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살아낸 무수히 많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들을 함께 공유한다.
내가, 그대가 살아 온 그 각자의 삶에 접속한다.
방탄소년단의 접속, 라이프
13 #
레지던트로 일을 시작한지 한 달, 근무에 찌든 나와 콘서트 준비로 바쁜 그의 스케줄에 못 본지 2주라는 시간이 지났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콘서트에 공연장에서 리허설을 하고 있어야 할 그가, 떡하니 응급실 침대에 누워있다.
응급실로 그가 실려 왔다는 동기의 말에 당직실에서부터 급히 뛰어왔는데 나를 보자 그저 웃기만 하는 그의 모습에 조금은 화가 났다.
"웃음이 나와?"
내 말에 꼬리를 내린 정국인 이내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마치 어디서 맞고 온 사람처럼 볼에는 생채기가 나 있고 눈은 멍이 들어 부어있었다.
왼쪽 팔은 부러진 건지 깁스를 했고 다리 곳곳에도 드레싱 반창고가 가득가득 붙어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데."
"그게……."
"매니저님, 정국이 왜 이래요?"
대답을 얼버무리는 정국이에 막내매니저님에게 묻자 정국이와 나를 번갈아 눈치를 봤고 이내 포기한 듯 정국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조심스레 말을 꺼내는 매니저님이다.
"무대장치에 오류가 생긴 건지 리프트가 튀어 오르는 바람에……. 계단으로 떨어졌어요."
"정국이가 떨어졌다는 거죠?"
"네, 그렇죠……."
"진짜 널 어쩌면 좋으니 정국아. “
“나 진짜 아픈데…….”
그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자 더욱 아픈 표정을 지어 보인다.
이미 멍이며 상처로도 충분히 속상한데 아픈 표정까지 지어보이는 그의 모습에 눈물이 핑- 도는 기분이다.
"어, 어……. 울지 마."
그가 주사 바늘이 꽂힌 손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콘서트는 둘째 치고 다친 그의 모습이 너무나 너무 속상하다.
"속상해. 속상하단 말이야. 다치긴 또 왜 이렇게 많이 다친 건데. 나보고 건강 챙기라면서 넌 왜 항상 다치는데."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번 해외 공연에서도 계단을 내려오다 미끄러져 손목 인대가 늘어나 한참 깁스를 했던 그였는데 지금은 그때에 비해 중환자 수준이다.
"입원해. 지금 이 상태로 다시 돌아가서 콘서트 준비 한다고 하기만 해봐. 내가 방피디님 찾아갈 거야."
"알았으니까 그만 울어요. 나도 속상해, 응?"
오래지 않아 응급실로 방피디님과 세진씨, 공연 기획사 대표님도 찾아왔다.
응급실 당직을 서던 선생님의 말을 빌리자면 부러진 팔은 내일 아침 첫 타임으로 수술에 들어 갈 거라 했다.
그를 보고 한숨을 내 쉰 방피디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콘서트는 취소하겠다고 돌연 선언 하셨고 세진씨는 급하게 회사에 연락을 했다.
무대를 설치했던 공연 기획사 대표님은 죄송하다는 말만 몇 번이나 하고 가셨는지 모를 정도로 사과를 했고
이번 리프트 오작동 사태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하셨다.
정국이의 입원이 결정되고 새벽녘에는 콘서트 취소 기사와 함께 정국이의 입원 사실도 공개되었다.
"내일 아침에 바로 수술 들어가니까 금식하는 거 알지? 그보다 저녁은 먹고 리허설 한 거야?"
"정신이 없어서."
"내가 진짜... 어머님 아버님은, 연락 드렸어?"
"아, 그건 내가 했어."
부모님께 말씀 드렸냐는 내 물음에 남준오빠가 대신 대답했고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소식을 접하고 놀라신 마음에 이 늦은 새벽 서울로 오고 계시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배려해 주셔서 오프 받았어. 어머님 아버님은 내가 챙길 테니까 걱정 말고 수술해. 진짜 속상해 죽겠어. 전정국 아주 그냥 미워 죽겠어."
