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짤이 안보이면 새고 부탁드려요*
〈비밀부부(부제: 민이사님이 남편이 될 때 까지)> :: Part1 민이사님과 나.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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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태형이 니가 생각하는 그런거 아니야.
라는 이 한마디를 하지 못해 답답함에 식은 땀이 났다.
"아...미쳤나봐, 기억이 안나..."
"여주님, 여주님?"
"..네?...아니예요.. 잘 썼어요. 감사합니다 정국님."
모든 걸 포기한 채로 폰을 돌려주고 다시 33층으로 돌아오는 동안
머릿속이 그 어느 때 보다 복잡했다.
도착하자마자 숨돌릴 틈 없이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태형아!"
"응, 여주야."
"나 미팅이야 진짜. 믿어줘.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할게!"
"응. 설명해."
"태형아 나중에 만나서 진짜 꼭 다 말해줄게 알겠지?
너가 걱정하는 일 하나도 없었어."
"그래, 미팅해."
뚝 끊긴 전화를 한참을 봤다.
이상할 만큼 차분한 남자친구의 목소리가 무섭게 다가왔다.
그 뒤로는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럼 톡방으로 공지올려드릴게요
다음 미팅은 회사에서 하고
여주님 작업하실 수 있는 자리
이번 주 내로 마련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임시 출입증도 다음에 드릴게요.
그럼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네, 고생많으셨어요. 그리고 점심도 너무 잘 먹었어요 저 먼저 가볼게요."
"어, 여주님 태워다드릴게요."
"아니요, 괜찮아요. 먼저 가보겠습니다."
민윤기 이사가 가볍게 목례를 했다.
급히 인사를 한 후 택시를 잡아 태형이네 집으로 갔다.
평소 뜯지않던 손톱도 잘근잘근 씹으며 초조한 마음을 달랬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남자친구는 늘 나에게 웃는 얼굴과 다정한 목소리였는데,
날이 잔뜩 서서 날 의심하는듯한 목소리.
화가 많이 났겠지?
나를 보지도 않으려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택시에서 내려
남자친구의 오피스텔로 뛰어올라갔다.
초인종을 몇 번 눌러도 별 반응이 없어 문을 쿵쿵 두들겼다.
"오빠! 문좀 열어봐! 김태형!"
빼꼼,
열린 문 틈으로 무표정한 남자친구의 얼굴이 조금 드러났다.
"들어와."
정신없이 현관으로 들어서며 신발을 벗었다.
"그분 빅히트 신인이야.
곧 데뷔할 사람.
그래서 같이 미팅에 있었던 거고,
나랑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대.
그 뿐이야."
"그래, 알았어."
"...그게 알겠다는 사람 말투는 아니잖아.
화난거 맞잖아.
화난게 있으면 말을 해.
그래야 내가 사과하고, 또 오해한 부분은 풀고 그럴 수 있는거잖아."
"알겠다니까?"
"...미안해 정말.
오빠가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는거 이해해."
"그만 사과해도 돼. 그만."
"..."
"이런 기분으로 어떻게 기념일을 챙기고,
호텔에 가고,
우리가 이런 날에 하필 왜 싸우는..
...하, 됐어.
나 지금 너무 피곤해.
다음에 얘기해 여주야."
"뭐...?
지금 오빠가 오해한거잖아,
풀었으면 그런가보다.
하면 되는거 아니야?
풀었다는 핑계로 자꾸 내가 아무 말도 못하게 하잖아.
내가 막말로 뭘 잘못했는데?
지금 피곤한게 오빠뿐은 아니잖아.
나도 많이 힘들긴 한데 사랑하니까 온거잖아."
"사랑하니까 온거라고?
당연히 와야하는거 아니야?
오해하게끔 상황을 만든게 나는 아니잖아.
그리고 너
나를 봤으면서 왜 바로 나한테 오지 않았어?
하다못해 전화도 바로 안했잖아.
모르겠어,
너가 날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랑하는지."
"왜 그런 근본적인 의문까지 가지는건데?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믿음이 이정도야?"
"내가 왜 여주를 못 믿겠어.
너 그 주변에 있는 남자들을, 그 상황들을 못믿는거 뿐이야.
그게 조금 속상한거 뿐이라고."
"난 오빠 사랑해. 정말이야, 그러니까 우리 이제 그만 싸우자, 응?"
"...하, 아니야. 내가 미안해."
속이 문드러지는 기분이었다.
처음으로 남자친구와 크게 싸웠지만
금방 우린 화해를 하는 쪽을 택했다.
그 선택이
고장나도 삐그덕거리며 잘도 직진하는 로봇처럼
아픈 관계를 질질 끌게 되는 일일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미안해, 여주야."
커다란 품 속에 꽈악 빈틈없이 안겨있는 동안
남자친구의 심장소리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쿵쿵쿵.
빠르게 뛰는 그 심장의 기분까지는 알 길이 없었다.
"사랑해, 태형아."
"응."
