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찬열 X 작가 보조 도경수
예전부터 작가가 되고싶었던 나는 이대로 아무것도 안하고 대학에서 벙쪄있는 거 보다는 작가 선생님 밑에 들어가 보조를 하기로 마음 먹었고 수소문 끝에 '박찬열'이라는 작가의 보조로 들어가게 되었다. 박찬열 작가는 주변 지인들에게나 출판사 직원들에게도 싹싹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들어서 일 하기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며칠 뒤에 그 생각이 완전 산산조각 나게 되었다.
자기가 작품이 끝나고 지인들을 만날 때, 혹은 책을 내야 할 때만 그 직원들에게 친절하게 군 것이지 정작 주변에 있는 자신의 보조한테는 썩 큰 친절이 없었던 것이다. 가뜩이나 글 쓴다고 창작의 고통이니, 뭐니 하는 사람 앞에서 친절을 기대한 것도 잘못이겠지만 이거 까칠해도 너무 까칠한거다. 온갖 잔심부름에 작가님이 밤 새면 옆에서 밤 새는 처지니 나도 피곤한 건 매한가진데 조금만 실수하면 잔소리만 1시간이고. 슬슬 깐깐함과 까칠함에 미쳐가서 곧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나도 한 달 동안 일한 값은 받아야겠기에 월급을 받고 그만둬야겠다고 말 해야지, 다짐을 하고 작가님 자리 앞으로 갔다.
"작가님?"
그 인간도 사람이었는지라, 많이 피곤하긴 했나보다. 책상에 엎어져서 곤히 자고 있는 모습을 보니 깨우면 또 화낼 거 같아서 얌전히 기다리기로 하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발걸음을 떼었다. 그 때, 박찬열이 내 손목을 꽉 잡았다.
"도경수씨."
"네?"
"그렇게 사람 빤히 쳐다봐놓고 가기 있어요?"
"그게 뭐 어쨌다구요."
"잠 다 깼잖아, 재워줘야지."
오 갓, 이 인간 말 하는 것 좀 보세요. 안 자고 있던 게 뻔해. 그러니까 내가 지 앞에 간 것도 알고 쳐다본 것도 알지. 일단 꽉 잡고 있던 손목이 아팠기에 알겠다 하고 박찬열 옆에 가서 앉았다.
"나 등 좀 토닥토닥 해줘봐요."
"네?"
"재워달라 했잖아요. 뭐 아니면, 자장가라도 불러주시게?"
"아, 아닙니다."
자기가 4살 먹은 꼬맹이도 아니고, 토닥토닥이라니. 일단 고귀하신 작가님이 해달라니까 해드려야죠. 등을 토닥이니 박찬열이 살짝 눈을 감았다. 이래 보니, 잘 생겼네.
"경수씨,"
"네."
"경수씨 좋네."
"네?"
"경수씨 맘에 든다고. 내가 요즘따라 특히 까칠하게 굴었을텐데 군말 없이 잘 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
"아, 당연한건데요, 뭘."
"경수씨 맘에 들었어, 오래 보고싶네."
그리고 살짝 웃었는데, 왜 가슴이 뛰었는지는 모르겠다.
아, 한 달만 더 해봐야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