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표정 좀 풀지? 배고파서 에민하냐?"
"여물거라."
"여물거라~"
"아침부터 빡치게 할래??"
"예쁘네."
"뭘."
갑자기 내 귀를 가리키길래 뻘쭘해졌다. 장기용이 사준 귀걸이를 하고 오긴 했다만..
"그냥!!!!! 안 끼면!!!!!!!썩혀둘까봐!! 아까워서 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그러세요??"
"왜 그따구로 웃냐? 좀 기분나쁜데."
"아 그따구로 웃어서 죄송합니다."
"못생긴 게."
"솔직히 너보단 낫다."
"낫긴 뭘 나아 뒤질라고?"
"어허.. 오늘 진짜 예민하네???"
"얘가 언제 안 예민한 날이 있었어요? 오빠가 고생이 진짜 많으시네요."
"네가 더 고생이지. 화이팅.."
화이팅.. 하며 휙- 하고 4학년 쪽으로 간 장기용에 나는 뻐큐를 했고.. 장기용이 나를 힐끔 보더니 같이 뻐큐를 한다.
어유 저 사람이 저런 사람인 줄 알았겠냐구요오
여자들은 그래도 쟤가 좋은지 헤벌레..
"4학년이랑 3학년은 같이 이 버스 탈 거고. 2학년은 이 버스, 1학년은 이 버스 타면 돼."
장기용의 말에 모두가 네에-! 하고 크게 대답을 한다. 아무래도 4학년 선배들이 취업도 나가고.. 그러다보니 인원이 많이 없어서 3학년이랑 같이 버스를 타나보다.
근데 진짜 숨이 막히는 건.. 버스에 탔는데.. 교수님이랑 장기용이랑 같이 앉는 걸 보고 나는 기겁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와.. 진짜.. 내가 다 숨이 막히네."
"헐 교수님이랑 같이 앉는 거야?"
"으으으 나는 이래서 과대 하기 싫다니까."
"하고 싶다고 해도 아무도 안 뽑을 듯."
"ㅋ."
진짜 고생이네 장기용.. 저 불쌍한 뒷모습을 보고있으니 눈물이 날 것만 같아서 고개를 돌렸다.
야 가영아 ^^ 우리 과자나 먹즈아.. 가방에서 과자를 꺼내 야금야금 먹는데 솔직히 별 기대는 안 된다.
별로 친하지도 않고, 재미없는 사람들이랑 엠티아닌 엠티를 간다니.. 벌써부터 지루하네.
맨 앞에 교수님이랑 앉아있던 장기용이 중간에 일어나서 내 앞자리로 와서 혼자 앉길래
발로 앞자리를 툭- 치니, 장기용이 손을 위로 뻗어 뻐큐를 한다. 어쭈..
"왜 교수님이랑 안 앉고?"
"잠깐 할 얘기 있어서 앉았던 거였어."
"아하."
"표정 풀어라, 진짜 오크같으니까."
"내 표정 보여??"
"안 봐도 보이지."
"지랄하네."
"나중에 커서 뭐하고 싶어요 고운 어린이?? 욕쟁이 할머니요~~"
"야이씹ㅋㅋㅋㅋㅋㅋ"
서로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말만 하는데 어찌나 얄밉던지
무릎으로 쾅쾅 앞 자리를 치니, 장기용이 큭큭 웃는다.
"내가 이럴 줄 알고 이어폰을 갖고 왔지.."
교수님 아는 분 별장은 꽤 크고. 경치도 좋았다. 아주 산만 보이고 참 좋아 ^^..
각 방마다 5명씩 자야했고, 나랑 가영이는 짐을 풀고 바닥에 엎드려서 자려고 폼을 잡는다.
아.. 누워있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구.. 후우.. 안 친한 여자애들은 저 멀리 앉아서 자기들끼리 떠들기 바쁘고..
똑똑- 노크 소리에 저 멀리 앉아있던 여자중에 한명이 일어나 문을 열어준다.
"엇..."
