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은 한꺼번에 듣는 것을 추천드려요♡)
"저하, 저하 조금만 천천히!!"
"빨리 따르지 않고 무얼 하는 것이냐!!"
세자빈 처소에서 나온 한빈은 귀가 새빨개진 채로 재빨리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성큼성큼. 야장의는 펄럭펄럭. 뒤따르는 김내관과 나인들은 그의 걸음을 따라잡으랴 덩달아 걸음을 빨리했다. 처소로 들어온 한빈은 곧바로 이마를 짚곤 정신없이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 모습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던 진환은 한빈에게 물었다.
*야장의: 잠옷
"방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기에 이리 안절부절이십니까."
"... 말도 안돼... 말도 안된단 말이다!!!"
"대체 무엇이 말입니까."
"원, 원.. 원!!!!!"
"... 저하, 일단은 고정하시옵고 옷부터..."
나인들이 옷가지를 가지고 들어옴에도 한빈은 여전히 미간을 좁히곤 어쩔 줄 몰라했다. 진환의 말에 잠시 찡그리다 결국 일어나 나인들의 손길에 곤룡포로 옷을 갈아입는 한빈이다. 옷을 갈아입는 와중에도 연간 한숨을 뱉어내며 한빈은 미간을 좁혔다. 얼마안있어 옷을 다 갈아입고 심각한 표정으로 뒷짐을 쥔 채 창을 바라보던 한빈에게 진환은 화제를 돌려보려 다른 말을 꺼냈다.
"저하,"
"... 쓸데없는 말 하려거든 집어치우거라."
"그것이 아니오라.."
"뭔데."
"내일이 빈궁마마의 탄일이옵니다. 저하께서도 무언가를 준비...."
".... 옳거니."
"... 예?"
"내일이 빈궁의 탄일이였지."
"예, 저하."
한빈은 그에 남모를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다시 생기를 찾은 듯한 눈빛으로 진환을 바라본다. 그 눈빛에 진환은 의심스럽다는듯 눈빛을 보냈지만 애써 미소지어보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저자. 저잣거리에 나가야겠다."
"... 저하, 허나...!"
"빈궁의 탄일이질 않더냐."
"그러긴하오나..."
"오늘 조강은 나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 알리도록 하여라."
"저하..!!"
진환의 부름에도 뻔뻔한 표정으로 나인들에게 옷을 챙겨오라 이르는 한빈에 진환은 자동적으로 표정이 일그러졌다. 안그래도 요즘에 시강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어 걱정인데. 진환의 눈 앞이 캄캄해졌다.
"저하... 그래도 조강은 들으셔야.."
"내가 안가겠다지않느냐."
"......."
진환은 한빈의 눈빛에 결국엔 어쩔 수 없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도 따라나설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준비를 다 마치고 궁을 나선 한빈에게 진환이 물었다.
"저하, 무엇을 선물하실겁니까?"
"... 생각 안해봤다."
"그럼 저자엔 왜..."
"궁에 있는 흔한 금은보화들 보다는 빈궁은 왠지 이렇게 저자에 있는 작고 예쁜 것을 좋아할 것 같아서 나온 것이다. 어, 여기를 좀 보아야겠다."
한빈이 가다 멈춘 곳은 다름아닌 진환과 원이 전에 왔었던 장신구가게였다. 자신은 기억치 못해도 발걸음이 그것을 기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빈은 그 곳에 멈춰서서 물건을 보려했다. 진환은 혹시나 가게주인이 알아볼까 싶어 한빈에게 부탁했다.
"저, 저하 이 곳 말고 다른 곳을..."
"왜그러느냐."
"어! 저번에 오셨었는데 또 오셨네?!"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가게주인이 한빈을 알아보곤 반갑게 맞이했다. 그 말과 동시에 진환은 눈을 감아버렸다. 밝은 표정을 하며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한빈의 미간이 점점 좁혀지기 시작했다.
"그대가 어찌 날 아는가."
"어유, 저번에 저희 가게서 반.."
