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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강남] 내 승윤이 07 | 인스티즈

 

 

 [강남] 내 승윤이

07

( 태현, 민호 번외)

 

 

 

 



〃 송사리! 온다,온다! 〃

〃 새끼,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깐. 〃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 빨리 봐봐.

승현의 손이 가리킨 인물은 민호가 상상했던 미소녀가 아니였다. 어, 쟤는 ….



영하로 떨어진 극심한 추위에 몸을 잡아먹을듯한 커다란 패딩을 입고서도 추웠는지, 목도리까지 칭칭둘러서 눈만 빼꼼하게 보이는 소년은 눈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을정도로 민호에게 낯이 익었다.





〃 쟤 말하는거야? 〃

〃 엉, 어떡해 ­― 너무 귀엽지? 〃


 


생김새와 어울리지않게 바보미소를 지으며 발을 동동거리는 최승현은 좀 소름끼치게 싫어서, 민호는  주먹으로 그 등짝을 후려쳤다.

' 아 씨발! 뒤질래! '  민호의 매운손에 화들짝 놀란 승현이 소릴 버럭질렀다. 사람이 드문 이른아침에 승현의 엄청난 저음이 길가에 울려퍼졌다.



빠르게 교문으로 들어가던 소년이 그 소리에 놀라 뒤로 고개를 돌려 민호와 눈이 마주친건 순식간의 일이였다.

민호를 알아본건지 소년이 코와 입을 가렸던 목도리를 턱아래로 끌어내리고선 가까이 다가왔다.





〃 형, 안녕하세요.  〃

〃 응,안녕. 〃

〃 이 시간에 형 처음 보는거 같아요. 〃

〃 너는 맨날 이 시간에 나와? 〃

〃 아침에 공부가 제일 잘 되서요 - 〃


 


' 니가 그렇게 부지런하니까, 울 엄마가 나 싫어해- ' 민호가 되도않는 핀잔을 주었다. 민호와 태현은 꽤 오래 같은 아파트 이웃사이였다.

지금 이 상황이 무슨상황인지는 몰라도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승현이 정말 대놓고 태현을 바라보자, 그 시선을 느낀 태현이 누군진 몰라도 민호의 친구일것이라 생각하고는 승현에게도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안녕하세요, 1학년 남태현입니다. ' 단정하게 말을마친 태현이 추운듯 몸을 바르르 떨었다.



〃 엉, 안녕. 귀요미. 〃



민호가 경악에 찬 눈빛으로 승현을 바라보자, 승현은 아랑곳하지않고 태현을 향해 그동안 많은 여자를 꼬셨던 '잘생긴 미소'를 지어보였다.

태현도 승현의 발언에 살짝 당황했지만 굳이 내색은 안하고 옅게 웃어보였다. 그 미소에 승현은 또 껌뻑죽었더랬다.




승현과 몇마디를 나누던 태현이 먼저 들어가보겠다며, 다시 목도리를 눈만 보일정도로 끌어올리고선 교문으로 들어갔다.

태현의 뒷모습이 점이되어 보일때까지 손을 흔들어보이던 승현이 호들갑을 떨면서 민호의 옆구릴 연신 찔렀다.

짜증이난 민호가 인상을 쓰고 승현을 쳐다보았다.




〃 송미노미노 ― 〃



 

싫어, 절대 싫어.

승현의 낌새를 예측한 민호가 고갤 매몰차게 돌리고선 교문으로 들어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 아, 왜! 좀 도와줘라 ! 〃



 

우렁찬 승현의 목소리에 지나가던 학생들이 한번씩 시선을 주고 지나갔다.

아, 쪽팔려 ….





〃 나도 별로 안친해. 〃

〃 괜찮아, 그래도 아는사이잖아 - 〃


 


아까처럼 만나면 말 걸 수있는 타이밍만 만들어줘,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게.




〃 알겠어 ‥. 〃

민호는 찜찜한 감정이 왠지는 알 수없었지만, 최승현의 징징거림을 더 듣고싶지않아서 알겠다고 수긍했다.






* * *








티없이 깨끗한 파란하늘에 햇빛은 쨍쨍한데 부는 바람은 칼날처럼 매서운 그런 날씨였다. 태현은 아무도 없는 미술실에 열려있는 간이창문을 닫기위해 난간을 밟고 올라섰다. 작은 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꽤 높게 위치하고있어서 태현은 까칠발까지 들고 손끝으로 창문끄트머리를 매만졌다.





