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70436.html
영상통화 속 상대방의 나체를 휴대전화로 녹화할 경우,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게 아니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주거침입미수와 협박, 특수재물손괴,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키르기스스탄 국적의 ㄱ씨의 사건에서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파기환송했다고 3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2023년 6월부터 7월까지 피해자이자 전 연인이었던 러시아 국적의 ㄴ씨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고 고성을 질러 공포심을 유발했으며, 집 밖으로 나온 ㄴ씨에게 직접적인 폭행을 가하고 ㄴ씨의 승용차를 망가뜨리는 등 수차례에 걸쳐 괴롭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ㄱ씨는 ㄴ씨의 나체 사진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실제로 ㄴ씨와 영상통화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화했던 모습을 사진으로 만들어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도 했다.
·2심은 모두 ㄱ씨에게 다른 혐의들과 성폭력처벌법 중 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까지 적용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14조 1항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에만 적용되고 사람의 신체 이미지가 담긴 영상을 촬영하는 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ㄱ씨가 촬영한 대상은 피해자의 신체 그 자체가 아니라 휴대전화에 수신된 신체 이미지이기 때문에 성폭력처벌법 조항에서 가리키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원심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으므로 사건을 다시 판단해야 한다”며 수원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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