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남 - Say Something
전화는 계속 오는데 받질 않았어.
처음엔 울기만 했는데, 나중엔 화도 나더라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화가 났고, 민석쌤에 대해서도.
당장 면접은 코 앞인데 이런 일로 뒤숭숭해져 있는게... 얼마나 꼴불견이던지.
전화가 자꾸 오길래 나중엔 아예 폰을 꺼버렸어.
버스에 내려서 차가운 밤 공기를 맞으면서 걷는데... 야속하게도 민석쌤이 아까 전에 추우니까 안에 들어가 있으라던 말이 생각나더라.
그렇게 섭섭하고 화가 나면서도 다정한 말 한 마디에 다시 미안해지고.
그러다가 또 좀 전의 내 눈 앞에서의 두 사람을 생각하면... 화가 나고. 나 자신을 주체하질 못했어.
" 다녀왔습니다. "
" 오늘은 늦게 왔네? 밥은 먹었어? "
" 응. "
엄마가 걱정할까봐 밥은 먹었다고 둘러대고 방으로 들어가서 침대에 엎어졌어.
머리는 찬 공기 때문에 지끈거리고, 손은 시렵고. 민석쌤을 보러 간다고 신났을 때는 몰랐는데 이제 마음도 꽁꽁 얼어서 그런지 따뜻한 방에 있어도 춥게 느껴지더라.
" 하아... "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손에 쥔 휴대폰을... 켰어.
내가 아팠을 때보다도 더 많은 카톡이 와있는데, 하나하나 눌러보기도 겁이 나더라.
그러다 다시 한숨을 쉬고 온 카톡들을 확인하는데
[ 아직 도착 안 했어? ]
[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
[ 오늘 날 추우니까 따뜻한거 시켜놓는다? ] 15 : 23
[ 많이 늦네. ]
[ 전화도 안 받고 ]
[ 무슨 일 있는거야? ] 15 : 46
[ 왜 전화 안 받아, 여주야. 걱정 되잖아. ]
[ 너 마쳤다며 ]
[ 여주야. ]
[ 걱정 돼서 그래. ]
[ 전화 좀 받아봐. ]
[ 카톡이라도 읽어줘. ] 15 : 50
[ 왜 그래... ]
[ 집에 간거야? ]
[ 나 지금 카페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
[ 버스 정류장에서 너 기다리고 있는데 ]
[ 진짜로 무슨 일 생긴거야? ]
[ 학원으로 갈까? ] 15 : 57
[ 여주야. ]
[ 전화기는 왜 꺼져있어. ]
[ 왜 그래... ] 16 : 00
시계를 보니까 다섯시가 다 돼가더라. 카톡은 끝없이 와있고.
[ 나 아직 버스정류장인데 ]
[ 전화기 계속 꺼져있네. ]
[ 학원에서도 너 나가는 거 봤다고 하던데 ]
[ 집이야? ]
[ 제발 ]
[ 집이라고 해줘 ]
[ 걱정돼 ] 16 : 45
이 추운 날 대체 얼만큼 나를 기다린건지.
잠깐 밖에 있었던 나도 코를 훌쩍거리면서 집으로 돌아왔는데. 애가 타 보이는 민석쌤의 카톡에 마음이 좀 풀리는 것 같았지만...
또 좀 전의 상황을 생각하니 속이 부글부글 끓는 기분이 들었어.
< 집에 왔어요. >
< 몸이 안 좋아서. >
< 미안해요. >
< 기다리게 해서. >
< 민성이 언니는 만났어요? > 17 : 02
마지막 말을 보낼까말까 엄청 고민을 하다가 그냥 전송 버튼을 눌렀어.
뭐라고할까. 민성이 언니를 만났다고 거짓말을 할까? 나도 모르게 실소가 지어졌어. 민석쌤을 믿는다면서... 믿지 못하잖아.
근데 그렇게 만든 건...
[ 다행이다. ]
[ 피곤해서 전화는 못 하려나. ]
이렇게 한없이 다정하게 대하던 김민석, 너잖아.
다시 왈칵 눈물이 터질 것 같았어.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인데... 버스에서는 왜 그렇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말을 했는지.
왜 민성 언니를 만난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후배를 만났는지.
묻고 싶은게 한 두개가 아니었어. 오해겠지, 오해겠지 하면서 믿질 못하겠더라고.
