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carat
Written by.비얀코
*
아침부터 찬열은 교무실에 눈도장을 찍었다. 고등학교를 올라와서도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귀가 따가운 담임의 잔소리에 찬열이 아랫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아래로
숙였다. 중학교 때 놀았던, 어쨌든 그건 과거일 뿐이고 고등학교에선 인문계에서는 이러면 안 된다는 둥의 얘기를 했다. 입학부터 유명했다. 박찬열은.
담임선생님은 검은색 출석부를 펼쳐들어 어제자의 출석부용지를 손가락으로 집으며 보여? 하고 찬열에게 그 종이를 볼 것을 강요했다. 출석부에는 선명하게 5교시, 6교시, 7교시에 빗금이 그어져있었다. 아직 3월이 다가지 않았는데 벌써 무단조퇴를 했다고 또 한 번 큰소리를 들었다. 교무실 선생님들의 눈이 찬열에게 꽂힌다. 싫다. 정말이지 싫었다. 전교에서 첫 번째로 땡땡이를 친 아이로 낙인 되었다고 담임이 얘기했다. 바로 옆의 선생님에게도 어이가 없지 않느냐며 찬열을 곁눈질하며
하필, 이런 아이의 담임이 되었냐며 하소연을 했다. 별로 더운 날씨도 아닌데 손부채질을 하며 망신이라고. 제가 다 부끄럽다고. 마치 찬열이 다 들으라는 듯 그렇게 얘기했다.
“너, 부모님껜 연락드렸어. 근데 두 분 다 별 반응 없으시더라. 항상 있는 일이라, 죄송하다고 만하시더라.”
“………….”
“좋으신 분들 같던데, 부모 욕 먹이지 말고 행실 똑바로 해.”
담임의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카랑카랑 거렸다. 찬열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로 있다가 가 봐도 좋아. 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등을 돌려 교무실 밖으로 나갔다.
복도를 얼마 걷지 않아. 곧 제 반 1-2반 팻말이 적힌 곳으로 들어갔다. 아침부터 교실 뒤편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 남자무리들, 그리고 그 가운데 변백현.
찬열은 티가 나도록 인상을 썼다. 찬열은 제자리에 가방을 올려놓고 제 짝인 경수를 보았다. 시선이 닿나 싶었는데,
아예 고개를 돌려버린 경수에 찬열이 조금 어이가 없어 실소를 내뱉었다.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카톡 봤잖아.”
“그래도 말없이 갑자기 이러는 건 아니지.”
“…나 너하고 할 말 없어.”
“할 말이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판단해.”
찬열이 억지로 경수의 어깨를 잡고 자신을 보게 했다. 나 없을 때 무슨 일 있었어? 찬열의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투영하게 경수를 비춰보고 있는 듯했다.
경수는 그저 고개를 절레 흔들면서 너랑 친해 보이면 안 돼…. 하고 작게 속삭였다. 경수가 제 어깨를 잡고 있던 찬열의 손을 자신의 손으로 억지로 떼어냈다.
…분명 이상하다. 왜 친해 보이면 안 된다는 거지? 카톡 내용도 그러고 보니 좀 이상했던 것 같다. 경수, 자의적이라기엔 뭔가….
“누가 나랑 친하다고 뭐라고 하거나 그런 거야?”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리고 찬열의 귓가로 다 티가 나도록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경수 그 찌질이 새끼가 변백현 데리고 이상한 짓 하려고 했다며?’
‘그래, 와이셔츠도 뜯겨 있고 막 울고 장난도 아니었잖아.’ ’근데, 박찬열은 애 아빠 된 거 확실하데?‘
’몰라, 그 이세희 걔도 알만하다. 박찬열이랑 같은 급이잖아. 여자라서 애 낳고 걸레소리 듣고 좀 불쌍하네.‘ ’야, 박찬열 들을라, …볼륨 낮춰.‘
이미 다 들었는데. 찬열은 조용히 자리에 일어나 제 뒤에 있던 준태놈의 멱살을 쥐었다. 뭐가 어쩌고 저쨌는데? 다시 나한테 말해봐.
자리에 앉아 있다가, 그대로 몸이 딸려 일어난 준태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반장을 불렀다.
