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인 밴드 (Feat. 연하남의 반란)
W. 베브
07
나는 그래도, 변백현이랑 오세훈, 김종대한텐 숨기고 싶었다. 얘넨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다. 제발 종인이 앞에서 민석 오빠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 요즘따라 슬기가 매일매일 우리를 불러냈다. 며칠 뒤 클럽 공연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매번 눈치만 야금야금 보다, 오늘 종인이를 만나 연습실에 들어가기 전에 소근소근 부탁했다.
"저… 종인아. 미안한데."
"네? 말해봐요."
종인이가 허리를 숙이고 내 입가에 제 귀를 가져다댔다. 나는 입술을 한 번 꾹 다물었다가 부르르르 입을 한 번 털었다.
"저… 애들한테 사귀는 거 티내지 말자."
"네?"
"부탁이야. 응?"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종인이는 허리를 다시 폈다. 평소처럼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깊게 생각하는 것처럼 입이 꾹 다물려있었다. 아 심장 쫄려. 다행히 종인이는 짧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쟤 좀 삐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구남친 얘기 듣기 싫어서 너랑 사귀는 거 비밀로 하고 싶다고 했다간 더 불을 지르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아 괜히 말했나. 망했네.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웃음을 지었다. 하하... 종인아. 그럼, 들어갈까...? 눈치보며 묻자 종인이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문을 열어주었다. 문을 열자마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됐다. 아, 또 민망.
변백현은 제 키보드로 저번에 슬기가 나눠준 악보를 치고 있었다. 들어보니 내가 쳐야 하는 메인 키보드였다. 그래서인지 내가 오자마자 백현이가 뚝 피아노 치는 걸 멈췄다. 어색하게 웃으며 '왔어?' 묻는 것에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했다. 스타벅스로 잠수 타버려? 슬기랑 찬열이는 웬일인지 붙어 있었다. 찬열이가 기타를 치면 슬기가 맞춰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스펀지로 도배한 검은색 천장을 쳐다봤다. 약한 조명만 몇 개 달자는 의견은 정수정의 것이었다. 난 밝은 게 좋은데. 나는 비니를 똑바로 쓰고 클러치를 캐비닛에 넣었다.
우리 연습실에는 각각 캐비닛이 있었는데, 이 캐비닛은 거의 중고딩 사물함 수준으로 낙서가 심했다. 정수정의 캐비닛은 -지금은 텅 비었지만- 호피무늬 시트지가 붙어 있었고, 내 캐비닛에는 '○○○' 세 글자가 화이트 마카로 쓰여 있었다. 한 명이 들어올 때마다 하나씩 새로 사들인 (정수정이 내 사비를 털어갔다) 캐비닛은 여덟 개였다. 정수정은 이런 곳에 의미부여를 했다. 나한테 소근소근 말해준 그 거창한 의미란, 우리는 단체 생활을 하지만 각자의 자유를 지향하고 개인을 인정한다. 뭐 이런 거였을 거다. 맨 끝에 있는 슬기 캐비닛은 그냥 곰돌이 같은 게 그려져 있었고, 남자애들은 그냥 낙서로 덮여 있었다. 와중에 오세훈 캐비닛은 깨끗했다. 쟨 이상하게 깔끔병이 있었다.
"○○○!"
"어, 박찬열."
"앉아봐."
"내가 왜?"
그냥 좀 앉아보라는 찬열이의 말에 조용히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여기 너무 춥다. 나는 숄을 여몄다.
"그래서, 둘이 그 날 몇 시에 집 갔는데."
"새벽 다섯 시."
"뭔 얘기했어."
"그냥 호구조사 했는데. 가족 사항, 뭐 이런 거."
"너 얘기 했어?"
"그냥 나 외동인 거랑, 부모님 외국에 계시는 거. 이 정도."
"왜, 너 금수저 물고 태어나서 카드 막 긁고 다녀도 되는 망나니라고도 하지 그랬어."
"그러지 마라."
"언니 무슨 얘기 해요?"
슬기가 종이컵에 현미녹차를 담아와서 내 옆에 앉았다. 나는 본능적으로 쉴드를 칠 준비를 했다.
"아, 그냥, 어제 하던 얘기…."
