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우우웅-
시끄러운 지하철 소리. 조잘대는 말소리. 그리고 조금 이르게 하루 업무를 끝내고 지하철에서 내린 나
오랜만에 꽤 가벼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털레털레 걸어가는 발을 멍하니 보다 문득 핸드폰 한 번 쓱 쳐다보고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는 것이 그다지 특별하지도, 이상하지도 않아 자연스레 다시 홀드키를 눌렀다.
요즈음은 피곤한 일상에 쫓겨 가지 못했던, 꽤 좁고 은은한 가로등 불빛이 비추던 좋아했던 길로 걸어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몸을 돌린 순간 훅-끼치는 너의 기억의 향수
조그마한 슈퍼. 저기서는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먹었었지. 일 초라도 더 있고 싶어 하드보다는 쮸쮸바를. 나이가 스물 넷이 된 남자들이
픽- 지나간 과거에 웃음이 났다. 그 때 자주먹었던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려고 찾다가 거의 못 찾을 뻔 했지. 아이스크림 봉지가 바뀔게 뭐람.
"이거 얼마에요? 봉지 바꼈네요?"
"1200원. 봉지? 아. 바뀐지 꽤 됐는데. 3년인가?"
지갑에서 천 원을 꺼내면서도 짤짤이 한 두개가 생길 것을 기대했던 나였다. 벌써 3년이란 시간이 흘렀나? 많이 바뀌어버린 것들에 허겁지겁 천 원 한 장을 더 꺼내어 내밀었다. 아이스크림 꼭지를 따서 바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똑같았지만.
"수고하세요"
"응, 청년도 좀 자주 와"
"네. 하하"
나름대로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건넸다.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그 때와 같은 은은하고, 약간은 따스한 주홍빛의 불빛이 나를 비추어왔다.
*
"경수야"
"으응.."
"어..."
"왜..?"
*
여기가 아마 첫번째였지? 어렸었다면 어렸었고, 서툴렀다면 서툴렀고, 아름다웠다면 아름다웠지. 훅 끼치는 달콤한 향내에 마치 니가 내 앞에 서 있는 듯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쥐고있던 아이스크림을 한 입 먹으니 다시 돌아오는 정신같았다.
자잘하게 올려져있는 계단들의 행렬에 또 피식-
*
"업어주기하자"
"업어주기?"
"응! 너네 집까지 업어주기"
"어차피 내가 이겨도 너 나 못 업잖아"
"야. 나도 남자야. 빨리빨리"
*
꽤나 개구지게 웃으며 주먹을 위아래로 흔들던 너였다. 물론 내가 져서 너를 업고 밟은 계단이라 그런지 눈 앞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온통 계단만 보였지. 쉬지않고 재잘 재잘 들리던 '종인아'. 손에 들려져있는 아이스크림은 조금 녹을기미가 보였다. 다시 계단을 보고 한 칸, 한 칸 오르기 시작했다. 얼마나 올랐을까. 서서히 보이는 검은색 구두 코
"종인아"
훅 끼치는 너의 냄새. 너의 목소리.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한 입 삼켰다. 이제 괜찮아지려나
"종인아"
동그란 까만봉지. 그 위로 튀어나온 파란색 작은 봉지 두 개. 고개가 들려지지 않았다.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어?"
"..."
"왜 검은색 신발만 고집했잖아"
또 살짝 키에 비해 길이감이 긴 코트를 선호했지.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면 손이 시렵다며 꼭 봉지를 받아오던 것 까지. 아직도 갈색머리일까.
"니가 잘 어울린다고 했잖아. 검은색 신발. 갈색 머리"
고개를 서서히 들었다. 살짝 길이는 짧아진 머리였다. 은은한 갈색의 머리 끝이 나를 반겼다.
"아직도 잘 어울려?"
응. 아주 많이
비지엠이 중간에 끊기는 불상사는 없겠지
는 무슨 끊겨서 수정했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