“반장이 뭐라도 되는 줄 아나보지?”
“…미안, 근데 나도 들은 거라.”
“누가 퍼트렸는데?”
“그냥 돌고 돌아서.”
그의 구세주라도 되 듯 반장인 준면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 사건을 중재하려는 듯 찬열의 팔을 붙들었다. 그러자 찬열의 따가운 시선이 준면에게로 닿았다.
“많이 컸네. 김준면. 병풍반장주제에 지금 누굴 잡아?”
“…너 자꾸 나 무시하는데. 조심해. 너도 왕따 당할라.”
“어이없네. 이 좇만한 새끼가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몰라? 우리 반에서 변백현이랑 안 친하면 잘 놀고 잘 나가고 뭐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이 새끼가 지금 돌았나. 찬열은 준태의 와이셔츠 깃을 붙들고 있던 손을 놓고 준면에게로 손을 뻗었다. 약하게 명치부근을 주먹으로 치며, 다시 얘기해봐.
변백현이 뭐 어쩌고저쩌고? 준면의 말이 미약하게 떨려왔다. 웃겨, 결국 쫄거면서. 찬열은 비릿하게 웃으며 준면의 명치를 강하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준면이 뒤로 밀려 제 배를 잡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백현과 눈이 마주쳤다. 모든 일의 원인은 변백현에게 있었다. 이유모를 증오와 시기가 불타올랐다. 찬열은 망설이지 않고 곧장 발을 백현에게 옮겼다. 옆에 있던 김종인도 보이지 않았다.
단지 저 거슬리는 변백현이 미치도록 얄미웠을 뿐 이였다,
*
시끄러운 교실의 분위기 속에 민석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찬열이 백현의 뺨을 때렸다.
백현은 또 예의 약한 척을 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런 백현에게로 아이들이 몰려가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
오늘은 어쩐 일로 준면이 백현의 옆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그에 조금 밀려난 종인이 보였다. 하지만 종인은 별 상관없는 듯 그런 그들을 지켜보았을 뿐이였다.
머리아파. 민석은 오늘도 그냥 교실에 있지 못하고 교실을 나와 보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건실 문을 열자,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보건선생님 루한이 보였다. 창문으로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와 밝게 염색한 루한의 머리가 금빛으로 물들어 보였다.
오늘도 선생님은 여전하구나.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나는 선생님의 얼굴이 가까워질수록 민석은 왠지 모르게 설레는 마음이 들어 수줍게 미소 지었다.
‘저 왔어요.’ 보건실에 출근도장이라도 찍 듯 늘 하는 말이였다.
“어제도 애들이랑 노느라 잠 못 잤어?”
“네, 피곤해요….”
“피부 안 좋아지겠다. 민석이는 애기 같아서 …피부도 애기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을 하는 루한에 민석이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세훈이가 안 보인다. 아마도 교실에 계속 있나보다.
어쩐 일이지? 민석은 루한과 단 둘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같아서 계속 루한의 앞에서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자꾸만 말을 걸었다.
선생님은 어제 몇 시에 잤어요? 선생님은 혈액형이 어떻게 되요? 어제, 저는 친구들이랑 노래방 갔다가, 피씨방 갔다가 또 종인이네 집 가서 놀았어요.
아, 물론 거기에 백현이도 있었어요. 조잘조잘 말을 하는 민석을 바라보는 루한의 표정이 꽤나 다정하다. 열일곱 살 소년의 이야기는 풋풋함이 깃들어있었다.
어제 선생님은 열한시에 잤어. O형이야. 아, 피곤하겠네.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 말들이였지만, 그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아이의 순수함이 묻어있는 듯 했다.
피곤하다며. 자고 가. 루한은 민석의 동그스름한 머리통위로 손을 올리고 다정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민석이 수줍게 웃으며 그럼, 자고 갈께요. 하고 뒤돌아섰다.
커튼을 걷고 침대의 이불을 걷어 내고 몸을 뉘였다. 왠지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왜 이러지? 선생님이 좋아서 그런가보다. 친절하고, 또 착하고. 예쁘고….