〃 됐다 ! 〃


 


마침내 닫긴 창문에 기분이 좋아진 태현이 들었던 까치발을 내리던 순간이였다. 좁은 난간에 발을 잘못더딘 태현의 몸이 중심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알싸한 아픔이 와닿기도 전에 태현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몸을 웅크렸다.




 

그런데,



 

〃 조심해야지. 〃




태현이 떨어진곳은 차가운 대리석바닥이아닌,




〃 선,선생님. 〃





따뜻하고 단단한 남자의 품이였다.





〃 위험하게 왜 거기 올라서있었어. 〃

〃 아, 그, 창문이 … 〃

〃 나한테 말을하지. 〃

〃 죄송해요…. 〃



아니, 걱정했잖아.태현아.

다정한 남자의 말에 태현의 심장이 요동쳤다. 어떡해, 어떡해요. 선생님.




여전히 남자의 품에 안겨있는 태현을 남자가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뱅으로 자른 태현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 앞머리 잘랐네, 잘 어울린다. 〃




예뻐, 태현아.



정말 ‥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





태현이 아침일찍 등교하는 이유인 공부는 핑계였고, 사실 남자를 조금이나마 더 보기위해서였다. 둘은 아침햇살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미술실에서 간지럽기 짝이없는 풋사랑을 남 모르게 나누고 있었다.










〃 언제까지 안겨있을려구 ― 〃



태현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장난끼가 가득했다. 당황한 태현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키려하자 남자가 태현이 못빠져나가게 팔에 힘을 단단히 주었다. 어쩔줄몰라하는 태현의 시선이 우왕좌왕했다. '귀여워.' 남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 놔주세요 … 〃


 


태현이 울상지으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노곤한 시선이 꽤나 야릇한것이였다.




〃 아침부터 선생님 유혹하는거야? 〃



 

거침없는 남자의 말에 태현이 놀란표정을 지었다. ' 선생님, 그만 놀리세요! '  태현이 되도않게 협박한다고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 모습조차 버릇없다기보다는 귀여워보인 남자가 태현의 얇은 손목을 한손으로 붙잡았다. 허리와 손목이 붙잡힌 태현이

남자와의 스킨십이 좋긴했지만, 막상 좋은티 내기싫어서 부러 인상을 찌푸렸다. ' 선생니임 ‥! '

 


 


〃  손목 얇아진것봐, 선생님이 밥 꼭 챙겨먹으랬지? 〃

〃  네에 ― 〃




아침잠이 많은 태현이 일찍등교하려고 아침밥을 먹지못한다는걸 남자는 몰랐다.







〃 우리 태현이. 〃



남자가 태현의 손목을 붙잡은 손에 힘을 풀고 태현의 뒷목을 부드럽게 감싸쥐었다. 태현도 자유로워진 두손으로 남자의 목을 감싸안았다.

남자와 태현은 서로를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두 얼굴이 가까워지는걸 보여주듯이, 아침햇살에 비친 그림자 속 두인영이 겹쳐왔다.

맞닿은 입술에 태현은 질식해서 죽어도 좋을만큼 행복했다. 옷깃이 스치는것만으로도 좋은사람인데, 그런 사람과 입을 맞추고 있다니 !

한참이나 맞물려있던 두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매번 키스를 하고 난 후에 뭐가그렇게 부끄러운지 태현이 고개를 푹숙였다. 그 동그란 정수리도 귀여워서 남자는 정수리에도 입을 맞추었다.


 


〃 사랑해, 태현아. 〃

〃 … 저두요.〃




남자는 소년이였던 태현이 다 받아들이기에 버거울만큼 애정 표현이 거침없는 사람이였다.

 









* * *









〃 저 배부른데 ‥.〃

〃 아냐, 더 먹어야 될거같아. 귀요미는 너어무 말랐어. 〃

〃 아, 고마워요,형. 〃




토 나올거 같아 ‥.