"얘 김종인이랑 데이트했대."
이 새끼가? 순간 벙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슬기 반응이었다.
"아 진짜요? 쟤랑 언니 만났어요? 맞다 둘이 사귄다며요! 대애박!"
얜 어떻게 알아? 박찬열한테 눈짓했다. 그러자 박찬열은 어깨만 으쓱했다.
"강슬기. 얘가 말했어?"
"에? 아뇨. 김종인 저한테 내내 삽질했는데. 언니가 받아줬는데 안았다고 막 전화해서 소리지르다가… 진짜 진상이었죠."
"아 너가 그럼 김종인 연애메이트였어?"
"네. 말하자면 언니의 박찬열 같은 존재. 삽질 콜센터."
띠링띠링! 수화기를 받아드는 척 따라한 슬기가 해맑게 웃었다. 저렇게 웃을 때 보면 영락없는 곰돌이다. 스물 두 살 곰돌이. 아니, 벌써 슬기가 스물 두 살인가?
"쟤가 나보고 뭐라 그랬어?"
"아 언니 지금까지 몰랐어요? 진짜 웃겨 죽는 줄. 제가 찬열 오빠한테 들은 언니 증상보다 쟤가 저한테 저지른 진상짓이 훨씬 심해요."
"왜. 빨리 말해봐."
고개를 돌려서 종인이 위치를 파악했다. 오세훈한테 주짓수를 당하고 있었다. 쟤네는 참 덤앤더머처럼 둘이 잘 놀아. 변백현은 김종대랑 깝치고 있었다. 안 들리겠지.
"쟤, 저 들어오자마자 막 언니랑 친해지라고 들들 볶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왜? 그랬더니, 막 리더는 구성원들이랑 다 친해야 된대요. 어이가 없어서."
"그래서?"
"막 저한테 언니 신상을 늘어놓는 거예요. 이름 ○○○. 피아노 치고, 언니 뭐 순살 치킨만 먹어요? 스타벅스 바닐라 라떼? 내가 이걸 다 외우게 됐다니까요."
"진짜?"
"막 근데 언니만 그렇게 자세히 알아. 내가 처음엔 눈치 못 채고 막 그러면 오세훈 신상이나 털어보라 그랬거든요. 쟤 오세훈 몇 살인지도 몰랐어요. 지한테 형이라고 안 부르니까 당연히 지보다 많은 줄 알았대요."
"응. 계속 말해봐."
"그래서 막 언니한테 무슨 말 걸어야 되냐, 이런 얘기 하고. 언니 생일 때 그 파티했던 거 기억나요? 그거 김종인 주최 김종인 사회였던 거?"
작년 내 생일 때 생각지도 못하게 큰 이벤트를 받긴 했다. 난데없이 막 풍선 불어놓고 케이크 샀길래 나는 일단 벙쪘었다. 그게 종인이가 한 거였어? 왠지 내가 막 부끄러워하면서 고맙다고 하자 제일 좋아하긴 했다.
"와, 얘 대박이네."
"막 술 마시면 저한테 막 늘어놓고. ○○○랑 사귀고 싶다, 한 번만 영화 같이 보면 안 돼요 누나...? 이런 거."
"귀엽네."
"으, 언니 미쳤어요? 언니도 콩깍지야? 이게 뭐가 귀여워요? 변태 또라이 새끼지?"
"니가 당해봐. 니보다 어린 게 꼬물거리면서 그랬다고 생각해 봐. 좋아 죽어. 나처럼 늙으면 특히 더."
우리 대화를 한참동안 듣고만 있던 박찬열이 드디어 입을 뗐다.
"근데 너 왜 숨기려고 해? 사귀면 말해도 되잖아."
"변백현 때문에."
"변백현 왜?"
"걔 계속 민석오빠 드립 치잖아. 존나 아가리 묶고 싶다."
아무 생각없이 짜증을 담아 말했는데 난데없이 슬기가 빵터졌다. 의도하지 않은 곳에서 빵 터진 걸 보자 좀 당황스러웠다. 아 언니 진짜 웃겨요! 하고 계속 웃는 슬기 탓에 놀라서 눈이 커졌다. 박찬열도 박수까지 쳐 가며 웃는다. 나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종인이가 입술을 꾹꾹 깨물다가 일어나서 이 쪽으로 걸어왔다.
