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인아, 내가 더 낫다니까?"
"뭐래, 좀 꺼져 제발."
"저거 봐라 저거, 오세훈은 입이 너무 험해서 안돼. 그러니..."
좀 닥쳐라, 제발. 백현의 끊임없는 말소리에 세훈이 이를 갈았다. 불과 몇 시간 전 세훈의 발언으로 인해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얼떨떨한 상태였다. 그나마 빨리 정신을 차린 백현이 종인을 향해 뭐라 뭐라 말을 했지만, 그마저도 세훈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 애초에 준면과 경수야 그러려니 하면서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지만, 백현과 찬열의 경우엔 조금 달랐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웬 늑대 새끼가 먼저 올라갔다며 악을 쓰는 찬열과 늑대가 부뚜막에 올라가면 다 무너진다며 내려오라는 백현은 정신에 심히 분열이 오고 있었다. 아무런 낌새도 눈치채지 못했던 찬열의 분노도 분노였겠지만, 세훈과 종인 둘 사이에 무언가 꺼림칙한 낌새가 흐른다는 걸 눈치채고도 느긋하게 있었던 백현은 저 자신에 대해 자책하였다.
그러니까, 이게 다 무슨 상황이냐 하면. 불과 몇 시간 전에 세훈이 무덤덤하게 말한 단 한 문장 때문이렷다.
"나 김종인이랑 잤어."
뭐라고 씨발? 세훈의 말 한마디에 경수는 먹고 있던 물을 뱉었고, 준면은 들고 있던 빵을 떨어뜨렸으며, 찬열은 입만 벌린 채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있었지만, 과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백현의 욕이었다. 그 말을 뱉어낸 세훈은 여유로운데 그 옆에 붙어있는 종인 혼자 반응을 살피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찬열은 종인을 향해 달려가 대답할 틈도 없이 몰아붙이며 니가 왜? 어디가 모자라서? 왜 하필 오세훈이야 종인아? 따위의 말을 빠르게 쏟아냈다. 그 모습을 한심하게 지켜보던 세훈의 찬열을 떼어내며 승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종인이 좋다는데 뭐가 그렇게 말들이 많으시나. 태평하게 말하는 세훈의 얼굴을 포착한 백현이 이를 갈았다.
"뭐, 축하해..."
준면과 경수가 종인을 향해 어색한 축하 인사를 건네며 종인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등을 몇 번 두드렸지만 그런 노력은 헛되게 발악하고 있는 찬열과 백현으로 인해 말짱 도루묵이었다. 찬열과 백현의 마음을 모르고 있던 것도 아니라 말리기도 애매한 상황에서 둘은 그저 어색한 웃음만 띄울 뿐이었다.
"종인아, 너..."
"김종인 내껀데?"
...씨발, 저 개새끼가. 뭐라고 말을 하려 하면 말허리를 툭 자르고 다짜고짜 염장을 질러대는 세훈때문에 결국 참다 참다 폭발해버린 백현이 혼현을 드러냈다. 찬열이 저건 아니다 싶어 말리려 했지만, 곧이어 내뱉어진 세훈의 말에 결국 쌍으로 혼현을 내보였다. 형이라고 뭐 별다를 것 같아? 백현에 이어 찬열까지 혼현을 내보인 탓에 가만히 있던 준면과 경수가 둘을 뜯어말리며 고군분투 하며 본의 아니게 상처도 입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흥분한 둘의 페로몬이 섞여서 종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게 너무도 분명했다. 꼬리를 휘두르며 씩씩거리는 소리를 내뱉는 백현과 크릉대는 소리를 내는 찬열에게 경수와 준면의 말이 들릴 리가 없었다.
독하게 퍼지는 중종의 향에 몸을 움찔움찔 떠는 종인이 세훈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혼현을 내보이지 않게 하려고 세훈의 옷을 꼭 붙잡고 놓지 않는 종인을 안아주며 무서운 눈으로 주위를 훑는 세훈이 작게 욕을 곱씹었다. 확실히 최중종 둘의 향이 섞인 페로몬을 버티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종인은 서열에서 둘에게 밀렸으므로 둘의 페로몬을 버틸 능력도 없었다. 종인의 작은 머리통을 끌어안고 세훈이 냅다 소리 질렀다.
"아 어떻게 좀 해봐! 김종인 안 보여?"
"우리도 노력하고 있거든, 너 일단 종인이 데리고 나가!"