루한은 보건실의 부족한 약품을 작성하며, 무엇을 더 들여와야 할지 고심하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이라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많아,
거즈와 의료테이프를 평소 때 보다, 한 세트 더 주문하고 또…, 별거 다치지 않은 걸로 데일밴드를 찾는 아이들을 위해. 데일밴드 역시 많이 구비해놓을 생각 이였다.
학교에서 보건실에 책정한 예산은 넉넉하고도 넘쳤다. 또, 뭐가 좋을까? 쾌적한 환경을 위해, 산세베리아 화분을 놔두는 것도 괜찮겠다….
머릿속으로 정리를 하며 타자기를 두드렸다. 그리고 보건실 문이 열려 쳐다보자, 이번엔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다.
이번 해에 발령받으셨다는데 같은 중국출신이라고 어찌나 살갑게 대하던지, 아마 루한에게 가장 친한 선생님이 생긴다면 바로 이 영어선생님이 아닐까?
“크리스 선생님, 오셨어요?”
“네, 선생님. 저 2교시에 수업 없어요.”
“매일 내려 오셔도 괜찮겠어요?”
“에이, 선생님 보러오는 건데 이 정돈 일도 아니죠.”
그러고 보니 루한은 단 한 번도 교무실에 들려 크리스를 찾은 적이 없었다. 항상 크리스가 먼저 1층까지 내려와 루한에게 말을 걸어오곤 했다.
가끔은 지나치게 친절해 보이는 크리스가 부담스러웠지만 원채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탓에 루한은 그러려니 했다.
같은 중국출신인데, 영어선생님인 크리스도 중국태생이지만 한국에 온지 오래된 루한도 서로 대화를 할 때는 애써 중국어를 하지 않아도 되었다.
실은 루한이 한국어가 더 편해 그런 것도 있었다. 장난스럽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 오는 크리스에게 한국말로 응해준 뒤로 크리스는 계속 한국어로만 얘기했다.
“오늘은 세훈이 안 와요?”
“오, 선생님도 아시네요?”
“저 있을 때마다 매일 있었잖아요. 안 보이 길래.”
“…뭐, 교실에 있어서 나쁠 건 없죠.”
하긴요, 수업시간에 보건실에만 계속 있는 게 정상은 아니죠. 우스갯소리로 말을 해오는 크리스가 루한에게 속삭이듯 물었다.
그럼 아무도 없어요? 루한은 손가락으로 침대 쪽을 가리키며 학생 한 명 있어요. 자요. 하고 얘기했다.
“아쉽다. 선생님하고 단둘이 있는 줄 알고 좀 설렜는데….”
“…왜 설레요?”
“그냥, 그런 게 있어요.”
크리스는 루한의 첫인상을 예쁘다. 로 정의했다. 남자에게 이런 호칭을 붙인다는 거 자체가 좀 웃기긴 한데, 그 정도로 루한에게서 빛이 났다.
딱 트인 창가 가득 햇빛이 들어오는 구조에 원목소재의 책상앞에 앉아있는 루한은 햇빛, 그 밝음에 절대 뒤지지 않는 후광이 있었다.
흰 피부에 금빛의 머리,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흰 가운까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더욱 아름답게 정의해주는 얼굴까지도.
“선생님, 사촌 중에 저희 학교 신입생 있다고 했죠?”
“아, 네.”
“누구에요? 궁금하다. 분명 중국이름일 텐데, 보건실엔 아직 그런 애 없었거든요.”
“타오에요. 황쯔타오. 걔가 원채 건강해서 다칠 일이 없어요.”
아, 그럼 볼 일 없겠다. 루한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어설프게 웃었다.
루한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다. 같은 사람이 맞긴 한 건지, 지금 숨을 쉬고 있긴 한 건지. 모든 게 이채로웠다.
그 정도로 눈앞에 있는 루한 선생님이 현실적으로 생기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나도 어디 가서 외모로는 꿇린다는 소리 들은 적 없는데….
크리스가 루한의 얼굴을 찬찬히 눈으로 훑었다. 너무 대놓고 쳐다보는 거 같긴 한데. 그래도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는 얼굴이었다.
