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진] 12살 차이 극복기
w.1억
어제 비가 오고나서는 얼마나 더 춥던지.. 덜덜 떨면서 강의실에 도착한 것 같다.
맨 뒷자리에 앉아서 핸드폰을 보는데 아침부터 쌤에게 온 카톡에 난 기분이 좋아서 바보처럼 웃는다.
[아침은 안 먹고 학교 가는 거야?]
와 진짜 바보같아. 나 지금 완전 못생겼을 것 같아.
"야 고단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금 몇 번 불렀는지 알아???"
"아, 미안미안."
"오늘 데이트 하러 가냐구."
"어..글쎄.. 모르겠어. 아직..은.. 음.."
"왜 몰라? 네가 먼저 만나자고 해."
"쌤이 만나자고 하면 만날래.."
"왜????"
"그냥."
"왜애!"
"그냥!"
"왜애애!"
"그!냥!"
우리 과는 유아교육과인지라 여자들이 꽤 많다. 30명 정도가 여자고, 남자는 5명 정도 있나..
아침부터 조별과제를 주는 교수님이 맥이 빠져서 한숨을 내뱉었다. 왜냐고...
"단한아 같은 조라서 다행이다.. 이번에도 잘 부탁행."
아주 뻔뻔하게 무임승차 하려는 친구가 작년부터 나를 괴롭혔다.
재수없게 왜 나랑 엮이는지.. 짜증은나는데 그래도 대충 웃어주면서 다른 곳을 보았다.
아, 이 친구 이름은 신세휘라고 꽤 예쁜 친구 있다. 꽤 예뻐서 유아랑 세휘 보러 우리 과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들이 꽤 있었지..
"오늘 진짜 열심히 해볼게."
웬일로 엄청 열심히 할 것 같은 기세길래 조금은 기대를 해보려고 했다.
근데 역시는 역시..
"끝나고 모여서 하는 거면.. 나 못 하는데.. 5시에 끝나면 바로 알바 가야 돼서."
"아, 그래."
"아침에 만나는 거면 가능한데..."
"아침에는 통학 때문에 일찍 못 오는 애들이 있으니까."
"그치?.. 어쩔 수 없네.. 나도 하고싶은데. 시간이 안 도와주네.."
아주 뻔뻔하게 불쌍한 척 까지 하는 세휘가 미웠다. 하지만 티를 낼 수는 없으니..
내가 학교에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나.. 짜증나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쌤에게서 온 카톡에 바로 웃음이 나왔다.
[학교 몇시에 끝나?]
"개강하니까 학교 가기 되게 힘들지?"
"네에..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제일 힘들어요. 쌤은 점심부터 강의 시작이면서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나세요?"
"아침에 수업 하나 더 늘었거든. 9시."
"어? 그럼 9시.. 1시.. 4시??"
"응. 어? 4시 수업은 어떻게 알았지?"
"…어, 음.. 그게.. 쌤 좋아하니까 알았죠..!"
"……."
"제가 너무.. 막.. 스토커 같나요?"
"아니."
"……."
"전혀 그렇지 않아."
"다행이다.. 아, 맞아요! 조별과제 있어서 바쁠 것 같은데.. 작년부터 무임승차 하려는 친구 때문에 너무 골치아파요."
"무임승차?"
"네.. 막 대놓고 그러는 건 아니고.. 난 하고싶은데~ 시간이 안 돼서 어쩔 수 없이 못 하겠다아~ 막 이러면서..
뭐라고 욕을 할 수도 없고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돼요?"
"걔 이름을 빼. "
"그래도 돼요? 진짜로 그래본 적이 없어서.."
"노력 안 한 사람이 노력한 사람이랑 같은 점수를 받는다는 거.. 너무 억울하잖아."
"…그쵸."
"……."
"왜요?"
"아니, 귀여워서."
자꾸만 날 보며 웃으시길래 왜요? 하고 물으면 쌤은 귀여워서.. 라고 대답을 한다.