씨발, 진짜. 한숨만 푹푹 내쉰 세훈이 종인을 끌고 나가려 했지만, 가뜩이나 몸에 힘도 빠진 상태의 종인을 혼자 옮기기란 역부족이었다. 일단은 종인도 저랑 나이가 같은 성인에 가까운 몸이었고, 그렇다고 해서 키가 작은 것도 아니었다. 이걸 어떡해야 돼... 초조하게 입술만 물어뜯으며 세훈이 발을 동동 구르는 와중에도 백현과 찬열은 더욱더 짙은 향을 뿜어낼 뿐이었다. 도대체가 도움이 되는 일이 없어요. 몸이 움직일 생각을 않는 종인을 보며 한숨만 푹푹 내쉰 세훈이 고개를 돌려 고전하고 있는 준면과 경수를 바라봤다. 아 진짜, 김종인 안보이냐! 세훈의 외침에 순간적으로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조금씩 진정하는 듯하던 찬열이 인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고, 몇 분이 더 지난 후 여전히 씩씩대며 백현도 인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왔다. ...허, 우리가 말릴 땐 꼼짝도 안 하더니. 묘한 배신감에 얼굴을 찌푸리던 준면이 종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종인도 조금씩 진정하는 듯 몸 떨림이 잦아들고 있었다. 그나마 여기서 끝난 게 다행이라 생각하며 준면이 심호흡을 내뱉었다...
...그래서 지금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끈질기게 종인에게 달라붙는 백현과, 그런 백현을 어떻게든 떼어놓기 위해 애쓰는 세훈의 모습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백현의 구애를 쉽사리 거절하지 못하는 종인도 종인이었고, 그런 종인에게 더욱더 달라붙는 끈질긴 백현도 백현이었고, 백현을 향해 핀잔을 주며 종인을 감싸고 도는 세훈도 세훈이었다.
수정작업을 거치다 그만 실수로 확인을 눌렀는데 미처 삭제를 못했네요!ㅠㅠㅠ
죄송합니다, 아까 댓글 달아주셨던 분들은 정말 죄송하지만 여기에 한 번 더 달아주세요ㅠㅠ 정말 죄송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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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용이 많이 짧죠? 사실은 원래 저번 편에 넣어야 했던 장면이에요. 애매한 곳에서 1부 완결이 나고 말았네요..ㅎㅎ;; 사실, 피스톨즈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가볍게 끝내려던 거라 콘티도 얼마 없었고, 이렇게 길어질 줄은 저도 미처 예상을 못 했어요. 아마 이렇게 늘어난 이유가 무한한 관심과 응원의 글을 보내주시는 독자님들 덕분 같아요. 하지만 그러다 보니 콘티도 없고 즉흥적으로 그 자리에서 써내려가다 보니 말도 안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문장이 매끄럽게 연결되지도 않았나 싶네요. 처음 썼을 때보다 어째 더 퇴보하는 느낌이니.. 세어보니 3달 정도를 피스톨즈와 함께 하고 있었네요! 세달이라는 시간이 무척 짧았지만, 저에겐 긴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비해 문체가 나아진 것 같지만, 갈수록 이야기는 진부해지는 것 같아 여러 번 고민했음에도 댓글로 응원해주시고 좋아해 주시는 반응에 정말 감사했어요. 지난 세달동안 꾸준히 찾아오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여러분에게 정말 감사하고, 브금 선곡도 이상하게 해 놓아서 글에 집중이 어려우셨을 텐데 브금이 좋다고 해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고, 댓글을 달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번 달아주신 비회원 분들에게도 감사하고, 저를 신알신 해준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하고, 비록 댓글은 달지 않으셨어도 한 번이라도 읽어주셨던 모든 분에게 감사합니다. 언제 돌아올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렇게 끈질기게 이어본 작품은 피스톨즈가 처음이기도 하고, 또 워낙 제 문체가 모자라서 다른 세종의 금손 작가분들에 비해 부끄럽기도 하고, 세종러 분들에게 안구 테러를 선물한 건 아닌가 걱정도 되고. 그리고 글을 다 쓰고 난 뒤엔 꼭 맞춤법 검사를 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고 편안하게 읽으셔도 됩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해요! 저는 전체적으로 글도 다듬어서 다시 돌아오고 콘티도 더 짜야 할 것 같네요. 모든 분에게 감사하며, 저를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에게 고개 숙여 인사드리고 저는 물러갑니다:)
그리고 비록 1부지만 텍파를 원하시는 분들은 메일 주소 적어주세요! (혹시 원하시는 분들 없을까봐 짜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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