예쁘게 진 쌍꺼풀, 길게 뻗은 속눈썹. 다갈색의 눈동자, 그리고 곧게 뻗은 콧대, 혈색이 감도는 분홍색 입술.
조막만한 얼굴에 어떻게 이렇게 다 들어가 있는 거지? 크리스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요?”
“…선생님, 선생님은 애인 있어요?”
“아, 아뇨.”
“…인기 많을 거 같은데.”
아, 맞다. 선생님. 저보다 한 살 많으시다면 서요. 높임말 계속 쓰시니까. 어색해요. 말 편하게 해도 되요.
대화의 흐름을 바꿔보려는 듯 루한이 그렇게 얘기하자, 크리스가 멋쩍은 듯 웃으며 그래도 돼? 하고 물었다. 루한은 고개를 아래위로 두 번 흔들었다.
“편한 게 좋잖아요. 딱딱하기만 한 대화 재미없어요.”
“루한은 계속 그렇게 말 안 놓을 거야?”
“제가 어리니깐요.”
“…한국사람 다 됐네. 한국사람 같아.”
루한의 얼굴에도 크리스의 얼굴에도 밝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느덧 종이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멎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
건실문이 또 한 번 열리고 세훈이 들어왔다. 크리스가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또 왔네. 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루한의 시선이 크리스에게서 세훈에게로 넘어갔다.
세훈이 제 머리를 흩트리며 조금 성이 난 표정으로 루한에게 걸어왔다.
“무슨 일 있었어?”
“…반에 싸움 났어요. 물론 전 안 싸웠는데. 패싸움이라 곤란하게 됐어요.”
“싸움?”
“네, 그것도 힘 있는 애들끼리 붙어먹어서는…. 모르겠어요. 나 머리 아파요.”
세훈이 작게 투정부리며 선생님 해열제 있어요? 저 머리 아픈 거 같은데…. 하며 툴툴거렸다. 애다운 그 모습에 루한이 글쎄? 하면서 세훈의 이마위로 제 손을 짚었다.
열은 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뜨거울 뿐 이였다. 적정한, 미지근한 체온에 불과했다. 열 안 나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세훈이 열나요. 열나는데? 하면서
다시 루한의 손을 제 손으로 잡고 제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그 고집스러운 모습에 루한이 소리 내어 웃었다. 못 말려.
알았어. 쉬었다 가. 차마 약을 줄 수는 없고 작은 냉장고에서 냉찜질 팩을 건네준 루한이 학번 쓰고 이거 머리위에 올리고 누워 있어. 하고 얘기했다.
“선생님이 적어줘요. 어차피 보건실 매일 와서 선생님도 외웠잖아요.”
“…알지만, 그래도 이거 내 글씨체로 쓰면 이상한데.”
“몰라요. …적어줘요.”
세훈이 그대로 뒤돌아섰다. 이마위에 냉찜질 팩을 얹은 채로 침대 근처로 갔다. 그리고 왼쪽 침대의 커튼을 걷었는데, 잠들어 있는 민석을 보고 다시 커튼을 쳤다.
반대로 뒤돌아서서 오른쪽 침대의 커튼을 젖히고 비어있는 침대위로 바로 몸을 뉘였다. 루한은 익숙하게 세훈의 학번을 적고 아직도 자고 있을 민석을 깨우러갔다.
학교의 규정상 두 시간 이상은 보건실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커튼을 걷고 민석을 흔들어 깨우자 작게 인상을 쓰며 비척비척 몸을 일으켰다. 지금 몇 교시에요?
“3교시, 종 방금 쳤어. 올라가봐.”
“…아, 시간 너무 금방 간다.”
“수업 또 듣고 자러와.”
“그래도 되요?”
“응, 편한대로 해.”
민석이 몸을 일으키고 침대의 이불을 정돈했다. 가지런하게 이불을 정돈하고 아직도 제 앞에 서있는 루한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또 봬요. 웃으며 뒤돌아섰다.
루한 역시 그런 민석을 보며 웃어줬다. 보건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제 자리로 돌아가려던 루한은 세훈의 목소리에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아무도 없죠?”
“…응.”
“이리와 봐요.”