내 눈 앞에 펼쳐졌던 상황이 사실일까봐. 진지한 목소리로 할 말이 있다고 말한게 나와의 끝을 알리는걸까봐.
< 대답해요. >
< 민성이 언니 만났냐구요. >
나도 모르게 딱딱하게 나가버린 말투.
그래도 주워담고 싶지는 않았어. 내가 이렇게 아프단걸 알아줬음해서. 어떤 말이든 내게 해명을 해줬음 해서.
[ 응 ]
[ 만났어. 민성이. ]
[ 집에 잠깐 왔다가 바로 갔어. ]
[ 근데 왜 그래? ]
[ 무슨 일 있어, 정말로? ]
있는데. 너만 몰라. 왜.
원망스러웠어. 민석쌤이. 정말로 모르는걸까. 정말로.
민석쌤한테서 금방 전화가 왔어. 받아야될까, 말까 고민을 하는 찰나에... 끊어졌어.
[ 전화를 안 받네. ]
[ 몸 많이 안 좋아? ]
걱정하면서, 이렇게 걱정하면서 왜 아까 전의 일을 말을 안 해.
왜 자꾸 나를 오해하게 만들어... 다시 눈물이 터졌어.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는데 평소와 다름없이 다정한 민석쌤의 말투에.
그게 이렇게 아프게 느껴질 줄이야. 그 달콤함이 내게 이렇게 따가울 줄이야.
< 잘래요. 피곤해요. >
< 아까 많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
< 푹 쉬세요. >
나 혼자 형식적을 말을 하고는 다시 휴대폰을 껐어.
자꾸 전화가 올 것만 같아서. 아니, 사실 기대 했어. 전화가 오기를. 그 때처럼 나를 기다려주고 있기를.
이기적이지만, 그렇게 빌었어.
눈을 떴을 땐, 깜깜한 밤이었어.
11시가 다 돼가는 시간이었는데, 거실에선 가족들이 TV를 보는지 소리가 들리고, 내 머리는 여전히 지끈지끈 아팠어.
침대에 몸을 기대고 한참을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 뜨곤 서랍 위에 올려놓은 휴대폰을 켰어.
역시, 민석쌤한테 연락이 와 있더라.
부재중 전화 3통
문자 4통
카톡 20
문자랑 카톡을 확인했어.
다 민석쌤이었어.
[ 진짜 무슨 일 있는거야? 오늘 면접 때문에 그래? 너무 마음 쓰지마. ]
[ 폰 또 꺼뒀네. 아님 나한테 섭섭한거라도 있어? ]
섭섭한 것 투성이었지.
어쩌면 내가 너무 힘들었으니까 모든 상황이 다 그렇게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고.
그래도... 그래도 전에 그런 일을 겪으면서 느꼈던 건 오해를 하게 만들었건 아니건, 그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었어.
내 기분이 이렇게 나쁜데 나 혼자 끙끙 앓아봤자 상황은 더 악화될 거니까.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을 먹을 수 있게 해준 것도 민석쌤 덕인데.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화 버튼을 눌렀어.
몇 번의 신호음이 안 가서 민석쌤이 전화를 받는데... 짜증 하나 없이 다정하더라.
[ 여보세요? ]
" 미안해요. 자다가 일어났어요. "
[ 아... 다행이다. 그래도. ]
안심하는 듯한 말투와 다시 오버랩되는 혜정이라는 후배.
오해를 하고 싶지 않았어.
" 그냥 말할게요. "
[ ...어? ]
" 아까 나 면접 연습 끝나고 오빠랑 약속한 장소에 갔었어요. "
[ ... ]
" 사실 엄청 신경 쓰였었거든요. 오빠가 그 여자 후배 일 때문에라도 다시 만난다는거. "
[ 여주야, 그건... ]
" 그리고 오늘 무슨 말을 하려고 그렇게 진지하게 말문을 꺼냈을까, 엄청 궁금했고. "
내가 섭섭했던 것, 내가 오해했던 것.
그 모든 걸 민석쌤이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
" 그러다가... 내가 무슨 장면을 본 줄 알아요? "
민석쌤 쪽에선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다시 차근차근 말을 이어 나갔지.
" ...오빠가... "
그러다가 또 다시 울컥.
내 눈 앞에 상상하기 싫던 그 장면이 또 떠올라 버렸어.
