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쌤은 첫사랑 없어요 정말?"
"응."
너무 당당하게 없다고 하는 쌤이 좋았다.
"근데 첫사랑이 왜 없지.........."
"글쎄."
근데 그런 거 있지않나. 예의상 없다고 하는 거.. 괜히 너무 궁금해져서 쌤이 입을 열 때까지 조르기로 한다.
"거짓말."
"뭔 말이 듣고싶은 거야?"
"첫사랑 있잖아요. 막 결혼까지 생각하고 그랬던 사람 없어요?"
"글쎄.. 그래도 첫사랑은 없는데."
"궁금한데.. 저 진짜 듣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요!"
"없는 걸 없다고 하죠~"
"아닌데..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알려주시지~ 네?"
"없습니다."
없다며 내 얼굴을 큰 손으로 가려버린다.
아 왜요오.. 하고 손을 치우고 알려달라고 하면, 쌤이 고개를 절레절레 하며 내 입을 틀어막는다.
"그냥 알려주지.. 쌤 너무하네요 정말.."
"삐진 거야 지금??"
"삐진 거 아니고.. 서운한 건데."
"그게 그거 아니야?"
"다른데.."
"너는?"
"저 뭐요?"
"너는 첫사랑 얘기 해줄 수 있어?"
"네."
"말해줘봐 먼저."
"유치원 ㄸ.."
"유치원 때 금지."
"아, 왜요! 저 진짜 유치원 때 첫사랑 있는데!"
"그 땐 너무 어리잖아."
"…음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오빠가 있었는데! 같은 버스 타려고 아침마다 기다렸어요!"
"그래서 이뤄졌어?"
"아니요? 그 오빠 졸업하고 끝이었어요."
"아아.."
"이제 쌤 말해야죠!"
뭘.. 하고 시치미를 떼는 쌤에 아아아 쌔애앰! 하고 어깨를 아프지않게 때리니 쌤이 웃으며 말한다.
"너 왜 이렇게 쎄?"
"아! 알려줘요! 진짜 궁금한데!"
안 들리다.. 하고 눈을 감는 쌤에 팔을 잡고 흔들며 아아아아- 하니, 쌤이 날 보고 웃으며 말한다.
"그만하시죠 단한씨."
"알려주면!"
"알겠어."
"오예!"
"2년 전인가.. 결혼 얘기까지 오고갔었는데. 서로 크게 권태기가 와서 끝났어."
"……."
"됐지?"
"뭐."
"……"
"오케이!"
오케! 하며 쌤의 품에 안겨서 ㅋㅋㅋ하고 웃다가 우는 시늉을 하자, 쌤이 나를 감싸 안아주다가도 날 떼어내고선 말한다.
"그래서 그 고등학생 때 오빠라는 사람은 잘생겼어?"
"쌤 질투하는 거예요??????????????"
"응."
"아이 솔직해애~~~ 우리 쌤~~ 이리와봐."
이리 와보라며 볼을 잡아 당기고선 볼에 뽀뽀를 하자, 쌤이 픽- 웃는다.
아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
"쌤!"
"응!"
같이 밝게 대답하는 쌤이 귀여워서 뭐예요오오.. 하고 웃으니, 쌤이 날 따라 웃는다.
"우리 같이 셀카 찍으면 안 돼요???"
"셀카?"
"나도 쌤이랑 찍은 사진 배경사진 하고싶은데."
"찍자."
"진짜여!?"
"응. 진짜."
쌤이랑 있다가 밤에는 시아 자취방에 가서 떡볶이를 시켜먹는다.
쌤과 같이 찍은 셀카를 보여주니, 시아가 오오오- 하고 입을 모아 이상한 소리를 내더니 날 보며 말한다.
"야 근데 진짜 아무리 봐도 네 애인분 존잘이야.."
"그치. 나 진짜 복에 겨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아니야. 너랑 잘 어울려."
"진짜!?"
"엉. 이뿐 단한이 뿌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이거 프사 안 해? 둘다 엄청 잘 나왔는데."
"프사...?"
"엉."
"아직 그건 안 물어봤는데."
"왜 그걸 물어보고 해? 그냥 하면 되잖아."
"아. 그러네."