커튼이 걷혀졌다.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은 채로 고개를 위로 들고 있는 세훈과 눈이 마주쳤다. 세훈은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마 위에 올린 얼음팩에서는 잔뜩 물이 맺혀, 세훈의 볼을 타고 녹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찜질전용 천을 준다는 걸 깜빡했다.
그 천으로 감싸야, 물기를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 있는데…. 루한은 급하게 뒤돌아서서 그 천을 가지고 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에 루한은 세훈의 손에 손목을 붙들렸다.
“어디 가요?”
“얼음팩에서 물 흐르잖아. 선생님이 깜빡했네. 감쌀 천을 챙겨줬어야 했는데….”
“괜찮아요. 그냥 여기 있어요.”
고집부리긴, 어느새 볼을 타고 흐르던 물이 세훈의 무릎께로 톡톡 떨어졌다. 루한은 세훈이 깔고 앉은 이불을 끌어 그런 세훈의 무릎위로 덮어주었다.
이제 교복이 젖진 않겠다. 세훈은 아무 말 없이 묵묵하게 찜질팩을 손으로 짚고 베개위에 얹어놓았다. 그리고 루한을 바라보며 제 침대를 손으로 두드렸다.
앉으라는 건가? 루한은 말없이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세훈과 이렇게 보는 건 또 처음인데…. 왠지 분위기가 선생과 학생의 분위기는 아닌 듯 싶어서
루한이 잠시 당황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려는데. 또 세훈에게 손목이 붙들렸다.
“같이 있고 싶어요.”
“…나 일해야 되는데.”
“보건선생님이 일은 무슨 일이에요. 나. 가고 나서 충분히 할 시간 많잖아요.”
“그래도 선생님은 선생님이라 할 일 있어.”
“싫어요.”
“…왜 그래?”
“선생님이랑 같이 있고 싶으니깐요.”
오늘따라 유독 세훈의 표정이 심통이 나있었다.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묻자, 아까 얘기했잖아요.
반 애들 싸움 있었다고. 하고 작게 입을 오므리는 그 모습에 루한은 세훈의 이마에 제 손을 짚어보았다. 얼음팩을 대고 있었던 이마는 좀 차가웠다.
“열 안 나요.”
“…아까 난다고 했으면서.”
“머리 아파서 그랬어요.”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
“열도 안 났는데, 얼음팩 대고 있으면 아픈 머리가 괜찮아져요?”
세훈의 말에 루한이 고개를 내저었다. 한 숨과도 같이 세훈이 길게 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친구인지 사랑인지 감정이 모호할 때가 있어요. 근데 그 대상이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더더욱.
분명 이제는 친구에 불과한데, 그 사람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걸 제 눈으로 보니까, 괴로워 죽을 거 같았어요.
이제 열일곱밖에 안 먹어놓고 제가 무슨 사랑을 논하겠어요. 머리 아픈 짓 그만하고 싶어요. 진짜
…선생님만큼 예쁜 애인, 한 명만 있었으면 좋겠다.
“…세훈아.”
“또, 또! 어리다는 소리하려는 거면 그만둬요. 어려도 선생님 좋아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좋은 사람, 찾을 거야.”
“선생님은 안 된다는 말, 하지 마요.”
세훈의 손이 루한의 손목에서 손으로 미끄러져 내려왔다. 손가락 틈사이로 자신의 손을 맞춰끼우며
세훈은 침대에 기대어 있던 자신의 몸을 일으켜 루한에게로 가까이 다가왔다.
지금 나한테 가장 필요한 건 선생님이에요. 옛 사랑, 그런 거 필요 없어. 이제 선생님이면 돼요.
너무도 가까워서 세훈이 숨을 쉬고 내쉬는 게 다 느껴졌다. 세훈은 루한의 어깨에 자신의 턱을 괴었다.
루한은 왠지 그런 세훈을 피할 수가 없어져 그 자세 그대로 있어주었다.
“선생님, 이름 부르고 싶어요.”
“이름? …불러도 괜찮은데.”
“…루한.”
“…그건 안 되지, 뒤에 선생님은 붙여야지.”
“언제까지 학생으로만 볼 건데요…?”
