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피스톨즈 03
뭐댜
"임신초기라 많이 조심해야 될거야. 오늘같은 상황은 초기대처가 빨라서 유산까지는 안될 것 같고, 계속 찬물로 꾸준히 마사지해주면 금방 돌아올거고."
강박사가 백현의 손등에 링거액을 꽂고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까무룩 잠이든 백현을 한번 본 찬열이 감사하다며 강박사와 짧은 악수를 나눈다. 찬열이 늦은저녁이라 기사를 불러 차로 모셔다 드린다는 말에 강박사가 되었다며 호탕하게 웃더니 곧 빠르게 저택을 나선다. 강박사가 나가고 한숨 돌린 찬열이 마른세수를 한다. 그리고 잠깐 깊은 숨을 내쉬더니 다시 백현을 보려고 침실로 향하자 종인이 2층에서 내려온다.
"형"
"할말없다."
"하아… 실수잖아. 나 이제 이런걸로 감정싸움하기 싫-"
"실수?"
종인이 자리를 피하려는 찬열에게 다가서자 찬열이 실수로 끝맺어버리는 종인의 말에 화가나는지 뒤돌아 마주선다. 이제 막 경수를 달래고 왔는지 종인 또한 표정이 좋지 못하다.
"그래 실수."
"백현이 임신했어."
"…!!"
"니가 말하는 그 실수때문에 유산할뻔 했어. 더 정확히 말해줘? 앞으로 이 대(大) 붉은늑대 집안을 이을 내 아기가!! 사라질 뻔 했다고."
찬열의 두 눈이 붉은 색으로 변해버린다. 그에 종인이 놀랐는지 아무말도 없이 서있기만하자 찬열이 끝까지 종인을 죽일 듯 노려보다 곧 화를 참는 듯 깊은 숨을 내쉬더니 뒤돌아 침실로 들어가버린다. 쾅 닫혀진 문을 바라보던 종인이 이마를 부여 잡는다.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이런 모습따위 경수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종인이 그대로 거실 한켠에 서 있자, 물 떠온다는 종인이 한동안 돌아오지 않아 일층으로 내려왔던 경수가 이마를 부여잡고 있는 종인을 봤는지 빠르게 다가온다.
"종인씨… 괜찮아요?"
어느새 경수의 손등에도 하얗게 붕대가 감겨져 있다. 경수가 이마를 붙잡고 있는 종인의 팔을 두 손으로 잡고 내리자 종인이 천천히 경수에게 몸을 기대온다. 자신보다 큰 몸을 끌어안은 경수가 두 눈을 감는다. 미안해요. 경수가 애써 참고있던 눈물을 터뜨리자 종인이 그런 경수의 뒷머리를 쓸어주며 말한다.
"뭐가 미안한데."
"…그냥…다."
경수가 종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자 종인이 그런 작은 경수를 안고 토닥인다. 아직은 안돼. 아직은. 종인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경수은 작은 몸을 세게 끌어안는다.
*
"아가 괜찮아?"
찬열이 웃으며 아직은 홀쭉한 백현의 배에 귀를 가져다 댄다. 그러자 백현이 소리내 웃으며 아직은 콩알만한데 뭐하는거냐며 자신의 배에 가있는 찬열의 얼굴을 붙잡아 입맞춘다. 가볍게 입맞추려했던것이 찬열이 깊게 들어와 어느새 진한 키스가 되어버렸다. 찬열이 백현의 뒷목을 붙잡고 혀를 섞자 백현 또한 찬열의 목에 두 팔을 둘러 입안 곳곳을 빨아드리는 찬열의 혀를 받아들인다. 어젯 밤에 생긴 예기치 못한 사고에 백현은 하루종일 침대 위에 누워있어야 했다. 찬열도 백현이 잠든 사이에 빠르게 회사일을 마치고 들어와 계속 백현과 함께 있는 중이다.
"흐음, 이제 그만."
백현이 길게 이어지는 키스에 목을 뒤로 빼고선 말하자 찬열이 알겠다며 백현의 하얀 얼굴이 쪽쪽 입맞춘다.
