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며칠동안은 또 다른 이유로 너무 힘들었다.
"네 남친 혹시 막 연예인이고 그런 거 아니지??"
"어쩌다가 만났어? 진짜 잘생겼던데.."
일주일 동안은 내게 달라붙어 욕하던 애들이 이제는 부럽다고 하기 바쁘다.
내 입으로 말하긴 좀 민망하지만.. 나는 꽤 유명해졌다. 잘생긴 사람이 학교 앞으로 차 끌고 데리러 왔다던 애가 쟤야? 하면서 날 대놓고 보기도 했다.
아, 그리고 일주일이 넘도록 나는 쌤을 한 두 번.. 봤나? 서로 바쁘다 보니까 자주 못 봤더니 보고싶어 죽겠네.
점심시간이 되어서 시아랑 같이 강의실에서 나왔을까.. 쌤에게서 온 카톡에 나는 화들짝 놀라 화면을 본다. 오늘 처음 받는 카톡..
[점심 같이 먹을래?]
이 말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같이 먹고는 싶은데.. 너무너무 보고싶은데.
"왱?"
"엄.. 그게."
시아가 있으니까.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그건 서로한테 불편할 테니까.
"쌤이 같이 밥 먹자고 해서."
"그래? 먹고 와! 나 다른 애랑 먹고 오면 되는뎅?"
"아니야! 그건 내가 싫어!"
"왜애! 둘이 안 본지 꽤 됐잖아. 갔다와!"
"됐거든."
됐다며 나는 쌤에게 답장을 보낸다.
- 시아가 있어서요 ㅠ_ㅠ 둘이서 밥 먹거든요!
[아, 그래? 괜찮으면 같이 먹자 ㅎ 사줄게]
생각도 못 했던 쌤의 대답에 나는 헉.. 하고 입을 떡 벌린 채로 한참 있다가 시아를 보며 말한다.
"쌤이 밥 사준다는데.."
"갔다오라니까용?"
"아니아니! 너도! 같이.."
"나도?????????????"
"불편하겠지.. 아무래도..?"
"어우야! 아니? 난 완전 환영!! 나 안 꺼려 하시는 거 보니까. 나 좋게 보시나?? 아, 그랬음 좋겠다.."
"되게.."
"응?"
"불편해 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불편하긴 뭘 불편하냐? 네 전남친들은 다 이상한 애들이라 내가 싫어했던 거지.. 이번에 네 애인분은 완전 굳이야, 굳!"
"너도 쌤 좋게 봐서 정말 다행이고.."
내 주변엔 좋은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서 또 너무 뿌듯해진다. 나, 아직 살만해! 그래!그래!
"오늘 강의 듣는데.. 솔직히 시아랑 저랑 막 떠든 것도 아니었거든요? 그냥.. 오늘 점심 뭐 먹지? 하고 노트에 써서 보여줬는데.
예민하셨던 교수님이! 그걸 보고 화가 나셔서 우리한테 떨어져서 앉으라고 한 거예요! 근데 또 시아가 볼펜 잉크 다 써서 안 나온다구..
볼펜 빌려달라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는데!"
"……."
"……."
"또 우리 보고 화내시면서 연구실로 오라고 화를 내신 거예요.. 진짜 너무 억울해가지고.."
"원래 평소에도 찍히고 그런 거 아니고.. 예민하셔서 유독 오늘만 그러신 거야?"
"오늘 유독.. 예민하셔서요. 오 ㅋ 찌찌뽕!!"〈- 단한,시아
"둘이 되게 친해보인다. 둘은 언제부터 친했어?"
"어.. 저희.. 5년 전?? 대학친구! 근데 완전 짱친!!
"맞아용. 짱친.."〈- 시아
"어쩌다가 친해지게 됐는데요??"
쌤의 물음에 시아가 신난 듯 나를 보고 갑자기 큭큭 웃더니 쌤을 보며 말한다.
"단한이가 엄청 웃는상이잖아요. "
"네."
"그 때 막 추워서 주머니에 손 넣고 다녔는데 제가 핸드폰 보면서 걷다가 넘어진 거예요. 학교 건물 앞에서.