세훈이 숨을 쉬고 내쉴 때마다 루한의 목께로 바람이 불어들었다. 아, 진짜 가깝구나. 루한은 제 어깨를 손으로 짚으며 세훈과 저의 접촉을 애써 막았다.
하지만 볼가에 닿는 입술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전개였다. 루한이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제 볼을 매만졌다.
“어려도 사랑할 수 있어요.”
세훈이 자연스레 루한의 어깨를 등 뒤로 감싸 안았다. 떼어내려고, …벗어나려고 했는데. 잠시만요. 선생님 잠시만 이렇게 있어요.
속삭이는 세훈의 목소리에 루한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가 떴다.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건지. 판단할 겨를도 없이 세훈의 목소리가 또 귓가로 꽂혔다. 좋아해요, 선생님.
----------------------------------------------------------------------------------------------------
이런 루한앓이, 백현앓이 작품을 보았나.. .하... 심각하네여.. 이런 심각한 다각이..ㅋ.
6편은 찬백카디.. 교실시점으로 갑니다..ㅏㅎ.ㅏㅎ.ㅏㅎ.ㅏ.. 조금씩 언급해놓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난 거 같죠?하하하ㅏㅏ....하.... 네 예상은 하고 터트리긴 했지만...^^...
찬열이 전 여친 얘기 전혀안나옴 궁금해 하던 분들미안 ㅋㅋㅋ아마 다음편이나 다다음편에나 다뤄질 거 같으네여..하하핳...
헛웃음만 나네..^^.... 또 암호닉 답글 다 못달아줘서 멘붕옴... 본의아니게.. 선착순..하는 거 같고.. 편애하는 거 같고.. 미안해죽것네여.ㅠ.ㅠ
엉엉.. 하루 종일 글쓰느라 손이 없어요.ㅠㅠ 이것도 12시 전에 올리려고 아등바등 했네여..ㅠㅠㅠ..엉엉.
이틀 연재텀 맞춘다고 맞췃지만.. 11시가 넘었다는게 Fail... 기다리셧져? 흡.. 죄송해여..
┌암호닉ㄱ 여기똬앟!!!!
하루님 설리님 똥님 국산돼지님 에이크님 성게님 프라다님 루멘님 잉여님브로콜리님 민간신앙님 됴경수역님
소담쨩 CC라떼님 클클님 기니피그님 됴아됴아님 뭐라카이님 내츄럴님 망고님 모모쨩 몽쉘님 소다님 서삐님 푸푸님
비둘기님❤❤ 수박님♥ 하루살이님 리카님 파랑새님 백현♥ 108배님♥ 엑소♥ 됴미노님 우박님 이불익인님♥ 샤프님♥
비타님♥하이온님♥ 행여님 빵빠레♥
흰자부자님♥♥(공부열심히하세요♥, 응원합니다.)
경찌기님♥(갤럭시ㅠㅠ저도 갤럭시인데 물론 S2)
밥줘님 이불님 돌핀님♥(감사해요.ㅠㅠ차분히보셔도 되요)
5.31님♥(이런 고백 감사해요. 시험 잘보시고 암호닉 기억할게요♥)
엑소수니님♥(재밌다는 댓글이 제일 뿌듯해요. 감사해요ㅠ.ㅠ! 사랑함돠♥)
잇쨩님♥♥(날리셨다니.흡. 감사합니다.ㅠㅠ 힘내세용!)
미자님♥(하트는 붙여드릴 분에게 마땅히 붙여드린 겁니다. 삼행시너무 귀여웠어요ㅎㅎ)
마늘님♥♥(답도 못달아드리고 하트라도 드려야할 거 같아서여..엉엉. ㅠㅠ 어머 신림동 사셨군여.. 전 아무 연관없지만.ㅋㅋ
반가우시다니.ㅎㅎ. 노력을 해야 좋은 글이 나올 거 같아서 지도도 보고.. 필요에 따라선 거리뷰도 봐요.ㅠㅠ)
백백님♥♥(진짜 항상 너무 고마워영.ㅠㅠ정성스러운 감상평.ㅠㅠ 갈비 맛잇겟다.. 하하..ㅠㅠ 전 삼겹살 먹었어여..
