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증상의 특징
무당은 신과 교통하여 신의 의사를 인간에게 전하고 ,
또 인간의 의사나 소망을 신에게 고하는 영통한 존재이다.
이처럼 보통 인간과는 이질적이고 신비한 무당은 처음에 어떻게 하여 무당이 되는가?
무당이 되는 과정은 혈통을 따라 인위적인 세습에 의해 무당이 되는 세습무와,
자연적인 강신에 의해 정신 이상(종교 체험)의 과정을 거쳐서,
신의 의사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무당이 되는 강신무의 2종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강신무는 무당이 되는 초기에 반드시 신병이라는 신비한 병을 체험함으로써,
영통력을 얻을 수 있다.
무당이 될 사람에게 신이 내리면 정신 이상 증후가 오고,
신체에도 이상 질환 증세가 나타나 장기간 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세가 약이나 의료 행위로서는 고칠 수가 없고,
오직 강신한 신을 받아서 무당이 되어야만 낫는다는 데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따른다.
신병이 병인 것은 틀림없지만 신에 의한 이상 증세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강신무가 되자면 반드시 신병의 과정을 거쳐야 하고,
또 이 신병은 무당이 되어 강신한 신을 섬겨야만 치료가 된다는데에,
종교 심리상의 문제가 따른다.
또한 신병이 병 증세로 나타나면서도 종교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신병이 과연 신에 의한 종교적 현상인지 아니면,
신과는 관계없이 단순한 정신 이상 증세인지를 분별하는 것도 어렵다.
그 밖에도,
무당에게 강신되어 무당이 신앙하고 있는 신의 존재는,
또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점 등도 문제이다.
신병은 강신무에 한해서 무당이 되는 초기에 반드시 거치게 되는 과정이다.
곧 이 신병은 강신무가 영력을 소지할 수 있는 영력의 계기가 됨과 동시에,
무당이 망아忘我 상태에 빠져 영계로 몰입되어 가는,
' 엑스터시 ' 의 근원이 된다.
신병은 세습무 계통을 제외한 강신무 계통 곧 무당,
박수, 선무당류, 명두, 태주 등의 점쟁이류가 공통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이 밖에 지역에 따라서는 독경자讀經者의 무경巫經 게통에서도,
강신 초기에 신병을 체험하게 된다.
독경자도 당초에 독경 의식을 인위적으로 학습해서 하는 것과,
강신으로 인해 신병을 체함하고 나서 신의 의사에 따라 나중에 독경 의식을 학습하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강신으로 인한 신병의 분포는,
현재 강신무와 독경자가 존재하는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이같이 강신에 의한 신병의 체험자가 지금도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세습무가 분포된 영남, 제주지방에서는 강신무와 세습무가 병존하여,
신병이 존재하면서도 세습무에게는 신병 체험과 관계없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한편 남녀의 차이로 나타나는 신병의 범위를 보면,
무녀가 지배적이고 남무는 극히 적다.
이것은 무당이 대부분 여성이고,
특히 강신무의 대개가 무녀이며,
남무의 경우는 박수류의 것으로 그 수가 아주 드물다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신병의 유형
신병의 증상은 성무자成巫者 개인이 처한 문화적 지역성에 따라 차이가 있고,
또 성무자 개인의 생활 환경에 따라 증상의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신병의 증상을 유형별로 확연히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다.
개인에 따라 신병의 증상에 차이가 있으면서도,
내적인 본질면에서는 서로 공통점이 나타나는 예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생적 유형이라는 입장에서 신병을 이야기 해야 하며,
발생적 기준은 신병을 체험한 무당 자신이 진술하는 신병 증상의 현상에 한한 것이다.
무巫 원인의 발생 형태의 경우,
원인없이 시름시름 앓아서 밥을 못 먹고 몸도 마르며,
정신까지 허약해지는 증상이다.
이런 유형이 신병에서 제일 많이 나타난다.
돌발적 정신 이상에 의한 발생 형태의 경우는,
갑자기 미쳐서 일어나는 증상인데,
일반적인 정신 이상 증상과는 달리 종교성을 배경으로 한다는 데에 특징이 있다.
신체 질환 돌발에 의한 발생 형태의 경우는,
신체에 질병이 돌발하여 신병으로 발전해 가는 형태의 것이다.
