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나 오늘 좀 늦어. 먼저 자고 있어."
일이 밀려 늦게 퇴근한다는 나의 전화에 너는 알겠다며 너무 무리하지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해주었다.
지금 내가있는 이 사무실.
보통의 회사 사무실처럼 꾸며있지만, 사실상 여기 사람들은 한 조직의 일원이다.
영화나 소설에 나올법한 그런조직. E카르텔.
지금은 내곁에 없는 나의 가족, 친구들의 생명을 포함한 모든것을 빼앗아간 조직에 맞설 유일한 조직이 이 조직이다.
나의 모든것을 숨기고 이곳에 발을 들이기까지의 과정은 너무나 쉬웠다.
오늘 동네 깡패녀석들이 우리 조직원중 한명에 시비를 걸었단다.
아마 뭣도 모르고 덤볐을텐데, 이녀석은 보기엔 비리비리해도 보스의 신뢰를 한몸에 받는 녀석이라 쉽게 넘어갈 상황이 아닌것이리라.
나와 그녀석을 포함한 조직원들 몇이 오늘 손좀 보라고 명령이 내려왔다.
그 깡패녀석들은 겉만 우악스럽게 치장한 서커스단원에 불과했다.
일을 크게 벌리면 서로 좋을 것도 없어 겁만 주고 보냈다.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시간은 새벽 한시 반을 향해가고 있었다.
조용히 나오는 라디오를 감상하며 가는 도중 문자한통이 왔다.
아마 평생 내 옆에 있을 너의 문자.
발신인-아가.
'아저씨.. 나 잠이 안와요. 아저씨 언제와? 보고싶은데..'
내가 옆에 있어줘야 비로소 잠이 들던 너였기에, 오늘 처음 생긴 나의 빈자리가 너무 컸나보다.
'아가, 아저씨 이제 거의 끝나가니까 좀만 참아. 알았지? 문 잘 잠그고 있고.'
혼자 넓은 침대에서 뒤척거릴 너를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내가 없는 너는 어떠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