"잘, 잘 팔리는 것이 무엇인가? 이거, 이거 예쁜데. 다른 색은 없는가?"
그의 말을 자르곤 진환이 앞에 놓여져있던 노리개를 들어보이며 다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한빈은 그런 진환의 행동에 더 미간을 좁혔다. 지금 무슨 짓인가. 진환에게 하는 말에 그를 바라보며 어색한 눈웃음을 보이는 진환이다.
"어, 어이고. 여기 말고 다른 곳을 더 둘러보아야겠네. 나리, 다른 곳에 가시지요."
".... 아니 내가 지금 묻지않았..."
"... 일단 여기말고 다른 곳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빈을 데리고 그곳에서 나온 진환은 잠시 뜸들이다 자신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고있는 한빈의 눈빛을 보곤 곧바로 말문을 열었다.
"... 얼마전, 원군과 이 곳에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 이원과 말이냐."
"... 예, 저하.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진환의 말에 헛웃음을 짓던 한빈은 고개를 저었다.
"원이 말하지말라 했겠지."
"......."
"... 아무 일 없었으면 됐다. 근데, 그 곳에서 대체 무엇을 산 것이냐."
"........."
"... 바른대로 고하지 못할까."
"빈궁마마께... 드릴 선물을 사셨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 반지와, 노리개를 사셨습니다."
그 말에 한빈은 순간 멈칫하며 눈을 감았다. 반지, ... 노리개.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
'음... 저하께서는요?'
'..나는 너가 좋은 것이면, ... 나도 좋다.'
'에이 그게 뭡니까?'
'뭐 어때서 그러느냐. 어찌되었던, 무슨 색을 좋아하느냐?'
'... 분홍색을 좋아하옵니다.'
'너도 역시 천상 여인인게로구나.'
"........하, 하아..."
"저하, 괜찮으신 것입니까."
"... 됐다. ... 괜찮다."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한빈의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이마를 붙잡으며 잠시 비틀대던 한빈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차리려했다. 그래도 자꾸만 떠오르는 지난 날의 기억은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것이 무엇입니까?'
'너가 좋아할 것 같아 저자에서 보자마자 사왔다. 어떠하느냐, 맘에... 드느냐?'
'... 소녀가 받아도.. 되는 것이옵니까?'
'너를 주려고 산 것인데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흐....하아....하..."
"저하, 이만 다시 돌아가시는 것이 좋을 듯 하옵니다."
"... 괜찮..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어디보자...'
'괜찮...습니까?'
'아니.'
'...예?'
'네 미모에 노리개와 반지가 가려지질 않느냐.'
'.... 저, 저하 그런 농을 어찌..!'
'농이 아니다. 이것은 진담이다.'
"하....하.....화원... 화원아.."
"저하, 저하!!!"
애절하게 화원을 부르던 한빈은 곧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그가 쓰러짐에 숨어있던 몇몇의 세자호위무사들이 나와 그를 곧바로 가마에 옮겼다. 한빈이 이랬던 적은 한두번이 아니기에 항상 호위무사들은 대기를 타야했다.
그에게 하루하루란, 긴장과 긴장의 연속, 그리움과 그리움의 연속이였으니까.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한빈이 나간지 얼마 안되어 나인들이 조식상을 들고 들어왔다. 오늘 밥은 아주 술술 잘넘어가겠다 싶어 기쁜 마음에 먼저 상을 받는데, 들고오는 나인이 아까 그 화원이라는 아이였다. 나와 나이도 동갑이기도 하고, 이 궐에서 말붙이라고는 조상궁 아니면 ... 아니면... 음... 없네. 뭐, 씁쓸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화원이라는 그 아이에게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숟갈을 들기 전 나가려는 화원이를 불러세웠다.
"예, 마마."
"여기 앉아보거라."
내 말에 잠시 조상궁의 눈치를 살피다 조심스레 앉는다. 가까이서 보니 그 미모가 참으로 고왔다. 여자가 봐도 반할만한데, 남정네들이 보면 얼마나 반할런지. 그녀가 궁녀라는 것이 내심 안타까워졌다.