헤헿.. 브금 선정 못하면 전 글을 못쓴답니다.. 음악이 있어야 글을 쓰거든요..ㅎㅎ! )
세균맨♥(드립쨩.ㅋㅋ세균맨스백이라니 광대퍽발.햏..근데 찬열x세균맨은 절때 안댄당.. 찬열x세훈은 또 모를까.ㅋㅋㅋ)
베지밀님♥(시험 잘보세여.ㅠㅠ핳.ㅠㅠ친구한테추천까지하다니ㅠ 부끄럽지만 좋네여ㅠㅠ감사해여)
재문이님♥(으아.ㅠㅠ 감사해여 레이나는..네이휑에 치시면...헤헿.. 파일본을 찾을 수 잇을거에여...ㅎㅎ..
물론 올려져잇는곳이 한 곳밖에 없다는게 함정.. 찾아오셔요.ㅠㅠㅠ)
마퍼라님♥♥(정성스러운 감상글에 항상 전 감동한답니다.. 경수는 항상 불쌍하고..ㅠㅠ.. 아무튼.. 진짜 감사해여..ㅠㅠ 열심히 쓸게요)
아미노산님♥♥(제가 그걸 노렸나바여..3편못된백현이 4편은 그런 백현이 살려주는 편..ㅠㅠ
종대 캐릭터 잘잡은거 같아여.. 좋으다..ㅠㅠ하지만.. 여러모로 안좋은 사건이 많네여..ㅠㅠ잘 풀렸으면..ㅠㅠ
어떻게 이어질지 짐작이 안가서 흥미진진하다니..ㅠㅠ 감사합니다ㅠㅠ!)
끙끙찬신님♥♥(헐, 님 제가 님 떡설 보면서 허덕인거 아시죠? 맙소사.. 암호닉 신청이라니.ㅠㅠ 반가워요 ㅠㅠ 진짜 사랑해여 ㅠㅠ♥)
됴리퐁님♥♥(백현이 캐릭터가 좀 그릏네여.ㅠㅠ하하. 불쌍하고화낫다가불쌍하다가화낫다가.ㅠㅠ종인이드 사정이 잇을거에여.ㅠㅠ엉엉 감사합니다. 하트!)
콕써님♥(기억하죠.ㅠㅠ얼마나 열심히 레이나를 달려주셨는데여.ㅠ!감사함돠)
라임님(기억해요.ㅠㅠ시험잘보세요!감사함돠!)
부엉이작가의 날샘구상..ㅠㅠㅠ |
바카라를 스포할 수 는 없으니.. 5편 쓴거랑..ㅋㅋㅋㅋ 레이나 비공개번외 카디구상 보여드릴게여..하하하.. 오늘 나온 부분 일부가 있을 것 같고 저 구상 그대로 안가고 수정 좀 거쳐서 나가여..ㅎ.ㅎ... 분명 초반엔 글씨가 정상 적이엿는데. .뒷장 글씨체 ㅋㅋㅋㅋㅋㅋㅋㅋ저 어제 6시 넘어서잠. 6시만 넘었겟어여?ㅋㅋㅋㅋㅋ저 8시에도 한 번 더 일어남 그리고 오늘 2시 30분에 일어남 물론 오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본격 글씨가 동안주의...ㅎ.ㅎ.. 제가 원래 글을 좀 동글하게 써여.ㅋㅋㅋㅋ엄청 대충쓴거니까... 발글이라고.. 욕하시면 안되여.. 이거 다 새벽 4시 넘어서 쓴거니까...ㅇㅇ.. 5시도 넘어서 쓴거같음.ㅠ.ㅠㅠ 뎬댱 엉엉.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겨. 이딴걸 구상이라곸.ㅋㅋㅋㅋ '좌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건 카세 단편 구상과 뻘글.ㅋㅋㅋㅋㅋㅋㅋ 카세는 카세카섹해 ㅋㅋㅋㅋㅋㅋ제목패기보소 ㅋㅋㅋㅋ 바카라쓰다가 펜들고 잠들뻔함 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정신 차리고.. 펜놓고.. 이불덮고 잣음.. 엉엉...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