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솔직히 쌤 집에 이렇게 서로 껴안고 있으면서 뽀뽀라던지, 키스라던지.. 뭐라도 할 줄 알았는데.
개뿔이.. 그런 건 없었다. 그래도 뭐 같이 있었다는 것 자체로도 좋으니까.
정말 말 그대로 라면을 먹는데 그런데도 쌤이 너무 잘생겨보인다. 이 콩깍지 어떡해? 미칠 것 같은데.
쌤은 내 시선에 신경이 쓰이지도 않는지 몇입 먹더니 맵다며 작게 인상을 쓴다.
"매워요? 쌤 매운 거 못 드시는구나."
"못 먹는데 좋아해서 자주 먹는 편? 나 그거도 먹어봤어. 엽..떡?"
"어! 맞아요. 그거 완전 맛있는데 ㅎㅎ."
"너무 맵더라 그건."
"그쵸? 다음에 저랑 또 같이 먹어요!"
"그래."
"…네!"
"아, 맞아."
"네?"
"내 친구도 13살 차이 나는 사람이랑 연애 한다?"
"정말요?? 정말???"
"왜 이렇게 좋아해??"
"그냥 뭔가 반가워서요...!! 어.. 그럼.. 스물네살이겠네요? 13살 차이면!"
"응. 꽤 오래 만났어. 아마.. 일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오오! 대박! 궁금해요, 궁금해! 헐.. 나중에 막 같이 놀러가고 그러면 좋겠다."
"그래? 그 친구는.. 너랑 성격 정반대인 것 같던데."
"그래요? 그래도 저 완전 잘 놀 수 있는데.. 나중에 한 번 다같이 만나서 놀면 안 되나!!"
"그러고싶어?"
"네!"
"그래. 그럼 내가 한 번 물어볼게."
"굿!"
"정말 너랑 정반대인데.."
"에이! ㅎㅎ 그래도 좋아요!!!"
오른손으로는 젓가락질을 하고.. 움직이지 않는 나머지 손을 뻗어 내 손을 잡는다.
손을 잡은 채로 무심하게 날 바라보는 쌤이 새삼 또 너무 잘생겨서 숨이 멎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신세휘가 조별과제를 한 건 10프로도 안 됐다.
그래도 우리는 조별발표를 하면서 신세휘의 이름을 빼지 않았고.. 그냥 싸우지 않고 좋게 마무리가 되었음 좋겠어서.
더이상 그 이상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냥 평소처럼 그렇게 지내자. 제발.
조별발표를 완벽하게 마치고서 자리로 돌아와 앉아 다른 애들의 발표를 보았다. 엄청 잘했네...
쉬는시간이 되어서 쉴 생각에 엎드리려고 했을까.. 갑자기 안 친한 여자애들 무리가 내게 와서 말을 건넨다.
"단한아."
"어?"
"너 원조교제 해?"
"…무슨 소리야?"
"아니 그런 소문이 돌아서. 웬 아저씨랑 연애한다고.."
"…원조교제?"
"응. 아니지? 난 너 믿어!"
"난 청소년이 아닌데."
"…어?"
"같은 성인끼리 왜 원조교제라는 말이 붙어야 되는 거지. 어디서 들은 말인지는 몰라도..
원조교제는 절대 아니야."
"…아저씨랑 연애 하는 건 맞아?"
"아저씨..?"
"…맞아?"
"니네가 어디서 듣고 와서 이러는 건진 잘 모르겠는데. 원조교제라니? 말이 좀 많이 이상하다?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치곤 너무 젊어보이고, 우리 또래 애들보다 더 잘생기셔서 아저씨라고 부르기도 뭐할 걸?"
"너도 봤어?? 단한이 남친?"
"봤지."
"어때?"
"말했잖아. 개잘생겼다니까? 내가 살다살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 처음 봤잖아."
"오! 진짜?? 아니.. 막 소문이 이상하게 돌았길래."
"뭐 어떻게 돌았는데."