"누나. 무슨 얘기 했어요?"
그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슬기랑 눈을 맞췄다. 야, 얘랑 나랑 사귄다고 말하지 마라. 그러고 다시 종인이를 올려다봤다. 최대한 예쁘게 웃으려고 노력했다. 박찬열이 슬기를 쿡쿡 찌르고 또 빵터지는 게 보였다. 박찬열은 좀 있다 조지고, 일단 종인이.
"아니- 그냥, 슬기가 너 얘기 하더라고."
그런데 얘도 의외의 반응이다. 종인이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눈이 휘둥그레 커지더니 안절부절 못했다.
"네? 강슬기가요? 누나. 쟤가 뭐래요? 야. 너 누나한테 무슨 말 했냐."
결국 슬기는 종인이한테 뒷목이 잡혀 끌려나갔다. 찬열이는 한참 끅끅대다 내게 말했다.
"야. 너 비밀연애 못할 듯. 쟤 봐라. 티 내는 것 봐."
"완전 쑥맥 같지."
"나중에 물어봐. 여자친구 있었냐고."
그래야겠다. 고개를 끄덕였다. 슬기랑 종인이가 슬그머니 연습실에 들어올 때 쯤, 오세훈이 소리쳤다.
"둘이 어디 갔다와? 뽀뽀하고 와?"
슬기가 본능적으로 내 눈치를 살폈다. 안 돼! 나 보지 마! 결국 내가 나서기로 했다.
"오세훈. 니 연애는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저번에 그, 이대녀."
"아 걔 알고보니까 양아치더만. 막 나 뜯어먹으려고 하던데."
"뭐 어떻게?"
"내 카톡 주구장창 씹더니 갑자기 카톡이 여덟 개 와 있는 거야. 그래서 봤더니 지가 갖고싶은 가방 사진 보내놓고 자판으로 눈웃음 찍어놓은 거야."
"양아치네."
"나 아직도 그런 여자 있는 지 처음 알았어. 존나 소름. 바로 차단먹였지."
야 세훈아 콜라 사와라! 나 콜라 마시고 싶은데!- 전형적 비호감 선배인 변백현이 세훈이한테 저런 말을 꽂았다. 세훈이는 대놓고 미간을 구겼다. 아 씨발… 그러자 변백현은 또, 뭐 이 새끼야?- 그런다. 알았어요 사 오면 되잖아요!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난 세훈이의 뒷통수에 김종대는 완전 얄밉게 한 마디를 추가했다. 난 코카콜라!- 내가 막내였으면 난 변백현이랑 김종대를 처단했을 거다.
찬열이는 여자친구랑 전화하고, 슬기는 찬열이 기타를 쓰다듬고 있었다. 저 기타 비싼 건데, 슬기의 꿈 같은 기타여서. 변백현이랑 김종대는 와중에 호구 놀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악 씨발!!! 서로 딱밤을 때리며 비속어가 연속 폭발했다. 으으, 등신.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아까부터 계속 종인이가 내 주변에서 꾸물댔다. 뭐 잘못했나? 아무튼 계속 낑낑대길래 한 번 봐 줬다. 왜? 입모양으로 묻자 종인이가 한참 망설이다 입을 우물거렸다. '뽀뽀 안 했어요.' 아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였는데 종인이가 한 마디 더 덧붙였다. '물어봤어요 누나한테 무슨 말 했는지.'
"슬기가 다 말했어."
"뭘요?"
"너 나 짝사랑했던 시절."
"아씨 강슬기!"
귀여운(남들이 보기엔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벌떡 일어난 종인이가 슬기에게 달려갔다. 슬기 오늘따라 들들 볶이네. 꺄르륵 웃으며 다 당해주고 있는 슬기랑, 여자라서 손은 못 대겠고 욕도 못 하겠어서 초등학생 말싸움처럼 이상한 단어나 쓰는 종인이 조합이 귀여웠다. 곰 남매 같애. 나는 흐뭇하게 턱 괴고 그 둘을 쳐다봤다. 귀여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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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공연은 잦지는 않았다. 다만 가끔 클럽에 불려갈 때면 좀 색다른 무대들을 준비하곤 했다. 왜냐면 클럽이니까.