"자기 놀랬어?"
"심장 바닥에 떨어지는 줄 알았어."
찬열이 백현의 옆에 나란히 누워 팔베개를 해준다. 그러자 백현도 자연스럽게 찬열에게 기댄다. 거짓말한다. 백현이 키득거리며 찬열의 입술을 쿡쿡 찌르자 찬열이 손가락을 붙잡고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댄다. 아프지마. 나 진짜 아무것도 못해.
"또 거짓말."
"진짜야 오늘 회사가서 아무것도 못했어."
찬열이 백현의 이마에 입맞추며 한쪽 손으로는 배를 둥글게 쓸어준다. 너만 아파도 힘든데 뱃속에 아가도 아프니까 내가 두배로 힘들지. 안그래? 찬열이 계속해서 백현의 배를 둥글게 쓸어주며 말하자 백현이 맞는 말이라며 찬열의 품속을 더 파고든다. 나 이제 괜찮은데 일어날까?
"왜 하루종일 누워있으니까 힘들어?"
"응 그것도 있고 이제 어머님 오시잖아. 슬슬나가서 준비들 잘하고 있나 살펴봐야될 것 같아."
백현이 일어나려는지 상체를 일으키자 백현이 일어나는것을 도와준 찬열이 백현과 함께 침대에서 내려온다. 무리하지 말라는 찬열의 말에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침실을 나선다. 찬열은 회사에서 끝내지 못한 일이 있는지 서재로 향했다.
"어머 나오셨어요?"
"네, 뭐 준비는 잘 돼가요?"
"네 작은 사모님이 나오셔서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고 계세요."
도우미가 부엌 한켠을 가리키며 말하자 백현이 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무엇을 하는지 경수가 소매까지 접어 올린 채 열심히 무얼 하고 있다. 그에 백현이 천천히 그곳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리고 경수를 부르자 경수가 뜻밖에 목소리에 놀라서 어깨를 움찔 떨더니 곧 끼고있던 고무장갑을 벗고선 뒤돌아 백현과 마주보고 선다.
"뭐 이렇게 놀래? 죽을 죄 졌어?"
"아뇨…. 저…어제는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 몸은… 괜찮으세요?"
"몸…? 내 몸? 아니면, 내 뱃속에 있는 아기?"
백현이 무심한듯 뒤돌아 테이블 위 반찬통에 담겨있는 나물의 맛을 보며 말하자 백현의 말에 놀란 경수가 그대로 굳어있자 백현이 씩 웃으며 말한다. 도련님이 동서 걱정할까봐 내가 임신한거 말 안했나보네? 내가 실수한건가…. 백현이 맛을 본 나물이 짜다며 도우미에게 말하고선 싱크대에서 양념장이 묻은 손을 씻는다.
"뭐야 동서 울어?"
"네? 아, 아뇨…."
경수가 자기도 모르게 흐른 눈물에 손등으로 쓱쓱 닦자 백현이 픽 웃어버린다. 백현의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에 경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코를 훌쩍인다. 마주보고 서 있는것만 해도 이미 백현은 경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벌벌 떨려오는 다리에 금방이라도 주저 앉을 것만 같다. 그런 경수를 눈치챘는지 백현이 도우미가 금방 갈아온 오렌지 주스를 받고선 더 보자는 식으로 경수를 위아래로 훑어본다.
"동서"
"…네."
"동서가 실수라니까, 그리고 이미 많이 놀란 것 같아서 더 말은 않겠는데, 어제와 같은 일이 한번만 더 일어나면 나 안참아. 정신을 어따 팔고다니면 그런 실수를 해?"
백현의 날카로워진 음성에 경수가 또 다시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죄송하다며 인사한다. 그런 경수를 본 백현이 됐다며, 도우미들에게 이것저것 지시한 뒤 부엌을 나간다. 백현이 나가자 경수가 손등으로 눈가를 벅벅 문지른다. 이쁨받고 싶었는데, 종인의 가족들한테. 처음부터 틀어져버렸다. 경수가 너무 힘든지 한숨을 작게 내쉬다 곧 다시 싱크대 앞으로 고무장갑을 낀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다.