승현의 미친 친화력으로 (조금 일방적인) 태현과 승현은 어느정도 편한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되는것이 있다면, 승현은 태현을 좋아했으며 태현은 승현을 좋은형으로만 생각했기때문에 평범한 사이의 선후배가 될 수 없다는 것이였다. 지금같은 상황도 태현은 과도한 승현의 친절을 이해할 수가없었다. 점심시간때마다 나타나서 같은반 친구들이 불편해하는건 둘째치고, 꼭 식사후에 간식을 한보따리씩 챙겨와서 태현에게 먹였다. 어차피 매번 남기기때문에 한번은 승현에게 아까우니깐 사오지말라고 이야기한적이 있었는데 그때 승현이 풀이 잔뜩죽은모습에, 그 이후로는 모질게 말도 할 수없어 태현은 난감했다. 그리고, 귀요미라는 애칭아닌 애칭도 누가 들을까봐 무서웠다. 물론 우렁찬 승현의 목소리에 들었을 사람은 다 들었겠지만.

 






〃 귀요미, 오늘 마치고 뭐해? 〃

〃 오늘요? 〃




선생님이랑 영화보러 가기로 했는데 ‥ 아, 선생님 보고싶다.

남자를 생각하며, 어느새 또 심장께가 간질거려서 태현은 병이라도 걸린 기분이였다. 빨리 시간이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약속있어요. 〃

〃 헐, 짱 슬프다. 헝 ― 〃




승현과 어느정도 친해지고 태현이 느낀건, 남자답게 잘생긴외모에 어울리지않게 애교가 참 많다는것이였다.

울상을 찌푸리고 태현을 바라보는 모습이 왠지 귀엽게 느껴져서 태현이 슬핏 웃어보였다. 울상이던 승현은 그 미소에

또 바보같이 같이 따라웃었다. 옆에서 승현과 태현을 보며 쑥덕거리는 여학생들의 속삭임을 둘은 신경쓰지않았다.




















* * *





 


〃 아, 최승현 존나 귀찮은새끼! 〃

〃 송미남씨 부탁드립니다. 〃

〃 지랄. 〃




민호야아, 나 안그래도 태현이 이틀째 못봐서 힘들어 -


징징거리는 승현의 입을 아프지않게 때리고 음악실로 가기위해 민호가 교실을 나섰다. 축구를하다가 다리를 심하게 삐끗한 승현은 발목에 깁스를 하고선 자유롭게 움직이지도 못한채, 이틀째 태현타령을 하고있었다.

남태현도 너무하네, 최승현 보러 한번쯤 올 줄 알았는데. 민호가 속으로 혀를찼다.










' 탁,탁 '




승현이 음악실에 폰을 두고오는바람에 귀찮은 걸음으로 음악실로 향하던 민호의 발걸음이 점점 더디어졌다.

복도끝에 같이 위치한 음악실과 미술실, 어디서 나는 소린진 모르겠지만 무언가 마찰하는 소리에 민호는 괜히 께름칙해진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두 별실은 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서둘러 음악실로 들어온 민호가 고요한 음악실에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피아노 근처에 놓여진 승현의 폰을 챙기고서 음악실을 나섰다.

헛으로 들은게 아니였는지 여전히 어디선가 마찰음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밖에서 나는 소리인가 싶어서 복도에 있는 창가로 걸어가는데,




〃 흐읏 ― 〃




별안간 들리는 신음소리에 민호가 걸음을 돌렸다. 확실히 미술실에서 나는 소리였다.

도둑걸음으로 주위까지 살피며 미술실로 걸어간 민호가 문 마찰음이 들리지 않을정도로 조심히 문을 열고선, 그 틈새로 눈을 빼꼼히 내밀었다.




' 헐 '





넓다란 미술실 구석에서 미술선생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바지만 끌어내린채 추삽질을 하고있었고 그 밑에서 반나체의 상태로 미술선생을 받아들이고 있는건 충격적이게도 남학생이였다.

'와, 이거 존나 이슈인데?' 민호가 생각하며 챙겨왔던 승현의 폰을 켜서 동영상 녹화버튼을 눌렀다.




학교에서 대범하게 관계를 맺던 둘은 꽤나 여러체위로 사랑을 나누었다. 남자치고 하이톤인 남학생의 신음소리에 민호의 중심에도 열기가 올라오는거 같았다. '에이 썅.' 민호는 녹화하던 동영상을 저장하고선 다시 미닫이문을 닫고 교실로 가기위해 걸음을 바삐했다.

