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오늘 하루는 계속 기분이 좋았고, 계속 좋을 예정이다.
그냥 좋아서 계속 하루종일 웃기만 하면, 시아는 내게 미쳤냐며 고개를 저었고.. 난 그래도 좋다며 웃기 바쁘다.
"연애 하더니 애가 더 미쳤구나.."
"너무 좋은 것 같아."
"그래? 확실히 좀 나이 있는 사람이랑 연애하니까 달라?"
"음.. 응. 평소에 대화 할 때는 나이 차이 나는 거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어른스러운 면은 있어."
"나도 아저씨 만나보고싶다."
"진짜? 진짜?"
"응. 궁금하기도 하고.. 또래들 만나는 것도 질리고.."
"쌤한테 소개 시켜달라고 해봐야겠다.."
"좋아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핸섬가이로! 키는 크고!..."
"물어볼게."
"떠블데이트 하면 좋겠다."
"그러니까!!!"
아직 물어본 것도 아닌데 서로 더블데이트 할 생각에 신나서 이렇게 난리치는 거 보면 쌤이 웃기다고 하겠지.
학교가 끝나고 강의실에서 나오려는데 저 멀리서 남자애들과 함께 1층으로 내려가는 신세휘를 보았다.
쟤는 조별과제 그 일이 있었는데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네. 뻔뻔한 걸까.. 아니면 그냥 관심이 없는 걸까.
"나 오늘 알바 너무 가기싫다아.. 고단한 네가 대신 좀 가줘.."
"악 나 서빙 싫어."
"아아아아아 나 백수 하고싶다아아 휴학하고싶어어어."
"휴학 안 돼. 나랑 같이 학교 다녀야지."
"아아아아아아앙아아아아 좋겠다아아아 애인이라도 있어서어어어 나도 외롭다아아."
오늘은 쌤이랑 같이 쌤 집에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쌤 집에 오기 전에 다이소에 들러 19금 젠가를 산 나는 기대에 찬 눈을 하고서 쌤에게 하자고 했고
쌤은 알겠다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로 소주잔을 가득 채워놓고서 내가 먼저 조심스레 하나를 뺸다.
나는 젠가에 쓰여진 글씨를 읽는다.
"이것만큼은 꼭 지켰으면 한다.. 음.. 지켜줬으면 하는 거..?"
"뭐 있어?"
"밖에 나가서 데이트 할 때! 돈 다 내려는 거요."
"아."
"쌤이 사주는 게 너무 많아요. 같이 내요! 같이..!"
"그래. 알겠어. 그러지 뭐.. 뽑을게?"
"네!"
"첫사랑 이야기 하기."
"오! 궁금해요! 있어요!? 첫사랑!?!?"
"음.. 너말곤 없는데?"
"아 재미없게에에.. 저 말고 다른 사람들 말이에요!"
"없어. 말해주고 싶어도 진짜 없어."
"치.."
"그럼 저! 이성을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부분!.. 저는 키랑 분위기랑 입술!"
"입술??"
"입술!"
"변태네."
"네, 저 변태네요. 쌤 뽑아요!"
"내가 너보다 잘하는 3가지."
"두둥!"
"중국어,일."
"하나 더!"
"키스."
"아! 뭐얏.."
"왜? 나 별로인가? 괜찮은 것 같은데."
"뭐예요.. 왜 물어봐요. 부끄럽게 진짜.. 몰라요! 뽑을 거예요!"
"ㅋㅋㅋㅋㅋ."
"스킨쉽은 어떤 걸 좋아해? 음.. 안고 있기!"
"아, 안고 있는 거 좋아하세요?"
"네. 안는 거 짱이에용. 뽑아요!"
"썸..만 타다 끝나본 적 있어? 있다면 이유."
"썸만 타다가 끝난 적 있어요? 궁금하다 이건 좀! 많이!"
"음.. 있었던 것 같아."
"언제요? 왜? 어쩌다가?"
"별로 안 보고싶어서 연락 안 했어. 끝이야."
"뭐예요.. 진짜? 허무해..!"
허무하다며 시무룩하게 쌤을 바라보자, 쌤이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베시시 웃으며 뽑고나서 나는 설레어서 해맑게 웃으며 말한다.
"결혼은 언제 하고싶어!? 저는.. 아무때나요!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래서 나타났어?"
"음 비밀입니다."
"그래. 비밀이면 뭐."
"또 삐졌다, 또!"
"아닌데."
아니라며 퉁명한 말투로 뽑은 쌤이 읽지도 않고 가만히 있다가 나를 보여주길래 내가 그 글씨를 읽는다.
"손만 잡고 잘 수 있어? 쌤 손만 잡고 잘 수 있어요?"
"아니."
"엇.."
"원래는 됐는데. 어제부턴 안 돼."
"아.. 진짜.. 아.."
뭐예요.. 하고 얼굴을 가린 채로 한참 있으면, 쌤이 작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하여간 진짜.. 너무 솔직하시다니까.
"음.. 오늘 입은 속옷 색상!"
