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찬열 X 보조 도경수
작가 박찬열 ♥ 보조 도경수 ?
그렇게 박찬열이 오래 보고싶다는 말을 한 이후로 난 저번 한 달간 힘들었던 것도 다 잊고 이거 하라면 이거 하고, 저거 하라면 저거 하면서 열심히 박찬열을 도왔다. 물론 박찬열도 그 말을 하고 까칠하게 대하는 게 좀 줄어들긴 했지만. 오히려 나한테 더 잘해준다고 해야되나. 여러가지 챙겨주면서 밥도 사주고, 작가가 되려면 필요한 것이라고 조언도 여러개 해준다. 아, 나도 신뢰가 어느 정도 쌓였구나. 하는 느낌에 작가가 되기도 전에 듬직한 빽 하나 생겼다며 정말 좋아했다.
근데 요즘 이 인간 이상하다.
"경수씨."
"네?"
".. 아냐, 하던거 해."
"경수씨, 오늘 있잖아."
"네, 오늘..?"
"아니다, 피곤했을텐데 경수씨도 쉬어야지."
"아, 네…."
말 걸어놓고 맨날 아니다, 하던 거 해라, 쉬어야지.. 분명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같긴 한데 그게 좀 많이 힘든 말인가보다. 설마 이제 그만 두라는 말인가, 이제 너한테 뭐 가르쳐 줄 것도 없고 일도 잘 못하는 거 같고 집에서 글이나 쓰며 쉬어라.. 이건가? 괜시리 마음 속 깊숙한 곳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한 기운에,
"경수씨, 있잖아. 이따-"
"아, 작가님. 저 오늘 약속이 있어서요.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어, 어..."
"도경수씨?"
"작가님, 죄송한데 저 전화 좀 받고 올게요. 여보세요?"
"… …."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며 며칠 간 박찬열을 피해왔다. 그리고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그냥 비참하게 통보로 들을 바에는 내가 관둬야지 싶어 이번에는 시간이 된다고 하고 작업실 옥상으로 나왔다. 그 사이 공기가 어찌나 어색했던지, 옥상 밑으로 뛰어내리고 싶다는 충동이 10분 동안 몇 번이 들었는 지 모른다. 그러다 답답했는지 박찬열이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
"저, 경수씨. 있잖아."
"네?"
"나는 있지, 경수씨가…."
"아, 그냥 제가 그만 둘게요!"
"진심으로 좋은데.."
"네?"
"뭐?"
"작가님 뭐라고 하셨어요?"
"경수씨야 말로 뭐라고 했어, 그만 둘거야?"
"아니, 저는 당연히 작가님이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하실 줄 알고.."
"뭘 그만 두라고 그래, 너무 앞서나갔다. 경수씨."
"아니 근데 작가님은요, 저 좋다고요?"
사실 그 때 어안이 벙벙해서 내가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도 모르겠다.
"어, 나 경수씨 좋아한다고 말하려고 그렇게 부른 거였어."
"아.. 어, 정말요?"
"응. 처음 봤을 때 부터 맘에 들었는데, 그 뒤로 쭉 좋아지더라. 그래서 오래 보고싶다고 한거고."
이 사람도 못 하는 소리가 없어.
"그래서, 경수씨는 나 어때? 별로?"
이건 돌직구를 넘어선 핵직구다. 핵직구엔 핵직구지.
"아뇨, 저도 좋아 죽겠는데."
"경수씨, 경수야. 너 진짜 예쁜 사람이야. 고마워."
하면서 날 안아주었다. 키 진짜 크다, 하면서 또 괜히 설렜다. 마음 한 쪽이 간질간질해 나도 팔을 벌려 박찬열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그래서 나도 많이 좋아한다고, 박찬열.
+++ 꺄ㅑ 이거 원래 두편으로 만들 생각 없이 그냥 썼는데 (원래 애매하게 끊는 거 좋아함. 실력이 없어섴ㅋㅋㅋ) 한 편 더 원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ㅎㅎㅎ 아이, 댓글도 달아주셔서 고맙고..♡ 신알신 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드립니다ㅠㅠㅠㅠ 더 잘 쓸게요.. 허허.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