어깨로 고개를 파묻는 태형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한참을 우린 그렇게 거실에 서서 천천히 빙글빙글 돌며 서로에게 기대었다.
쿵-쿵. 요동치던 그의 심장도
조용히, 천천히 진정되었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던 그의 품에서
살짝 떨어져 나오니 태형이가 어깨에 파묻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을 맞췄다.
'말하지 않아도 진심을 아는 관계'
내가 생각한 오빠와의 관계는 그러했다.
-
잠에서 깨고도 태형이의 넓은 침대에서 한참을 뒹굴거렸다.
"호텔은 결국 못 갔네,"
"미안해. 다음에 꼭 가자, 오빠."
"응 그러자. 배고프지? 우리 저녁 먹으러 나갈까?"
"응."
민윤기: 여주님 늦은 시간 연락 죄송합니다.
저희 A&R팀에서 수정방안을 잡아봤는데
혹시 지금 확인하시고 메일 회신가능할까요?
티저 이미지 촬영본도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
"아, 태형아."
"응?"
"나 일좀 해야할 것 같은데. 어떡하지?"
"괜찮아. 얼마나 걸리는데?"
"음...30분?"
"그래 그럼. 기다릴게."
남자친구가 침대에 걸터 앉아 시계를 만지작거리고,
폰을 잠시 보다가 허리가 아파 돌아 누워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화장실을 잠시 다녀오고,
엎드려 책을 잠시 읽다가 엎어두고
우리의 냄새가 가득한 베개를 끌어안고
나를 뚫어지게 보는 동안
나는 노트북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30분일거라는 나의 거짓말은 눈덩이 처럼 불어나 세 시간이 흘렀다.
"태형ㅇ...."
기지개를 펴며 고개를 돌려 침대를 바라보니
태형이는 쪼그린 새우처럼 베개를 안고
입을 반 쯤 벌린 채 잠들어있었다.
시계는 이미 열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미안해..."
침대 옆 쪼그려 앉아 남자친구의 얼굴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앞머리를 쓸어넘기니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작게 찌푸린 그의 미간을 꾹 눌러 폈다.
이내 새근새근 편안한 숨소리를 내며 태형이가 잠에 빠져들었다.
미안하다는 말과 괜찮다는 말은 우리에게 습관과 같았다.
연애 초반,
졸업반이던 남자친구는 각종 면접준비들로 바빴다.
자소서 작성을 한다며 한시간만 기다려달라던 태형이의 말에
카페의 맞은 편 앉은 채 나는
책을 두 권이나 읽은 적이 있었으며,
퇴근이 조금 늦어질거라는 말에
사내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태형이를 기다리다가
깜빡 잠이 들었는데
영업 마감이라는 알바생의 말에
추운 거리에서 꼬박 40분을 꼼짝않고 서서
남자친구를 기다린 후 만난 적도 있었다.
내가 밤샘 작업을 끝내고 잠이들어버려서
나를 보러왔던 남자친구를 밤이 새도록 차 안에서 선잠을 자게 만들기도 했다.
그럴 때 마다 우리는
"미안해,"
"괜찮아."
라는 이 두 마디로 모든 것이 풀리고 서로를 용서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로 인해 딱히 갈등을 크게 빚은 적이 없었다.
서로를 기다리는 것이 일상과 같았고,
우리는 연인을 기다릴 줄 아는 성숙한 남자친구, 여자친구였으니까.
"미안해..오빠."
자고 있는 그의 뺨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조용히 안방 문을 닫아주곤 부엌으로 가 간단한 요리를 했다.
"일 끝났어?"
반쯤 뜬 눈으로 나온 남자친구가 뒤에서 끌어안으며 턱을 내 어깨에 괴었다.
"응, 조금만 기다려. 배고프지."
"벌써 11시가 넘었네."
"그러게, 우리 400일 1시간 남았다."
"사랑해. 여주야."
"나도, 오빠."
소소한, 많이 늦은 저녁을 즐기며 우리의 400일은 끝났다.
"500일은 정말, 정말 내가 많이 준비할게."
"글쎄, 내가 더 많이 준비할건데?"
그땐 몰랐다. 우리의 500일이 없을줄은.
-
며칠 후.
민윤기: 사원증 드리려는데 혹시 어떻게 드리는게 편하실까요?
김여주: 제가 오늘 회사로 갈게요!
민윤기: 네~ 그럼 로비에서 뵐게요. 도착하시면 연락주세요.
김여주: 네 알겠습니다!
다시 찾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로비에서
정장에 안경을 쓴 민윤기 이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오셨어요, 여주님?"
"아, 미리 나와계셨네요."
"네, 혹시나 길이 꼬일까봐요, 가실까요?"
"네?"
"아, 자리 한번 보고 가세요. 회사측에서 여주님 작업공간 마련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가보는거라."
민이사가 살짝 웃으며 나를 안내했다.
엘리베이터를 타자 정적이 더 극대화되는 기분이었다.