"누나, 나 미워하지 마……."
그가 또 애교 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면 난 그저 한숨을 쉴 뿐, 혼내려던 것도 잠시 마음을 푼다.
"참 다른 멤버들은 어쩌고 있어요?"
"다들 숙소에. 걱정은 되는데 몰려오면 너도 정국이도 병원도 정신 없을까봐. 수술하고 나면 몰래 오려고."
"나중에 전화라도 해. 아까 윤기오빠 문자왔었어. 좀 어떠냐고."
"부쩍 윤기형이랑 친하다?"
"이 와중에 질투가 나? 오빤 이런 정국이 어떻게 생각해요?"
"매우 정상이라고 볼 수 있지."
"역시 우리 형."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에 머리가 돌 것 같았다.
몇 시간 후 정국이의 부모님과 첫 만남이 있을 거라는 사실에 새벽이 다 가기 전에 씻고 올 생각으로 일어났다.
어디 가냐는 정국이의 말에 씻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가운을 챙겨 병실을 나왔다.
*
건강한 탓인지 놀라울 정도의 회복력을 보이는 정국이는 수술 후 빠른 퇴원이 결정되고 그가 퇴원하던 날, 내게도 이틀의 오프가 주어졌다.
그를 데리러 온 세진씨와 함께 숙소에 가던 중, 기관으로부터 내게 한통의 연락이 왔다.
일치하는 DNA가 하나 있다며 그분들과 만나 보겠냐는 물음에 세진씨는 차를 돌려 기관에 나를 내려 줬다.
정국이에게는 숙소에 가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곤 떨리는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
"여주씨 이쪽이에요. 사실 어제 먼저 부모님께 연락 드렸는데 당장 오늘 만나고 싶다고 하셔서요. 너무 섣부른 건 아니겠죠?"
"저는 괜찮아요."
소회의실이라고 적힌 방의 문을 열자 안에는 중년의 부부가 앉아있고 이내 나를 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윤이?"
"안녕하세요... 김여주라고 합니다. 아, 이름은 위탁가정에서 지어준 거예요. 제가 어릴 때 기억이 없어서 이름도 모르거든요."
"아,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설명해드릴게요."
기관 선생님 말에 의하면 DNA 매칭에서 99% 확률로 친자일 가능성이 나왔다고 했고 내가 기억하는 단서와 두 분이 제시한 단서도 일치하는 부분이 꽤 많았다고 한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어 남게 된 어깨의 흉터와 여섯 살의 나를 잃어버린 달성공원.
잃어버린 날, 나를 보았다는 사람의 증언에 따르면 누군가 우는 나를 안고 황급히 도망을 쳤다는 것.
그날 이후 집으로 몇 차례 나의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었지만 범인은 돈만 가로챈 뒤 사라졌고 나 또한 영영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포기하려던 찰나, 기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부모님은 내게 어릴 적 사진이라며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기억나지 않지만 사진 속 나로 보이는 아이를 안은 어머니의 얼굴이 지금의 나와 많이 닮았다.
"우리 아이의 이름은 김윤, 이에요. 시아버지께서 귀한 외동딸이라고 외자로 지어주셨거든요."
"사랑받는 아이였나 봐요."
"온 가족들의 관심의 대상이었죠."
어머니는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평생 모르고 살았던 부모님이 지금 내 앞에 있는 이 분들이 맞는지, 그렇다고 믿어야 하는 건지.
"일단 친자 검사는 한 번 더 진행 될 예정이고요. 오늘 검사하시면 내일 바로 결과 보실 수 있으세요."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또 다시 친자 검사에 쓰일 머리카락과 입안 세포, 손톱 등 시료들을 채취해 봉투에 담았다.
기관을 나와 앞에서 마주한 두 분은 내 손을 잡고 말하셨다.
"사실 티비에서 보고 생각 많이 했어요. 방송국에 전화도 해 봤는데 개인적인 문제라 연결하기 어렵다고 해서
기관에 의지 했는데 등록 된 데이터가 없어서 망연자실 했어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갑작스레 연락이 올 줄 몰랐어요. 나는 알아요. 내가 열 달을 품었던 내 아이가 맞는지 아닌지 정도는.
