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뭐야? 어제 라면 먹고 잤다더니 얼굴 완전 부었네."
"…아 뭐예요!"
"귀여운데."
귀엽다며 핸드폰을 들고 갑자기 나를 찍으려고 하는 쌤에 얼굴을 가렸더니 쌤이 한 번만 찍자며 내 팔을 잡는다.
"아 싫어요!"
"ㅋㅋㅋㅋㅋㅋㅋ왜 진짜 귀여워. 어떻게 사람이 하루만에 이렇게 더 귀여워지지?"
"…쌤 은근 막 능글맞은 거 아세요?"
"모르겠는뒈요~"
"와 이런 캐릭터였어!! 막 뒈요~ 그랬는뒈요~ 이러시고 와!"
"왜? 막 환상이 깨지고 그래?"
"아니요! 더 좋아져요!!"
"ㅋㅋㅋㅋㅋㅋㅋ."
이틀동안 바빠서 못 봤더니.. 너무 보고싶어서 아침부터 찡찡거렸더니 쌤이 아침 출근 하기 전에 나를 보러 와줬다.
비록 머리는 다 못 말리고 화장만 한 상태로 집 앞으로 나왔지만...
"왜 이렇게 얼굴을 가려? 너무 예쁜데."
"…화장도 대충 막 하고 나왔단 말이에요. 쌤 온다고 해서.."
"화장 되게 연하게 하나보다? 티 별로 안 나."
"놀리시는 거죠."
"티나?"
"와아!!"
"ㅋㅋㅋㅋㅋㅋ."
"치.. 쌤!"
"응."
"쌤 학원 가서.. 여자들이랑 사적인 얘기 하지 마요."
"사적인 얘기?"
"네! 여자들이 막 커피 사주고 그러잖아요!"
"아아.. 그래그래. 커피 받으면 다 버릴게."
"그건 아까우니까! 마시고오..! 막 웃어주지 말라구요.. 제가 감시하러 가고 싶은데.. 시간이 안 되니까.. 후.."
"후? ㅋㅋㅋㅋ 왜 이렇게 귀여워."
"…쌤이 더 귀여워요."
"엥?ㅋㅋㅋ"
"에엥~?"
"에에엥~?"
10분도 못 보고 쌤이 갔다. 쌤을 보내는데 어찌나 슬프던지.. 무슨 몇년만에 만난 사람 보내는 느낌이랄까.
아, 오늘은 또 얼마나 화가 나는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기대 되네.
"나 내일은 점심에 시간 안 돼.. 미국에 계시던 이모가 10년만에 한국 오셔서.. 점심 먹기로 했거든."
"아, 그래."
이틀 째 저런 핑계들을 대며 조별과제를 같이 하지 않는 신세휘에 화가 났다.
"쟤는 어제는 무슨 할아버지가 입원하셨다 그러고.. 오늘은 이모가 10년만에 왔다 그러고.. 내일은 또 누구 핑계를 대려나."
"그러게."
"저런 애들 그냥 무임승차로 이름 빼버려."
"안 그래도 그럴 생각 중이야. 다른 애들은 다 하는데 재만 안 하잖아.."
"네가 만만한가? 저번부터 왜 그래 도대체? 저래놓고 또 남친이랑 밥이나 먹고 앉아있겠지."
누군가의 욕을 하고싶지는 않다. 하지만 해야할 상황이 있다면 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만큼은.
"저러다가 재수강 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어휴..."
"알아서 하겠지."
"그냥 가서 확 따져버려. 아까 보니까 개별과제는 했던데?"
"…그래?"
"못된 년.. 어유!!"
"에휴.. 이런 상황 오니까.. 또 쌤 보고싶어."
"에휴~~ 솔로는 웁니다. 근데 확실히 서른일곱살이랑 연애하면 막 달라??"
"다르냐고..? 으음.."
"응응."
"확실하게.. 다른 건.. 나한테 대하는 행동? 되게 조심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어른스럽고.. 막 그래."
갑자기 강의실 문이 열리고 신세휘가 들어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신세휘를 올려다보았다.