"종인이랑 세훈이랑 춤 추게 시킨다고?"
"네."
"그리고 박찬열이랑 오세훈이랑 김종인이랑 김종대랑 락 밴드?"
"네."
"그럼 난? 나랑 넌? 변백현은?"
"백현이 오빠는 여자 헌팅한대요. 언니랑 나는 좀 쉬어요. 나 클럽 힘들어요."
클럽 공연 때면 나 같은 애들은 늘 빠진다. 슬기나 변백현은 기타를 치니까 가끔 끼는데, 나는 클럽을 좋아하지도 않고 피아노는 쓸모도 없었다. 그렇다고 종인이를 혼자 낯선 여자들 사이에 둘 순 없었다. 나는 은근히 이상한 부분에서 잘 삐졌다. 질투가 많은 건 아니었는데 없는 편도 아니었다. 그리고 사귄 지 얼마 안 되고 뽀뽀도 못한 남자친구를 혼자 여자 득실한 곳에, 그것도 춤 추는 애를 클럽 스테이지에서 춤 추게 시켜서, 저 얼굴에 저 바디를 가진 애를 보낼 수는 없었다.
"나도 같이 갈까?"
"아 언니 왜 그래요? 알아서 잘 하겠지. 쟤 철벽남인 거 알잖아요."
슬기는 내가 마치 초등학생 외동딸을 둔 극성 엄마인 것처럼 쳐다보며 말했다. 아 그래. 괜히 민망해져 눈썹뼈를 만지작거렸다.
"언니 근데 클럽 좋아해요?"
"좋아하게 생겼어, 내가?"
"맞다. 언니 남자공포증."
"난 몸 움직이는 것도 싫고, 막 옷 야하게 입고 원나잇 상대 찾아 다니는 것도 싫어."
"맞아요. 언니는 잠수탈 때 가는 스타벅스 같은 게 잘 어울리죠."
짐짓 삐진 척을 해 보이며 말하는 슬기 탓에 그냥 웃었다. 하하 그래… 나는 지금 곡을 정하고 있는 종인이와 세훈이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둘 다 하나씩 서 있어도 멀대 같고무서운데, 진지한 둘을 나란히 붙여놓으니 이젠 말도 못 걸겠다. 둘 다 꼭 연예인 같은 분위기를 내서.
"근데 언니. 언니는 종인이 왜 좋아했어요?"
"응? 나?"
슬기는 내 의자 옆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쌍꺼풀 없는 눈이 동그랗게 날 쳐다본다. 슬기는 그러고 보면 참 예쁘게 생겼는데, 왜 남자친구가 없을까.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처음 볼 때부터 괜히 신경쓰였는데."
"쟤가 왜요?"
"나 그 유명한 짝사랑남 있잖아. 응. 변백현이 맨날 놀리는. 그 오빠랑 정말 닮은 점이 하나도 없는 거야. 생김새부터 말하는 것까지."
"언니 인생은 왜 그 사람한테 계속 묶여 살아요? 솔직히 언니 정도면 예쁘지, 공부 잘 하지, 피아노 잘 치지, 집 잘 살지, 게다가 언니 착하잖아요."
"그 말 똑같이 박찬열한테 해 봐. 난 니가 그런 말 하면 낯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하겠다."
"아무튼요. 언니는 왜 그래요?"
"모르겠어. 너무 오랫동안 한 사람만 파서 그래."
"음."
그러고 보니 난 왜 그럴까. 슬기 말처럼 왜 난 민석 오빠의 기억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지? 사실 남자 공포증이니 뭐니, 그것도 그냥 민석 오빠만 보느라 다른 남자는 너무 경계해서 그런 거고. 내 성격도 좀 바뀐 것 같고. 나는 이래저래 생각하다 슬기에게 툭 던졌다.
"너 남자친구 없지. 빨리 소개팅 해. 빨리 남친 만들어. 내 꼴 나지 말고."
"언니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열녀비 정도는 세워졌을 거에요."
"아닐걸. 난 내가 싫은 사람이랑 결혼했으면 결혼 전날 혀 깨물고 죽었을걸."
