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개뿅/푸린/빵수니@/꽃승아/0501/맹구/힁/심슨/텐더 /그린티/레니/됴찡긋/기하와벡터/꽃승아/오덜트/백도짱좋음똥/구름/조아/망고/백도복숭아/비타민/됴됴캅/미분적분/0114/블루베리/능률/백편/이도내바람떡/신난다/됴됴한나쵸/망고/고삼/에프/와다/구피/알찬열매/제이제이/광대/버블/안소희/삼해/야광별/포스트잇이어폰/우월한카이/생크림/예헷/콩닥/도라에몽/킹오브킹/보쯍아/홍시/라엘/개뼉다구/됴레미/찬종짱좋음/슘슘/붕붕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체리밤/zio/와이파이/서애/뽕됴퐁듀/백숭아/광대역/건전지/궁금이/찌름/김성규슈크림빵/큥/심쿵/영정사진/세모네모/뽀송뽀송/잉잉잉잉/됴르레/곰돌이/이랴/잔디/용트림/큥/토익/체리/빨강큥/뀨뀨루/크롱/봄오렌지/갸또/파노곰/루프/데스티니/센센세니/샴푸요정/나도/바닐라라떼/핫초/꽃/뭉이/하늘하늘해/됴들됴들/원주민/준짱맨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일루젼/레오/단호박/칸쵸/레인져/이루구/두둠칫/암바사/민탑/오궁/변배쿙/리인/우비/몽나니/히찡/됴라이/내세훈이틀/모디/캐슈넛/카피피/문어/프링글스/으갸갹/뀨꺄/요노르/통조림/펑첸/백뭉이/현순청년/야옹/숟가락/짜요짜요/ ranran/Giselle/19/뎨뎨아기이어폰/극세사 따뜻해/우래기/부농부농/카와이/끼꼬/됴롱/호롤롤롤롤/라디/라임동운코끼리/해피/히밤/으잉잉/불루베어/왕김밥/폴링폴링/끓는물한여름/미니슈/홀파리란/블랑쉬/핫핑크/사댱해/코코팜/jane/해별/이야핫/석류/듀크/슈니발렌/하잇/마린보이/종애/코로나/클스됵옹/얄리얄리/신욘세/외로워/애봉이/샘이/됴롤롤/연로하/스윙칩/정앱옹/물먹는샘물/고라파덕/해바라기/체리새우/이불/보들보들분홍이불/하나/률률/짝짝/꽯뚧쐛뢟/샴푸/풀홍/슈쿠/세훈맘/편의점/히밤/불가/꾸미/헤이호옹/초록우산/미니횽/요노르/마카롱롱떡볶이/밤이죠아/부릉부릉/수박바/늘봄/게이쳐/꽃이나네영/장미/다메요/꽃이나네영 "너, 지금 어디간다고 병신아." "백현이가 이상해...이상한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가서 뭐 어쩐다는건데." "찾아야지. 내가 백현이 찾을거야." "야." "울었어. 내가 알아. 분명히 백현이.." "...." "...울었어." 종대는 정신없이 겉옷을 집어드는 경수를 말리던 손길을 내렸다. 너 싫다는 새끼 미련하게 붙잡는다고 욕이라도 해줄 참이었지만 차마 나오지도 않았다. 변백현이 그럴 새끼가 아닌거 내가 아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내가 변백현을. 도경수를. 둘의 사랑을. 이런 식으로 도경수를 상처입힌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도경수를 상처입히고 저는 더 깊은 고통속에서 몸부림 칠 변백현을 아니까. 굳이, 보지 않아도.그리고 도경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백현이가 나한테 욕해도 좋아. 때려도 좋고 매일 나 밀어내도 좋아." 그렇지 않다면 "백현이가 정말 다른 여자 만난거면 좋겠다 종대야.." 이럴 수는 "정말..바람이라도 난거면 차라리 좋을 것 같아." 없을테니까. "이상해..백현이 이상해 종대야." 도경수가 나를 보고 웃는다. "올 때.." 신발을 신는다. "..백현이 데리고 올게." 문을 열고 나간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급하게 문가에서 사라진 경수에게 손을 뻗어봤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경수야. 나야말로 이상해. 네가..돌아오지 않을것 같잖아. 종인은 한참을 소파에 널부러지듯 누워있는 백현을 바라봤다. 아이처럼 기어와 제 바지를 붙잡고 우는 그를 보며 그저 그의 손길에 이리 저리 흔들리며 허공을 볼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건 탈진하듯 바닥에 쓰러진 백현을 보고 나서였다. 