내가 살다살다 쌤한테 귀엽다는 말을 듣다니. 이거 진짜 꿈인가.. 우리가 사귀는 사이인 건 알겠는데..
아직까지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은 좀 어색하고.. 아니? 많이 어색하니까..
"쌤! 저희 밥 먹고.. 영화 보러 가요!"
"그럴까?"
영화관에 도착해서 표를 끊는데 알바생이 쌤을 빤히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쌤이 엄청 잘생기긴 했는데.. 난 안 보여? 옆에 여자가 있으면! 딱 애인이다 안 느껴지나??
"쌤 자리는 어디로 할까요! 가운데..는.. 사람 많으니까! 맨 끝자리 할까요? 두자리..!"
"어.. 그럴까? 아무래도 사람 많으면 신경쓰이지?"
"네에.. 좀.."
"그래. 여기 두자리로 할게요."
쌤이 웃으며 두 자리로 달라고 하면, 알바생이 얼굴이 붉어져서 예매를 해준다.
"8시20분 영화구요~ 9관으로 입장하시면 됩니다아~"
시간에, 9관에 하트를 표시하는 여자를 힐끔 보았다. 뭐야.. 설마 쌤 때문에 사심으로 하트 그린 건 아니겠지?
괜히 혼자 부들부들 떨며 알바생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허허.. 어색하게 웃으며 다른 곳을 본다.
주위를 둘러보면 커플들은 다 팔짱 끼고, 손 잡고 걷는데..
"한 이십분.. 남았네?…뭐 마실래?"
"…네? 아.. 네!"
우리만 손 안 잡아.. 우리만 팔짱 안 껴.. 사실은 조금 서럽기도 했는데. 겨우 만난지 하루 된 우리이기에 뭘 바라지 않기로 다짐했다.
마실 걸 하나씩 시키고서 손에 쥐고 터덜터덜 윗층으로 올라가려는데.. 먼저 앞장 서서 계단을 밟고 올라가던 쌤이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본다.
"……?"
무슨 할 말이라도 있나 싶어서 쌤을 올려다보니, 쌤이 갑자기 손을 뻗는다.
"네?"
"손."
"네에!?!?"
손을 달라며 손을 작게 흔들길래 놀래서 움찔.. 하면, 쌤이 웃으며 내 손을 덥썩 잡는다.
나는.. 무교이지만 오늘만은 예수님을 외쳐볼 생각이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제게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군요.
쌤이랑 손을 꼭 잡고 윗층으로 올라오는 동안 너무 신경 쓰여서 미칠 것만 같았다. 혹시라도 떨고있는 내 표정을 볼까봐.
입장하는 곳 앞에서 사람들이 들어갈 때 까지 기다리고 있었고.. 여자들이 쌤을 바라보았다.
쌤을 보다가.. 그 옆에 손을 잡고있는 나를 힐끔 보는 여자들의 표정은 다 똑같다.
아, 여자친구가 있네.. 아쉬운 저 표정..! 아, 이 뿌듯함.
"왜 그렇게 혼자 웃어?"
"네에????"
여봐 여봐.. 분명 티 안 나게 웃었는데.. 쌤한테 들켰다니까.
아닌데.. 하고 고갤 돌리면 쌤이 아닌데~ 하며 허리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는데..
와아.. 심장이 터진 것 같았다. 얼굴 마저도 터질 것 같아서 왜요오.. 하고 웃으면 쌤이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거! 표! 저 주세요!"
"표??"
"네! 아까 그 알바생이.. 막.. 쌤 보고 좋아서! 하트 그리고! 막!"
"아.. 이거? 원래 오는 사람들한테 다 그려주잖아."
"…그래요?"
"응. 저번에 왔을 때도 그랬는데."
"…영화 보러 잘 안 와서.. 몰랐네요. 나는 또오.. 그 알바생이 쌤한테 반한 줄 알고.."
푸흡- 하고 웃는 소리가 들려서 고갤 들고 쌤을 보니.. 쌤이 좀 몰래 웃다가 이젠 대놓고 웃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어요!.."