"... 하나만 물어도 되겠느냐?"
"열가지도 더 물으셔도 되옵니다, 마마."
"왜... 궁녀가 된 것이냐?"
".... 그것이.."
"......?"
말을 못잇는 화원이를 기다리는데 옆에서 조상궁이 내게 밥이 식는다며 먼저 식사를 하고 물으란 말에 알겠다며 어쩔 수 없이 수저를 들었다. 조상궁 옆에 화원이 앉아 내가 먹는 것을 옆에서 지켰다. 혼자 먹는 것은 이제 익숙하나 저번에 원과 먹었던 것이 기억 나 괜히 허전함이 느껴졌다. 저하도 지금 식사 중이시려나. 그 생각으로 허전함을 달래며 식사를 겨우 마쳤다. 상을 물림과 동시에 화원에게 곧바로 되물었다.
"이제 다 먹었으니 아까 물은 것에 어서 답을 해보거라. 왜, 궁녀가 된 것이냐?"
"..... 사실, 소인 이 전의 기억을 하지 못하옵니다."
"기억을... 못한다니?"
"... 5년 전의 기억을 모두 잃었습니다"
"어쩌다... 기억을 잃은 것이냐."
"그건 저도 자세히 알지 못하오나, 눈을 떠보니 어느 대감께서 절 살피고 계셨습니다. 너의 이름이 화원이라며, 기억이 나느냐며."
"......."
"제가 기억하는 거라곤 궁궐 안에 있었던 흐릿한 기억 하나 뿐이라 사실대로 고하였더니 너가 궁녀였을지도 모른다며 저를 이곳에 보내셨습니다."
화원의 얘기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듣고 있는데, 화원이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 제 흐릿한 기억 속엔... 궐 안에 아주 큰 화원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며 웃고있었습니다."
".......... 지금, ... 큰 화원이라 하였느냐."
"... 예, 그러하옵니다. 밤엔 등불이 곳곳에 켜지는.."
큰 화원. 화원의 기억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 화원은 분명 원이 날 데려갔던 그 곳일 것이 틀림없었다. 궐 안에서 밤에 등불이 곳곳에 켜진 큰 화원이라면 그 곳 하나 뿐이니까. 그녀의 말이 이상했던 것은, 그 화원은 왕족 외엔 누구도 들을 수 없던 곳이다. 그런데 자신이 궁녀였을지도 모른다는 화원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궁녀라도, 그 곳엔 들을 수 없었으니까.
"..... 누구와.. 있었는지는 기억하느냐."
".......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으나, 사내만은 분명하였습니다."
... 사내. ... 사내라.
'마마, 빈궁마마!'
"무슨 일이냐."
"저하께서 지금.. 쓰러지셨다 하옵니다"
".... 뭐라 하였느냐 지금."
"저자에 가셨다 쓰러져서 돌아오셨다고..."
"...마마!!"
나도 모르게 그 소식을 듣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방을 나섰다. 원으로 변하는 것에 쓰러졌다는 것을 절대 밖으로 알리지 않는 진환인데 왜, 왜 여기 빈궁전까지 소식이 들리는건지. 눈 앞이 캄캄했다. 원, 원으로 변하려는거겠지. 그런거겠지. 애써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려해도 자꾸만 손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제발... 제발 무탈하셔야합니다. 제발..."
조선에 별빛이 내린다
한빈이 궁으로 돌아온지 시간이 꽤 흘렀으나 원으로 변하긴 커녕 전혀 눈을 뜨지 않았다. 어의들이 세자의 건강을 살피러 들었고 무슨 병인지는 도저히 모른 채로 돌아가야만 했다. 진환은 한빈이 일어날 때 까지를 기다리며 곁을 지켰다. 얼마 안있어 자신을 부르는 것에 진환이 나가자 전에 '화원' 이라는 이름을 가진 궁녀를 알아보라 시켰던 자가 진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 그래, 알아낸 것이 있느냐."