"너 왜 뒤에서 나 까??"
"…뭐?"
"아니. 할아버지가 아픈 게 내 잘못도 아니고.. 이모가 10년만에 한국에 온 게 내 잘못이야?"
"……."
"그렇다고 뒤에서 막 그렇게 까? 진짜 유시아 너도 똑같아. 둘이서 남 욕하기는."
"네 욕 해서 미안한데. 근데 의심이 안 될 수가 없잖아."
"…뭐?"
"너 작년엔 할머니가 아프시다고 했고, 동생이 오토바이 사고가 났다고 했었어."
"……."
"넌 왜 항상 조별과제 하려고 하는 날에만 가족들이 아프고, 가족들이 10년만에 한국으로 와?"
"야 너 되게 웃긴다."
주변에 우리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어 - 얘네 싸운다.. 그 말에 나는 너무 민망하고 화가 나서 얼굴이 다 붉어졌다.
"뭐가 웃긴데? 네가 가족 팔아가면서 핑계 댄 게 웃겨? 너도 스스로 막 웃기고 그런가보다?"
"유시아 너는 네 일도 아니면서 빠져."
"왜 내 일이 아니야? 고단한보다 내가 네 뒷담 더 많이 깠는데."
"그게 자랑이야 넌?"
"자랑이고싶다."
"참나."
"야 고단한. 그냥 무시해. 쟤 저게 본성이야.. 맨날 착한 척.. 순진한 척.. 호호 거리더니.."
"야 유시아!"
"이야 평소엔 시아야~ 시아야~ 하더니 이젠 눈 홀키면서 유시아! 하네? 무섭다, 무서워."
신세휘가 눈물을 흘리면서 시아를 때릴 기세로 막 다가왔고, 나는 그 가운데 껴서 둘을 말리기 바쁘다.
유시아 얘는 또 성격이 불같아서 같이 때리려고 난리를 치고.. 난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래! 니들이 그렇게 내 욕 하고, 핑계라고 생각하는 거 억울해서라도 같이 과제 해줄게."
결국엔 진짜 너무 어색하게.. 신세휘도 같이 껴서 점심시간에 같이 과제를 하게 된다.
강의실 구석탱이에 앉아서 과제를 하는데.. 시아가 저 멀리서 자기가 지켜보고 있다며 세휘를 째려보았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세휘를 보았다. 많이 화난 듯 나를 안 좋게 보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말한다.
"세휘 네가 교재에서 문제 좀 찾아줘."
"얘네는 안 시켜? 나만 찾아?""
"승연이랑 재현이랑 민지는 이미 다 만들어서 넘겨줬어. 너만 하면 돼."
"……."
평소엔 인상 한 번 안 쓰고 돌아다니던 애가 인상을 쓰고있다. 아.. 이럴 때 이상하게 더.. 쌤이 보고싶고 난리네.
책상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 진동 소리에 모두가 내 핸드폰을 보았다.
[쌤♥] 쌤에게서 오는 전화에 나는 기겁하며 핸드폰을 챙겨 강의실에서 나와 전화를 받는다.
"네에 쌤."
- 바쁜 것 같아서 끊으려고 했는데.
"아.. 아니에요! 과제 하고있었어요. 저는 다 해서.. 뭐 상관없어요!"
- 그래? 그럼 다행이다. 목소리 듣고싶었는데.
"아.. 저둔데.. 진짜아.. 쌤 밥 드셨어요!?"
- 응. 먹었어. 너는? 먹었어?
"네 먹었죠! 아아 쌤! 어제는 저희 못 봤는데.. 오늘은 볼 수 있는 거예요??"
- 응. 오늘 꼭 보자. 몇시에 끝나?
"5시쯤! 끝날 것 같아요!"
- 오늘 4시 강의 없으니까.. 5시까지 학교 앞으로 갈까?
"네? 네! 아.. 아니요!!"
- 응? 왜?
"학교 끝나면 시아랑 같이 집 가는 버스 타거든요.. 저 없으면 시아가 혼자 가야 돼서.."
- 데려다주면 되지.