그 말에 혼자 옷 안을 보고나서 '검은색!'하니 쌤이 날 보고 뻘쭘하게 웃는다.
왜요오.. 내가 너무 대놓고 봤나.
"확인을 해볼까. 진짜 검은색 입었는지."
"응큼해~ 박해진씨!"
"ㅋㅋㅋㅋㅋ."
"뽑아요 얼른 얼른!"
"들으면 기분 나쁜 말."
"……."
"노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웃겨? 내가 노땅이라고 대답한 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여워서욬ㅋㅋㅋㅋㅋㅋㅋㅋ
으이구 우리 노땅 박해지이인!"
"노땅 싫다니까."
"알겠어요! 안 할게요."
"그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귀여워어."
귀엽다며 쌤의 턱을 우쭈쭈 해주면 쌤이 픽- 웃는다.
제가 뽑을게요! 하고 젠가가 쓰러질 뻔 한 거 집중해서 뽑아서는 나는 읽지도 못한 채 민망해서 젠가를 감춘다.
"다른 거! 다른 거!"
"그런 게 어딨어? 뭔데."
"그냥 술 마실래요!"
"그래. 못 말하겠음 마셔."
술을 원샷 하고서 젠가를 식탁 위에 올려놓자, 쌤이 궁금한지 내가 뽑았던 젠가를 가져가더니 웃으며 말한다.
"성적 판타지가 뭐길래 말도 못 하고 술을 마셔?"
"말 못 해요."
"ㅋㅋㅋㅋ 엄청 독특한 거 상상했나보네."
"비밀."
"궁금한데."
"안 말해줘."
"그래라, 그럼."
"삐졌다 또."
"연예인 이상형."
"있어요?"
"수지."
"아. 거짓말! 내가 말 안 해준다고 하니까 삐져서 그러잖아요!"
"아닌데 나 예전부터 수지 엄청 좋아했는데."
"거짓마아알!! 아 ㅋㅋㅋㅋ 귀여워 죽겠다 진짜아."
귀엽다며 쌤을 꼭 끌어안으면 쌤이 하지 말라며 나를 밀어내는 듯 하다가도 나를 꼭 안아준다.
그러다 갑자기 쌤의 핸드폰 벨소리가 들려와 받으라는 듯 손짓을 하자, 내게 잠깐만.. 하고서 전화를 받는다.
"어, 재욱아.. 아.. 애인분이랑? 우리집? 오늘은 안 되는데. 집에 여자친구 있어서.. 다음에 와."
"친구분 오신대요..? 여기로..?"
아직 통화 하고있는 쌤이 내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괜찮다는 듯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오셔도 돼요!.. 전 상관없어요. 친해지고 좋을 것 같은데."
정말 괜찮다며 웃어주자, 쌤은 한참 고민하는 듯 하다가 곧 '그럼 와'하고 친구분에게 말한다.
친구분이 오는 동안 나는 기대도 되고, 긴장이 돼서 심장 부근에 손을 대었고.. 쌤은 뭐하는 거냐며 픽- 웃는다.
"그냥요.. 친구분이고! 친구분의 애인분도! 저랑 또래라고 하니까.. 두근거려서요."
"ㅋㅋㅋ."
"아 맞아! 혹시 주변에 연하 만나고싶은 분 없으시대요? 시아 소개시켜주고 싶은데.."
"시아?"
"네!"
"글쎄.. 주변에.. 애인 없는 친구가 없는 것 같은데."
"아 진짜요오..."
"잘생기고 키도 크고.. 괜찮은 형이 있긴 한데. 마흔한살이라.."
"마흔..한살.. 저희 아빠랑.. 7살 차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그래. 슬프게."
"ㅋㅋㅋㅋㅋㅋ뭐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근데 쌤이 최고일 것 같아요. 쌤처럼 이렇게 러블리한 사람이 또 있을까! 30대중에!"
"널렸지."
"아닌데 아닌데 없던데!"
좀 있다보니 초인종 소리가 들리고..현관문 밖에서부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어떡해 긴장 돼. 내 말에 쌤이 내 볼을 손으로 꾹 눌러 우쭈주 해준다.
"아 진짜요오!? 놀러가는 거 좋아해요!? 그럼 같이 놀러가요!!!!! 어때요! 어때요!"
"난 좋지! 석류 너는 외박 돼?"
"당연하죠! 저 맨날 아저씨 집에서 외박하는데! 아 근데 단한이 언니 너무 귀여운 거 아니에요?
그 캐릭터 닮았는데 맨날 웃는.. 하.. 뭐였지."
"응? 뭐?"
"아 암튼 귀여워요 몰라!!!"
갑자기 단한을 끌어안고 볼에 마구 뽀뽀를 하는 석류에 재욱이 당황해서는 말한다.
"뭐하는 거야..?"
"단한이 언니 내꺼 ><뿌뿌"
"……."
단한이의 옆에 붙어 앉아서 계속 뽀뽀하는 석류에 단한이 당황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웃는 얼굴에 해진이 단한을 보며 웃는다.
"원래 저렇게 애교가 많아?"
"아니?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저래. 엄청 마음에 들었나본데."