그를 부축해 소파에 눕히고 종인은 차마 앉지 못하고 백현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반쯤 정신을 잃은 변백현의 눈에서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저 자신의 다가올 죽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종인은 태어나 가장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그때, 미동도 없던 백현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냥 지금 죽을까.." "..뭐?" "그냥..지금 죽을까봐." "....." "..아파.." "....변백현." "나 아파죽겠어 김종인." "....." "우리 경수 힘들게해서.." "....." "너무 아파.." 백현은 종인을 보고 넋을 놓고 웃었다. "우리 경수가 아프지않게 어디서 조금만 다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억을 잃는거야. 나를, 변백현을 싹 다 잊는거야. 그러면 좋겠다...아니..너무 슬프겠다. 그리고 우리 경수 다치는걸 어떻게 봐. 그러면..우리 경수 보는 앞에서 진짜 누구 하나 잡아다가 키스라도 할까...안돼, 못해. 우리 경수가 얼마나 상처받겠어. 그렇지? 김종인. 너 밥먹었냐. 우리 경수는 먹었을까. 우리 경수는 초밥 좋아하는데. 맵지 않게 고추냉이는 젓가락으로 빼줘야 하는데. 우리 경수 매워서 얼굴 빨개지는거 진짜 귀여운데. 넌 본적 없지?" "..정신차려 변백현." "다시 태어나도..우리 경수를 만날 수 있을까..내가." "..지금 너 이럴 시간이 어딨어 이 병신새끼야. 도경수가 모르게 네가 뭘 할 수가 있는데. 결국엔 경수도 다 알게될거야. 몰라서 물어? 변백현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뒤집힐텐데 경수가 바보야? 그걸 모르게? 너 지금 이러는거 시간낭비야 왜 몰라." "..너 가." "변백현." "너 가라 김종인.." ".....""아니야..가지마라." "......" "가지말고 얘기 조금만 더 들어줘..우리 경수 얘기." 제손을 붙잡고 말하는 백현의 손을 뿌리쳤다. "나한테 그따위 무거운 짐 지게 하지마." "...." "불렀어 경수." "..뭐?" "곧 올거야. 아까 내가 전화했거든." "언제...아니, 너...지금.." "아까 너 정신 놓고 있을 때." "....." "경수 병신 취급 그만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 네가 경수라면 무슨 생각들 것 같냐." "...." "같이 연애하고 같이 마음 나눴으면" "...."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변백현." 나도 알아. 사실 너에게 내뱉는 아프다는 모든 말이 다 핑계에 불과하다는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경수가 모르게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네게 말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경수의 주위에서 맴도는 내가 진정 원하는게 뭔가. 어쩌면 경수가 알아주길 바라나 나는. 그래서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길 바라나. 죽고싶다 네게 버릇처럼 말하지만 진짜 내가 경수를 두고 그럴 수 있을까. 경수가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경수가 정말 나를 잊는다면 나는 스치는 단 한순간이라도 견딜 자신이 있나.이런 내가 추악하고 역겹지 않나.이런 내 모습을 보러..경수가 이 곳에 온다고.와중에도 경수에게 비칠 이런 내 초췌한 모습에 당황스런 마음이 드는 것도 같아 우스웠다. 똑똑- 종인아..나야. "경수 왔네." 문가로 향하는 종인을 붙잡으려 손을 뻗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있다.내 도경수가. "...백현아." 네가 부르는 내이름. "..나 왔어." 축복과도 같은 모든 곳의 너의 존재. "가자, 우리 집으로." 난..나는..경수야 나는..다가오는 경수를 보며 백현은 뒷걸음질 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술이 덜덜 떨렸다. 