"언닌 말을 해도 꼭."
"이게 내 트레이드 마크 아니었어?"
슬기는 기타 피크가 들어있는 목걸이를 한 번 꼬았다.
"맞다. 그리고 언니. 저 김종인이랑 되게 오래 친했잖아요."
"응."
"저는 걔가 그렇게 누구를 좋아하는 건 처음 봐요. 걔… 부모님한테도 안 그러고 누나들한테도 안 그러는데 언니한텐 그렇게 토나오게 신경쓰고."
"그래?"
"태생이 무심하거든요. 뭘 해도 아, 그래. 이러고. 그런데 언니는 사소한 거 하나까지 다 기억하려고 기 쓰고."
"여자친구는 있었어?"
"저는 여기까지. 그것부터는 직접 가서 물어보세요."
꼭 궁금한 데에서 끊는 오디션 프로그램 같다. 슬기 너 슈스케 엠씨 볼 생각 없니? 60초 후에 계속됩니다, 이런 거. 비아냥대자 슬기가 입을 가리고 웃는다.
"종인이 오네. 물어봐요. 난 빠질게요!"
과연 종인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연습실 뒷편 한가운데에 뚝 의자 갖다놓고 앉는 바람에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슬기는 재빠르게 일어나 종인이의 배를 주먹으로 쿡 치고 앞으로 뛰어갔다. 종인이는 배를 잠깐 움켜쥐었다가 다시 해사하게 웃으며 아까 슬기랑 똑같은 자세로 내 옆에 앉았다.
"곡은 정했어?"
"네. 대충. 세훈이가 아는 형한테 부탁해보겠대요."
"잘됐네."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줬다. 그러니까 종인이가 눈을 슥 감는다. 귀여워.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는 생각을 또 했다.
"종인아."
"네."
"나 말고 여자친구 사귄 적 있어?"
종인이가 놀라서 푸드득 눈을 떴다. 그리고 벌떡 일어난다. 나는 허공에 멈춘 손을 안타깝게 접었다.
"누나 무슨 소리예요? 강슬기가 그래요?"
"아니. 그냥 궁금해서."
"깜짝이야."
"왜, 뭐 숨기는 거 있어?"
웃으면서 물어봤지만 내심 속이 탔다. 여자친구 있었다고 그랬을 때 내가 무슨 반응을 보이는 게 제일 일반적이지. 나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 쿨한 여자야! 이걸 어필할까. 아니면 질투를 해 줘야 하나? 종인이는 다시 침착하게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내 무릎에 턱을 괴었다. 강아지 같아. 나는 다시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사실… 중학교 때 한 번 있었어요. 근데 좋아서 사귄 건 아니고."
"음."
"…누나 화났어요?"
"아니. 일단 계속 말해봐."
"아무튼, 그 날이 무슨 고백데인가? 그래서 그 여자애가 사탕 들고 고백했어요. 근데 저는 받으려고 받은 건 아니고… 여자애 친구들이 막 빙그르 둘러서서 보고 있어서."
"응."
"그니까! 좋아서 사귄 적은 없어요. 누나가 제 첫 여자친구!"
결국 난 적절한 반응을 찾는 걸 실패했다. 종인이는 연신 화났냐며 눈치를 살피다가, 내가 제 첫 여자친구라며 못을 박았다. 나는 그런 거에 화 안 내는데. 정작 내 과거가 더 파란만장하다. 사실 약간 자격지심이 있어 물어본 거였다. 종인이가 내심 아까 내가 애들한테 숨기자고 한 걸 속상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그냥 말하기로 했다. 엄마가 맨날 했던 말이,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끝까지 숨겼다 들키는 것보다 백배 천배 낫다고 했다. 그 말을 기억하며 애써 입을 열었다.
"나는 니 처음이냐는 별로 안 중요해."0
"그런데 정말 누나가 처음이에요."
"그게… 애들이 말하는 거 들었잖아. 나도 너가 처음이 아니니까."
"……."
"그래서, 내가 너한테 뭐라고 할 처지가 못 된다고."