"쌤이요!?"
- 응 ㅎㅎ.
"오오.. 쌤 최고.. 진짜.. 와아.. 잘생겼는데 인성까지.."
- 뭐얔ㅋㅋㅋ 하지 마.
"역시 내 연예이이인."
- 어유 끊고싶어지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왜요오오."
- 보고싶다. 아침에 봤는데도 보고싶네.
"…으아 저도 보고싶은데. 제가 더 보고싶은데..!!! 저 못 따라올 텐데."
확실히 쌤이랑 통화하고 나니까.. 힐링 되는 것 같고 막 이상하네.
아, 더 통화하고 싶었는데.. 쌤 강의시간 때문에 더 못하게 생겼네..
전화를 끊고 강의실에 들어가려는데..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 신세휘가 문 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무시하고 들어가려는데.. 신세휘가 평소처럼 조용히 내게 말한다.
"남친이야?"
"…아, 아니."
"왜 거짓말 해..?"
"……."
"남친이잖아. 보고싶다고 그랬으면서.."
내 옆을 지나쳐 가려는 세휘에게 물었다. 과제는 어떻게 하고? 어디가? 내 말에 세휘가 말한다.
아주 차갑게.
"화장실 가는 건데."
점심을 먹고나서 볼 일이 있어서 조교실에 왔는데.. 조교실엔 남자들이 몇명 몰려 있었다.
조교실에 있는 칠판에 무언갈 쓰다가 급하게 지우려는 남자들에 나는 칠판을 보았다.
얼짱투표.. 초딩때나 하던 그 얼짱투표??
"야 고단한.. 너 평소에 되게 조용조용 한 줄 알았는데. 신세휘한테 잘 따지더라??"
"맞아맞아. 새로운 모습 잘 봤어."
허허.. 어색하게 웃으며 그냥 조교님에게 할 말만 하고.. 조교실에서 나왔다.
진짜 학교 다니는 건 너무 피곤해.
"진짜요! 걔가 막 자기 욕한다고 인상 쓰고 때리려고 하는데!!! 얼마나 얄밉던지.
신세휘 걔가 작년부터 단한이랑 같은 조 되가지고! 막 무임승차 하고 그랬거든요."
"아, 그래요?"
"아아 그리구요.. 단한이가 우리과에서 인기 꽤 많았거든요. 긴장 좀 하셔야 될 것 같은데에~~~"
시아가 차에 탄 뒤로.. 차 안은 엄청 시끄러워졌다.
시아의 말에 모두 대꾸를 해주는 쌤도 참 신기했지만.. 둘이 그래도 말도 하고.. 다행인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봬요!!"
시아가 즐데 하라며 손으르 마구 흔들길래 같이 흔들어주었다.
거의 10분 내내 한 번도 안 쉬고 떠든 시아 덕분에 그래도 이렇게 어색하지 않게 온 것 같은데..
"시아 어때요???"
"응?"
"괜찮죠!"
"아아, 응. 되게 착한 것 같고.. 의리 장난 아닐 것 같던데?"
"어떻게 아셨어요??"
"얘기 하는 거 보니까. 대충 그럴 것 같아. 되게 밝은 친구 같네."
그쵸오.. 하고 운전대를 잡지 않은 쌤의 손을 잡았더니 쌤이 날 보고 픽- 웃는다.
꺄아.. 혼자 연예인 좋아하는 것 처럼 좋아하고 있으니, 쌤이 묻는다.
"요즘 대학생들은 어떤 걸 자주 먹으러 가?"
"요즘에요??? 음... 마라탕..? 근데 전 못 먹어 봤어요!"
"마라탕?? 처음 들어보는데."
"헐 촌시러!"
"넌 안 먹어봤다면서요."
"그건 그렇죠. 핳.. 아! 저 오늘 그거 먹고 싶은데.. 그거!! 짜빠불닭.."
"짜빠불닭? 그게 뭐야."
"허얼.. 몰라요? 이거.. 짜빠게티랑 불닭볶음면!! 같이 섞어서 먹는 건데.."
"아, 진짜?"
