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
혼자 덩그라니 소파에 앉아서 단한이와 카톡을 하던 해진은 단한이의 저장명을 보며 픽- 웃는다.
이런 거 처음 해보는데.. 뭐 나쁘지 않네.
단한이 택시를 탔다는 말에 해진은 급히 집 안을 둘러보았다.
뭐 치울 거 더 없지?.. 없네..
"근데 되게 특이하신 것 같아요. 신발 모으는 게 그렇게 재밌어요? 우오아.."
몇 번 와봤음에도 불구하고 신기하다며 집을 둘러보는 단한에 해진은 의자에 앉아 단한을 본다.
저 쪼그만 애가 내 집에 돌아다니는 게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
"근데 막 애기들 장난감은 뭐예요? 여기도 있고.. 여기도 있고.. 헐 설마!"
"설마 뭐."
"…애가 있다거나."
"벌써 알아챘다고?"
"아 거짓말 하지 마여~~~"
"ㅋㅋㅋㅋ조카 거야. 원래 부모님이랑 누나랑 같이 살았었거든.. 2년 전까지는."
"아, 진짜여? 대박... 누나분..의 애들인가 그럼!?"
"응. 두명인데.. 진짜 말량광이거든.."
"오! 그럼 쌤 애기들 엄청 좋아하겠네요??"
"좋아하지. 그래서 너 좋아하잖아."
"아!"
"ㅋㅋㅋㅋㅋ"
"뭐예여어어어!!!!!!!"
"우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그만 구경하고 와서 앉지?"
해진이 자신의 옆에 있는 의자를 툭툭- 치자, 단한이 앗.. 그럴까요? 하며 웃으며 다가간다.
옆 의자에 앉으려는 단한이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히는 해진에 단한이 놀란 듯 해진을 내려다보았다.
"…억."
"스물다섯살이라 귀여운 거야.. 아니면 너라서 귀여운 거야?"
"당연히 저라서 귀여운 거죠!.."
"왜?"
"왜라뇨.. 그럼 제가 할 말이 없는데."
해진이 단한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자, 단한이 당황한 걸 꾹 감추고선 해진을 바라본다.
해진이 천천히 고갤 틀어 단한이에게 다가오면 단한이 눈을 감는다.
이번에도 역시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진 해진에 단한이 눈을 천천히 떠서 해진을 바라보았고
해진이 그런 단한이 귀여운지 웃으며 다시 한 번 뽀뽀를 한다. 이 분위기가 어색한지 단한이 아.. 맞다.. 하자
해진은 뭐냐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단한이의 허리를 감싼다.
"이건 쌤한테 말해야 될 것 같아서요. 저 어제 남사친 만나고 왔어요."
"남사친?"
"네. 근데 걱정 하지 마세요. 그 오빠도 9살 연하랑 만나느라 아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도 않고..
그 오빠가 쌤 되게 궁금하대요. 제가 막 엄청 자랑했거든요.. "
"몇살이길래 9살 연하를 만나?"
"서른둘이요!"
"걔는 서른둘에 오빤데 왜 난 쌤이야?"
"…에?"
"다섯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나도 오빠라고 불러줘."
"네에!?!?!?!??!?!?!"
"싫어?"
"아니!!! 싫은 게 아닌데... 아닌..데..음..아직..은..음... 오빠라는..말이.. 어..음..."
"…서운하네."
"어! 아니요! 쌤! 그게 아니라.. 할게요!"
"아니야."
"…할게요."
"내 친구네는 여자애가 아저씨라 불러. 아저씨보단 쌤이 나은 것 같아."
"헐."
"아저씨 아닌 게 어디야."
"…노력할게요."
"아냐, 쌤도 나쁘지 않아. 좋아."
은근 솔직할 것 같지 않은 해진은 하고싶은 말을 다 한다.. 단한이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 해진에 침을 꿀꺽 삼킨다.
그리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해? 너무 어색하고, 부끄러운데. 근데...
"…쌤."
"…어?"
"삐졌죠."
"아니?"
"아닌데.. 평소랑 표정 되게 다른데.."
쌤은 삐지면 티가 난다. 그게 너무 귀엽다.
단한이 푸흡- 웃으며 해진의 볼을 잡아 당기자, 해진이 여전히 삐진 얼굴로 단한을 본다.
"오빠 소리가 듣고 싶어용~?"
"어."
"바로 어..라고 대답할 줄은 몰랐는데."
"해줘봐. 오빠."
"…아유! 다음에요! 다음에..!"
"치."
"ㅋㅋㅋ아 귀엽게 왜 그럴까요 자꾸!"
이렇게 한참 앉아서 얘기하는 둘.. 처음엔 어색한 이 자세가 이제는 익숙해져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오래 얘기할 수 있다.
떡볶이를 시켜먹고서 배부르다며 소파에 앉은 단한이 자신의 옆에 앉은 해진에게 말한다.
"쌤 무릎 베고 누워도 돼요?"