" ...그 후배랑 웃으면서 걷고 있는 장면. "
[ 여주야. ]
민석쌤이 나를 불렀어. 다급하게 부르는데, 빨리 이 모든게 오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 와중에도 민석쌤을 미워하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내 자신을 주체할 수가 없었거든.
" ...그 자리에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알아요? "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어.
아마 민석쌤 얼굴을 봤다면 이미 펑펑 눈물을 흘리고 있었겠지. 추하게.
" 눈 앞에서 그런 장면이 펼쳐져서... 믿고 싶지 않은데... 자꾸 생각이... 이상한 쪽으로... "
울음에 섞여서 말이 토막났어. 숨을 고르면서 말을 하고 싶었는데 자꾸 흐느끼게 되더라.
" 이상한 쪽으로 생각이 되는데... 흐으... "
[ ...여주야. ]
이번엔 담담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 목소리 하나로 민석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상상이 갔어.
그 정도로, 그만큼 내가... 민석쌤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도무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겠더라.
[ 하아... ]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어. 엄청 깊은 한숨.
" ...흐으... "
[ 일단 미안해. 네가 그런 생각하게 만든거. ]
" ... "
휴대폰을 타고 흐르는 민석쌤의 목소리. 나지막하게 말하는 그 말투는.
[ 그런데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거 절대 아니야. ]
더 나를 울리고.
[ 민성이가 집에 온 것도 사실이고. ]
" ... "
[ 그러고 너 만나러 가는 길에 혜정이 만난 거 그게 다야. ]
" ... "
[ 혜정이도 우연히 만난건데, 내가 그랬잖아. 학원 문제 때문에 만난다고. ]
나의 울음소리는
" 흐으... "
[ 그래서...오늘 내가 너 만나서 그 학원 문제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던거야. ]
" ... "
[ 네가 전화 끊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인 것도 다 이해했고, ]
민석쌤의 기분을
[ 네가 면접 때문에 힘들어해서 위로해주지 못한 것도 너무 미안해. ]
" ... "
[ 그런데 난 정말로 너한테 거짓말 한 적도 없어. ]
" ... "
[ 나를 못 믿게 만든건 나 때문이니까 ]
" ...흐... "
[ 정말 미안해. ]
" ... "
[ 그러니까 그만 울어, 제발... ]
나쁘게 만드나봐.
" ... "
민석쌤이 그만 울라고 부탁했지만, 한 번 터진 울음은 그칠 줄 몰랐어.
맞아. 민석쌤 말이 다 맞아. 오해할만한 상황을 만든 사람은 민석쌤이고, 오해한 사람은 나야. 근데 지금 민석쌤 혼자만 사과를 하고 있잖아.
나도... 나도 또 이렇게 민석쌤을 아프게 했으면서.
그래도 전처럼 보듬어 줘서 그런가, 조금 더 기대서 울고 싶었어. 조금 더... 더...
사과할 생각보다는, 민석쌤한테 투정 부리고 싶었어.
그런데
" ... "
[ ...후... ]
평소와 다르게 느껴지는 민석쌤의 한숨소리가 불안했어.
" ... "
[ ...나도... 힘들어. ]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민석쌤 때문에 나도 모르게 순간 울음을 그쳤어.
힘들다, 그 말을 내가 민석쌤한테 들은 적이 있었던가.
[ 너를 위로해주고, 격려해주고 싶은데... ]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하는 민석쌤의 모습이 낯설었어.
어떤 모습일까. 감조차 잡히지가 않았어.
[ ...내가... 내 상황이 너무 힘들어, 여주야... ]
" ...오...오...빠... "
[ 너를 만나서 말하려고 했어. 내가 요즘 왜 바쁜지. ]
" ... "
[ 그런데 네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
" ... "
[ 네 문제로도 네가 벅차하니까. ]
아프다.
내가 아니라 김민석이.
박힌다.
김민석을 아프게 했을거라 생각한 내 눈물이 내 가슴이 박힌다.
[ 널 도와줄 수는 없더라도 힘들게 해선 안된다고 생각했어. ]
" ... "
축 쳐진 목소리.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분이었어.
아까 전 최악의 컨디션을 뽐냈던 나만큼 바닥일까, 민석쌤도.