"ㅋㅋㅋㅋㅋㅋㅋ아.. 아니야 ㅋㅋㅋㅋㅋㅋ."
"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쌤이 저렇게 웃는 건 또 처음 보네.. 쌤의 몰랐던 모습을 보면 볼 수록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다.
"……."
커다란 스크린 화면에선 저렇게 웃고 떠들고 난리가 나는데.. 쌤은 웃지도 않고 집중을 한다.
웃긴 영화 별로 안 좋아하는 건가..? 영화에 집중을 할래도
옆에 앉아있는 쌤이 너무 신경쓰여서 힐끔 쌤을 보는데 어째 또 저렇게 잘생겼는지..
웃긴 장면에 웃지 않는 쌤이 신기할 법도 한데.. 난 그것보다 생긴 게 더 신기하다, 신기해. 어떻게 저렇게 생겼을까.
갑자기 눈이 마주쳐서 놀래서 움찔.. 하면 쌤이 날 보며 묻는다. 재미 없어?
"아니요.. 재밌는..데.."
쌤 얼굴이 너무 재밌어요.
"쌤은 별로예요??"
"아니, 볼만해."
"그래요...?"
볼만한 사람의 표정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쌤 얼굴 구경하느라 나는 2시간 정도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밤이 되었고.. 밥 먹고 영화보니 벌써 집에 갈 시간이 된다.
사실 나는 더 늦어도 상관 없었는데.. 이상하게 왜 이렇게 지금 이 시간이 늦은 시간인 것만 같은지.
쌤은 내일 학교도 가야 되니까 얼른 집에 가라는 말을 했다.
차 타고 가버리면 너무 금방일 것 같아서 난 쌤에게 걸어서 동네 한바퀴 돌자고 말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또 이 정적은 어쩔.. 쌤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데.. 나는 왜 이렇게 뻘쭘하고 그러지.
"쌤!"
"……."
"평소에 몇시에 주무세요...?"
"글쎄.. 요즘엔 빠르면 1시? 늦으면 3시.. 이상하게 잠이 안 오더라."
"아아.. 근데.. 그때 그렇게.."
"응?"
"아니.. 그때! 제가 처음으로 쌤한테 카톡한 날에.. 10시 쯤에 쌤이 네^^ 병원 같이 가요~ 잘 자요~ 막 이렇게 보내셨잖아요.
난 그래서 또 썜이 10시에 자는 착한 어른이인 줄 알았잖아요."
"아아 그거.. 그건 그냥 예의상 보낸 거였는데. 진짜 자라는 건 아니었어."
"그러니까요오.. 예의상 10시에 잘 자라고 보내는 사람이 어딨어요? 진짜.. 저는 쌤이 철벽 쳐가지고.. 밤에 잠도 못 잤는데."
"ㅎㅎㅎㅎ."
"너무해요.."
"단한이 너."
"…네?'
"되게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조용조용하게 할 말 다 한다?"
"어..어.. 죄송해요. 제가 너무 막 말이 많았나요.."
"아니? 죄송할 건 없는데.. 그냥 좋아서. 처음에 너무 웃기만 하고.. 말도 제대로 못 하길래.
조금은 걱정스러웠거든.. 근데 보면 볼 수록 당당한 면도 있고, 솔직하기도 하고.. 좋고, 싫음을 잘 표현하는 것 같아서 되게 좋은 것 같아."
"아...!"
"나 이 표정 좋아."
"네??"
"막 아... 하고 멍 때리는 표정. 너무 귀여워."
"제가 언제 아.. 했어요! 그냥 아.. 한 거지."
"그게 그거지 ㅋㅋㅋㅋㅋㅋ."
"아니에요!"
"맞는데요."
"아닌데.."
"아니라고 해줄게."
"해준다고 하니까.. 되게.. 진 것 같네요."
"ㅋㅋㅋㅋ."
"어! 그렇게 웃지 마세요!"
"왜."