뜸을 좀 들였다. 종인이가 미묘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목이 탔다. 아, 괜히 말했나? 종인이가 대답이 돌아오질 않았다. 뭐라고 말을 더 덧붙여야 하나. 한참 내적갈등 중인데 종인이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난 상관 없어요. 어쨌든 누나는 지금 내 여자친구잖아요."
"……."
"그게 누나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것도 누나니까. 나는 그냥 누나가 하는 건 다 좋아요."
"그니까. 아까 내가 숨기자고 했던 거. 나는 옛날 얘기 다시 나오는 게 싫어서… 이해해 줄 수 있어?"
"누나가 부탁하는 거면 뭐든 해야죠. 제가 또 만능 연하남 아니에요."
종인이가 또 시원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유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까 했던 말이 생각보다 가슴을 징하게 울렸다. 내 잘못이 아니다. 그냥, 그것도 나라는 거. 왜 아무도 나한테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을까. 내 잘못이 아니야. 눈을 세게 감았다 떴다. 종인이가 내 손 끝을 만지작거렸다. 누나가 잘못한 것도 아니에요. 종인이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별 거 아닌 데에서 되게 울컥한다. 괜히 웃어보려고 했다. 종인이는 내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히 깍지를 껴서 잡아주었다. 마침내 난 웃음을 틔우는 데에 성공했다. 내가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종인이도 환하게 웃었다.
멀리서 웅웅… 하고 백현이와 슬기가 투닥대는 소리가 들렸다. 세훈이가 찬열이 드럼을 쓰러뜨려서 찬열이랑 싸우는 소리도, 종대가 All of me를 부르는 것도, 모두 약하게, 여리게, 번지듯이 작게 들렸다. 내 잘못이 아니야.
* * * * * * *
베브입니당 * '_' * 잘 지내셨나요?
여주인공이 마지막에 되게 울컥한 이유는여. 그냥 제 생각인데요..
보통 친구가 되도 않는 삽질을 하다가 채였다-> 으이구 이 등신아 그러게 왜 그랬어!
이런 루트로 대화가 이어지죠. 보통은.
자기 콤플렉스? 를 저렇게 포용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을 해 봤어요.
(이게 사실 저번 주부터 쓰던 글인데 제가 또 쓰차를..! ^^! 그래서 그냥.. 저번 주 얘기입니당.)
@ 소소한 근황 (독자님들 : 안물안궁)(김베브 : 벱무룩...) @
1. 일단 저번 주의 가장 큰 이슈는여 ↖^ㅁ^↗
ㅈㅓ 졸업했어요. ~~~ 우와~~~ 꽃다발도 예쁜 거 받았어요. 우와~~~~
제가 저번 졸업식 때는 꽃다발을 못 받았거든여. 엄마가 꽃 파는 데가 없다며 안 사오심 ㅋㅋㅋㅋㅋ
그래서 그걸로 3년 들들 볶았더니, 이번엔 아예 직접 꽃 고르셔서 전교에 하나뿐인 꽃다발이라몈ㅋㅋ
엄마랑 제 취향이 워낙 좀 화려하고 이런 거 별루 안 좋아해서 (꽃 한정) 엄마가 안개꽃이랑 제가 좋아하는 연보라색 꽃을 넣어주셨대요
짱예쁨! ㅋㅋㅋㅋ 여러분 화려한 꽃 다 필요없는 것 같아요... 그냥 예쁜 꽃 사세요...
2. 졸업했으니 더 바쁘게 놀아야져! ㅋㅋㅋ 약속 짱 많이 잡아뒀어요.
증명사진도 찍어야지 룰루루룰루 이대 갈 거예요 이대 가서 저 만날 수 있어여! (신남)
저 그리고 내일 폰 바꿔요! ㅋㅋㅋㅋ 약정 아직 안 채웠는데.. 아버지 폰이 고장나서 같이 바꾸기로 했어요! 'ㅅ'
이건 그냥 자랑하려고 써보았어요..ㅋㅋㅋㅋ 여러분들도 졸업하신 분 많을 텐데! 어떤가요!
3. 맛있는 걸 진짜 많이 먹었어요 ㅋㅋㅋ 주변에서 다들 선물 주심!
저랑 아빠랑 언니랑 저 졸업했다구 ㅋㅋㅋ 맛있는 것 찾아 나섰다가 길만 잃었어요...