[ 그래도 네가 궁금해하니까, 네가 신경쓰니까 말을 하려고 부른거였어. 원래는 어제 전화로 말을 해주려고 했는데 끊겼으니까 이왕 말할거... 얼굴 보고 말하고 싶었어. ]
" ... "
[ 아주 잠깐. 잠깐 길에서 만난건데. ]
" ... "
[ ...힘들어... 힘들다, 여주야. ]
내게 처음으로 힘들다고 말을 하는데, 나는 당신의 무게도 모른채 더 무거운 짐을 건네주었다.
한 번도 내가 위로해줄 생각을 않고, 내게 투정 부릴거란 생각을 않고.
[ ...미안해. 피곤하다, 끊을게. ]
한 번도 먼저 피곤한 기색으로 끊는다고 말을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었도 내 문제를 먼저 신경 써주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한테 나는... 나는.
뚝.
전화가 끊기고, 그제서야 다시 눈물이 터져나왔어.
늘 내가 아픈 것만 생각했는데, 민석쌤도 많이 아팠었어.
나를 보듬어주기엔 민석쌤도 너무 많이 힘든 상황이었어.
다음 날도 학원에 면접이 있던 날이었어.
아무렇지 않게 가고 싶었는데 도저히... 도저히 갈 수가 없겠더라.
가서 면접 연습도 제대로 못할 것 같고, 자꾸 어제의 그 기분에 사로 잡힐 것만 같아서.
" 오늘은 안 가? "
" 응. 쉴거야. "
"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면접 잘 볼 수 있겠냐? "
"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꺼라... "
태형이가 게임을 하려고 방에 왔다가 내 상태를 보고는 다시 나가더라.
태형이도 언제 저렇게 큰 건지...
침대에서 뒤척거리다가 혹시나 연락이 올까 폰만 봤어.
뻔뻔하지? 내가 먼저 할 수도 있는데... 무서웠어. 민석쌤이 답장을 안 할까봐. 전화를 하면 안 받을까봐.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 ...아. "
...늘 내 마음대로 잠수를 타버렸는데.
심지어 어제는 약속 장소에 나가지도 않았는데.
얼마나 애가 탔을까.
민석쌤은 내 연락 한 통을 받으려고 얼마나 속앓이를 했을까.
그러면서... 나는 지금... 침대에서 편하게 누워서, 민석쌤한테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다. 뻔뻔하게, 내가 민석쌤한테 준 상처는 생각도 안 하고.
" ... "
바보같다.
바보 같은 서여주.
어제 민석쌤이 말했던 내용을 곱씹어봤어.
내가 오해했던 것들. 우선 민석쌤은 내가 전화를 끊어서 화가 난 게 아니었어. 오히려 그 때 나한테 자기 일을 얘기해주려 했는데 말을 못했으니까 만나자고 한 거였고.
내가 너무 힘들어하니까 말을 안 하려고 했었는데... 내가 궁금해하니까.
그러고 약속 장소로 가기 전에 민성 언니가 집에 잠깐 왔다가 들렀던 거고. 약속장소로 가던 와중에 그 후배를 만나서 학원 문제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던거야.
그래.
모든게 다 맞춰졌어.
내가 오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확실하게 오해였어.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만 상처를 받은게 아니었어. 나를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위로해주던 민석쌤에게도 상처를 준 거였어.
" ... "
사람은 참 어리석지.
늘 저질러 놓고 후회를 하니까 말이야.
혼자 그렇게 애꿎은 폰만 보고 있는데 민성 언니한테서 갑자기 문자가 왔어.
너무 갑작스런 연락이라 당황해서 문자를 확인하는데
[ 여주씨 갑자기 연락해서 놀랐죠? ㅎㅎ 미안해요 ㅠㅠ 다른게 아니라 ㅠㅠ 오빠가 요즘 일이 너무 바빠서 집안일 해주러 오빠 집에 잠깐 갔는데 ]
이까지 문자를 보는데 그제서야 진짜 민석쌤이 나한테 거짓말을 한게 아니라는게 확 와닿더라.
그런 사람한테 내가 대체 무슨 짓을.
[ 오빠가 좀 아픈 것 같더라구요 ㅠㅠㅠ ]
쿵.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 떨어지는 기분이 들었어.
아프다니. 전화할 땐 몰랐는데...
