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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코멘트에 머라고 써야 할 지 모르겠슴다... 예... 어어...

아 맞다 저 바쁜 일들이 끝나서 글 쓸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요. 백수상태가 되버려서 게임만 안하면 되는데... ㅎㅎ... (노답)




-




 #.8-








 왠지 오늘따라 카페의 안은 한적하기만 했다. 평소라면 슬슬 다시 손님이 들어 올 시간이였건만, 꼭 하룻동안은 우현과 성규만 있는 것 처럼 가게 안으로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무언가 묘하게 기분 좋은 느낌에 우현이 쇼윈도 밖의 한가한 바깥 풍경을 보며 옅은 웃음을 입가에 머금었다. 우현이 내온 모카라떼를 조용히 홀짝거리던 성규가 그런 우현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와중, 이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카페는 언제부터 하게 된거야?"


 사실 아무 이야기나 해보려 느닷없이 떠오른 허무맹랑한 질문은 아니였다. 그러나 너무 진지하게 물어보기엔 뭔가 민망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성규는 그냥 스쳐지나간 생각처럼, 넌지시 건네보듯 질문을 건넸다.


 "음... 대학 졸업하고나서 한 9달 지나고?"
 "대학생땐 뭘 했길래?"
 "저 미대 다녔어요. 서양화 전공. 원래는 성규씨처럼 작가활동 하고 싶었었는데..."


 말을 줄이는 우현의 눈빛이 성규에게로 향하며 깊어졌다.


 "그냥 꿈이였던거 같아요. 막연히 꿨었던, 어린녀석의 허무맹랑한 그런거."


 우현은 여전히 은은하게 웃고 있었으나 그 미소엔 아까와는 다른 씁쓸함이 묻어나왔다. 마치 쓴 커피처럼.


 "대학 생활 자체는 즐거웠었는데 그냥, 그런거 있잖아요. 한창 새파랗고 혈기왕성해야 할 때 내가 뭐 하고 있는건지 앞으로 뭘 하고 싶었던건지 갑자기 모든게 다 허탈해지고 허무해지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대학교 자체도 좀 막연하게 생각했던거 같아요. 그냥 미술을 하고 싶어서 일단 대학에 들어오긴 했었는데 정확히 내가 무슨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건지를 생각 안 해본거에요. 그래서 무작정 휴학하고 군대 다녀오고 어영부영 대학은 졸업하고..."


 과거를 생각하는 우현의 눈빛이 성규의 컵에 담긴 모카라떼 속으로 깊숙히 빠져드는 듯 했다. 생각해보면 제 과거 중 가장 혼란스러웠고 힘든 암흑기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성인이 되면, 대학에 가면 뭐든지 다 해결되겠지 쯤으로 생각했던게 무참하게도 무너진 시기들. 여지껏 무난하고 낙천적이게 살아왔던 자신에게 이런 고민들은 너무 큰 짐덩어리였다.


 "그러고나니까 부모님 잔소리의 수준도 점점 달라지더라구요. 학생이였을때 까지만 해도 그냥저냥 노력하면 고쳐질 것들이였는데 사회인이 되야 할 시점에서는 그게 아니니까."


 말을 멈추고 바람빠지는 웃음을 한숨 쉬듯이 내뱉은 우현이 제 앞의 카라멜 라떼를 빨대로 휘휘 저었다.


 "그래서 일단 제가 할 수 있을 일들을 찾아봤어요. 그러던 중에 눈에 띈게 카페였어요. 갤러리 카페."


 절대 그림과는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자신이였다. 그렇다고 작가를 하기엔 너무 자신이 없었고,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하자니 디자인을 배운것도 아니고. 게다가 이미 구직자들은 포화상태였기 때문에 취업 준비생으로 뛰어든다는 것은 끝이 어딘지 모를 터널로 들어가는것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막막했던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림과 관련된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댔다. 인터넷으로 찾아도 모르겠으면 밖을 나와 직접 대학로를 걸었다. 그 때 자신이 발견했던 것이 아담한 카페였던 것이다. 지금 제가 하고있는것과 비슷한 모양새의 갤러리 카페.


 "이제 생각해보면 그 때 그 카페가 제 구세주나 마찬가지네요. 전 그걸 못 찾았었다면 아직까지도 그냥 멍하게 사는 잉여인간이였을 거에요."


 나름대로 농담 아닌 농담을 뱉어낸 우현이 푸흐흐 웃으며 제 컵에 담긴 카라멜 라떼를 빨대로 한 입 쭉 빨아들였다. 씁쓸했던 입 안에 달콤한 향기가 들어와 그 씁쓸함을 지워내듯 맴돌았다.


