보고싶었어요. 순전히 내 욕심이었을지도 모르죠.
그곳에서는 허밍이 흘러나오지 않았어요. 내 입술은, 달콤한 그대를 맛보고 있었으니까요.
아, 근데.
그대의 입술에 쌉싸름한 맛이 감돌았다면, 내 착각이겠죠?
나는 바보같게도, 박사님한테 말해버렸어요. 그대가 너무 좋다고- 그대를 사랑한다고. 박사님은 꽃처럼 곱디 곱게 키운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다고 장난스레 내 볼을 꼬집었죠.
아쉽지만 그대의 표정은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름대로, 그댈 향한 내 첫번째 고백이었는데 말이죠.
그대는 일주일이나 되었는데도 나한테 말 한마디 해주지 않았어요. 난 그대의 목소리를 듣고싶었는데 말이죠. 가끔씩 맞춰오는 입술에서 전해진 그대의 향기를 느끼며, 나의 호기심은 더 커져갔어요. 그대의 목소리에 대한.
그대의 목소리를 너무 듣고싶어서, 난 허밍을 했어요. 내가 허밍을 할때면, 그대의 입술도 살짝끔 들썩거리는게 보였거든요. 그대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 노래도 불렀어요. 흥얼거리던 허밍에 약간의 가사를 붙인 것 뿐이지만, 그대는 몰랐겠죠?
이게 두번째 고백이었던걸. 그 가사 속에 연인은 그대와 나였다는걸.
그리고 곧, 멍청하게. 노래를 부르던 내가 더 신나버린거 있죠? 너무 신나서, 그대의 품에 폭삭 안겨버렸어요. 나도 모르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너무 춥고 쓰디 쓴 그대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어요. 난 항상 그대와의 달콤함을 꿈꾸고 있었는데, 그대는 아니었던가요?
내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슬픔섞인 허밍에 그대는 당황한 듯 눈치를 보더라고요. 미웠어요 그대. 유일하게 그대가 미웠던 순간이에요.
더 서럽게 울었어요. 그대가 너무 미워서.
그래서 대신 다른 말을 했지요.
그러다가는, 내 심장이 멎어버릴 것만 같으니까요...
그래도 언젠간 알게되겠죠 그대? 그대를 믿어요.
-
그대는 나의 볼록 솟은 배를 자주 만지작거리곤 했어요. 아기를 가진지 십오일째가 되는 날. 눈에 띄게 동그래진 나의 배에는 약간 말랑한 살도 붙어있었죠. 난 부끄러운데, 그대는 말랑거리는 살이 젤리같다고 좋아했잖아요.
그대와 함께 박사님을 찾아갔어요.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귀여운 아기가 너무 보고싶어서. 커다란 기계들에 약간 겁이 났지만, 내 손을 잡아주는 그대 덕분에 떨리지 않았어요.
자그마한 화면에는 정말 자그마한- 아기가 자리잡고있었어요. 손가락, 발가락까지 모두 보이는게 여간 신기한게 아니었죠. 화면 속의 작은 아가가 내 속에서 자라고 있다니- 믿을 수 없을정도로 놀라웠어요.
그리고, 나보다 더 좋아라하는 그대의 환한 미소에 또 한번 기분이 좋아졌고요.
나의 소중한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다주는 아기야- 고마워. 라고 생각하며, 그대 몰래 배에 살짝 입도 맞춰봤어요. 그에 답하듯, 아기는 버둥거리며 배를 발로 찼지만요.
아기를 보고 온 뒤로, 그대는 나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좋은 것만 해주려고 노력했어요.
그대가 방방뛰며 들고 온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구식이라고 놀리고싶었지만, 어떻게 그러겠어요 내가. 그대에게 푹 빠져버린 내가. 그대에게는 기분좋은 말만 해주고싶은 내가.
그대의 달콤한 초콜릿향에 중독되어버린 내가. 이제 나- 그대없이 어떻게 살아요...
그대는 아름다운 경치를 참 많이도 알고있었어요 그 어둡고 답답한 세상 속에서, 지나칠정도로 맑고 깨끗한 낙원들을 어떻게 찾았는지는 아직도 궁금하네요. 맑디 맑은 물을 뿜어내는 커다란 분수대, 색색깔의 예쁜 꽃밭, 푸르른 잔디가 깔려있는 들판. 고운 자갈이 깔려있는 물맑은 바닷가, 새하얀 구름이 떠있는 새파란 하늘. 빠알갛게 물들어가는 노을까지. 그대는 아름다운 배경과 나를 사진에 담기 바빴어요. 가끔- 사진 속에서 혼자 있으면 외롭다는 나의 투정에 같이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지만요.