너와, 도경수와 우리라는 말로 묶일 수 있는 이 한순간 순간이 못견디게 황홀해 경수야. 하지만.. "백현아." "..죽어.." "...." "나..죽어.." "..백현아."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 오래 살아봐야 올해 못넘긴다고 했어. 가, 그러니까 가라 경수야..." 그동안 너에게 준 상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숨기던 시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입에서 나온 말들이 야속했다. 하지만 내 최후의 보루였다. 내말을 듣고 울 경수에게 네가 이렇게 울어 내가 너무 아프다고, 그러니까 여기에 날 두고 가라고,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플 수 있을것 같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나를 두고 아이처럼 울면서도 뒤돌아 줄 경수를 알았으니까. "..그게 왜?" 내게 묻는 너. "그게..왜 나랑 헤어질 이유가..되는건데?" 지금껏 내가 봐왔던 네가 이렇게 강했던가. "백현아..네가 나라면. 내가 만일 당장 일주일 뒤에 죽는다면.." 아니, 그런 말 하지마 경수야. 만약이라도 너무 아프잖아. "그럼..날 두고 넌 갈 수 있어..? 날 더이상 보지 않고 살 수 있어?넌..그래?" ....아니. "백현아." ...나는... "이리와." 주저앉은 백현에게 경수는 다가가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네가 이겼어 도경수. 순종하듯 안기는 백현의 몸짓이 말하고 있었다. 더이상 상처입힐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이러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경수야. 들려? 보여? 너한테 쏟아내지 못하고 쌓인 내마음들이 마구 흘러넘치고 있어. 사랑해 경수야. 사랑하고 있어. 우리 경수 내가 정말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너를 너무 사랑해. 목숨보다 널 사랑해.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해 널. 사랑해 경수야. 사랑해. 사랑해. 우리 경수 내가 사랑해. 내가 우리 경수를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경수야. 사랑해. 목말라. 자꾸 말해도 너무 목말라 나.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얼마나 너 말해야하지. 경수야. 사랑하고 있어. 사랑해. 그때, 마른 세수를 하며 둘을 바라보던 종인이 천천히 다가와 경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빨리 뭐라도 해야지." "....." "변백현, 병원에도 데려가고 더이상 한국에서 생활 힘들테니까 기자회견도 하고.." "...." "부..모님께도 알리고..하나씩 차근차근해야지." 종인은 멈춘듯 미동도 없는 경수의 어깨에서 손을 떼 백현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마.." "...뭐?" "데려가지마..백현이..가져가지마..내거야." "..경수야." "싫어..하지마..데려가지마." "....." "나한테서..백현이 뺏어가지마..데려가지마..내거야..." 정말..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겠다고." "..." "너까지 왜이래 도경수. 변백현이 저러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 "어쩌게. 손붙잡고 같이 죽기라도 하게?" "...." "이거보다 훨씬 더한 일 닥쳐도 잘만 사는 사람들 세상에 깔렸어. 너희 둘만 가련하게 남겨진것처럼 굴지말고 정신 좀 차리라고 씨발." 생각보다 의연히 변백현을 감싸안았던 도경수를 보고 은연중에 안심을 했다. 놀라 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나와는 달리 초연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감싸안은 너의 표정에서 나는 위안을 얻었다. 