*
종인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자신과 경수만 빼고 지금 이 식사자리는 화기애애한다. 어머니는 백현의 임신소식을 듣자마자 너무 잘됐다며 백현의 밥숟가락에 반찬 올려주기 바빴고, 경수는 식모처럼 그들의 반찬과 국을 떠나르기 바빴다. 종인이 점점 화가나는지 들고있던, 아니 들고만 있던 숟가락을 식탁위에 소리나게 내려놓는다. 그에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고있는 모두가 종인에게 시선을 옮겨진다.
"경수야 너도 이제 그만하고 자리에 앉지그래."
"…아… 네 이것만 하고 앉을게요."
백현이 국이 맛있다며 말하자 어머니가 자리에 앉으려는 경수에게 국을 떠오라며 시킨 것까지가 데드라인이었는지 종인이 애써 굳은 표정을 풀며 국을 뜨고있는 경수에게 말하자 경수가 당황해서 알겠다며 마저 국을 퍼오고 백현의 앞에 놓아준다. 그리고 드디어 종인의 옆에 자리잡고 경수가 앉았다. 식사가 시작된 지 십오분 만이었다.
"그래서 아기집은 잘 형성되고있다니? 어제 강박사 다녀갔나며."
"네, 이제 얼마안됐어서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네요."
"…아이참, 어머니도, 아직 몇일 되지도 않았어요 어머님."
백현이 부끄러운 듯 말하자 어머니가 부담스러웠냐며 백현을 보고 웃어보인다. 경수에게 단 한번도 보여주지 않은 웃음을 백현에게는 마치 친 자식마냥 대해주신다. 그에 경수가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종인의 자신의 밥그릇 위에 반찬을 올려주자 작게 웃으며 첫술을 뜬다. 그리고 그때
"얘,"
"…네?"
"백현이 지금 몸조리 잘해야하니까 네가 내일부터는 회장님 아침주스하고 나 목욕물은 백현이말고 네가 해."
윤여사가 경수에게 차가운어조로 말하자 옆에 있던 종인이 화가나는지 한마디하려가 갑자기 손을 몰래 잡아오는 경수에 찬물만 들이킨다.
"네 알겠습니다."
경수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백현이 그런 경수를 한번 보더니 곧 픽 웃는다. 그러자 윤여사와 찬열이 왜그러냐며 묻자 백현이 손등을 입으로 가리더니 곧 웃음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아니, 동서 옷이…. 백현이 경수를 가리키며 말하자 경수가 자신의 입은 옷을 내려다 본다. 그냥… 무난한데.
"어머, 그게 뭐니, 명색에 붉은늑대집안 막내 며느리라는게 그런 품위없는 옷을 입어서 되겠니?"
"……아…네…."
경수의 옷차림은 정말 그냥 무난했다. 흰색 라운드 티에 면바지. 그에 반면에 백현은 집안에서도 와이셔츠 위에 니트 그리고 검정 슬랙스 차림이었다. 품위없다는 말에 경수가 어쩔 줄 몰라하자 백현이 한번 더 웃어버린다.
"동서, 내가 그때 카드 안줬어요? 그걸로 옷 좀 사입지. 나중에 기사들한테 사진찍히면 우리 집안 망신인거 몰라요?"
"…네 죄송합니다."
경수가 죄송하다며 사과하자 백현이 자신한테 왜 미안하냐며 쿡 웃는다. 그리고 종인이 더이상은 못참겠는지 어머니와 백현을 보고 한마디한다.
"지금 사람 앞에두고 뭐하는 겁니까."
"…뭐?"
"대놓고 면박주고, 사람 무안주니까 좋습니까?"