현몽에 의한 발생 형태의 경우는,
꿈속에서 신이나 사령,
또는 해괴한 일을 본 것이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것인데,
특히 정신 이상 증세가 급진적으로 발생한다.
그리고 신이 현몽했을 경우에는 계시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현몽에 의한 발생형의 빈도는 적다.
충격에 의한 발생 형태는,
외적 충격이 원인이 되어 정신이 허탈해진 상태에서,
신병으로 발전해 가는데 역시 빈도수가 많지 않다.
이상의 발생 형태 분류는,
1960년부터 현재까지 무속의 전국적인 현지 조사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강신무의 신병 자료를 기초로 한 것이다.
신병 증상의 특징
신병은 발생 초기에 증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특징을 보인다.
발단
꿈이나 외적 충격에 의하여 일어나는 경우보다는,
까닭없이 시름시름 앓다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식성
대개가 밥을 먹지 못하고 편식증이 생겨 냉수만 마시거나,
또는 어, 육류를 전혀 먹지 못하고 소화불량 증세가 나타난다.
신체 상태
몸이 말라 허약해지고 사지가 쑤시거나 뒤틀리는 형,
한쪽 골이나 한쪽 가슴, 한쪽 어깨, 한쪽 팔이 아픈 편통증이 일어나는 형,
혈변血便이 장기간 계속되는 형,
늘 답답하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형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다.
정신 상태
마음이 들떠 안정되지 않으며 꿈이 많아지고,
꿈속에서 신과 접촉하는 성스러운 장면을 본다.
꿈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의식이 희미해져 꿈과 생시의 구분이 흐려지며,
이 상태에서 생시에도 신의 허상, 환각, 환청을 체험한다.
이런 상태가 심해지면 미쳐서 집을 뛰쳐나가 산이나 들판을 헤맨다.
증상의 경과
처음부터 정신 질환으로 되는 예도 있으나,
대부분 신체 질환으로부터 정신 질환으로 이행한다.
병의 기간
장기적인 병이며 평균 8년,
아주 긴 기간은 약 30년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치료
의약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믿고 있으며,
의약 치료는 신병에 역효과를 가져와 증세가 악화된다고 믿는다.
이 증상은 강신한 신을 받아서 내림굿인 강신제를 통해 무당이 되어야만 치료된다.
나았다고 하여 무당의 일을 그만두면 다시 전과 똑같은 증세가 일어난다.
여기서 신병의 심리적, 종교적 양면성을 발견하게 된다.
종교적인 각도에서 보면,
신병은 신의 계시에 의한 선택의 형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병 환자들이 체험하는 신의 현몽,
신의 환상,
신의 말이나 굿하는 소리에 관계되는 환청과 환각이나,
빙신憑神 상태에서 발성되는 신명을 부르거나,
신과 관계되는 내용을 말로 하는 환성에서,
무속의 종교성이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외국과의 비교
한국 무당의 신병이 시베리아, 오스트레일리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의 샤먼이나,
주술사가 초기에 체함하는 병적 증상과 어떻게 비교될 수 있는가를 살펴 보면...
시베리아 야쿠트족 샤만들은 샤먼이 되는 초기 단계의 체험에서,
그들의 몸둥이를 쇠갈고리로 사지의 각을 떠서 팔과 다리를 분리시키고,
살을 갉아 내어 뼈만 남기고 눈알을 잡아빼거나,
팔과 다리를 칼로 토막을 내고 몸통만 내동댕이쳐 며칠이고 버려 두웠다가,
다시 잘라 낸 뼈마디와 사지를 맞추어 놓는 체험을 겪는다.
물론,
이것은 정신 이상 상태에서 겪는 환상이다.
야쿠트족 샤먼들의 설명에 의하면,
마령魔靈이 샤먼이 될 사람의 혼을 데리고 지하계에 있는 마령의 집 속으로 들어가,
3년 동안 머무는데 여기서 샤먼이 되는 계기를 얻는다.
그 마령은 샤먼이 될 사람의 머리를 잘라 옆에 치워 놓고,
다시 몸뚱이를 잘게 쪼갠 다음 그 부분마다 여러 가지 병의 귀신을 고루 분배시킨다.
샤먼이 될 사람은,
오직 이와 같은 시련을 겪어야만 구제될 힘을 얻어,
그의 뼈에는 새로운 살이 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새 피를 받게 된다.