그래, 소리없이 강하게 언제나 변백현의 그 커다랗고 버거운 사랑을 버텨왔던 너니까. 이번에도 너의 잠재된 강함을 믿고 너를 불러냈는지도. 이미 무언가를 짐작한 너의 목소리에서 나는 체념과는 또다른 초월한듯한 무언가를 너에게서 읽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지금. "..나는..." "......" "그냥 이대로 백현이랑 있다가..." "......" "배고프면 밥도 먹고....목마르면 물도 마시고..." "......" "졸리면 잠도 자고...심심하면 영화도 보고...." "......" "사랑스러울 때 뽀뽀도하고...키스도 하고..." "....." "그러다가....사랑한다고 고백하고..." "......" "갑자기 울기도 하고....죽겠다고 하면 말리다가 같이 죽기도 하고...?" 돌아본 너의 표정을 나는 지금도 무어라 감히 표현하지 못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앞에서 허우적대는 연인을 눈앞에서 끌어안은 도경수의 그 표정을. 나는. 그대로 뒷걸음질 치듯 두어걸음 물러섰다. 이런 깊은 암흑속으로 날 초대한 변백현이 죽도록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넌. 너희는. "..백현아. 병원갈까..?" "..아니. 싫어 경수야." "그래, 백현이가 싫으면 가지 말자." "...경수야..." "..응 우리 애기.." "....경수야.." "응 백현아." "..병원 싫어..." "응, 괜찮아 백현아." "......" "네가 싫은건 아무것도 하지마." "....." "그냥 이대로 우리 둘이..같이 있자." "사랑해." "나도 우리 백현이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나도 사랑해..." "..얼만큼.." "하늘만큼 땅만큼..." "...." "..우주만큼." 나는 슬프지 않아 백현아.지금 네가 내앞에 있고 난 널 안고 있으니까.네가 죽어도 괜찮아.뭐가 문제야.네가 죽으면 나도 없을텐데. 아..나는 왜 항상 의도치 않게 분량이 이렇게 늘어날까...그나저나 여러분.제심장 걸고, 백도 걸고 다음편에서 끝나요.다음편은 특별편+본편으로 이어집니다.
암호닉
볼링공/뽀뽀/꼴뚜기/별별별/쪼코/아망떼/고집/둘리/연 /언어영역/진2/백설/울지요/오세훈/우유/뚱아/사이다
개뿅/푸린/빵수니@/꽃승아/0501/맹구/힁/심슨/텐더 /그린티/레니/됴찡긋/기하와벡터/꽃승아/오덜트/백도짱좋음
똥/구름/조아/망고/백도복숭아/비타민/됴됴캅/미분적분/0114/블루베리/능률/백편/이도내
바람떡/신난다/됴됴한나쵸/망고/고삼/에프/와다/구피/알찬열매/제이제이/광대/버블/안소희/삼해/야광별/포스트잇
이어폰/우월한카이/생크림/예헷/콩닥/도라에몽/킹오브킹/보쯍아/홍시/라엘/개뼉다구/됴레미/찬종짱좋음/슘슘/붕붕
심키/무쇠주먹/됴도됴도/도돌이표/바다/백도팡팡/체리밤/zio/와이파이/서애/뽕됴퐁듀/백숭아/광대역/건전지/궁금이/찌름/김성규
슈크림빵/큥/심쿵/영정사진/세모네모/뽀송뽀송/잉잉잉잉/됴르레/곰돌이/이랴/잔디/용트림/큥/토익/체리/빨강큥/뀨뀨루/크롱/봄
오렌지/갸또/파노곰/루프/데스티니/센센세니/샴푸요정/나도/바닐라라떼/핫초/꽃/뭉이/하늘하늘해/됴들됴들/원주민/준짱맨
뒁네슈퍼/굿베이/성장통/일루젼/레오/단호박/칸쵸/레인져/이루구/두둠칫/암바사/민탑/오궁/변배쿙/리인/우비/몽나니/히찡/됴라이/내세훈
이틀/모디/캐슈넛/카피피/문어/프링글스/으갸갹/뀨꺄/요노르/통조림/펑첸/백뭉이/현순청년/야옹/숟가락/짜요짜요/ ranran/Giselle/19/뎨뎨아기
이어폰/극세사 따뜻해/우래기/부농부농/카와이/끼꼬/됴롱/호롤롤롤롤/라디/라임동운코끼리/해피/히밤/으잉잉/불루베어/왕김밥/폴링폴링/끓는물
한여름/미니슈/홀파리란/블랑쉬/핫핑크/사댱해/코코팜/jane/해별/이야핫/석류/듀크/슈니발렌/하잇/마린보이/종애/코로나/클스
됵옹/얄리얄리/신욘세/외로워/애봉이/샘이/됴롤롤/연로하/스윙칩/정앱옹/물먹는샘물/고라파덕/해바라기/체리새우/이불/보들보들
분홍이불/하나/률률/짝짝/꽯뚧쐛뢟/샴푸/풀홍/슈쿠/세훈맘/편의점/히밤/불가/꾸미/헤이호옹/초록우산/미니횽/요노르/마카롱롱
떡볶이/밤이죠아/부릉부릉/수박바/늘봄/게이쳐/꽃이나네영/장미/다메요/꽃이나네영
"너, 지금 어디간다고 병신아."