"왜?"
"네?"
알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왜?라니?..당황해서 단한이 해진을 올려다보자.. 해진이 곧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으며 말한다.
"누워."
누우라며 자신의 허벅지를 탕탕- 치는 해진에 단한이 신이나서 해진의 무릎을 베고 눕는다.
조금은 경직 된 표정으로 tv에 시선을 두는 해진.. 그리고 눈치를 채지 못 한 단한.
단한이 tv에 시선을 두다가 곧 잠이 들었고.. 해진은 겨우 고갤 숙여 단한을 힐끔 보더니 혼잣말을 한다.
"태평하게 잠이나 들어?"
평소와 같이 10시가 조금 넘어서 단한을 데려다주러 나온 해진은 피곤한지 기지개를 쭉 핀다.
집 앞에 도착하고.. 해진이 시동을 끄지 않은 채 나와서 단한이 갈 때 까지 기다리는데.. 단한이 들어가지 않고 해진을 올려다보기만한다.
해진은 무슨 할 말이라도 있냐는 듯 단한을 내려다보았고.. 단한이 우물쭈물 하다가 입을 연다.
"내일 쉬는 날인데.. 쌤도 쉬죠?"
"나도 쉬지."
"그러기엔.. 너무 일찍 헤어지는 것 같아서요.."
"되게 피곤해 하길래.. 일찍 데려다준 건데.."
"피곤한 거 아닌데.."
어떻게 해야 진도를 뺄 수 있을까.. 심각하게 고민하느라 시무룩하게 있었던 거였는데.
"그럼 우리 동네 한바퀴 돌까?"
"…추워서요!"
"아, 춥지.. 그럼 차에 좀 앉아있자."
"저희 집에 올래요?"
"……."
"아 그러니까! 자라는 게 아니라.. 그냥.. 춥고 그러니까.. 아, 저희 집도 보여줄 겸.."
"……."
"진짠데."
"누가 뭐라 했어?"
"아니.. 못 믿으시는 것 같아서."
"믿어. 가자."
"…네!"
드디어 말했다.. 단한이 자신이 말하고도 놀라운지 심장부근에 손을 댄 채로 먼저 앞장서 빌라 안으로 들어선다.
해진이 차 시동을 끄고선 단한을 따라 걷는다.
열쇠로 문을 연 단한이 곧 방 안을 보더니 분주하게 무언가를 치워 빨래통에 넣었고, 해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단한을 바라본다.
"아.. 원래 제가 청소 엄청 잘 하는데.. 오늘은 아침에 급하게 나와서.."
"……."
"그.. 의자 같은 건 없고! 바닥에 앉으셔야 돼요."
"자취방 얻은지 얼마 안 된 거야?"
"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직 짐 정리 못 한 것 같아서."
"…아하!"
갑자기 밖에서 들려오는 술취한 사람들의 시끄러운 목소리에 단한이는 익숙한 듯 무시했고
해진이 놀란 듯 단한을 보며 고개를 갸웃하자 단한이 말한다.
"아무래도 학교랑 가까운 곳이다 보니까.. 술집도 많고.. 취한 사람들도 꽤 많아요. 익숙해요.
가끔은 집 잘못 찾아와서 문도 두드리는데.."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뭐 누구 들어오면 때릴 거라도.."
"에이.. 어떻게 들어와요."
"그냥 확 내가 데리고 와서 같이 살아야겠다."
"네에!?"
침대 위에 앉아서 해진을 보며 웃으니 해진도 웃으며 단한을 바라본다.
"문도 그냥 열어놓고 학교 간 거야? 그러다 도둑이라도 들면 어쩌려구.."
"에이.. 도둑이 들어봤자 가져갈 것도 없네요. 걱정 마세요!"
"걱정 되니까 그러지.. 안 되겠다. 내가 여기 와서 같이 살까?"
"…진짜요!?"
"그래도 돼?"
"아, 그럼 저는 너무 좋.."
"……."
"지만.. 그래도! 그럼.. 저희 막 잠도 같이 자야 되잖아요."
"같이 자면 되지."
"왜요!?"
"같이 자기 싫어?"
"…아뇨?"
"그럼?"
"아직.."
"……."
"저희는 뽀뽀밖에 안 했으니까!"
"그게 뭔 상관이야?"
"그러게요. 무슨 상관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지 마세요."
"웃겨서 웃는 거 아닌데. 귀여워서 그래."
"……."
"뽀뽀도 못 했으면 나 너희 집에 초대도 못 받았겠다."
"…에이 그런 건 아닌데."
"……."
그냥 뽀뽀고 뭐고.. 키스까지만 진도를 빼자는 생각으로 자취방으로 데려오긴 했는데.
후회가 된다. 그 어떤 것도 못 할 것 같아서...
"제 친구는 썸남이랑 키스하고 연애하게 됐대요. 요즘엔 그렇게 다들 진도가 빠르다니까요."
"……."
