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카] 막차 (똥글주의) |
'후 다행이다.' 라고 급행 막차에 아슬아슬하게 올라탄 김종인은 생각했다. 오늘 따라 내가 타고있는 칸만 그런 것일지는 몰라도 사람이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종점까지 가는 그였기에 그는 '널널히 가면 편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구석자리게 몸을 기대었다. 열차가 출발하고,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던 김종인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창 밖에 오세훈과 자신의 모습이 보이는 것일까. 한참을 넋을 놓고 창 밖을 바라보던 종인은 한참이 지나서야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세훈과 자신의 '과거'가 창 밖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을. 기이한 기분을 느낀 종인은 이 이상한 열차를 벗어나 다음 역에서 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자신이 급행, 그리고 막차에 올라탔음을 깨닫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종인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그냥 창 밖의 과거를 즐기기로 하였다. 현재 창 밖을 보아하니 아마, 저 날은 세훈과 자신이 처음 만났을 때 같았다. '저 때나 지금이나 똑같구나'라고 생각한 종인의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저 때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에게 좋아했었다고 덜덜 떨며 말하는 세훈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마, 세훈 본인은 차일 것이라 확신하고 용기내서 말한 것이겠지. 문론, 결과는 세훈의 예상과는 달리 종인이 고백을 받아주며 끝이났지만. 저 때가 정확히 언제였더라. 굉장히 풋풋하다. 라고 생각하던 그 때 어느샌가 또 풍경이 바뀌어 있었다. 앗, 세훈이 자신을 집에 바래다 주겠다고 끝까지 바락바락 우겨서 집에 데려다준 날. 내가 여자애냐고 툴툴대봐도, 세훈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았었다. 그리고 저 날은 아마도, 떨리는 첫 입맞춤이 있던 날. 그 날이다. 저 날 세훈과 그것때문에 처음으로 다투기도 했지. 사실 속으로는 굉장히 기뻤지만. 창 밖으로 자신에게 혼난 뒤 풀이 죽어 터덜터덜 집에 돌아가는 세훈의 모습이 비친다. 폰을 들고 뭔가를 썼다가, 머리를 쥐어짜며 뭔가를 썼다가 꾹꾹- 삭제버튼을 누르고 다시 머리를 쥐어짜며 한참을 고민한다. 저렇게 한참동안 고민하다 보낸게 겨우 '미안' 이 두글자였어? 하여튼.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잠겨있는데, 또 다시 바깥 풍경이 바뀌려는 것이 보인다. 열차 안에서 이런 경험을 하다니, 꿈을 꾸는 것만 같다. 저 날은 그날이구나. 세훈과 자신이 분위기에 취해 처음 사랑을 나눈 그 날. 저 다음날 서로가 얼마나 어색하고 부끄러웠는지. 그런데 도대체 이 열차는 언제쯤 역에 도착하는 건가. 생각하며 위를 보니, 잠시 후 도착이며, 이번 역이 종점이니 모든 승객이 내려주시길 바란다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슬슬 내릴 준비를 하는데, 가방인지 주머니인지 모를 곳에서 떨어진 동전이 데구르르- 굴러가다 픽- 하고 넘어진다. 꿈은 아닌가 보네. 혼자만이 타고있던 과거열차에서 내린 뒤, 역 입구쪽으로 걸어갈 수록 저 멀리 흐릿한 인영이 보인다. 잘 보이진 않지만, 보이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연인 오세훈. 나는 손을 들고 천천히 손을 흔들었다. 세훈아, 다녀왔어. |
문학시간에 사평역 배우다가 삘받아서 문학책에 낙서하듯이 썼던 건데, 막상 써놓고보니
오그리토그리 하네요...^^ 내 손발 퇴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