"백현이가 이상해...이상한 것 같아."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나가서 뭐 어쩐다는건데."
"찾아야지. 내가 백현이 찾을거야."
"야."
"울었어. 내가 알아. 분명히 백현이.."
"...."
"...울었어."
종대는 정신없이 겉옷을 집어드는 경수를 말리던 손길을 내렸다. 너 싫다는 새끼 미련하게 붙잡는다고 욕이라도 해줄 참이었지만 차마 나오지도 않았다. 변백현이 그럴 새끼가 아닌거 내가 아니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다. 내가 변백현을. 도경수를. 둘의 사랑을. 이런 식으로 도경수를 상처입힌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겠지. 도경수를 상처입히고 저는 더 깊은 고통속에서 몸부림 칠 변백현을 아니까. 굳이, 보지 않아도.
그리고 도경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음이 틀림없다.
"백현이가 나한테 욕해도 좋아. 때려도 좋고 매일 나 밀어내도 좋아."
그렇지 않다면
"백현이가 정말 다른 여자 만난거면 좋겠다 종대야.."
이럴 수는
"정말..바람이라도 난거면 차라리 좋을 것 같아."
없을테니까.
"이상해..백현이 이상해 종대야."
도경수가 나를 보고 웃는다.
"올 때.."
신발을 신는다.
"..백현이 데리고 올게."
문을 열고 나간다.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급하게 문가에서 사라진 경수에게 손을 뻗어봤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경수야. 나야말로 이상해. 네가..돌아오지 않을것 같잖아.
종인은 한참을 소파에 널부러지듯 누워있는 백현을 바라봤다. 아이처럼 기어와 제 바지를 붙잡고 우는 그를 보며 그저 그의 손길에 이리 저리 흔들리며 허공을 볼 뿐이었다. 정신을 차린건 탈진하듯 바닥에 쓰러진 백현을 보고 나서였다. 그를 부축해 소파에 눕히고 종인은 차마 앉지 못하고 백현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반쯤 정신을 잃은 변백현의 눈에서 쉬지 않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저 자신의 다가올 죽음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 종인은 태어나 가장 무거운 한숨을 내뱉었다.
그때, 미동도 없던 백현의 입술이 움직였다.
"..그냥 지금 죽을까.."
"..뭐?"
"그냥..지금 죽을까봐."
"....."
"..아파.."
"....변백현."
"나 아파죽겠어 김종인."
"우리 경수 힘들게해서.."
"너무 아파.."
백현은 종인을 보고 넋을 놓고 웃었다.
"우리 경수가 아프지않게 어디서 조금만 다쳤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억을 잃는거야. 나를, 변백현을 싹 다 잊는거야. 그러면 좋겠다...아니..너무 슬프겠다. 그리고 우리 경수 다치는걸 어떻게 봐. 그러면..우리 경수 보는 앞에서 진짜 누구 하나 잡아다가 키스라도 할까...안돼, 못해. 우리 경수가 얼마나 상처받겠어. 그렇지? 김종인. 너 밥먹었냐. 우리 경수는 먹었을까. 우리 경수는 초밥 좋아하는데. 맵지 않게 고추냉이는 젓가락으로 빼줘야 하는데. 우리 경수 매워서 얼굴 빨개지는거 진짜 귀여운데. 넌 본적 없지?"
"..정신차려 변백현."
"다시 태어나도..우리 경수를 만날 수 있을까..내가."