 "전 지금 제가 이 카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정말 감사해요. 가끔은 그림도 그릴 수 있고, 그걸 여기에 전시해 놓을수도 있고, 사람들은 제가 만든 음식들을 먹으면서 제 그림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구석구석 그림이 걸려있는 가운데, 우현이 자신이 그렸던 그림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모습을 보며 막연하게 그것이 우현의 그림일 것이라고 짐작해낸 성규가 자신도 그 그림으로 눈길을 옮겨 화폭에 담겨있는 우현의 그림을 곧게 바라봤다. 빽빽한 도시의 모습을 숲으로 표현한 그림이였다.


 "그림은 그린 사람을 닮는다고 하던데."
 "네?"
 "네 그림도 그런 것 같아. 보다보니까 네 느낌이 뭔지 알 것 같아."


 우현이 여전히 제 그림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말하는 성규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성규의 모습에 갑자기 부끄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민망해진 손을 쥐었다 펴대다가 녹지 않은 얼음 덕분에 아직도 찬 기운이 맴도는 제 컵을 양 손으로 그러쥐었다.


 "난 사실 남의 그림을 본 적이 별로 없거든."


 점점 커지는 부끄러움을 진정시키려 부산스럽던 우현이 성규의 말에 일순간 우뚝 멈췄다.


 "누군가에게 배운것도 아니고, 그냥 혼자서 마구 그려대느라."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성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 같았다. 제 자신도 그걸 느꼈는지 이내 눈썹을 한 번 치켜올리곤 살짝 가볍게 턱을 괴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듯 깊어진 성규의 눈빛에 우현이 말 없이 그 모습을 바라봤다.


 "......"


 성규는 그 이후로 계속 말이 없었다. 여전히 비밀스러워 보이는 그의 모습에 우현이 묘한 기분에 휩싸였고 왠지 모르게 그에 대해 더 알고싶어졌다. 자꾸 숨기는 것 같은 모양새에 더 자극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자신은 쉽게 그에 대해 물을 수 없었다. 알고 싶었지만, 쉽게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신을 가로막는 듯 했기 때문에.


 "... 나중에."
 "..."
 "나중에 너한테 내 얘기를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턱을 괴고있던 고개를 돌려 제 생각에 잠긴 우현을 바라본 성규가 그렇게 말하곤 픽 웃었다. 우현이 본 성규의 제일 명확한 웃음이였다. 딱히 기분이 좋아서 웃는 모양새는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슬퍼보이는 모양새도 아니였다. 그 이유모를 웃음에 잠시 멍해진 우현이 이내 눈을 깜박거리며 정신을 차리곤 성규에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어...?"
 "성규씨 얘기 많이 듣고 싶으니까, 제가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러니까 꼭 약속을 지키라는 듯한 모양새의 눈빛이였다. 어린아이가 어른을 보며 굳은 믿음을 보이는 것 처럼. 성규는 우현의 순수하고 곧은 그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제 마음을 가로막고 있는 벽 때문에, 아직까진 우현에게 자신을 드러낼 수가 없었다.


 "... 나, 이만 가볼게. 오래 있었던거 같으니까."
 "벌써요? 그냥 있어도 괜찮은데..."
 "아냐. 일 하는데 방해 될테니까."


 급히 일어선 성규가 곧바로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현을 향해 뒤를 돌았다.


 "모카라떼 잘 마셨어. 나중에 또 올게."


 그리곤 우현에게 옅게 웃어보이며 다시 뒤를 돌아 가게를 나섰다. 그가 나가고, 점점 멀어질 때 까지 그의 등에서 시선을 놓지 않던 우현은 성규가 도시 속으로 사라짐과 동시에 그가 마셨던 모카라떼의 컵으로 눈길을 돌렸다. 컵은 깨끗하게 비워졌고 커피가 담겨있던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 * *


 제 오피스텔로 돌아온 성규가 곧바로 자신의 침실로 향해 침대에 깊숙히 몸을 뉘였다. 아까까지 우현과 함께 있었던 제 모습이 생각나 베게를 꾸욱 끌어안았다. 우현은 제 생각보다도 훨씬 좋은 사람인 것 같았다. 이제까지 만났던 사람들 중에 그토록 솔직하고 상냥한 사람을 본 적 있었던가? 눈을 감은 성규의 머릿속에는 성종 이외엔 아무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나마 생각난 성종도 하나뿐인 제 가족이였다. 이렇게 공허함이 가득했던 마음속에 무언가 채워지고 있는, 앞으로도 더 채워질 것 같은 느낌에 기분좋은 미소가 들었다가도 이내 금방 불안해졌다. 아직은 안심하기가 두려웠기 때문이였다. 생각이 많아진 저녁이였다. 머릿속이 이런저런 감정과 생각들로 복잡하던 와중, 밀어넣어뒀던 또 다른 생각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엄마..."


