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9살 차이가 뭐 대수인가
w.1억
벌써 11월을 향해 가고.. 벌써..
"춥다..."
"추워??"
춥냐며 급하게 겉옷을 벗으려는 오빠에 나는 급히 오빠빠의 어깨를 잡아 멈춰세우며 말한다.
"나도 겉옷 입었잖아."
"춥다며. 나 안 추워."
"괜찮아."
"나 추울까봐 괜찮다고 하는 거지?"
"…아닌데. 진짜 괜찮은데."
"우리 이누 엄청 틱틱거려도 내 걱정 엄청 해준다니까ㅎㅎ."
"아니라니까..ㄱ-."
"아니십니까~?"
"아니십니다ㅡ.ㅡ."
간만에 걷고싶어서 차 냅두고 같이 산책로를 걷는데.. 이렇게 막 걸어다녔던 적이 있나 싶어서 조금은 설렜다.
같이 걸으면서 손 하나 안 잡다니.. 이상하게 이 상황이 더 설레어서 힐끔 오빠를 보자, 오빠도 날 보더니 말한다.
"왜?"
"뭘 왜야?"
"왜 자꾸 힐끔 힐끔 쳐다봐?"
"내가 언제."
"이상하네 오늘따라."
오빠가 이상하다며 내 볼을 꼬집길래 그 손을 물어버리면, 오빠가 웃으며 날 와락 안아버린다.
아 숨막혀! 내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안고 오뚜기마냥 움직이다가 결국 오빠가 놓아주고나서 상황이 끝난다.
아 요즘은 어떻게 지내냐고?
"방과후 수업은 이제 안 해도 될 것 같아. 대신 어떤 쌤이 해주신대."
"아, 그래? 근데 정해인."
"응?"
이제 그 여자쌤 얘기는 들리지도 않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오빠가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란 걸 알았음 됐지.
"혹시 내가 오빠한테 까불 때마다 싸가지가 없어보이나?"
"까불 때?"
"…응."
"까불.. 때... 가 있었나.."
"왜.. 내가 막 가끔 정해인! 이러고.. 해인아~ 이러고.. 닥쳐! 이러잖아. 그럼.. 기분 안 나빠?"
"안 나쁜데. 귀여운데."
"그래? 선 넘는 것 같고 그러진 않아?"
"응. 선 넘는 거..라면.."
"……."
"정해인 야이 개새끼야~~~ 이런 것만 아니면 돼 ㅎㅎ."
"아 내가 설마."
"……"
"야이 정해인 개~~~~"
"ㅋㅋㅋㅋㅋ선 넘지 마라아!!!"
"ㅋㅋㅋㅋㅋㅋ근데 나! 진짜.. 예전에는 30대 생각하면.. 다 아저씨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빠 만나다보니까.. 그런 생각 확 사라졌어. 세대차이 느껴지는 것도 딱히 없는 것 같고.. 다 되게 젊어."
"나만 젊은 거야."
"ㅋㅋ.."
"왜 그렇게 웃냐."
"ㅋㅋㅋㅋㅋㅋ."
"왜 웃어."
"왜 그렇게 웃냐 가 웃겨서ㅋㅋㅋㅋ."
"ㅋㅋㅋ별 게 다 웃기다~"
"그래. 웃기다~"
"아, 참.. 유나는 어떻게 됐어?"
"응?"
아 맞아.. 유나는....
"여전히 싫대..."
"아.. 종석이 싫대?"
"싫대.. 그런 스타일 완전 별로라고.."
"종석이가 자기 소개시켜달라고 계속 쪼르는데.. 안타깝네.. 되게 좋은 친구인데.."
"그러게.. 그분 잘생기셨는데."
"나는 ㅎㅎ?"
"그분 잘생기셨는데."
"난..?'
"그분 잘생기셨ㄴ.."
"야."
"호."
"ㅋㅋㅋㅋ김이누."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사소한 대화만 나누는데도 좋다고 웃는 사람이 또 주변에 있을까.
갑자기 멈춰서서 나를 내려다보는 오빠에 같이 멈춰서면 오빠가 갑자기 자신의 볼을 검지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리며 말한다.
"뽀뽀 해줘."
"여기서?????"
"응."
"여기서는 오바지.. 안 할래.."
"여기서?는 무슨 여기서?야.. 집에 둘이 있을 때도 안 해주면서.. 누가 들으면 밖에서만 안 해주는 줄 알겠네."
"…안 해."
"그래. 알겠어."
평소 같았으면 해줘~ 하고 웃으며 나를 조르고, 졸랐을 텐데.
오늘은 웬일인지 바로 알겠다며 다시 걷는 오빠에 조금은 망설여졌다.
"오빠!"