빨리 최승현한테 보여주고싶었다.











 




〃 야, 폰 만들어옴? 〃

〃 닥치고 일로와봐. 〃

〃 니가와, 다리아픔. 〃

〃 대박인거 있는데 안볼래? 〃

〃 뭔데. 〃

〃 미술쌤, 불륜영상이다. 〃




승현의 안그래도 큰눈이 더 크게뜨여졌다.



 

〃 준연이 형? 〃

〃 아, 맞다. 미술쌤. 〃



 니가 존나게 싫어하는 사촌 형이였지.





승현이 다릴 절뚝거리며 민호에게 다가갔다.

'그 새끼 약점거리라도 찍어온거야? 아 존나 오예다. 맨날 갈궈서 존나 짜증났는데!'

일초에 일음절 내뱉으며 랩하듯이 말을건낸 승현이 빨리 보여달라면서 난리였다. 겁나 땍땍거리네, 민호가 승현에게 폰을 건내주었다.




 

〃 니 폰으로 찍었어. 〃

〃 아싸, 존나 배포하고다녀야지. 〃

〃 나도 자세히 못봤어. 같이보자. 〃



 


승현이 재빠르게 사진첩으로 들어가서 최근에 찍은 영상을 재생시켰다. 최신폰이여서 그런지 눈이 좋지않은 민호의 시각으로 봤던것보다

생생하게 찍혔다. 영상이 재생되고 남학생과 관계를 맺는 사촌형을 보며 승현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 이 새끼 여자친구 사귄지 한달도 안됬다던데, 쓰레기네. '  12분정도 되는 영상을 같이 보던 중 어느정도 지켜보던 민호는 금새 관심이 떨어져서 연신 울리는 휴대폰 메신저를 확인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승현은 한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듯 엄청나게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영상이 10분을 갓 넘겼을 즈음, 사촌형이 밑에 깔려있던 남학생의 고갤 돌려 입을 맞추었다. 사촌형이 뭐라 속삭이는거 같은데 잘 들리지 않아서 승현은 영상을 멈춘후에 주머니에 쑤셔넣었던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꼽고 볼륨을 최대로 높였다. 영상이 다시 재생되었다.



 


' ‥아. '

' 흐으,흣 . '

' 현아, 사랑 - '


 


승현이 영상을 멈추었다. 그리곤 다시 영상을 앞부분으로 돌리고 영상화면을 확대시켰다. 이어폰이 고막까지 건들정도로 귀에 쎄게 쑤셔박은 승현이 다시 사촌형의 음성에 귀기울였다.




〃 ‥ 이게, 뭐야. 〃




이어폰을 귀에서 빼낸 승현이 휴대폰을 바닥에 쎄게 던졌다. 승현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난대없는 승현의 폭격에 놀란 민호가 메신저를 보내다가 말고 자리에서 벌떡일어났다.




〃 야, 미쳤어? 왜그래 ! 〃

〃 씨발! 〃




승현이 괴로운듯 손에 얼굴을 묻었다. 민호는 뭔가 잘못됨을 느끼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승현의 폰을 주워들었다.



〃 ‥ 최승현. 〃



재생이 멈추어져있는 확대된 영상속 얼굴을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민호가 바라보았다.




〃 씨발, 너도 그렇게 보이냐? 〃

〃 …. 〃

〃 밑에 깔린새끼가! 〃

〃 진정해. 〃

〃 남태현으로 보이냐고! 〃




민호도 결국 승현의 폰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 * *








  





미닫이문이 문틀로 떨어져나갈정도로 세게 문을 열고 들어온 승현에, 무언갈 타이핑 하던중인 준연의 미간이 잔뜩 좁아졌다. 




〃 누가 그딴식으로 들어오래. 〃

〃 최준연. 〃

〃 내가 학교에서 그딴식으로 굴지말랬지? 〃

〃 최준연 ! 〃




참다못한 준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승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승현아, 한 대 맞아야 곱게 행동할꺼니?

살벌한 준연의 말은 겁이 나지도 않는지 승현이 안그래도 매서운눈을 더욱 치켜뜨며 준연을 노려볼 뿐이였다.