단한이가 학교 들어가다가 저 보고 어 ! 괜찮아요?? 하면서 왔는뎈ㅋㅋㅋ 애가 웃고있는 거예요!!"
"ㅋㅋㅋㅋㅋ."
"그래서 처음엔 제가 단한이를 엄청 싫어했어요. 사람이 넘어졌는데.. 그것도 초면인데 웃는 애가 좋아 보일리가 없잖아요.
그러다가 과 애들끼리 술 마시다가 제 옆자리에 단한이가 앉았어요! 근데 애가 술취해서 좀 짜증을 내더라구요?"
"아, 맞아.. 단한이가 취하면 짜증이 많아지더라구요."
"네에! 그 때는 그래도 좀 덜했어요. 막.. 인상을 팍 쓰고! 자기는 무서워 보이고 싶은데 못 그런다고 짜증을 내는데.
근데 그 짜증을 내는 모습 마저도 웃는 얼굴인 거예요.. 아~ 내가 오해를 했구나~ 이 친구는 원래 이런 상이구나~
싶어서 제가 단한이 집 데려다주면서 사과했죠 오해했다구.
그러다가~ 단한이가 집 비밀번호 기억 안 난다고 해서! 저희 집에서 재워주고~ 그렇게!"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웃기죠 저희 ㅋㅋㅋㅋ."
신나서 그 때 얘기를 해주는 시아와 그 얘기를 들으며 날 보고 풉- 웃는 쌤.. 좀 뻘쭘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내 친구랑 이렇게 셋이서 밥 먹으면서 이런 대화 나눌 애인이 생길 거라고 생각도 못 했으니까.
괜히 뿌듯하고, 기분이 좋고 그래.
"완전 잘 먹었습니당.. 제가 커피 쏘겠습니다아!!!"
괜찮다는 쌤의 말에도 혼자 카페로 들어가 빨리 주문하라며 우리에게 소리치는 시아에 결국 우리는 졌다.
"잘 마실게요."
"에이~ 맛있는 밥 쏘셨잖아요. 우리 단한이 잘 부탁합니다!!!"
잘 부탁한다며 껄껄 웃는 시아에 고개를 저었다. 어유 증말.. 우리에게 커피 한잔씩 쏘고선 갑자기 뭔 일이 생겼다며
급히 가보겠다며 인사를 하고선 사라지는 시아에 나는 손을 뻗어 시아를 불러보았지만, 시아는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린다.
"친구 성격 되게 좋은 것 같아."
"아, 시아요? 그쵸! 시아 성격 되게 좋죠.. 예전엔 엄청 닮고싶었는데."
"넌 있는 그대로, 네가 더 어울리고 좋아."
"아아 쒜에에에엠."
"몇시까지 올라가야 돼? 데려다줄게."
"음.. 한 삼십분?"
"걸을까?"
"아!"
"왜."
"쌤 지금 완전 유명해서 사람들 다 알아볼 텐데. 좋아요! 같이 가요! 가주세요 같이!"
쌤이 내 손을 잡았고, 나는 웃으며 쌤을 올려다본다.
학교로 들어서면서 우리과 여자애들이 다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아..! 저 궁금한 거 있어요."
"뭐?"
"쌤은 질투가 심한 편이세요? 막 내가 남자랑 같이 있는 거 보면 화나고 그런가?"
"뭐.. 나랑 알기 전에 알았던 사람이라면 별로."
"아아.. 그래요? 쌤 쿨한 연애 좋아하는구나!"
"글쎄? 쿨한가.. 모르겠다?"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제가 남자랑 있으면 짜증날 것 같지 않아요?"
"글쎄? 자기가 알아서 하는 거지."
"……."
기분이 상했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삐져서 그의 손을 놓고 앞장서서 걸으면, 그가 '단한아!'하고 날 부르다가도 조용히 뒤따라온다.
"삐진 거야?"
"아니요~ 전 이런 걸로 안 삐져요."
"그럼 화난 건가."