고속터미널 왜이렇게 바뀌었을까... 왜 신세계의 밭이 되었을까...
아웃백 찾으려고 했는데 없어져서 ^_ㅠ... 그냥... 제가 좋아하는 부대찌개를 먹었답니당.
그리고 배스킨라빈스 기프티콘을 받았고, 조각케익을 받았고, 치킨 한마리 쿠폰을 받았어옄ㅋㅋㅋㅋㅋ
오늘 배스킨 가서 초코나무 숲인가 그거 먹어봤어요. 그린티+초코라서 와 이거 완전 내거다! 하고 먹었는데..
약간 그린티 맛이 가미된 초코 아이스크림..? 그린티 맛이 거의 안 나요 걍 끝맛이 조금 녹차맛처럼 쓴 것 같긴 한데..
배스킨 쿠폰 하나 더 남았으니 또 가야지 ㄹ룰루루룰루
+) 빠순일기 : 가자마자 전광판에 뜬 백현이 보고 우와 백현이다!! 이래서, 친구 엄마께서 아는 사람 만난 줄 아셨대요 ㅋㅋ
~이상 근황 끝~
++) 제가 로맨스 인 밴드 (이하 로밴) 시놉시스를 대충 짜 두었는데요... 이거 완전 체리베이비 2탄 같아섴ㅋㅋㅋㅋ
약간 대학생 버전 연하 버전 밴드물 버전 체리베이비 아니냐는...
에이 김베브가 뭐 그렇죠... 창의성 없는 싸람....
+++) 화이트 드워프는 약간 어두운 로밴인데요.
일부러 로밴을 시작하면서 같은 소재 (피아노) / 같은 반존대 연하남 무용 전공 종인이 / 비슷한 여주인공의 처지로 잡았어요.
그래서 이거 완결내고 약간 더 내용 수정해서 새로 써 보려고요!
여주인공의 성격이랑 트라우마의 정도만 약간 바꾸려고 했는데 더 바꿔야 재밌을 것 같아요.
여러분 이번 한 주간도 더 재밌게 보내세요 엑소와 함께 행복하게
저는 하루하루 더 중증 빠수니가 되어가는 n년차 빠수니 김베브입니다
처음 엑소 쓰기 시작했을 때보다 지금이 더 좋아요 ㅋㅋㅋㅋ 갈수록 좋아지냐 왜....
저도 타오가 사주는 순살 네네 먹고 싶어요... 숙녀분들은 편하게 드셔야 한다고 순살 시켰다면서요...
저도 우리 옆집에 엑소가 산다 여주인공 하고 싶네요...
저도 슈슈처럼 살고 싶어요 황캔디처럼 살고 싶다고요 그냥 뜨끈한 집바닥에 누워서 경수랑 타오랑 놀고 싶다
민석이가 찍은 셀카 안에 있었으면 좋겠다 민석이랑 가위바위보 하고 싶다
엑소 단콘 가고싶다............... 하지만 전 못 가죠 티켓팅도 못했음
그리고 내 덕질 왜이렇게 힘이 들까.. 그 둘 다 볼 떄마다 빡쳐서 죽겠네요 진짜
그리고 내가 조아하는 분들이 모두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이게 제 긴 사담의 주제임!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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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윤아얌♡♡Moo♡♡애니♡♡딱풀♡♡챠밍♡♡체리♡♡하루♡♡검은봉지♡♡홈마♡♡기린뿡뿡이♡
♡푸우곰♡♡로운♡♡모찌♡♡앰브로시아♡ ♡마름달♡
암호닉을 신청해주실 땐 [] 괄호 안에 넣어서 신청해주세요!
그리고 예전에 쓰시던 것도 [] 괄호 안에 넣어서 말해주세요. 한 번만 해 주시면 리스트에 올릴게요!
안 그러면 제가 까먹고 가끔 안 올려서 ㅠㅠ... 처음 한 번만 [] 괄호 안에 가둬서 신청해주시면.. 감사합니당!
혹시 제가 암호닉을 빠뜨렸더라도 너무 속상해하시지 마시고 댓글 다시 달아주세요 ㅜㅜ
ex) [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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