"진짜.. 저 심장 멎을 것 같아서 그래요.."
"엥?"
"어어! 그렇게 보지 마세요!"
"응?"
"안 되겠다.. 저 차에 치이고 올게요!"
"ㅋㅋㅋㅋㅋ 뭐??"
쌤이 어디가냐며 내 손목을 잡고 끌어당기는데 훅- 하고 끌려가는 게 또 너무 설레서 얼굴이 붉어진다.
"와아 쌤.. 어깨 왜 이렇게 넓으세요??????????"
"별로 안 넓은데."
"진짜.. 어깨에 치여 죽고싶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육이.. 와아.. 몸이.."
"나 몸 그렇게 안 좋은데."
"쌤.. 경솔하시네에.."
"진짠데~"
차를 타고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 내려야 하는데 뭔가 바로 내리긴 뭐하고.. 입을 열어야 할 것만 같아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아! 저.. 내일 학교 가기 전에.. 매일 같이 앉았던 언니가 커피 사준다고 해서! 학원 들릴 수도 있어요!"
"아, 진짜? 몇시에?"
"10시 강의니까.. 한.. 9시쯤! 좀 더 일찔 갈 수도..."
"그래? 마주칠 수도 있겠네 ㅎㅎ."
"네! 근데 혹시라도.. 막 학원에서 마주치면! 만나는 거 티 안 내는 게 어때요? 왜냐면.. 거기 쌤들도 계시고..
학생들도 있으니까.. 음.. 그러니까.. 음.."
"그래그래."
"네!"
"네!"
"네.."
"ㅎㅎㅎㅎ."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잠깐 단한아."
갑자기 나를 끌어안는 쌤에 정말 평소에 안 하던 욕이 튀어나올 뻔 했다.
얼음처럼 얼어서 숨도 못 쉬고 가만히 있다가 긴장이 풀려서 숨을 몰아쉬었다.
쌤의 특유의 냄새는 가까이서 맡으니 더 좋았다. 이렇게 말하니까 정말 변태같은데.. 너무 좋잖아.
"전화해."
전화 하라며 내 등을 토닥토닥 두 번 해주고선 놓아주는데
이대로 얼굴을 본다면 너무 내 얼굴이 너무 빨개져 민망할 것 같아서 쌤을 더 세게 끌어안았다.
쌤이 놀란 듯 억.. 하고 푸흡.. 웃길래 죄송해요오.. 하고 울상을 지으며 꽉 끌어안다가
쌤을 놓아주고선 문을 급히 열며 쌤에게 소리쳤다.
"안녕히 주무세요!!!!!!!!!!"
"…어??"
"가보겠습니다악!!!!!!!"
아침에 머리를 다 말리지도 못한 채 학원 앞에 도착했다. 언니가 며칠 사이에 왜 이렇게 살이 쪘냐며 장난을 치길래
하지 말라며 찡찡 거리면, 언니가 귀엽다며 마구 웃어대기 바쁘다.
언니가 커피 사줄게! 가자! 하고 카페로 향했고.. 나는 핸드폰으로 시계를 봤다. 아직 8시 45분.. 그리고...
[이제 막 학원 도착했어]
쌤에게서 온 카톡에 학원 앞을 보면 막 학원에 들어가는 쌤이 보여서 너무 대놓고 웃으며 쌤을 불러 손을 흔들었다.
"쌔애앰!!!"
"…어, 안녕."
쌤이 인사를 하고 학원으로 들어섰고.. 옆에 있던 언니가 날 이상하게 바라보며 말한다.
"뭐야..?"
"응? 뭐가요."
"쌤이랑 반말 할 정도로 친해졌어?? 언제부터??? 갑자기?? 왜???"
"그런 게 있습니다요오~~"
"왜애! 알려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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쌤.. 나도 안녕.. 해주라..
아 그리고 뭔가.. 이 커풀,,, 컵흘.. 아련보스 오르골 참 잘 어울려서 ^^ 넣어봐써 ^^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