"삐진 것 보단 화난 거에 좀 가까운 것 같기도 하구요?"
"왜 화가 났어?"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라는 말에 좀 서운했어요."
"서운했어?"
"조금요! 뭐 각자의 연애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요. 그래도.. 제가 남자랑 있으면 질투 난다고 했다면 그래도 쌤이 더 귀여워 보였을 수도!"
"질투야 나지."
"……."
"널 믿는 것 뿐이야."
"……."
"내일 저녁에 떡볶이 시켜먹을까."
"헐! 네 조아여!!!"
"ㅋㅋㅋㅋㅋㅋ그렇게 좋아?"
"너무 좋죠!"
"나보다?"
"아우 그거 말이라고!"
"……."
"당연하죠!"
"아.. 당연한 거야?"
"…죄송합니다."
됐다며 날 지나쳐 앞장서는 그에 나는 소리내어 웃으며 쌤의 손을 잡았다.
아, 진짜 삐진 것도 어쩜 이렇게 귀엽대.
sns 구경을 하면 이렇게 서로 스킨쉽 하는 커플들은 많은데..
나랑 쌤은 저 정도가 아니다. 뭐 내가 전에 만났던 남자들도 만나면서 스킨쉽을 많이 했었지만..
해진쌤한테는 못하겠단 말이야. 막 그런 게 있어.. 마지막 강의 시간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풀이 죽어서 한숨이나 쉬고있으니
내 옆에 앉아서 핸드폰으로 쇼핑하던 시아가 날 보며 말한다.
"땅 꺼지겄다."
"혹시 내가 여자로 안 보이나."
"엥??"
"내가 너무 어려서 여자로 안 보이는 건가???"
"왜 그런 생각을 하는데?"
"원래 남자들은 손잡으면 안고싶고.. 안으면 키스하고싶고..그런 거 아니야?
같은 침대에 안은 채로 누워있으면 하고싶고.. 그런 거 아니냐구."
"…침대에 누워있으면 99퍼 그렇지? 왜? 설마.."
"키스는 무슨.. 뽀뽀했어,뽀뽀. 같은 침대에 누워서 끌어안고 있었는데도 더이상 진도도 없었고..
내가 이런 얘기해서 이상하게 보일지도 몰라도.. 그냥 걱정돼서."
"지금 일주일 좀 넘게 만났지?"
"응."
"걱정 될 수도 있겠다. 요즘 진도 빠른 사람들 꽤 많으니까.. 만나기 전에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근데 아까 그분 보니까 너 되게 좋아하는 것 같던데. 눈에서 꿀이 뚝뚝~"
"어려서 귀여워서 그런 거 아닐까."
"…야 그냥 먼저 키스해!"
"…이상하게 민망해서 못하겠단 말이야. 괜히 내가 했다가 상황이 웃겨지면..어떡해."
"그럼 키스 해줄 때까지 기다리게?"
"…아니 그건 싫어. 언제 해? 키스 언제??"
"저녁에 그분 집 말고, 네 자취방으로 불러. 아늑~하게 좁은 방 안에 앉을 곳이 침대 위 뿐이고..
침대 위에 앉아있으면 키스하고 싶고 그런 거잖어."
"어.. 아.. 못해......"
좌절이다, 좌절.. 머리를 책상에 쿵- 박으면 막 들어오신 교수님이 '그래서 책상이 깨지겠냐~'하며 웃으신다.
내가 진도가 너무 안 나간다고 이런 거 때문에 고민이나 하고있고. 진짜 세상 살다살다...
"어! 오빠!"
카페에서 날 기다리고 있는 친한 오빠가 날 보고선 손을 흔든다.
오빠 맞은편에 앉아서 미리 내 커피를 시켜놓았길래 커피 한모금 마시고선 말했다.
"뭐야.. 한달만에 얼굴빛이 더 좋아졌네."
"넌 살 좀 쪘나봐? 고등학생 때랑 똑같아졌어. 햄토리같네."
"아이고오.. 그냥 칭찬으로 듣겠습니다아~~ 아, 요즘 연애하니까 좋아?"