"왜요?"
"……."
"아 아까 떡볶이 먹었는데도 배고 고프고.. 막 .. 그러네요."
"나 정말 여기서 자고 갈까."
"…네?????????????"
"같이 있고 싶어. 오래."
"같이 코오- 잔다구요? 같이???"
"그렇지?"
"…아! 네! 뭐! 상관은! 없는데!.. 저는 좋아요! 완전 좋아요...!"
"그래. 그럼 오늘 단한이 생얼 볼 수 있는 건가."
"아! 쌤. 제 생얼 보고싶어서 잔다고 한 거예요!?"
"ㅋㅋㅋㅋㅋ아니. 정말 같이 있고 싶어서."
"아.. 그렇게 말하시면..제가.. 심장이.. 으.."
"……."
갑자기 뚝- 하고 꺼져버린 불에 놀라서 둘이 형광등을 본다.
불이 나갔나보네.. 해진이 중얼거리며 한참 형광등을 보다가 '사올게'하자 단한이 말한다.
"아니에요! 그냥.. 이거! 무드등 키면 돼요!"
"아, 너무 어둡지않나?"
"어차피 잘 시간인데요 뭐.."
"그런가."
"여기! 제 옆에 앉으세요! 바닥 차가울 텐데.."
"그럴까."
그럴까? 하며 단한이의 옆에 앉은 해진에 단한이는 뭔가 이상하게 이 끈적한 분위기에 침을 꿀꺽 삼켰다.
하필 또 불이 꺼져서 무드등만 켜져있다니.. 이거 오늘 키스하라고 기회를 주는 거 아닐까.
갑자기 단한이의 손을 잡는 해진에 단한이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서 해진을 바라본다.
"뭘 그렇게 놀래? 내가 잡아먹어?"
"아니요! 그냥.. 깜짝."
"나 만나다보니까 어때?"
"네?"
"네가 생각했던 모습이랑 많이 다르지?"
"…아, 음.. 사실은.. 다르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모습도 있구나 싶어서 신기하고, 더 좋아져요."
"……."
"아직도 쌤이랑 연애한다는 게 안 믿겨져요. 쌤은 꿈에서만 그리던 사람이었고.. 모두가 다 좋아해서 말도 못 걸 상대였었는데.
잤다 일어나면 꿈인 것 같아서 계속 쌤이랑 한 카톡 대화도 몇 번 본다니까요. 쌤은요? 쌤은 저 어때요? 막 어려서 별로라고 했잖아요."
"나도."
"……."
"어려서 싫다고만 생각했었는데. 만나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다보니까 알겠더라고.
마냥 애같았는데.. 대화가 통하는 게 신기했고.. 되게 빨리 철이 들었구나 싶기도 했고. 어쩌면 나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일 때도 있어."
"아, 정말요!?"
"응."
단한이 신나서 웃으며 고민하다가 해진의 볼에 뽀뽀를 한다.
해진이 놀란 듯 아닌 듯 단한을 보고선 픽- 웃더니 곧 단한이에게 말한다.
"매일 볼 때마다 웃고있으니까."
"……."
"요새는 힘든 일 있어도 너 때문에 웃어."
"……."
아무 말 없이 서로 바라보기만 하다가.. 해진이 천천히 단한이에게 다가온다.
"……."
서로의 입술이 닿았고.. 서로의 입술이 열린다. 서로의 혀가 들어오고 분위기처럼 끈적한 키스를 나두다가
힘 없이 뒤로 누워버린 단한이 숨이 막히는지 입술을 떼고선 해진을 올려다본다.
"……."
다시 한 번 서로의 입술이 닿는다. 말도 없이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키스를 나누고 있었을까.
해진의 손이 단한이의 가슴에 닿았고.. 단한이는 놀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고서 해진에게 몸을 맡긴다.
단한이의 옷을 벗기려는지 단추를 하나씩 푸는 해진에 단한이 급히 입술을 떼고선 다급하게 말한다.
"저!..."
"……."
"그..날인데..."
"…아."
세상에 이렇게 민망할 수가.. 서로 뻘쭘해서 아무 말도 않고 멍을 때리다가..
곧 해진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대로 단한을 끌어안은 채 눕는다.
해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던 단한이 작게 말한다.
"죄송해요.."
"죄송하긴.."
에피소드
"제 이름 뭘로 저장하셨어요!?"
"저장?"
"네!"
"…그냥 단한이."
"와아! 정 없어! 애인인데! 여자친구인데! 하트 하나도 없이!?"
"누구 이름 옆에 하트 붙여본 적이 없어서."
"그럼 이번 기회에 붙여요!"
"그래, 알겠어."
그 때 너는 막무가내로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연락처로 들어가 저장명을 바꿨어
그것도 아주....
"세상에서 젤루 예쁜 베이비??"
이상하지만 귀여운 이름으로 말이야.
"절대 바꾸지 마요!"
"……."
"알겠죠!"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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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맠 보고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