퉁그스족 샤먼들도 초기에 샤먼의 조상신들이 와서,
샤먼이 되는 게기를 부여해 준다.
이때의 조상신들이 부여하는 것은,
샤먼이 될 사람이 의식을 잃고 땅에 쓰러질 때 까지 화살로 꿰뚫어 쑤시고,
그 다음에는 몸뚱이에서 살점을 찢어서 떼어 내고 뼈를 추려 낸다.
그리고 몸에서 흐르는 피를 조상신들이 마시고,
목을 쳐서 머리를 끓는 기름솥에 던져,
뒤에 샤먼의 복장에 부착할 금속 제품의 조각으로 만들어 내는 체험을 하게 하는 것이다.
부리야트족의 샤먼들도,
초기에 조령祖靈들로부터 고문을 받으며,
사지와 몸뚱이를 토막토막 잘라 내는 체험을 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술사나 주의呪醫들은 초기의 체험에서 먼저 동굴로 들어간다.
그러면 토템 영웅신 둘이 나타나 그를 죽여서 몸을 갈라 두 쪽으로 배를 가르고,
내장의 모든 기관들을 꺼낸 뒤 주술적인 물체를 넣어 다시 제자리에 맞춰 꿰매 놓는다.
다음은 그 토템의 영웅신이 그의 모든 뼈를 추려다 주술적인 물체와 함께,
다시 제자리에 박아 놓는다.
이 기간 동안은 주술의 지배자가 주술사가 될 후보자를 감시하며,
불을 밝히고 그 후보자의 망아적忘我的 체험을 관찰한다.
아메리카 샤먼들의 경우도,
초기에는 조령들로부터 죽음을 당하는 체험을 하고,
맨발로 불 위를 걸어가면서 치아나 눈동자가 찢겨 나가는 것을 체험한다.
또,
북아메리카의 샤먼들은,
초기에 독한 약을 먹고 엑스터시에 빠져 조령들로부터 고문을 당하는 동안,
땅 위에 시체처럼 누워 거적으로 덮어 놓는다.
이 경우는,
인위적인 ' 엑스터시 ' 로 볼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 메디신 맨 Medicine man '이 영력을 얻는 초기에,
신비로운 꿈,
불가해한 병,
자신이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환각을 보며 신들이 찾아와,
자신의 머리, 팔, 다리 등 신체를 칼로 잘라내는 환각을 체험한다.
인도네시아의 ' 마낭 Manang _ shaman ' 도,
위의 예와 유사한 체험을 하며 자신의 머리를 잘라 내고 뇌를 꺼내,
마령의 신비력을 넣어 다시 머리 안에 넣는 체험을 한 다음,
엑스터시에 빠져 하늘을 여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보아 온 샤먼, 주술사, 주의들이 초기에 반드시 신비적인 병을 앓고,
이 신비적인 병에 의해서 영력이나 주력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주술자가 되어 신을 섬김으로써 이 병이 완치된다는 것이 일치되고 있다.
또,
증상의 내용을 보면,
이상스러운 꿈이나 망아적 환각 속에서,
자신의 신체가 신에 의해 할단割斷 되었다가 다시 부활하고,
이런 죽음이 영력을 얻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일치된다.
그리하여 이러한 증상의 신비적 체험은 영력을 행사하는 직능자들이,
공통적으로 거치는 과정이 됨과 동시에 이것은 또 미개 문화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세계적 공통성을 갖게 된다.
특히,
사지 할단의 모티브와 죽었다 살아나는 재생의 모티브는,
인간이 체험할 수 있는 종교적 체험 가운데 가장 원초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 심령의 차원을 바꾸는 인간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이상의 미개 지역 샤먼의 이니시에이션은,
한국의 무당이 체험하는 신병과 비교할 때 심도의 차이는 있으나,
성격적인 면에서는 같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종교 체험 현상이라 생각된다.
한국이나 일본 등 문화 민족 지역에서,
사지 할단이나 주력呪力 주입을 위한 신체의 해체 모티브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미개 민족의 샤먼이 체험하는 격렬하고 야성적인 원시 그대로의 체험에,
문화적 사고가 더해져 그 원초적인 것이 여과되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이 양자의 차는 문화적 배경의 차이에서 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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