"무슨 선생이랑 연애한다고.. 다 늙은 아저씨랑. 막 돈도 받으면서 만나는 것 같다고."
"누가?"
"그야 모르지? 나도 강의실 들어오니까 애들끼리 떠들고 있던데..?"
시아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만난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
밖에서 누구와 마주친 적도 없을 뿐더러.. 어제는 심지어 쌤 집에 있었는데.
생각보다 소문은 크게 돈 것 같았다. 모르는 사람들은 날 보며 비웃기 시작했고, 쟤야 쟤.. 하며 속삭이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소문을 퍼뜨린 걸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갑자기 세휘가 떠올랐다.
아무나 의심하고 그런 거 아닌 건 알지만.. 그 때 통화 내용이 많이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마침 내 앞으로 세휘가 친구와 팔짱을 낀 채 걸어가는 게 보여, 세휘를 급히 불렀다.
"세휘야."
"…어? 왜 단한아?"
"혹시 지금 도는 내 소문.."
"소문?"
"몰라?"
"무슨 소문? 모르겠는데."
"……."
"나 의심하는 거야?"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의심?"
"표정이 그렇길래. 너 항상 웃고 다니는 것만 봤는데.. 이렇게 정색하는 건 또 처음이라."
"그래. 그냥 솔직하게 물어볼 게. 어제 복도에서 한 통화 내용 듣고.. 네가 소문 낸 거 아니지?"
"소문을 냈다고 해도."
"……."
"네가 아저씨랑 연애하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통화 내용에 그런 소리는 전혀 없었는데."
"소문 모른다면서 어떻게 알고있지? 너 되게 신기하다."
"방금 지나가다 들은 것 뿐이야."
"아무래도 너 좀 수상하다?"
"유시아 너는 좀 남 일에 신경 좀 끄지? 오지랖 부린다고 해서, 단한이가 알아줄 것 같아?
애인 생기면 다 똑같아. 다 버리고 애인 먼저야."
"가관이다. 세휘야."
"…뭐라는 거야. 진짜 너네 너무한 거 아니야?"
세휘가 울 것 처럼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사과할 마음도 없고.. 너랑 얘기 할 마음도 없다.
그냥 평소처럼 웃으면서 너에게 말했다.
"네가 소문 낸 거라면, 제대로 다시 소문 좀 내줘."
"……."
"나랑 남자친구는 서로 성인이라, 원조교제 아니라고. 돈 받는 것도 없다고."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지 모르겠네. 아무나 막 의심하고 그러는 애야 너? 되게 실망이네."
"어유 실망 해봤자 어쩔 건데."
"…유시아 진짜."
"가자, 단한아."
시아랑 같이 학교 건물에서 나왔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뭐 많이 싫지는 않다. 내가 정말로 원조교제를 하는 게 아니니까. 난 당당하니까.
학교가 끝나고 쌤에게 전화가 왔다. 학교 앞으로 데리러 온다는 말에 나는 괜찮다고 했다.
또 사람들이 우리 쌤을 이상하게 볼까봐, 보여주기 싫었다.
공원 벤치에 앉아서 멀뚱히 쌤을 바라보니, 쌤이 나를 보며 말한다.
"오늘은 어째 해피 바이러스가 아니네."
"…어어?"
"학원에서 그러던데. 너 해피바이러스라고. 그렇게 부르더라."
"…아, 정말요오????"
"갑자기 또 해피바이러스네? 무슨 안 좋은 일 있었어?"
내 맞은편에 앉은 쌤을 바라보니, 쌤은 여전히 나를 마주보았고.. 나는 한참 고민하다 말했다.
"쌤한텐 말하기 싫었는데요."
"뭔데요?"
"그냥요.. 학교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아서요. 근데 그 소문 낸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은데.. 아니.. 너무 정확한데.
아니.. 정확하다고는 또 못 하는데..모르겠어요.. 아주 복잡하고, 복잡하고 막 그래요."