"뭐 필요한 거 없어? 있으면 말해줘. 애들이랑 마트 좀 다녀오려고."
"아니요! 없어요.."
"그래애. 생각나면 카톡으로 보내주고~"
"네!"
분명 장기용 목소린데... 고갤 번쩍 들고 봤더니 장기용이 아주 재수없게.
"뭘봐."
하고 그냥 문 닫고 가길래 어이가 없어서 콧방귀를 뀌었다.
가영이가 푸흡- 웃으며 눈 뜨지도 않고 웃기 바빴고.. 나는 가영이의 가슴을 툭- 치며 말한다.
"웃기냐?"
"아니.. 대답 할 틈도 안 주고 그냥 문 닫고 간 게 웃겨서.."
"그니까. 저거 진짜 죽으려고.."
"야 좀 잘해봐. 맨날 뒤질래? 죽을래? 씹새끼야~ 야이 새끼야~ 이러고.. 남친 맞냐?"
"맞다. 이 새끼야."
"오우..~"
정적이 흘렀다. 진짜 너무 어색한 친구들이랑 같은 방은 쓰는지라 이 정적이 너무 어색하고 싫어서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하면
저 멀리 앉은 여자 3명중 한명이 나를 부른다.
"##단한아."
"응?"
"근데.. 기용선배랑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오.. 그게 궁금해??"
"응!! 예전부터 너무 궁금했어.."
드디어 너네랑 이런 사적인 얘기를 해보는구나.. 매일 공부 얘기만 하다가..
"내가 말해주지. 잘 들어봐."
"결론. 고운 쓰레기."
"아가리 해봐.
"생리가 터졌다고..?"
"어.. 오늘 아닌데? 왜 이렇게 빨리 시작했지.."
"너 요즘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 거 아니야?"
"그런가.. 아씨 진짜.. 개빡도네에에에에!!"
밖에서 남자들 족구 하는 거 구경하다가 갑자기 터진 생리에 멘탈이 나갔다.
생리대도 혹시 몰라 하나 챙긴 것만 있을 뿐더러.. 약도 없으니.. 어쩐디야..
가영이랑 벤치에 앉아서 허흡.. 하고 좌절하는데 내 옆으로 장기용이 앉는다.
"뭐야.. 마트 간다며."
"이제 가야지."
"…아주 싸돌아다니느라 바쁘지, 장기용."
"아유.. 이게 또 사유가 있잖습니까. 심심하지? 남자들만 나와서 놀고.. 여자들은 다 방에 있던데."
"어."
"분위기가 왜 이래?"
"…터졌다."
"뭐가."
"뭐겠냐. 매직이지."
"……."
"예정일이 다음주인데.. 갑자기 이렇게 빨리.. 십봘.. 약도 없는데.. 진통제 같은 거 없나?"
"물어봐야 될 것 같은데."
"…아씨불."
"사올까."
"???????"
"어차피 나 마트 가니까."
"그래도 돼?"
"뭐 어때."
"그럼 완전 땡큐지.... 뭐 사야 되는지 카톡으로 말해줄게!"
"그래. 그럼."
장기용이 쿨하게 일어나서 교수님 차로 향하길래 가영이랑 오오오.. 하고 오바를 떨기 시작했다.
과연 장기용이 생리대를 사올까??? 엄청 민망할텐데...
교수님 차를 끌고 마트에 도착한 기용.. 석진과 총무인 여자.. 그러니까 승혜가 차에서 내린다.
카톡 소리에 핸드폰을 확인 한 기용이 한참 화면을 보다가, 마트로 들어가다 애들에게 말한다.
"기다려봐. 사고 있어봐."
저 말을 하고서 혼자 후다닥 움직이는 기용이 승혜와 석진이 왜 저러나 싶어 멀뚱히 서서 기용을 지켜본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생리대가 진열되어있는 곳에 온 기용이 핸드폰을 뚫어져라 본다.
"탐..폰?이랑 날개형..중형.."