"네!!"
"그래 그럼.. 우리집 가서 끓여 먹자."
라면 끓여먹자... 저 말은 꿈에서만 듣던 소리인데. 쌤한테 듣게 되다니.. 저번에 한 번 쌤 집에 가보기는 했지만
뭐가 이렇게 부끄러운지 저 말을 끝으로.. 난 한마디도 하지 못 했다.
부끄러워서.
쌤 집에 가서 집 구경을 하다가.. 쌤이 라면을 끓여줄테니 앉아서 기다리라고 했다.
쌤 방까지 구경하러 온 나는 쌤의 침대 위에 앉아서 방을 둘러보았다.
"오오.. 방 되게 깔끔해.."
쌤 냄새.. 허흐.. 변태마냥 침대에 누워서 킁킁- 거리다가 쌤이 볼까봐 고갤 번쩍 들었다.
쌤 냄새가 되게 뭐랄까.. 좋은 냄새가 나면서도 포근하다니까.
눈을 감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너무 어두워져서 놀래서 눈을 번쩍 떴는데..
"엇..!"
"잘 잤어?"
"어.. 그게.. 그냥 눈만 감았는데.."
"일부러 잠든 거 아니었어?"
"아!니요!?!?!?! 아닌데!! 진짜 갑자기 잠이 든 건데.."
"ㅋㅋㅋㅋㅋ 너무 잘 자길래 못 깨우고 있었어."
"…그럼 라면은요?"
"궁금해?"
"네.."
"라면 넣지도 않았었어. 걱정 마. 배고프지? 해줄게."
"쌤..!"
"응?"
"…그게."
쌤이랑 뽀뽀 하고 싶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많은 연애를 해보았지만.. 이렇게 나이 차 나는 사람과 연애한 적도 없구요.
제가 정~~~말로 좋아해서.. 제가 직접 고백해서 만난 사람도 이분이 처음이라서.. 먼저 들이대는 걸 못 하겠다구요.
"그게.."
"……."
"음.. 얘기를 더 하다가! 라면을 먹을까요?"
"얘기?"
"네! 얘기."
"여기서?"
"네! 여기서!"
"여기 앉아서?"
"네!! 여기 앉아서!!"
"나 너무 피곤한데. 이러고 얘기하자."
갑자기 나를 끌어 안은 채.. 눕혀버리는 쌤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쌤이 날 이렇게 진득하게 안아주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건 확실히 다르잖아.
누워있잖아! 누워있잖아.. 누워있잖아................
"어.. 어.. 쌤.. 잠깐.. 제가.. 그.. 어.. 있잖아요."
너무 민망하고 숨이 안 쉬어져서 죽을 것만 같아서.. 일어나려는데 또 나를 강제로 눕히는 쌤에 오늘이 내 제삿날이다 싶었다.
"없는데요."
"…헙."
"오늘 진도를 너무 뺐어. 말을 너무 많이 했더니 힘들어 죽겠어."
"……."
"이러고 우리 조금만 잘까."
"잔다구요????"
"……."
"잔다구요.............????"
"그래. 자자구."
"……!?!?!?!??!"
"코- 자자고."
"아..어..엇..."
"가까이서 보니까 또 다른 사람 같네."
"……."
쌤이 날 너무 가까이서 보길래 눈 한 번 깜빡이지도 못 하고 쌤을 바라보니, 쌤이 날 또 끌어안는다.
"조금만 자자."
"…네."
"조금만.."
"…근데요 쌤."
"…응."
"오늘.. 조교실에 갔는데.. 남자들이.. 얼짱투표 하고있었거든요."
"…응."
"근데.. 1위가 시아고,. 2위가 저였다요? 3위는 신세휘 그 나쁜년."
"……."
"좀 놀랬어요. 완전 꼴지일 줄 알았는데..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도.. 기분이 좋더라니까요.
이래봬도 저 인기 많았어요. 막 과에서 고백한 애만 2명이라니까요오?"
"…조용히하고 자라."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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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 너희도 풋풋할 시기 지나면 죽었따눙~~
나 무서운 싸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