난 왜 당연히 쌤한테 허락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냥.. 조심스러워서?? 에라 모르겠다. 일단..
"근데 너 그 동욱..? 이란 분이랑은 어떻게 됐어."
"말도 마."
"왜?"
"이틀동안 카톡 주고 받은 게 한.. 10번도 안 되는 것 같은데."
"전화는?"
"전화는 무슨.. 그냥 서로 밥 먹었냐고 묻고, 잘 잤냐고 물은 게 다야."
"앜."
"웃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니.. 뭔가 너답지 않아서.. 원래는 맘에 안 들면 바로 치워버리면서 웬일로 오래 끌어?"
"그냥..."
"그냥?"
"만나보고싶어. 얼굴도 궁금하고.. 어른이랑 만나보고 싶었거든."
"먼저 전화하고 그러는 건 어때!?"
"어우..! 민망해서 못 해. 뭔가 어른이다보니까 내가 전화했다가 바빠서 못 받으면 어떡해."
"하긴.. 그건 그래..."
시아랑 그 분과 대화한 내용을 보게 되었다.
[밥 먹었어요?]
- 먹었어요 ㅎㅎ
[이제 봤네요.. 학교 끝났어요?]
- 네 끝났어요!
잠깐...
"야 시아야.."
"엉?"
"근데 넌 왜 묻는 말에 대답만 해? 너는 왜 아무 것도 안 물어봐?"
"…그야."
"……."
"뭐라 불러야 될지도 모르겠어.. 뻘쭘해서??"
"그게 뭐야..... 이분도 할 말 없을 거 아니야. 내가 다 민망하네 진짜.... 야아 그만 먹고! 내 말 좀 들어봐!"
"왜애. 이것만 먹자."
"이분이랑 잘 되고 싶으면, 평소 네 성격대로 행동해봐! 막 들이대!"
"애같다고 싫어하면 어떡해."
"아냐아냐! 내 말 들어봐!"
학교 끝나고 학원에서 조금 가까운 카페에서 쌤을 기다린다.
저 멀리서부터 잘생긴 사람이 너무 눈에 띄길래 그쪽을 보고있으면 쌤이 내게 손을 흔든다.
내 맞은편에 앉아서 '안녕'하는 쌤에 '안녕하세요'하고 어색하게 대답하면 쌤이 푸하하- 웃는다.
"되게 어색한 인사 뭐야."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ㅋㅋㅋ! 오늘 왜 이렇게 잘생겼어요!? 뭐야??"
"그래? 나 원래 잘생겼는데."
"왉..!"
"뭐야 괴물소리?"
"쌤한테 익숙해지는 중입니다."
"ㅋㅋㅋㅋㅋ오래 기다렸어요?"
"아니요~ 한 10분??"
"어유 오래도 기다리셨네."
"그런가요?? 아 맞다 쌤!"
"네."
"저.. 쌤이랑 같이 찍은 사진! 프사 해도 돼요?"
"그걸 왜 물어봐? 그냥 하면 되지."
"그래도 돼여???"
"네가 하고싶으면 하는 거지."
"아.. 난 또 쌤이 혹시라도 불편해할까봐! 그럼 할게요!"
그래- 하고 고갤 끄덕이는 쌤에 급히 핸드폰을 킨다.
쌤이 프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쌤은 보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안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됐다..!'하고 고갤 들면, 쌤이 했어~? 하며 날 보고 웃어준다. 아, 그렇게 웃지 마요. 나 심장 녹아....
할 말은 많은데 쌤 얼굴 구경하느라 한참 가만히 있다가 아! 맞다! 하니, 쌤은 말해보라는 듯 날 기다려준다.
"그..시아요!"
"응."
너무 갑자기 손을 뻗어 내 손을 잡는 쌤에 헛..하고 멈춰서 쌤을 바라보니 쌤이 하던 말 마저 하라는 표정으로 나를 본다.
"헝.."
"왜 이래..ㅋㅋㅋㅋ"
"좋아서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시아요! 무슨 진전이 하나도 없길래! 제가 연애코치 좀 해줬어요!"
"코치?? 연애코치???"
"네! 왜요???? 제가 연애코치 한다니까 웃겨요!? 왜 웃지!"