 엄마를 만나야 했다.


* * *


 그로부터 정확히 일주일이 지났다. 성규는 며칠동안 대화하고 얼굴을 마주했던것이 무색하리만치도 일주일동안 아무 소식이 없었다. 하지만 우현은 그런 성규에게 굳이 연락을 할 명분이 없었다. 서운하긴 했지만 자신이 그렇게 성규를 찾을만큼 가까운 사이인가 싶어서였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성규가 생각나는 순간이면 그와 동시에 자신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의문이 들어 얼굴에 열이 오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정하긴 좀 그렇지만, 자신은 성규가 생각보다 더 많이 마음에 들었던 듯 했다.

 그렇게 제 생각에 빠져 오늘도 변함없는 자신의 가게를 청소하던 중, 우현의 앞치마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청량한 벨소리를 울려댔다.


 "여보세요?"
 -... 남우현.


 주섬주섬 꺼내 받은 전화기에선 자신이 그토록 생각했었던 성규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 *


 성규는 우현을 만났던 그 날 이후로 예전과 똑같은 제 집 안에서의 홀로살이를 이어갔다. 사실 우현의 생각이 많이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굳이 우현을 만날 명목이 없었다. 우현과 자신이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가 싶어서였기 때문이였다. 성규는 혼자 있던 그 기간동안 복잡한 제 심정을 추상화로 그려내며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정립해갔다. 걱정과 불안을 제쳐두고 올곧이 자신을 바라보면, 자신은 우현을 많이 좋아하고 있었다. 생각보다도 훨씬 더 많이. 그렇지만 성규는 그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기가 두려웠다. 이는 단 며칠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였고, 한순간의 느낌에 그대로 휩쓸려버려 예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였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보내다보니 어느새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성규는 굳이 묻어두었던 엄마와의 약속을 떠올렸다. 기한으로 정해두었던 일주일이 오늘이면 마지막이였다.


 "......"


 서재 구석의 책상에서 성종에게 받았던 그 포스트잇을 집어들었다.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포스트잇에는 약간의 먼지가 얹어져 있었다. 성종에게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 *


 "형...! 무슨 일이야 여기까지 나오고?"


 성종과 성규는 굳이 서로를 찾아가거나 하지 않았다. 사실 성종은 성규가 걱정되어 자주 그를 찾아갔으나 성규가 일방적으로 성종을 거부하곤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싫어서였기 때문이였다. 성종은 처음엔 그런 성규를 이해 할 수 없었으나 차츰 그가 혼자 있고싶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더 이상 성규를 일부러 불러내거나 찾아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성규가 자신을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지레짐작하곤, 아주 가끔씩 그의 근황을 살피려 성규의 집에 찾아가곤 했다. 이렇게 되고나서야 성규 또한 성종이 자신을 깊게 이해해 준다고 생각하여 가끔씩 찾아오는 성종을 거부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성규가 구태여 갤러리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갤러리에 나온적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럴 땐 그저 제 그림을 말 없이 둘러보다 금방 가버리는게 일쑤였고.


 "연락을 하고싶어."
 "연락이라니 어디에... 아. 그때 그...?"


 앞뒤를 깔끔하게 잘라내고 툭 던져놓은 성규의 말에 성종이 얼마간 생각을 하다 이내 그 의미를 알아채곤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결국엔 만나보려는거야?"
 "... 응."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성규가 포스트잇에 적혀있던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곧바로 통화버튼을 누르려 했으나 쉽게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에 후우-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굳게 결심한듯 통화버튼을 누르고, 잽싸게 휴대전화를 제 귀에 가져다댔다.


 "......"


 성종과 성규, 그 누구도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정적속에 날카로운 통화 연결음만이 울렸다. 이윽고 성규는 목울대가 크게 움직이는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고 그와 동시에 전화의 건너편에서 통화를 받은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여보세요?


 성규의 눈동자가 제 정면을 바라보며 떨렸다. 오랫동안 듣지 않았지만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 엄마. 성규에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확실히, 자신의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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