"어떤 소문이 돌았는데?"
"……."
이걸 말해도 되나 싶어서 바닥을 보며 손만 매만지자, 쌤이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으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한다.
"말해도 돼."
"…사실은. 제가 복도에서 쌤이랑 통화하는 걸 들은 애가.. 그 무임승차 하는 그 애거든요?
근데.. 걔가 제가 원조교제를 한다구.. 돈 받고 아저씨를 만난다고! 엄청 나이 들어보는! 막!"
"아아.."
"그렇게 소문이 나서.. 사람들이 다 저만 쳐다보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너무 화가나서 사람들 많은 곳에서.
그 무임승차 친구한테 대놓고 뭐라 해버렸어요. 걔가 분명하니까요!"
"나 좀 많이 아저씨같나?"
"엥? 아니요!?? 분명해요! 걔 그냥 저한테 화나서 그런 거라니까요. 쌤 한 번도 못 봤다니까아.."
"아, 그래?? 좀 서러울 뻔 했네. 나 나름 밖에 나가면 형 소리 많이 듣는데. 그 친구가 날 못 봐서 그러네. 나 정도면 잘생겼지.. 동안이지.."
"쌤 은근 자뻑이 좀 심하시네요."
"왜? 정 떨어져?"
"아니요. 쌤이 더 좋아지죠! 그걸 말이라구!!"
"ㅎㅎㅎㅎ 원조교제? 아주 소문만 들으면 네가 50대 아저씨나 만나는 줄 알겠네. 억울했겠네, 단한이가."
"제가 억울한 건.. 쌤을 완전 아저씨 취급한다는 거예요. 실제로 보지도 못 한 것들이.. 진짜아..
실제로 보면 나처럼 반해서 졸졸 따라다닐 거면서!"
"그러니까."
"……."
"왜 그렇게 봐?"
"자뻑 왕자야, 아주 그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앞머리가 좀 흐트러진 게 새삼 너무 잘생겨서 난 쌤의 앞머리를 더 헝클이며 말했다.
"쌤 되게 머리 스타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네요."
"그래? 답답해서 이제 머리 좀 올리고 다닐까 싶어."
"어어!! 예전에 저 한 번 봤어요! 쌤! 머리 막! 위로 ! 완전 잘생겼었는데!"
쌤이 일어나 내 손을 잡길래, 따라 일어서서 쌤을 올려다보았더니.. 쌤이 날 한참 내려다보다 말한다.
"난 너 그 머리 좋았는데. 반으로 묶었던 거."
"어!? 저 그 머리.. 한 몇분도 안 하고 풀었는데.. 봤어요?"
"난 강의하면서 너만 봤어."
"엇.. 이렇게 훅 들어오시면... 제가....."
갑자기 쌤이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여전히 익숙하지않아.. 놀란 눈을 하고서 허공을 본다.
"나도 속상해. 네가 학교에서 그런 소문이 돌았다는 게.. 다 나 때문인 것 같고.. 너무 걱정 돼서 미치겠어."
"…괜찮아요. 제가 아니면 그만인 거니까요."
"엄청 쿨하네. 안 그럴 것 같아서는.."
"제가 쓸데없이 쿨한 면이 있어서요."
"그런 네 성격이 좋아. 겉으로 봤을 땐.. 맨날 웃기만 하고 지기만 할 것 같은 애가.
할 말은 다 하고 선은 지키는 게. 부럽기도 해."
"전 쌤이 부러운데.."
"왜 부러울까."
"저를 가졌으니까요."
"악."
"앗! 장난! 장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힘줘욬ㅋㅋㅋ 아, 숨막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앞에 도착했을까.. 또 우리는 헤어지기 아쉬워 집 앞에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서로를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다 또 내가 먼저 꺼내는 말..
"좀만 걸어요!"
그럼 그는 말한다.
"그럴까."
사람이 별로 없는 길을 걸으며.. 쌤과 나는 다른 연인들이 다 한다는 손 하나 잡지 않고 걷는다.