 



〃 원래부터 니가 존나게 싫었거든? 〃




결국 준연이 승현의 왼쪽뺨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 예의 지키랬지. 〃

〃 으,으, 씨발! 〃

〃 이 새끼가 근데 …〃

〃 남태현을 ! 〃




난대없이 등장한 태현의 이름에 다시 주먹을 들어올리던 준연의 동작이 멈추었다.




〃 남태현을 ‥ 〃




살짝 터진입가를 고통스럽다는듯 매만지는 승현의 얼굴이 슬픔에 젖어있었다.




〃 왜 그렇게 만든거야, 씨발 ! 〃



 

태현에게 얕은감정이라 생각했는데, 어느새 깊이 빠져있었으며. 승현은 지금 감당할 수 없을정도의 큰 상처를 입었다.



 

〃 무슨소리야. 태현이를 내가 어쨌다고? 〃




승현이 더는 말하기 싫다는듯 기스 투성인 자신의 휴대폰을 준연에게 넘겼다. 얼떨결에 휴대폰을 받은 준연이 순간 전원버튼을

누르자마자 재생된 영상을 보더니 놀란표정으로 승현을 돌아보았다.





〃 너,너 이걸 어떻게 ? 〃

〃 씨발, 너 아청법으로 신고할꺼야. 〃

〃 뭐? 〃

〃 너 이제 교직생활도 끝이야. 〃




준연의 손에서 다시 자신의 휴대폰을 뺏어들은 승현이 미술실을 나서려하자 준연이 다급하게 승현의 손목을 붙잡았다.





〃 최승현, 너 뭔가 착각하는거같은데. 〃

〃 … 〃

〃 왜 내가 먼저했다고 생각해? 〃

〃 뭐?〃



 

금새 동요하는 승현의 눈빛에 준연이 조소를 지었다.



 

〃 그 애가. 〃

〃 … 〃

〃 먼저. 〃




다리벌렸다고, 승현아. 그래도 아청법으로 신고할래? 나 대신 개가 학교생활의 종지부를 찍을텐데?




〃 근데 너가 왜이렇게 흥분하고 난리야. 〃

〃 아 … 〃



준연의 말에 충격을 먹은 승현이 아무대답도 없자, 준연이 박터지는 소릴내며 승현의 어깰 토닥였다.




〃 너 태현이 좋아하니? 〃

〃 뭐,뭐 ! 〃

〃 그럼 기분나빴겠다. 근데, 걱정마 - 〃 





걔랑 나는 엔조이였으니까.



 

〃 혹시나 모르는일인데. 〃

〃 … 〃

〃 니가 먼저 말해봐. 〃

〃 … 〃

〃 니가 먼저 섹스하자고하면, 좋다고 다리벌릴지 어떻게 알아? 〃

〃 씨발 ‥ 〃

〃 한 두번이 아닌거 같은데, 태현이 꽤나 헐겁더라구. 〃



 





더 이상 못듣겠다는듯 승현이 준연에게 잡혀있던 팔목을 매섭게 풀어내고선 미술실 밖으로 나섰다.

승현의 뒷모습이 점차 흐려질때까지 준연은 멍하니 서서 자신의 탁자위에 놓여진 태현이 선물했던 작은 오르골을 바라보았다.




〃 미안, 태현아. 〃













* * *







〃 흐윽,흡,흐으으 … 〃



왜 울어, 울지마 태현아.



이젠 옆에 없을 다정한 음성이 환청으로 들려왔다. 온몸이 따갑고 시려웠으며, 몸 아래론 피가나는지 뜨거웠다. 망신창이가 되었다.

태현의 평화롭던 세계는 단 하루만에 송두리채 바뀌어버렸다.



 




전날 선생님이 갑작스러운 일이생겨서 영화약속을 취소하고선, 연락 한 통없길래 잠도 제대로 못잔 태현이 결국, 학교생활 중 한번도

안한 지각을 하며 다급히 교실문을 열어젖혔다.




〃  야야, 꽃뱀왔다. 〃


 


태현이 열어젖힌 교실문 밖으로 자신의 교실이 맞는지 확인하기위해 고갤 들어올렸다. 문밖 교실문패에는 자신의 반이 적혀있는데,

교실안 자신의 책상은,




〃 너 공부잘하는것도 혹시. 〃




매직으로 적혀져있는 온갖 음담패설낙서와 찢겨나간 교과서가 나뒹굴고있었다.





