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준회랑 사고침 12 (마지막회) 퇴원하는 날. 아, 아기 이름은 '만세'라고 지었다. 구준회가 바라던 그대로 눈도 아빠닮았고, 코도 아빠닮았고, 입도 아빠를 닮았다. "뭐해?" 퇴원수속을 마치고 올라온 준회가 내옆에 털썩 앉았다. 아기볼을 톡톡치길래 손씻고만지라며 핀잔을 줬더니 치. 하고는 대신 내볼을 툭쳤다. 다시 만세에게 집중하는데,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서 옆을보니 준회가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눈이마주치고 민망해져선 입모양으로 뭐.했더니 홱 고개를 돌렸다. "뭐야, 뭔데" "아니 그냥.." "왜 나 예뻐서?" "양심도없어. 병원에만 있어서그런가 좀 늙은거같아서 본건데?" "됐어. 말시키지마" "반박못하겠지?" 내가 준회를 노려보다 방향을 틀어앉아 등을보이자 구준회가 내등에 머리를 기댔다. "기대지마,무거워" "삐졌어?" "아니거든" "삐졌네 삐졌어" "너랑 말안할건데" "에이 장난인데 왜그래" 바람빠지듯 한번 웃은 준회가 나를 꽉 안고, 내머리를 헝끌며 가자.하고 내손을 이끌었다. 어디서 났는지 차키를 꺼내들어 차를향해서 키버튼을 누르고는 나를 향해 씨익웃고는 발걸음을 서두른 준회가 뒷자석문을 열어줬다. 영문도 모르고 재촉하는 준회에게 떠밀려 얼결에 탄 차안을 이리저리 둘러보는사이 준회가 운전석에올라탔다. "무슨차야?" "아빠차.너 모셔가려고 빌려왔지" 내가 오~.하고 쳐다보자 룸미러에 비친나를보고 픽웃더니 벨트매. 하며 자기도 벨트를 맸다. 병원에만 있느라 그동안 보지못했던 길거리는 아직도 바쁘게 돌아가고있었다. 왠지 씁쓸해져서 만세에게 집중하려 고개를 돌렸다. 차안이 조용해서 그런지 금방 졸려와서 꾸벅꾸벅 졸었더니 준회가 나를보고 큭큭웃고는 졸려?.하고 물었다. "응..." "그럼 자, 이따 깨워줄게" "응..." * (구준회시점) ㅇㅇㅇ에게 항상 병원에만 있었으면서, 뭐가 그렇게 피곤한지 차를 타자마자 잠들어버리냐 혼자 운전해오느라 심심해 죽을뻔했네 하긴 아기 걱정한다고 고생많았지. 태교한다고 성격에 맞지도않게 그래도 나름 얌전히 지내느라 고생했겠다. 커피는 입에도 안대고, 평소에 듣지도 않던 클래식을 꾸벅꾸벅졸면서도 참고 끝까지 듣는거보면 사실 좀 대견했는데, 아무말도 못해줘서 미안해 내가 이렇지뭐ㅋㅋ 우리가 이렇게 까지 될줄몰랐는데 요즘은 가끔 옛날생각 많이나 처음봤던날에 넌 내 앞에 그 옆의 옆의 옆이었는데도 계속 쳐다봤었는데.. 내가 왜그랬지? 술취해서 그랬나?ㅋㅋㅋㅋㅋ 나 군대가기전에 철없을때 아침이 오는줄도모르고 놀러다니던 나한테 잔소리하던거 기억나? 그때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서 뭐라고 했었는지는 잘 기억이안나지만 나 혼내줘서, 그리고 하늘이 밝아지도록 휴대폰도 꺼놓고 정신없이 돌아다니던나를 잠 설쳐가며 기다려주고 걱정해줘서 고마웠는데.. 마음고생만 시킨거같은데 니가 헤어지자고 했을때 정말 심장이 내려앉았던거 모르지? 아니 알려나? 