솔직히 요즘 너무 추워져서 핑계대며 먼저 잡을 수도 있는데. 왜 난 쌤에게 조심스러운 걸까.
"평소에 걷는 걸 잘 안 했는데.. 너 만나면서 좀 자주 걷는 것 같아."
"쌤 집에 런닝 있던데에?"
"그 걷는 거랑, 이 걷는 거랑 똑같아?"
"다르죠! 제가 있고, 없고 차이!"
"ㅎㅎㅎ 그러네."
사실은 아직 어색하다. 쌤과 같이 한 공간에 있는 것도.. 이렇게 나란히 서서 걷는 것도.
하지만.
"…억.."
갑자기 내 손을 덥썩 잡는 쌤에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색한 게 아니라, 아직 수줍고 설레는 거였다.
"아이고 춥다."
"그러네요. 엄~청 추워요. 이제 밖에 못 나오겠는데?"
"또 집에서 짜빠..불닭? 먹어야 되나?"
"전 쌤만 있으면 다 좋죠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집 앞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았다.
벌써 10시를 향해가는 시간..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내일 각자 서로의 일이 있으니.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한다.
조금은 서운하기도 하지만.. 아니야. 안 서운해.
"갈게요!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단한아."
"네?"
"……."
"…??????"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하지만 난 여전히 굳어서는 쌤을 올려다보았고.. 쌤이 너무 아무렇지않게 내게 말한다.
"잘 자."
"…안녕히주무세요!"
"주무세요..는.. 너무 높임말 아닌가.. 그냥 말 놔도 되는ㄷ.."
"주무세요! 죄송합니다!!!"
후다닥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빌라 문을 열고 도망치듯 집으로 들어와버렸다.
와.. 나 .. 지금...
"키스한 거야????????"
키스 아닌 거 안다. 근데 뭐 입술에 닿으면 다 키스지 뭐! 몰라! 나 오늘 잠 못 자.
"…뭐가 죄송하다는 거야."
"어우 오늘 일찍 끝났는데 너 오늘 뭐하냥 고단한?"
"나아... 일단 쌤 만났다가.. 음.. 언제까지 있을진 모르겠네에.. 오늘 밤에 닭발 시켜먹을래?"
"아 개콜 ! 너희 집으로 내가 간다잉."
"그래그래."
여전히 사람들은 나를 보며 수근거리기 바쁘다. 학교 건물에서 나와도 사람들은 나를 보며 말한다.
"쟤 걔잖아. 늙은 아저씨 만나면서 돈 받는대.. 그 아저씨가 선생이라나? 근데 40대인가 그렇대."
"헐... 야 40이면 우리 아빠랑 연령대 비슷.."
"저러고 싶을까.. 남자도 참.. 으휴.."
저런 말들이 들려오면 괴롭긴 하지만, 그냥 무시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기서 나서봤자 쟤네는 더 안 좋게 생각할 거니까.
시아랑 학교 건물에서 나와서 발걸음을 떼려고 했을까.. 빠앙- 하고 작게 울리는 클락션 소리에 놀라서 그쪽을 보면..
익숙한 차가 보이고..
"단한아!"
익숙한 사람이 나와, 나를 부른다.
그리고...
"내가 너무 갑자기 막.. 찾아왔나?"
모두의 시선이 쌤에게 향했다. 안 좋은 시선이 아닌.. 좋은 시선.
나를 이상하게 보던 사람들도 다들 표정이 풀려서 쌤을 홀린듯이 바라본다.
"아니..어.. 그건 아닌데..."
"친구분 집 가요? 타요, 가는 길에 데려다줄게요."
"네?? 어..네? 어..네... 어유 아핰"
아주, 진짜 예쁜 짓만 골라서 해.
슈퍼맨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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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중에 아주 좋은 선물 주께!_! 희희 긷애해^^ 나도 쓸 생각헤 싄나니카..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