〃 선생님들한테 다리벌려서 정답 알아내고 그런거야? 〃




한 아이의 말에 교실안에있던 아이들이 다같이 웃기시작했다. 그냥 웃음이아닌, 비웃음이였다.

태현은 도통 지금 상황을 이해하려해도 이해할 수없었다. 일단, 자신의 안식처인 미술실로 무작정 걸음을 옮겼다.









〃 남태현 ! 〃




바삐걸음을 옮기는데 자신을 부르는 익숙한 저음에 태현이 고갤 돌렸다. 승현이였다. 왠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승현이 낯설었다.

어느새 거릴좁혀서 다가온 승현이 친해지고 난 이후 처음으로 차가운 눈빛을 하고선 태현을 바라보았다.




〃 미술실가냐? 〃




그걸 어떻게 …. 태현이 놀란듯 멀뚱히 서서 아무말도 하지못했다.




 

〃 거기 갈필요없다. 미술쌤 오늘 결근이시거든. 〃




승현의 말에 태현의 눈썹이 잔뜩 쳐졌다. 그 모습이 오히려 불난 승현의 마음에 부채질을 하였다.




〃 왜? 하루라도 벌리지 않으면 살 수가 없니? 〃

〃 … 네? 〃




승현도 똑같은 말을한다. 교실속 아이들과 같이.


 


〃 차라리 나한테 다리벌려라, 내가 더 잘박아줄게. 〃

〃 승현이 형 ‥ 〃

〃 왜? 미술쌤이랑은 섹스하고, 나랑은 섹스하기싫냐?  〃


 


태현이 승현의 입에서 나온말을 믿을 수 없다는듯이 고갤 가로저었다. 형, 형 무슨말이에요. 그게 !


 

 

〃 괜히 천천히 작업걸었네, 이렇게 싸구려일줄 알았다면 진작에 말할껄. 〃

〃 이해할 수 있게 제대로 말좀 ‥! 〃


 


대뜸 태현의 입을 손으로 막은 승현이 나머지 한손으로 태현의 손목을 잡고선 미술실로 들어섰다. 얼마나 꽉 잡은건지 하얀손목에

빨간자욱이 사라질 줄 몰랐다.


 


〃 준연이 형이그러더라. 〃


 


승현이 자신의 휴대폰을 태현에게 넘기며 교복자켓을 벗었다. 승현의 휴대폰에서는 지난날에 선생님과 자신의 성관계를 녹화한 영상이 재생되고있었다. 태현의 하얀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 헐거워질대로 헐거워진 너는 다리벌리는걸 좋아한다고. 니가 하자고 하면 태현이는 좋아할거라고. 〃

〃 ‥ 거짓말! 〃

〃 하, 진짜라면? 〃

〃 거짓말 하지마 ‥ 〃



 


태현은 그렇게 미술실에서 승현에게 성관계라고 하기엔 억척스러운, 일방적인 강간을 당했다. 무슨 상황인지는 여전히 모르겠으나, 자신에게 말 할 기회조차 주지않는 승현이 원망스러웠고, 사람들이 원망스러웠으며.



 

〃 으윽 - 〃





탁자 밑 쓰레기통에 볼품없이 버려진 자신이 남자에게 선물했던 작은 오르골이 이 현실을 인정하는거 같아서 서글퍼졌다.








*  *  *





 



민호가 급작스러운 맹장수술로 학교에 약 2주만에 등교를 했을땐, 승현의 발목을 단단하게 감싸고있던 깁스가 없어진 이후였다.

그리고 승현은 더 이상 태현을 찾지않았으며, 태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않았다. 그때 영상때문에 차마 승현에게 태현의 안부를

묻기 어려웠던 민호가 태현의 반을 찾아갔지만 태현의 자리는 비어있었다. 한참 서성거리던 민호가 결국, 지나가던 남학생을 한명 붙잡아서 물었다.


 


〃 혹시 남태현 어디있는지 알아? 〃

〃 네? 남태현이요? 〃

〃 응. 〃



 

너무 화들짝놀라는 남학생의 반응이 떨떠름해진 민호가 미간을 좁혔다.