오빠를 부르니 오빠가 뒤돌아 나를 보았고, 오빠의 팔을 잡고서 오빠를 올려다보면 오빠가 왜 불렀냐는 듯 나를 바라본다.
"그 뭐냐."
"…왜."
"아니야."
됐다며 도망치듯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자 오빠가 '이누야!'하고 날 따라온다.
아직은 낯간지러워서 못 하겠어.
"내일까지 원이는 못 오는 거야?"
"엉. 걔 내일까지 뭐 남친이랑 여행간다고.. 난 남친이랑 여행간다고 학교 빼먹는 애 처음 보잖아."
"걔가 워낙 그런 거 신경 안 써야 말이지."
"인정."
"근데 박유나."
"왜."
"너 그 이종석이란 분 왜 싫어?"
"몰라 그냥 재수없어."
"왴ㅋㅋㅋㅋㅋㅋ."
"나 얼굴 허연 사람 안 좋아해."
"그게 다야?"
"일단 하나는 그거고."
"또 있어?"
"키가 너무 커. 난 적당히 큰 사람이 좋아."
"와."
"왜."
"복에 겨운 소리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한 번 만나봐."
"싫어. 첫만남에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도 싫고.. 어우 난 싫어. 그냥 동갑 만나는 게 맘 편해."
"근데 이미 그분한테 네 번호 줬어."
"왜 시발 언제."
"ㅈㅅ. 오늘."
"왜."
"너무 너를 찾으시길래."
"옘병. 몰라 차단."
유나 얘는.. 참 취향.. 키 큰 게 왜?? 하얀 게 왜!! 나 같으면 감사합니다! 절 하겠다.
"아, 맞아. 이누야. 나 오늘 오후 강의 못 들어. 할머니 아프시다고 하셔서 가봐야 돼."
"아, 그래? 알겠어."
"혼자 들을 수 있겠어?"
"당연."
"그럴 것 같긴 해."
"나 쎄보여?"
"닥쳐."
"ㅇㅋ."
난 삐졌다.
아니 화가났다.
"참나."
오랜만에 미국에 있던 친구가 한국에 와서 밥 좀 먹어도 되냐고 묻길래 된다고 했는데.
그게 여자라는 사실에 너무 기가차서 집에 가서 주먹으로 벽을 쾅쾅 친다.
엄마가 놀래서 방 문을 열고 들어와서 날 보며 기가 찬 표정을 짓는다.
감히 여사친이랑 밥을 먹어도 되냐고 허락을 맡아? 아니 또 싫다고 하면 찌질해보이잖아. 철 덜 들어보이고.
"그래도 싫은데."
싫은 건 말해야겠단 생각에 급히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 어, 이누야.
"나갔어?"
- 아니! 좀 있다 나가야지. 왜?
"…됐어."
- 응?
"끊을게."
대답도 안 듣고 그냥 끊어버렸다. 아유 자존심 상해. 그냥 알아채면 안 되나?
할머니가 감기에 걸리셨고, 병원에는 가기 싫다는 말에 유나가 할머니 옆에 있는다.
죽도 끓여주고.. 할머니가 과일을 드시고싶다고 하자, 유나는 지갑을 챙겨 집에서 나온다.
집에서 나왔을까.. 웬 담배냄새에 인상을 쓴 채로 고갤 돌려보았을 땐...
"……"
"…???"
"…어? 뭐야?? 왜 그쪽이 여기있지??"
"……."
"오 익숙한 표정. 그 때 카페에서 처음 봤을 때도 그 표정이었는데."
"설마 저 미행하셨어요? 학교에서부터???"
"그게 무슨 소리지? 미행? 설마 지금 나랑 그쪽이 이렇게 만난 게.. 내가 미행해서..."
"아니에요?"
"무슨... 이야.. 와...나를...무슨...."
"아니야?"
"나 집 여기야."
여기라며 할머니 집 옆을 가리키는 종석에 유나는 힐끔 옆집을 보았다.
좀 있어보이는 집 분위기에 아까부터 시선이 갔었는데... 이게 그쪽 집이라구요?
못 믿는 표정을 한 유나에 종석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유나를 본다.
"난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또라이 짓 안 해요. 못 믿겠으면 들어가볼래 같이?"
"뭔 같이 들어가요. 미쳤나봐."
"그럼 그쪽은 왜 우리 옆집에서 나오나?"
"할머니 집이니까."
"못 믿겠는데 들어가도 되나?"
"무슨 미친."
"어디 가."
"마트."
"아하~"
유나가 가는 방향으로 같이 걷는 종석에 유나가 질색하는 표정으로 종석을 보자, 종석이 말하길..
"나도 마트 가려고 나온 거야. 심지어 내가 먼저 나와있었어!!"
[나 문 앞]
해인은 이누의 카톡을 보고선 옷을 갈아입으려다 놀래서 현관문을 열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