올라가는 빨간 숫자만 한참 쳐다보았다.
"...날이 꽤 덥죠?"
"아, ...네 그러네요."
"작업하는데 어려움은 없으시고요?"
"네, 괜찮아요."
"여주님 감각이 너무 좋으세요.
제가 원했던 그림이 정말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조금 걱정했었거든요 사실.
이사님께서 혹시나 맘에 안드시면 어쩌나.."
"전적으로 여주님이 하시는대로 따라갈게요 저는."
엘리베이터 문에 열리자 민이사님이 열림 버튼을 누르고
살짝 미소를 띄며 먼저 내리라는 손짓을 했다.
살짝 목례를 하며 내렸다.
복도를 따라 쭉 걷다보니 내 이름이 적힌 작은 방이 있었다.
"우와.."
"와, 좋은데요?"
방을 둘러보던 민이사님이 활짝 웃었다.
"언제든 편하실 때 와서 작업하세요. 물론 재택근무가 훨씬 편하시겠지만,"
'아뇨, 여기도 정말 좋은데요. 감사해요 정말."
"아니예요, 잘 부탁드릴게요.
그런데 오신 김에 점심이라도 드시고 가실래요?"
"어...네,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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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 방이 가끔 생각나.
왜?
그냥, 좀 스릴있었거든.
아, 변태다 변태
아니 난 그냥 거기서 같이 밤새서 작업하던 시절이...
아저씨 완전 음흉하세요
여주 너가 생각하는게 음흉해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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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아하세요?"
"저요? 저...저 진짜 아무거나 잘먹어요, 이사님은...드시고 싶은거 있으세요?"
"음..그럼 샤브샤브 괜찮으세요?"
"네, 좋아요."
푸른 마세라티의 조수석을 열어주며 민이사가 살짝 웃어보였다.
"아, 감사합니다."
처음 타 보는 고급스러운 외제차에 절로 몸이 뻣뻣하게 긴장이 되었다.
"제가 요주변에 맛집을 빠삭하게 알거든요?
그런데 이 샤브샤브집이 제일로 맛있어요. 여주님도 아마 좋아하실거예요."
"영광이네요."
고급스러운 한옥 모양의 음식점에 도착했고,
곧 프라이빗 룸으로 안내를 받고나서야 찾아온 적막에
어색함이 스물스물 피어올라오기 시작했다.
'괜히 밥 먹겠다고했나..? 생각보다 되게 불편한데, ...'
"연희대 다니셨으면 되게 대학생활이 재미있으셨겠어요,"
"네? 어... 그런가요?"
"네, 주변에 연희대 다니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학교에서 행사도 많고, 시설도 정말 좋던데요,"
"아 그건 맞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기숙사에 살았어서 학교 시설을 엄청 이용을 했었거든요?
근데, 진짜 생각보다 없는게 없었어요."
민이사는 사람을 편하게 대하는 재주가 있는 것만 같았다.
처음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느새 민이사님이 이끄는 대화에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편하게 쏟아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대화에 어느덧 식사는 끝이 나 있었고,
나는 오랜만에 아주 대화다운 대화, 식사다운 식사를 했다.
"일에 대한 애착이 많으실 것 같아요."
"어, 맞아요. 저는 사실 일하는게 너무 즐겁고 제 인생에서 1순위예요.
지금처럼 이렇게 외주 받으면서 일하는거 너무 행복한 것 같아요."
"오 저도요. 주변에서 건강 해친다고 쉬어가며 하라는 말을 꽤 듣는데,
저는 일을 안하는데 더 괴로운 것 같더라고요."
"신기해요, 저희 가족들도, 그리고 남자친구도 이 부분은 이해를 전혀 못했는데."
"그래요? 저는 너무 이해되는데.
여주님처럼 작업 스타일 괜찮으신 분도 드물고요."
"감사합니다, 이사님이 너무 좋게 봐주셔서 저 엄청 뿌듯하고 인정받는 기분이예요."
오늘이 몇월 며칠인지,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도 모르는 채로
일을 하다가 지쳐서 쓰러지는 생활을 사랑하는
내가 이해된다고, 공감된다고, 그래도 된다고 말해준 첫 사람이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민윤기 이사에게 왠지 모를 편안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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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리
보
기
분
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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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퇴근하시는데요?"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들어가려고요."
"시간 늦었는데, 데려다드릴게요."
"...저, 이거 마무리하려면 두시간은 걸리는데."
"괜찮아요, 저도 늘 일이 너무 많아서. 노트북으로 하면 됩니다."
민이사님이 옆 작은 책상에 노트북을 꺼내어 올렸다.
"편하게 일 하세요."
부드러운 미소를 보이며 타자를 쳐나가는 민이사를 잠깐 보다가
이내 일에 열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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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미
리
보
기
여
기
까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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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로는 part1의 3화가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 화는 여주의 현 남자친구와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야할 것 같습니다,
끝을 잘 맺어야 새로은 관계가 시작되는 법이죠
-융기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