"..지금 너 이럴 시간이 어딨어 이 병신새끼야. 도경수가 모르게 네가 뭘 할 수가 있는데. 결국엔 경수도 다 알게될거야. 몰라서 물어? 변백현이 갑자기 하루 아침에 사라지면 대한민국이 뒤집힐텐데 경수가 바보야? 그걸 모르게? 너 지금 이러는거 시간낭비야 왜 몰라."
"..너 가."
"변백현."
"너 가라 김종인.."
"아니야..가지마라."
"......"
"가지말고 얘기 조금만 더 들어줘..우리 경수 얘기."
제손을 붙잡고 말하는 백현의 손을 뿌리쳤다.
"나한테 그따위 무거운 짐 지게 하지마."
"불렀어 경수."
"곧 올거야. 아까 내가 전화했거든."
"언제...아니, 너...지금.."
"아까 너 정신 놓고 있을 때."
"경수 병신 취급 그만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봐. 네가 경수라면 무슨 생각들 것 같냐."
"같이 연애하고 같이 마음 나눴으면"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 변백현."
나도 알아. 사실 너에게 내뱉는 아프다는 모든 말이 다 핑계에 불과하다는걸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경수가 모르게 조용히 떠나고 싶다고 네게 말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경수의 주위에서 맴도는 내가 진정 원하는게 뭔가. 어쩌면 경수가 알아주길 바라나 나는. 그래서 내게 달려와 나를 안아주길 바라나. 죽고싶다 네게 버릇처럼 말하지만 진짜 내가 경수를 두고 그럴 수 있을까. 경수가 나를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경수가 정말 나를 잊는다면 나는 스치는 단 한순간이라도 견딜 자신이 있나.
이런 내가 추악하고 역겹지 않나.
이런 내 모습을 보러..경수가 이 곳에 온다고.
와중에도 경수에게 비칠 이런 내 초췌한 모습에 당황스런 마음이 드는 것도 같아 우스웠다.
똑똑-
종인아..나야.
"경수 왔네."
문가로 향하는 종인을 붙잡으려 손을 뻗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
그곳에 서있다.
내 도경수가.
"...백현아."
네가 부르는 내이름.
"..나 왔어."
축복과도 같은 모든 곳의 너의 존재.
"가자, 우리 집으로."
난..나는..경수야 나는..
다가오는 경수를 보며 백현은 뒷걸음질 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입술이 덜덜 떨렸다. 너와, 도경수와 우리라는 말로 묶일 수 있는 이 한순간 순간이 못견디게 황홀해 경수야. 하지만..
"백현아."
"..죽어.."
"나..죽어.."
"..백현아."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다고 했어. 오래 살아봐야 올해 못넘긴다고 했어. 가, 그러니까 가라 경수야..."
그동안 너에게 준 상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숨기던 시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입에서 나온 말들이 야속했다. 하지만 내 최후의 보루였다. 내말을 듣고 울 경수에게 네가 이렇게 울어 내가 너무 아프다고, 그러니까 여기에 날 두고 가라고,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덜 아플 수 있을것 같다고. 그렇게 말한다면 나를 두고 아이처럼 울면서도 뒤돌아 줄 경수를 알았으니까.
"..그게 왜?"
내게 묻는 너.
"그게..왜 나랑 헤어질 이유가..되는건데?"
지금껏 내가 봐왔던 네가 이렇게 강했던가.
"백현아..네가 나라면. 내가 만일 당장 일주일 뒤에 죽는다면.."
아니, 그런 말 하지마 경수야. 만약이라도 너무 아프잖아.
"그럼..날 두고 넌 갈 수 있어..? 날 더이상 보지 않고 살 수 있어?넌..그래?"
....아니.
...나는...
"이리와."