혼자 중얼거리며 생리대와 탐폰을 손에 쥔 기용이 이번엔 마트 안에 작게 있는 약국으로 향해 말한다.
"그.. 진통제요. 게보린? 주세요."
또 후다닥 움직여 계산을 다 마친 기용이 검은 봉지에 생리대와 약을 담자.
그걸 아직도 멀리서 보고있던 석진과 승혜가 말한다.
"쟤 여자였냐?"
"여친 꺼 사주는 거 아닐까."
"아무래도 쟤 여자인 것 같은데. 쟤 저런 거 살 애 아닌데."
"드립 좀 자제하시죠. 오빠."
4학년에 버리라고 항상 어리버리 타는 남학생이 있다. 동그란 안경에.. 눈은 단추구멍만 하고.
항상 내복같은 옷을 입고.. 변태같이 쉬는시간마다 여자 연예인 몸매 사진이나 쳐서 보는 변태.
운이와 가영이 저 멀리 벤치에 앉아서 얘기 하는 걸 보고 헤벌레 웃던 버리가 핸드폰을 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한참 사진을 몰래 찍던 버리가 사진을 확대해서 운이의 다리를 찍었고..
더 활짝 웃으며 천천히 운이에게 다가간 버리에 운이 놀라서 버리를 올려다본다.
"……?"
"어.. 안녕.. 그.. 어... 내가.."
"…네?"
"할 말이 있어서어.. 아까부터.. 봤는데.."
"……."
"혹시.. 막.. 연습생이었어? 막... 연예인이고 그래??? 내가.. 그냥.. 물어보는 게 아니라.. 음... 궁금해서.."
"……?????????"
"아아.. 나는.. 4학년이고오.. 한버리라고 해.. 나 알아?? 난 너 예전부터 몇 번 봤는데... 예전에.. 개강파티 때..
네가.. 내 핸드폰 주워줬잖아..."
"아아.. 그랬었나? 모르겠뉍."
"어.. 그랬었고.. 어..음.. 그거.. 들었어 너..?"
"…뭘요???"
"걸스데이에 유라 아니?"
"예."
"걔가.. 다리에 보험 들었다잖아.. 너도 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
"……?"
"그.. 럼.. 혹시.. 애인은?? 있는 거지??"
"…에?"
"애인.."
"진짜 몰라서 물으시는 거예요..?"
"…어?"
갑자기 한버리 옆에 나타난 덩치 큰 누군가에 한버리가 고갤 쳐 들고 옆을 보았다.
"나 운이랑 사귀는데."
"……"
"너 나랑 같은 강의실 쓰면서 그것도 몰랐냐?"
"어??아.. 그래..? 몰랐..는데.. 난.. 둘이.. 만나는구나..."
"어. 만나는데."
기용이 검은 봉지를 운이에게 건네주었고. 운이 뻘쭘한 표정으로 봉지를 받는다.
"근데 네가 뭔 상관이야?"
"…어?"
"애인이 있던 말던, 내 여자친구가 다리에 보험을 들던, 말던.. 네가 뭔 상관인데?"
"어..? 아.. 미안.. 난 진짜.. 몰랐어..."
버리는 많이 당환한 것 같았다. 항상 무심하게, 무덤덤하게 자신의 할 일을 하고.. 과대답게 행동 하고.
화라곤 한 번도 내지 않았던 사람이 웃으며 뭔 상관이냐며 묻는 기용에 조금은 쫄은 듯 뒷걸음질을 쳤고..
기용이 버리의 어깨를 톡톡- 건드며 말한다.
"보험 얘기는 없던 걸로 하자?"
"…아, 나는 나쁜.. 뜻으로.. 그런 ..게.."
"알겠으니까. 가."
"……."
버리가 고개를 숙인 채로 다른 곳으로 향했고.. 많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장기용이 나한테 저렇게 대했다고..?
"한버리 쟤가 또 다른 소리 했어?"
"어우 깜짝이야! 언제 왔어요??"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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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억- 트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