"원래 성격이 좋은 것 같은데."
"자기 성질 건드리는 사람은 무조건 끝까지 반 죽여야 돼."
"아, 그래? 되게 안 그럴 것 같은데.."
"무섭지."
"그러네."
둘이 맞은편 소파에 앉아서 계속 떠들고 있는 단한과 석류를 보며 웃는다.
석류는 단한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해서 자신을 어필하기 바쁘고, 단한이는 그런 석류가 귀여운지 웃기 바쁘다.
석류가 단한이의 옆에 찰싹 붙어 있다가 해진을 보며 말한다.
"우리 단한이 언니 저 주면 안 돼요? 너무 귀여운뒙."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심인데. 저 여기 자주 놀러올 거예요.. 단한이 언니 보러.. 우리 언니 요정이야..뽀뽀 츕츕.
아저씨 안녕.. 나 단한이언니랑 연애하러 갑니다."
"어. 그래그래.. 연애 실컷 하고 와. 그래."
단한이 석류가 귀여운지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고, 재욱은 어째 자신과 있을 때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석류에
조금은 기분이 상했는지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석류를 보다가 석류가 '뭐요'하면 덩달아 같이 '뭐'한다.
"근데 어쩌다가 만나게 된 거야, 둘이?"
"석류네 학교 밑에 커피숍 차렸었거든. 석류가 과제하느라 몇시간 앉아있었는데. 그 때 귀여워서 반했지 뭐."
단한이 오오오! 하고 박수를 치면, 재욱이 하지 말라며 손사레를 친다.
"저 단한이 언니랑 편의점 갔다올게요! 맥주 더 마실 거죠!?"
석류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석류와 단한이 나가자자마 조용해진 집에 해진이 한숨을 내쉬었고.. 재욱이 푸하하 웃으며 말한다.
"기빨려?"
"어. 엄청 텐션 높으시네."
"익숙해지면 괜찮아지더라."
"되게 의외다."
"왜?'
"엄청 조용한 여자들만 만나다가 어린 나이에다가.. 밝은 친구 만나니까 신기해서."
"다 그러더라. 나도 아직도 신기해. 너는 어때? 괜찮지 만나보니까."
"어."
"그렇다고 했잖아, 내가."
"왜 이런 걸로 고민했지.. 싶을 정도로 후회 돼."
"근데."
"……?'
"정말 다같이 놀러 갈 생각은 아니겠지."
"…아."
"…벌써부터 피곤한데."
"으와 춥다.."
"그러니깡. 우리 언니 왜 옷을 얇게 입었어!!!! 내 꺼 벗어줄까요!"
"아니야! 괜찮아! 석류 입으세용."
"아아 근데 너무 좋아요.. 주변에 막 나이 차 많이나는 커플 생기니까 좋아!
제 친구도 아저씨 친구분이랑 사귀거든요!! 다같이 만나서 놀 수도 있고 그래서 너무 좋아."
"아, 정말?? 내 친구도 소개 시켜달라고 했는데.. 쌤 친구분들은 다 결혼하고, 애인있고 그런가봐."
"아하.. 그래요?? 어.."
"응.. 어쩔 수 없지 뭐."
"아!!!!! 있어요!!!!!!!!!!!"
"응? 진짜? 누구 누구!"
"아 기다려봐요. 후후.. 내가 보여줄게!! 완전 진짜 귀엽고 잘생겼고 강아지상이야!"
"오오오!!! 내 친구 귀여운 거 좋아해!"
"동영상인데 봐봐요!"
"오오! 잘생기셨는데!?"
"어때요!! 어때요!!! 이분 솔로야! 솔로오오!!!빛이 나는 솔로!!! 이어주자! 이어주자!! 무조건 돼!"
"무조건 돼?.. 내 친구는 뭐 좋다고 할 것 같기는 한데.. 이분 의견은??"
"무조건 돼. 내가 장담해요 언니. 나만 믿어!"
에피소드
다음 날 석류_
"동욱삼촌!!!!!!!!!!!!!!!!! 빨리 빨리 와봐! 귀 대봐! 얼른!!!와요!"
"응? 뭔데."
"삼촌 연애 하자. 이제 할 때 됐다. 소개 받자!!! 내 친구의 친구인데! 진짜 핵 예뻐요. 얼굴 주먹만하고."
"아잇 싫어."
"아 왜요오오!!!!"
"싫어."
"아 왜요.. 아저씨랑 연애하고 싶대요. 나이 차이 상관없대애.. 삼촌이 마음에 든대!"
"아.. 마음에 든대? 받을까?"
"…네!"
"싫어."
"아 진짜 왜요오오오오!!!!!!!!! 아아아앙엥잉ㅇ엥잉ㅇ엥!!!"
"어? 저게 뭐지."
"뭐요?"
동욱이 석류를 지나쳐 후다닥 도망가자, 석류가 아아아아아!! 하며 동욱을 쫒아간다.
-
-
-
-
하- 품
12화(불맠) 메일링 받을 사람
할 말과 함퀘 메일을 남겨주세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