주저앉은 백현에게 경수는 다가가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네가 이겼어 도경수. 순종하듯 안기는 백현의 몸짓이 말하고 있었다. 더이상 상처입힐 마음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어쩌면 이러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경수야. 들려? 보여? 너한테 쏟아내지 못하고 쌓인 내마음들이 마구 흘러넘치고 있어. 사랑해 경수야. 사랑하고 있어. 우리 경수 내가 정말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너를 너무 사랑해. 목숨보다 널 사랑해. 표현할 수 없을만큼 사랑해 널. 사랑해 경수야. 사랑해. 사랑해. 우리 경수 내가 사랑해. 내가 우리 경수를 사랑해. 사랑하고 있어. 경수야. 사랑해. 목말라. 자꾸 말해도 너무 목말라 나.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얼마나 너 말해야하지. 경수야. 사랑하고 있어. 사랑해.
그때, 마른 세수를 하며 둘을 바라보던 종인이 천천히 다가와 경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빨리 뭐라도 해야지."
"변백현, 병원에도 데려가고 더이상 한국에서 생활 힘들테니까 기자회견도 하고.."
"부..모님께도 알리고..하나씩 차근차근해야지."
종인은 멈춘듯 미동도 없는 경수의 어깨에서 손을 떼 백현의 손목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마.."
"...뭐?"
"데려가지마..백현이..가져가지마..내거야."
"..경수야."
"싫어..하지마..데려가지마."
"나한테서..백현이 뺏어가지마..데려가지마..내거야..."
정말..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쩌겠다고."
"..."
"너까지 왜이래 도경수. 변백현이 저러면 너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어쩌게. 손붙잡고 같이 죽기라도 하게?"
"이거보다 훨씬 더한 일 닥쳐도 잘만 사는 사람들 세상에 깔렸어. 너희 둘만 가련하게 남겨진것처럼 굴지말고 정신 좀 차리라고 씨발."
생각보다 의연히 변백현을 감싸안았던 도경수를 보고 은연중에 안심을 했다. 놀라 한참을 넋을 놓고 있던 나와는 달리 초연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감싸안은 너의 표정에서 나는 위안을 얻었다. 그래, 소리없이 강하게 언제나 변백현의 그 커다랗고 버거운 사랑을 버텨왔던 너니까. 이번에도 너의 잠재된 강함을 믿고 너를 불러냈는지도. 이미 무언가를 짐작한 너의 목소리에서 나는 체념과는 또다른 초월한듯한 무언가를 너에게서 읽었으니까. 그런데, 너는 지금.
"..나는..."
"그냥 이대로 백현이랑 있다가..."
"배고프면 밥도 먹고....목마르면 물도 마시고..."
"졸리면 잠도 자고...심심하면 영화도 보고...."
"사랑스러울 때 뽀뽀도하고...키스도 하고..."
"그러다가....사랑한다고 고백하고..."
"갑자기 울기도 하고....죽겠다고 하면 말리다가 같이 죽기도 하고...?"
돌아본 너의 표정을 나는 지금도 무어라 감히 표현하지 못한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 앞에서 허우적대는 연인을 눈앞에서 끌어안은 도경수의 그 표정을. 나는.
그대로 뒷걸음질 치듯 두어걸음 물러섰다. 이런 깊은 암흑속으로 날 초대한 변백현이 죽도록 원망스러웠다. 도대체. 넌. 너희는.
"..백현아. 병원갈까..?"
"..아니. 싫어 경수야."
"그래, 백현이가 싫으면 가지 말자."
"...경수야..."
"..응 우리 애기.."
"....경수야.."
"응 백현아."
"..병원 싫어..."
"응, 괜찮아 백현아."
"네가 싫은건 아무것도 하지마."
"그냥 이대로 우리 둘이..같이 있자."
"사랑해."
"나도 우리 백현이 사랑해."
"..사랑해 경수야.."
"나도 사랑해..."
"..얼만큼.."
"하늘만큼 땅만큼..."
"..우주만큼."
나는 슬프지 않아 백현아.
지금 네가 내앞에 있고 난 널 안고 있으니까.
네가 죽어도 괜찮아.
뭐가 문제야.
네가 죽으면 나도 없을텐데.
아..나는 왜 항상 의도치 않게 분량이 이렇게 늘어날까...
그나저나 여러분.
제심장 걸고, 백도 걸고 다음편에서 끝나요.
다음편은 특별편+본편
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