여주씨가 우리 윤이라고 확신해요, 난."
나도 그들이 나의 부모님이기를 바란다.
이 작은 바람이 나에게도 그들에게도 희망고문이 아니기를 바라며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아까 그와의 약속대로 숙소에 왔다.
나의 얘기를 그도 궁금해 할 테고 지금 그가 보고 싶었다.
"누나!"
소파에 앉아있던 그가 현관에 선 나를 보고 반가워한다.
일어나 나를 반기는 그의 품으로 다가가 말없이 안기자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불러온다.
"무슨 일 있었어요? 아니래요?"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모르겠어. 친자검사는 다시 하고 어릴 때 사진도 보여주셨는데 어머니 젊은 시절이 지금 나랑 똑같아."
"그래도 걱정 되요?"
"응."
그가 가만히 내 등을 쓸어준다.
나를 달래듯 말이 없는 그에 코를 훌쩍이며 전해들은 이야기를 그에게 전한다.
"나는 유괴를 당했데. 몸값을 요구하는 전화도 있었고 돈도 줬는데 나를 찾지 못하셨나봐.
그렇게 평생을 잃어버린 딸 찾겠다고 두 분이 노력하셨는데도 없었어. 올해가 지나면 포기 하려고 하셨다고 나보고 찾아줘서 고맙데."
어느덧 멤버들도 나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내 인생은 편할 날이 없었다.
평탄하지 못하고 모든 날들에 굴곡이 깊게 나있다.
삶이 편하게 흘러가는 법이 없는 것 같다.
*
다시 마주했다.
검사 결과지를 받아온 기관 선생님의 표정이 밝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두 분 데이터 모두 여주씨와 99.98%로 일치하네요. 친자가 확실하다는 결과에요."
선생님의 말에 울음이 터졌다.
얼굴을 두 손에 묻고서 울자 어머니의 손이 내 머리를 끌어안았다.
아버지도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윤아, 우리 예쁜 딸."
한참을 품에 안겨 울었다.
내 지난날의 통증들이 한순간에 사라질 만큼이나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에 윤아, 하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나를 더 울게 했다.
두 분은 일 때문에 여전히 대구에 사신다고 한다.
요 며칠 기관 일 때문에 호텔에서 지내셨다는 말에 오늘 헤어지기 아쉬워 집으로 모셔가기로 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으로 들어왔는데 정국이의 신발이 눈에 보인다.
"누나 왔, 어... 처음 뵙겠습니다."
나의 뒤로 들어오는 부모님을 보곤 정국이가 놀라 인사를 했다.
나 또한 그가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해 좀 놀랐다.
"그, 우리 윤이 남자 친구?"
"아, 네.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대충 이야기는 뉴스로 봐서 알아요. 기관에 등록하는 것도 정국군이 제안했다면 서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덕분에 우리 딸 찾았어요. 고마워요."
어쩌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는지.
졸지에 저녁까지 함께 먹게 된 정국이는 부모님 사이에 앉아 나를 대신해 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저녁 준비로 바빴다.
"식사하세요. 갑작스레 준비한 거라 근사하지는 않지만."
저녁을 먹으면서도 이야기를 끝나지 않았다.
서로의 삶을 모른 채 산 지난 17년의 이야기가 빨리 끝날 리가 없었다.
다만 내 기억이 온전치 못해 어릴 적 이야기는 못하지만 말이다.
비 속을 뚫고 아무 생각 없이 신었던 샌들을 살리기 위해 슬리퍼를 산 웨이콩입니다^____^
비가 생각보다 많이와서 혼이 났답니다.
후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습니다 ㅜ
짧게 마무리 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일을 위해 참아주세요 ㅜ
오늘은 스윗 정국보다 리허설로 다친 정국이입니다,(하하)
째성해요 ㅜㅜ 내일 만나요!!
+ 암호닉 +
연지곤지
얄루
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