"나만 연애 하는 거 아닌 것 같은데~ 너도 딱 보니까 애인 생겼네."
"아주 돗자리 깔으셔도 되겠는데요? 맞아! 나 ! 애인 생겼어!! 원래 오빠한테 연락 왔을 때.. 씹으려고 했는데.
자랑 하려고 나왔지롱~~ 농담이야."
"역시 ㅎㅎ 애인? 누군데?"
"음.. 나 중국어 학원 쌤! 내가 먼저 좋아했어. 근데 12살 차이다? 띠동갑."
"12살??"
"오빠한테 말해봤자 안 놀랄 거 알았어. 오빠도 9살 연하 만나잖아."
"저기요. 9살이랑 12살이랑 많이 다릅니다."
"억지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오빠 애인 보고싶어! 스물셋이라고 했지? 나중에 꼭 보게해줘!"
"그래. 이누가 너 엄청 궁금해 해. 내가 너 친한 동생이라고 허락 맡고 왔거든."
"오 정말??"
"응. 네 애인은 어때?"
서로 애인 얘기를 하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
해인오빠는.. 내가 고등학교 다녔을 때 교사였다. 솔직히 그 때는 인사만 자주하고 친한 사이는 아니었었다.
오빠가 교사일 때 엄청 인기가 많았으니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문제 때문에 고민하다가 오빠에게 연락을 했었고.. 만나서 얘기하고 그러다보니 이렇게 친해졌다.
"아! 맞아.. 쌤 친구분은 13살 차이인데 만난대. 은근 없을 것 같은데 주변에 우리같은 사람들 많다?"
"그래? 근데 난 네가 나이 차이 꽤 나는 사람이랑 연애할 줄 몰랐어. 매일 또래 남자애들 만나다가.. 왜 갑자기?"
"그냥.. 첫눈에 반했지 뭐.. 나 엄청 구질구질하게 달라붙었었어.."
"안 어울려.. 또 바보처럼 헤헤 웃으면서 좋아해용~ 이랬지 너."
"응. 그만큼 엄청 좋은 사람이야.. 내가 엄청 조심히 행동하게 되고.. 막 걱정도 많이 생기고.."
"무슨 고민?"
"…그냥 웃긴 고민인데."
5년을 넘게 안 오빠에겐 비밀은 없었다. 항상 만날 때마다 서로 고민을 서슴없이 얘기한다.
내 얘기를 들은 오빠는 내게 말한다.
"여자로 안 느껴져서가.. 아니라.."
"……"
"조심스러운 거 아닐까?"
"……."
"나도 이누한테 지금도 조심스럽거든. 처음엔.. 나도 네 애인분처럼 손 잡는 것도 조심스러워서 고민 많이 했었거든."
"……."
"그럴 땐.. 기다려주거나? 그냥 확 네가 덮쳐버려."
결국엔 시아와 똑같은 말이다. 내가 먼저 들이대라는 말.
"……."
"으이구.. 그렇게도 좋아? 이누가??"
"……."
"멀티 안 되는 건 여전하구만."
쌤 보고싶네.
에피소드
"너 알아서 하라고."
"……"
"화내는 게 아니잖아. 내가 예전부터 그런 거에 돈 쓰지 말라고 했지. 아, 난 모르겠다 정말.. 너 알아서 해.."
전화를 끊은 재욱이 갑자기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자, 해진이 다리를 꼰 채 재욱을 바라보다가 묻는다.
"왜 그러는데?"
"…아니."
"……."
"게임에다가 소액결제를 얼마를 했는지 몰라. 저번달에 핸드폰 정지 먹어서 고생해놓고 또 또 또 소액결제 한다고..
아주 요새 게임 접어서 조용하다 싶었는데.. 또 그러네.."
"아.. 그런 걸로도 싸워?"
"싸운 거 아닌데."
"싸운 게 아니야?"
"싸운 것 같았어?"
"좀.. 많이?"
"아, 그래? 아닌데.."
누가봐도 살벌했는데...
-
-
-
-
-
-
아 단한이는 xD 이 표정이 잘 어울린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