 

〃 걔 일주일 자숙후에 전학가는데요 ‥. 〃

〃 뭐? 〃


 




남학생에게 그 동안 있었던일을 자초지종 설명들은 민호가 서둘러 학교밖으로 뛰쳐나왔다. 등교한지 3시간만에 돌아온 자신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서 자신의 층대신 태현이 사는 층버튼을 눌렀다.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도가 괜히 더 느리게 느껴졌다.





1108호.

민호가 조심스래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도 없는건지 집안에서 아무소리도 들리지않았다. 민호는 두어번 초인종을 더 눌렀다.

그러자 열리지 않을거같던 굳게 닫히 현관문이 열리고 못본사이 수척해진 태현이 고갤 숙인채 서있었다.


 


〃 태현아. 〃

〃 형, 전 진짜 아니에요, 전. 〃



 

버릇처럼 해명하는 태현이 안쓰러워져 괜히 눈물이 차올랐다.



 

〃 들어줄게. 〃

〃 ‥예 ? 〃

〃 너가 하고싶은 말, 들어주고싶어. 〃



 

왜 아무도 너에게 진실이냐 묻지 않았을까, 태현아.














〃 영상은 학교전체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다 퍼지게되었어요, 물론 선생님들도 다 알게됬어요. 그 이후론 진짜 딱 죽을만큼 힘들었어요. 복도를 지나가면 얼굴도 긴가민가하던 선배나 후배, 동급생들이 저를 향해 음담패설을 하는건 기본이였고,  쓰레기도 맞았어요. 선생님들은 미술선생님이 불쌍하다며 제가 선생님 돈을 노리고 홀린거아니나면서 제가 있는앞에서 욕을하기도 했어요. 〃




태현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그득히 고였다.




〃 다른학교에서 전학도 안받아줄거라면서, 이건 퇴학감이라면서 학생주임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 〃




아, 속아프다 ‥

난대없이 태현이 속이아프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태현아. 〃

〃 형,형 저 속이 ‥ 〃

〃 괜찮아, 그냥 〃


 

내 앞에서 울어도 돼.





〃 흐,흐으, 한가지, 방법이 흐, 있다면서. 전학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 그래서 뭐든지, 흐읍, 하겠냐고 하셨어요.

저는 하겠다고 했죠. 흐윽,흐, 그래서 … 〃


 


강간당했어요, 그것도 미술선생님이 있는 앞에서요. 그 씨발, 쓰레기새끼가 제가 괴로워하는걸 눈하나 깜빡안하고 쳐다만 보더라구요. 내가 그 더러운 늙은이한테 당하고있는데,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고있었어요. 우리가 언제 사랑했던 사이냐는듯이요.




 

〃 웃기죠, 흐으, 사람들. 미술선생님이 어른이니까, 선생이라는 직위이니깐. 그 선생님이 하는말만 믿고 제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저를 이렇게 벼랑 끝으로 내몰았잖아요. 난 정말 사랑해서 했는데, 난 그런 걸레같은 얘가 아닌데. 그 쓰레기새끼가 하는 말이 진실인 마냥! 〃

〃 태현아 ‥ 〃

〃 한번만, 딱 한번만. 〃





대체 무슨일이냐고, 미술 선생님이 한 말이 진짜 아니지? 라고 묻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었어요.



 


〃 고마워요, 형. 〃

〃 … 어? 〃

〃 제 이야기 들어줬잖아요. 고마워요. 〃


 


눈물이 맺힌채로 민호에게 애처럽게 웃어보이는 태현에 민호는 크나큰 죄책감에 시달려야했다.







  



















〃 송민호 ! 〃




화가난듯 잔뜩 얼굴을 구기고선 다가온 승현이 다짜고짜 민호의 멱살을 잡았다. 잡힌 멱살에 숨이 조여오자 참지못한 민호가 승현의 손을 거칠게 떼어냈다.





〃 갑자기 전학이라니, 개자식아! 〃

〃 최승현. 〃

〃 뭐, 씨발아! 〃

〃 하나만 묻자. 〃


 


민호가 정리를 마친 자신의 빈 책상을 손끝으로 훑어냈다.



 

〃 남태현한테. 〃

〃 … 〃

〃 한번이라도 진짜냐고, 진짜 미술쌤말이 맞냐고 물어본 적 있어? 〃




망설이던 승현이 고갤 내저었다.