"아니 웃긴 게 아니라...ㅋ"
"웃긴 거네!!"
"아니..ㅋㅋㅋㅋ 귀여워서 그래."
아 뭐예요.. 하고 몸을 베베 꼬면, 쌤이 고갤 숙인 채로 끅끅 웃는다.
"아, 맞아요. 갑자기 생각이 난 건데요. 쌤은 저한테 하지 못했던 말 있어요? 있으면 말해주시면 안 돼요?"
"되게 뜬금없긴 하네."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말해주세요! 있으면!"
"음.. 쌤이라고 그만 좀 불러."
"…앗."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어째 오빠라는 소리를 한 번도 안 해줘?"
"천천...히.. 해보는 걸로..하겠습니다.."
"고단한."
"네...?"
"왜 말 더듬어."
"…아닌데."
쌤은 날 보기만해도 웃긴지 계속 웃고 있었다. 진짜 심장어택....
"저도!!"
"응?"
"저도 물어봐주세요! 하지 못 했던 말!!"
"음..하지 못 했던 말 있어?"
"쌤이랑 자고싶어요. 지금 당장."
"……."
"장난이에요! 장난.."
"맛있는 거 먹이고 싶어서 레스토랑 예약해놨는데."
"……."
"취소해야겠다. 집 가야 겠는데."
"악.."
"ㅋㅋㅋㅋㅋㅋ"
"아아아아악..!!"
어떡해.. 하며 얼굴을 가린 채 소리를 지르면, 쌤도 민망한지 막 웃는다.
"역시나 오늘도 답장이 쳐 느리신 김동욱씨."
혼자 터덜터덜 알바를 끝내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던 길에 시아는 심심하니까 집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저 이제 알바 끝나서 집 가려구요 ㅎㅎ 심심해서 걸어갈 예정입니당~]
보나마나 답장 또 늦게 오겠지.
- 추운데 걸어가요?
"뭐야.. 답장 왜 이렇게 빨라...?"
[네. 뭐 20분 정도 걸으면 돼요. 운동삼아 ㅎㅎㅎ]
- 아아.. 그래도 밤이라 위험한데.
[괜찮아요. 뭐하세요?]
- 친구네 카페 들렀다가 가려고 막 차에 탔어요~
[어디신데용?]
- ㅇㅇ동 s병원 옆에 있는 카페예요.
[헐! 저 한 5분 걸으면 그쪽 지나는데!!!!!]
- 아 정말요?
[네!!]
"그럼 잠깐 볼까요?? 라고 해야지 이 시끼는 갑자기 카톡이 툭 끊겨?? 죽을라고 진짜.. 아오 속 터져!!!!"
답답한 걸 싫어하는 시아는 곧 가슴팍을 탕탕 치며 카톡을 보낸다.
[잠깐 볼래요?]
[금방 갈게요! 기다려주세요]
- 네. 그래요.
진짜 말투만 보면 내 스타일 아닐 것 같은데.. 어디 한 번 얼굴이나 보자!!
시아가 화난 발걸음으로 움직여 동욱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흰 중형차 옆에 서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본 시아는 동욱에게 카톡을 보냈고, 곧 그 사람이 카톡을 확인하자..
시아는 저 사람이다.. 하며 동욱에게 다가가 동욱의 뒤에 서서 동욱을 부른다.
"저기요!"
"……"
"저! 유시아예요."
기대도 안 한 목소리다. 그냥 37세 아저씨일 뿐이겠지.
"엇.. 안녕하세요."
뒤돌아 어색하게 손 흔들다가도 이건 아닌가 싶은지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동욱에 시아는 얼음처럼 얼어서는 동욱을 바라보다 말한다.
"어.. 네! 안녕하세요...."
"5분이라더니.. 더 빨리 도착하셨네요."
"…네. 귀여우세요!"
"네?"
이 멍청아. 여기서 귀여우세요가 왜 나와 ㅅㅂ...
"아, 아니요! 차가 엄청 귀여우세요!! 이거 그거 아닌가! 현대! 그거! 카니발....?"
"아뇨, 아우디..."
"아아 그래요 아우디!! 귀엽네 귀여워..차가.."
"아아..네.."
어색하다. 어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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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