그대가 사진을 찍는동안 난 허밍을 했어요. 그 허밍 속에 들어있는 나의 소중한 사랑고백을 그댄 알았으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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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눈물이 나도록 아픈 때도 있었지만, 울지 않기로 했던. 그대를 향한 다짐 때문인지 울지않고 씩씩하게 참아냈어요.
나를 위로해주는 그대가 없었더라면, 난 정말 울어버리고 말았을거에요. 너무 아팠거든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아픔이었어요.
그대의 달콤한 향기에 젖어 잠들어갈때 즈음- 평소와는 다른 이상한 느낌에 문득 눈이 번쩍 뜨였어요.
그리고, 상상도 할수없을만큼 배가 당겨왔어요.
그대는 급히 박사님을 불렀고, 나는 연구실 침대에 누웠어요. 역시나 또 무시무시하게 생긴 기계들이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어요. 그대가 눈 앞에 있었지만 무서웠어요. 그리고 허밍을 했죠.
곧 태어날 사랑하는 아기를 위한 부드러운 허밍을. 하지만 내 몸은 알고있었나봐요. 절망이 찾아올 것을. 부드러운 허밍은 허울에 불과했을뿐- 그 날의 허밍은 최악이었어요.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에, 조각조각 갈라진 멜로디. 그대는 안쓰러운 듯 나를 바라보았죠.
그 순간 급하게 눈물이 차올랐어요.
온 몸에 기운이 빠지고, 축 처진 몸은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어요. 그나마, 나를 바라보는 그대의 까아만 눈동자를 놓치기 싫어서 겨우 눈은 뜨고 있었지만요.
나를 붙잡고 늘어진 기계들은 끊임없이 날 아프게만 했어요. 힘이 빠진 나에게 가해지는 자극적인 전기충격은 끔찍하기만 했죠.
그 순간. 무언가 툭 끊긴 듯- 아래부터 어두운 기운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왔어요. 죽음을 알리는 짙은 혈향과 함께. 그와 동시에 아마 난 정신을 잃었죠. 마지막으로 보인건, 굳어버린 그대의 얼굴이었기에 나는 더 아팠어요.
나를... 나를 탓하는 표정을 짓지 말아요. 내 잘못이 아니에요. 그대. 왜 그대는 나의 끝없는 사랑을 가끔 의심케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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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죠.
그대를 찾으러 가야하는데, 얼른 만나서 오해를 풀어야하는데... 내 잘못을 용서받아야하는데...
또,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대의 목소리에 한번 더.
온 몸이 떨렸어요. 그대의 목소리에.
분명 그토록 보고싶은 그대였는데, 뭔가 이상했어요. 눈을 비볐어요. 정말 눈이 새빨갛게 될정도로 비볐어요. 그대의 그런 표정은 본 적이 없어요. 나를 동정했을때도, 나를 원망했을때도 보지 못했던 그대의 차디찬 눈빛은 내 심장을 찢어발길듯 나를 쏘아댔어요. 그 와중에, 그대의 까만 블랙홀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고 말하면, 나를 바보라고 놀리겠죠. 그댄?
항상 나를 감싸오던 그대의 따스한 달콤함은 어느새 너무나도 추운 혈향으로 바뀌어있었어요.
연하지만 붉은, 오묘한 빛깔이 멤도는 그대의 입술. 나를 천국으로 안내해주던 그 아름다운 그대의 입술.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포근하고 달콤한. 그대의 입술.
그대 없는 세상에서는 살수없는 나니까. 그대의 향기로 호흡하는 나니까.
「그대여. 가지마요.」
목놓아 불렀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어요. 목이 탁- 막혀버린듯.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이끌고 기어가보았지만 그대는 멈추지 않았어요. 그대가 시야에서 사라졌을 무렵, 눈물조차 나지 않았죠. 난 내가 그대로 죽어버린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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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늦은 시간에 찾아와서 정말로 지송해요ㅠ_ㅠ*
나름 달달하게 써본 수열번외 중 성열이의 첫번째 이야기!
어때요? 안구에 ㄷ..당뇨가 좀 찾아오나요^^* 손발이 말려들어간 분께는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아직 수열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성열이의 두번째 이야기와 명수의 번외까지. 계속해서 지켜봐주시면 가끔씩 뙇뙇! 튀어나올거에요~
항상 읽어주시는 독자분들 스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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