"그것이....."
"... 왜그러느냐."
"화원이라는 궁녀가, 빈궁마마 처소나인으로 가있다합니다."
"..... 뭐..?"
"... 김내관!!!"
"... 빈, 빈궁마마!"
진환에게 말하던 자는 곧 빈궁을 보고 자리를 피했다. 아무래도 한빈 때문에 찾아온 듯한 빈궁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진환은 그 와중에도 그녀의 뒤에 있을 화원이란 자를 살피고 있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저하께서 쓰러지시다니."
"..... 걱정마셔도 되옵니다, 마마. 곧 일어나실 것입니다."
"진작에 일어났어야하는 것 아닌가!!!"
"....마, 마마.."
"......... 들어가보겠네."
결국 눈물이 한가득 맺힌 빈궁이 곧 한빈의 처소로 들었다. 급한 마음에 절로 빨라지는 발걸음은 한빈에게로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감고 있는 한빈을 보자마자 한가득 맺힌 눈물이 툭, 떨어지고야 말았다.
"... 저, 저하. ... 저하.."
점점 한빈에게로 가까워지던 빈궁은 떨리는 손길로 그의 손을 붙잡았다.
"... 저하... 이게 무슨 일입니까.. 이게.. 무슨 일.."
"..하...하아....."
"..... 저..저하. 왜그러시는 것입니까. 어디가, 어디가 또 불편하신..."
악몽을 꾸는 듯 괴로워하던 한빈은 서서히 입을 열었다. 열리는 입에 그의 손을 잡던 빈궁또한 더 꼭 한빈의 손을 쥐었다. 하지만 곧, 그의 입 밖에 나온 이름에 빈궁의 떨리던 손이 멈추었다. 동시에 한빈을 잡던 손 또한 놓고 말았다.
"....... 화원아... 화원... 화원아...."
"하...하아... 내 곁에... 내 곁에 머물러있거라... 내 곁에..."
"........."
그의 입 밖으로, 화원. 그녀의 이름이 나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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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52입니다! 이번 12화 끝에 쓰면서 제 마음이 미어터지는 줄 알았습니다 (엉엉) 한빈이 저 입을 그냥... (...는 전에 빈궁도 그랬더랬죠) 그나저나 우리 독자님들 즐거운 설 보내셨나요!? (아직 오늘이 남았지만!) 모두 주머니는 두둑해지셨을지..! 저는 그저께 글 올리려고 할머니집에 있는 컴을 뙇!! 켰으나! ... 네, 그 컴은 똥컴이였고.. 인터넷은 안되었으며... 네... 그랬다고 합니다. (;_;) 그래서 오늘 집에 오자마자 급하게 타다다닥 썼어요. (후아.) 역시나 오늘도 조별내 봐주신 모든 분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제 닭발 먹다 체하는 줄 알았어요 (오열) (대통곡) (탈진) 매번 부족한 글에 관심가져주시는 독자님들께 너무 감사드립니다ㅠㅠ 우리 독자님들 새해 복 몽땅 받으세요!♡ (역시나 오늘도 더보기가 긴 작가가 여러분께 절올립니다♡) 암호닉! (암호닉은 항상 받고있어요! 댓글로 남겨주시면 됩니다) 초록프글 님 ♡ 뀰지난 님 ♡ 달빛 님 ♡ 몰랑이 님 ♡ 별 님 ♡ 초코 님 ♡ 김밥빈 님 ♡ 부릉부릉 님 ♡ 설렘 님 ♡ 022 님 ♡ 0618 님 ♡ (ㅠㅠ 저번에 깜빡하고 못넣어 죄송해요 흑) 설렁 님 ♡ 자몽에이드 님 ♡ 구사이다 님 ♡ beeeye 님 ♡ 올라프 님 ♡ 마그마 님 ♡ 한빈이 이겨라 님 ♡ 괴물 님 ♡ 꾸주네 님 ♡ 으앜 님 ♡ 토토 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