〃 그렇게도 끔찍히 싫어하던 사촌형의 말은 믿으면서, 그렇게 좋아하던 그 얘의 말에 한번이라도 귀 기울여주지 그랬어. 〃




이제 다신 연락하지마라, 나한테. 그리고, 태현이한테.



〃 나는 내 죄를 씻지못하겠지만. 적어도 그 애의 상처가 아물수 있도록 도와줄거야. 〃




그래서 나도 떠나니깐, 앞으로 남태현 인생에 나타나지 말아줘라, 승현아.










 


@@



와! 새벽을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_@

원래 06-1,06-2 나눠서 적으려다가 얼른 07편에서 달달한 강남글쓰고싶어서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글을 썼네요 ㅠㅠ

아 그리고, 그 승현이요, 그 최승현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최승현' 우주대폭발 꼭대기씨 맞습니다 ^0^ (혹시나해서..ㅎㅎ)

이번편은 태현이한테 감정이입 엄청하면서 써서 중간중간 욕을 너무많이적어서 수정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ㅎㅎ;;

항상 부족한글에 칭찬해주시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ㅎㅎ 암호닉은 조금 더 제 사랑하세요 아주 ㅠㅠㅠㅠ

다음화는 달달달달달달달한 강남이들 글로 찾아뵐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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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진짜 작가님 필력 대박인거같아요 완전 몰입해서 봤어요ㅠㅠㅠ 완전 왜 그런데요 최승현씨ㅜㅜㅜㅜ 믿어주지ㅜㅜㅜ
9년 전
윈태현
과분한 칭찬이세요 ㅠㅠ!! 재밌게읽어주셔서 감사해요 :D
9년 전
독자2
허억.. 실은 우주대폭팔 꼭대기씨가 제가 본진 최앤데.. 이리 보ㄴㅣ 진짜 나쁜놈이네요.. 잘봤어요!
9년 전
윈태현
사실 예전 제 최애도 꼭대기씨여서 (수줍)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9년 전
독자3
아ㅏㅏ 작가님 저 통감자요! 진짜 작가님 글은 다 꿀오브꿀이지만 내승윤이는 제 최애 글이예요 ㅠㅜㅜㅜㅜㅜㅜㅠㅠㅠㅠ 드디어 태현이의 과거가 밝혀졌네요 ㅠㅠ 정말 작가님 ... 글 너무 잘쓰시는듯 ㅠㅠ 시점 오가는것도 넘 자연스럽고 ㅜㅜ 다음편도 진짜 기대할게요 ㅜㅜ 작가니니이잉이이우ㅜㅜ
9년 전
윈태현
통감자님 ㅠㅠㅠㅠㅠ항상정말매우 감사합니다. 덕분에 항상 힘내면서 글 쓰고있어요!! :D
9년 전
독자4
아 너무 충격적이구 슬프구ㅜㅜㅂㄷㅂㄷ....화가나네여ㅜㅜ미술샘도그러코 학주는뭔데 아오 아오!!아너무열받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쿠ㅜㅜㅜ지금은 태현이기 승윤이만나서 다행이지ㅜㅜ 빨리 승윤이한테 잘 말해서 상처를 보듬어줘서 이제힘들지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네요..제발 ㅜㅜ 작가님 저두 이글 정말 작가님글중 젤조아해여ㅜㅜ 마니써쥬세여 흐규흐규
9년 전
윈태현
내 승윤이를 재밌게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얼른 다음편들고 돌아올게요 ㅠㅠㅠ
9년 전
독자5
헐......우리 태현이..... 헐 ..........탑형 .......왜그랬어.........헐.........(충격).......................
9년 전
윈태현
태현이한테 너무 가차없이굴어서 속상했어요 (오열) ㅠㅠㅠㅠㅠ
9년 전
독자6
헐 작가님 이번편이 진짜 짱인것 같아요 헐 ㅠㅜ 태현아 ㅠ 오늘이 제일 쩔었던 글인것 같네요 이제 다시 승윤이 나오는 편으로 가서 태현이랑 승윤이랑 꽁냥꽁냥 하는거 보고 싶ㅇ어요 ㅠㅠㅜㅜ
9년 전
윈태현
ㅠㅠㅠㅠㅠ감사합니다 ㅠㅠㅜㅜㅜ다음편에선 달달한 강남이야기로 찾아뵐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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