종인이 얼굴을 붉히며 백현에게 말하자 백현이 놀랐는지 곧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아니, 난…. 백현이 놀라하자 조용히 식사를 이어나가던 찬열이 숟가락을 식탁위에 내려놓으며 한마디 내뱉는다. 김종인 조용히 해. 형수가 한마디 할수도 있는거지 그것같고 어디서 어머니도 계신데 큰소리야. 찬열이 종인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하자 경수가 자신때문에 나빠진 상황에 종인의 손등을 꾹 부여잡는다. 참으라는 경수의 신호에 종인이 자리에서 먼저 일어난다. 여전히 앉아만 있는 경수에 종인이 경수의 손목도 잡아 일으킨 뒤 먼저 식사자리를 나와버린다. 그런 상황에 백현이 울상을 짓자 윤여사가 되었다며 마음쓰지 말라며 백현을 토닥인다.
"어머님… 저는 그냥 동서가 걱정되서 한 말이었는데…."
백현이 속상해하자 윤여사가 정말 품위없는 것을 집안에 들이는게 아니였다며 백현을 다독인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은 종인이 더 빠르게 경수를 이끌고 이층 방으로 올라와 버린다.
"종인씨 종인씨…!"
세게 팔목을 잡고선 침실로 경수를 데리고 들어와 문을 쾅 닫아버린다. 화가는지 종인이 경수의 팔목을 놓아주고선 마른세수를 한다. 간간히 힘든 숨을 내뱉는게 화를 애써 참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 경수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종인에게 서서히 다가간다.
"종인씨"
"나 당신이 이런 취급당하라고 데려온거 아니야."
"…알아요…."
"우리 결혼한지 이제 이주 다 돼가는데 당신 벌써 지치면…!!"
종인이 손바닥으로 두 눈을 덮어버린다. 자신보다 더 힘들어보이는 종인에 경수가 한발자국 다가가 종인의 허리를 꼭 끌어안는다.
"미안해…미안해 정말."
"종인씨가 왜요…."
"내가 억지… 억지부렸어."
종인이 경수의 머리칼에 코를 묻는다. 부드러운 향에 두 눈을 감고선 옛 생각이 나는지 그저 경수의 작은 등을 꼭 끌어안는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답답한 집안이 싫어서 방랑자처럼 전국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얼른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채 그렇게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위해, 생각없이 이리저리 다녔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경수를 만났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작은 카페를 하고 있던 경수를 만났다. 맨 처음에는 가벼운 대화를 했고, 방랑을 하다 힘들면 제 집을 찾아오듯 경수에게로 왔었다. 그리고 그런 종인을 경수는 반겼다.
"무슨 억지요…. 종인씨가 언제요…."
"나랑 결혼하기 싫다그랬는데 내가 매달렸잖아."
그리고 어느 날과 다르지 않게 종인은 꽤나 몇일만에 밤 늦은 시간 경수를 찾아왔고, 그냥 그렇게 종인답게 반자하나만 사든 채 경수에게 프로포즈 했다. 물론 경수는 오케이 했고, 종인이 붉은늑대라는걸 알았을 때는 그 대답을 물렀다. 이 결혼 못하겠다고. 그때 그것이 걸렸는지 종인이 웅얼이자 경수가 푹 웃으며 말한다. 그래서 결국은 종인씨 선택했잖아요. 내가 한 선택이에요.
"……후회안해요. 걱정말아요."
"……경수야-"
"내일, 일 일찍끝나면 나랑 같이 백화점 좀 가줄래요?"
"……"
"혼났으니까 옷도 사고, 그래야겠어요."
경수가 이쁘게 웃으며 말하자 종인이 그런 경수의 얼굴을 마주보고선 이마에 부드럽게 입맞춘다. 그래, 그러자. 종인이 마지못해 알겠다며 말하자 경수가 여전히 활짝 웃는다.
나 후회 안해요. 경수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말말말 |
- 완전 늦어서 지송지송 - 불마크를 최대한 빠르게 가져오겠소 - 메일링도 언젠가 한번 해야지 - (암호닉 명단)▼ 카르멘 자동차 피치 뀰 하응 서나 퐁퐁이 빙따기 김치전 잔디 밤톨 로열 판판 잇치 큥큥 요거트러 레모니야 감사해융ㅠ.ㅠ 댓글 꼼꼼히 하나하나 읽고 있어요~ 가능하면 답글 달도록 하겠슴다. - 최대한 빠르게 돌아오도록할게요. 시험이 이제 곧 끝나니...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