못된짓만 해놓곤, 군대가서 너더러 기다리라고 해놓고왔는데 내가 좋은거하나 못해줘서 니가 그냥 떠나버리면 어떡하지? 그러고 많이 불안했었어. 그래서 너한테 가끔 편지와도 뜯기전에 몇번이고 가슴을 쓸어내렸던거같아. 열어보고 별내용없으면 그제서야 웃으면서 읽어보고. 그렇게 다시만나서 이제 잘해주려했는데 헤어지자니 머릿속이 하얗게 된다는 말. 그때 그게 어떤말인지 깨달았었어 내성격이 원래 싸가지가없어먹어서 살갑게 해주지도 못하고 너 울어도 곱게 미안하다고 바로 나와줄수도없는데, 그날은 그냥 너 보자마자 울거같았어. 아니 그냥 그렇다고! 힘든 몸으로, 엘리베이터없는 작은건물 계단 오르내리면서, 좁은 방한칸에서도 행복한얼굴로 잘쉬어줘서 고마워. 매일 싸우기만 엄청싸우고 미안하다는 소리한번 똑바로 못하는 나고, 앞으로도 그럴것같지만..음.. 그래서 미안하고 고마워 미안하지만 그래도 내옆에 매일 있어줬으면 좋겠어. 대신내가 돈도 많이 벌어다주고, 집도 넓혀준다고 약속함! 우리이제 사이좋게 잘지내자 아 오글거리지만 ㅅㄹㅎ 편지인데 고맙고미안하다는 말밖에 없음 서운할까봐 초성이라도 써본거야 사랑해ㅋ * (ㅇㅇㅇ시점) 구준회에게 안녕 구준회! 매일매일 병원에 갇혀있는것처럼 지내면서 너오는 시간만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너오면 밖에 산책나갈수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냥 너를 기다렸다고 해줄게! 내가 두번이나 쓰러지고 그래서 많이 걱정했겠네.. 속상하게해서 너 요즘은 예전하고 다르게 듬직한면이 생겼다. 예전엔 저 쌩양아치 언제 사람되나 그랬는데 뭐가좋아서 그런너를 이렇게 붙잡고 남자친구라고 손붙잡고 다녔는지 나도 내가 이해가안가지만.. 여자가 되서 애교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데 이런 매마른나를 여자친구취급해준 너도 이해가안가지만 그래서 고마워 너 처음봤던 날 솔직히 되게 싸가지없어보였는데도 그냥 계속 쳐다보게됬었는데.. 그다음날에 너랑 김동혁이랑 나한테와서 어색하게 안녕. 그러면서 말걸었던거 기억하고있겠지? 그거 잊지마 그거갖고 평생 놀려먹을거야. 그때 옆에서 김동혁이 너를 얼마나 한심하게 쳐다봤는지알아? 사실나도 바보같긴 마찬가지였지만.. 그때 밤에 침대에 누워서 왜인사한걸까, 혹시 나 좋아하나? 에이설마..그러면서 혼자 얼마나 떨려했는데 솔직히 무슨 드라마도아니고 넌 나 안좋아할줄알았거든 그냥 친하게 지내고싶나보다. 이러고 말았지 근데 그렇게 등신같던 우리둘이서 이렇게 될줄이야 앞으로 안싸우고 지내는건 솔직히 내가 너랑지내면서 느껴본바로는 불가능하고! 그래도 가끔 생각없이 유치하게 티격태격하는게 더 재밌지않아? 안싸우고지내면 진짜 재미없을거같아 내가 너랑 지내더니 이렇게 결국 이상해졌나보다. 나 이상해졌으니까 죽을때까지 책임져줘야됨 너때문이니까 어쨌던 우리 앞으로도 투닥투닥 잘다투고, 잘먹고 잘살자 내가 열심히 내조할게 사랑해 진짜! _너무 늦게와서 죄송해요ㅠㅠㅠ 이제 번외로 돌아올게요! 그동안 꾸준히 댓글달아주신분들 사랑하고 감사해요♥ 암호닉 퓨어 로봇 시계 메론방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