[ 여주씨 만나러 간다고 하길래 미루면 안되냐고 하니까 못 미룬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나갔거든요. ]
[ 여주씨가 잘 챙겨줬음 해서! ]
[ 자꾸 내가 오빠 집 가면 여주씨랑 둘만의 시간 방해하는 것 같으니까..ㅎㅎ ]
아니다. 생각해보면 민석쌤의 쩍쩍 갈라지던 목소리가 알려주고 있었다.
그저 내 감정 때문에, 나 혼자 울먹거리느라 듣지 못한 척 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정말 바보였나봐.
몸이 아픈 사람에게 왜 마음까지 아프게 만들었을까.
마음을 아프게 만든건 왜 하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을까.
민석쌤은 지금 어떤 힘든 짐을 짊어지고 있기에 저렇게 몸도 마음도 지쳐할까.
머릿 속이 복잡해지고, 나도 모르게 손에서 폰을 떨궜어.
김민석이란 남자는 내게 얼마나 과분한 남자인가.
그것도 모르고 나는... 왜 나만 생각했을까.
억지로 흘러 나오는 눈물을 닦아내고 숨을 고르곤 다시 폰을 주웠어.
이제는... 내가 기다리자.
조금이라도 풀릴 때까지 내가 기다리자. 이제 내가 김민석의 뒤에서, 언제까지라도 기다리자.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어. 전화를 받지 않아도 상관 없었어. 나는... 기다릴거니까.
뚜루루. 수없이 많은 신호음이 울렸지만 민석쌤은 받을 생각이 없는건지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어.
그래. 이렇게 된 거...
결심을 하곤 계속 전화를 걸면서 침대에서 일어나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었어.
더 가까이에서, 먼 발치가 아닌 가까이에서 김민석을 기다릴거니까.
부모님은 마침 모임에 가셔서 태형이한테는 대충 둘러대고 택시를 탔어.
더 빨리 가서... 말하고 싶었어.
늘 어리게만 투정 부렸던 나를 달래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이제는 그 무거운 짐을 내게도 나눠달라고.
나만 힘든 줄 알았다고. 미안하다고... 언제나 내게 김민석은 사랑하는 남자면서도 존경 받을 수 있는 대단한 남자로 느껴졌었다.
단 한 번도 보듬어 줄 생각을 않고.
나는 바보였다. 멍청했다고,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어.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
다시 전화를 걸고, 걸었지만 민석쌤은 여전히 받질 않았어.
애가 타고, 땀이 났어. 이 추운 겨울날에.
민석쌤도 이랬을까. 나를 기다리면서. 그렇잖아도 땀을 자주 흘리던 사람이었는데, 내 연락을 기다리면서 평소보다도 더 많은 땀을 흘렸지 않을까.
[ 지금은 전화를... ]
받지 않아도 좋으니 그 자리에 있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어.
가서 그대의 고민을 내게 말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어.
" 거스름돈은 필요 없어요. "
헐레벌떡 만원짜리 한 장을 내고는 민석쌤이 살고 있는 빌라로 뛰어갔어.
타이밍 좋게 누가 나오고 있어서 따라 들어갔는데 그 와중에도 민석쌤은 전화 받을 생각을 않더라.
" ... "
계단을 올라서 민석쌤 집 앞에 섰어. 여전히 신호음만 가는 휴대폰을 끄고 심호흡을 했어.
초인종을 누르는 손이 떨렸지만 애써 침착하게,
" ... "
벨을 누르고 기다렸어.
집에 있을거란 보장도 없었지만, 그냥 느낌이 그랬어. 게다가 아프다니까... 걱정이 됐어.
혹시라도 쓰러진 건 아닌가, 혼자 끙끙 앓으며 자고 있는 건 아닌가.
벨을 두 번 정도 눌렀지만 반응이 없더라.
비밀번호라도 알았다면... 한숨을 쉬고 문에 등을 기대로 섰어.
춥더라.
몸이 덜덜 떨리고 추운데... 민석쌤은 얼마나 더 추웠을까,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생각하니까... 그런 것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어.
손이 빨개지고, 입김이 나왔어.
다시 초인종을 눌러봐도 집에선 반응이 없고, 시계를 확인해 보니까 어느덧 아홉시가 다 되어가더라.
민석쌤은 자는건지, 쓰러진건지 문도 열어주질 않고.
그래도.. 기다렸어.
늘 이렇게 기다렸을거니까. 김민석은 우리 집에 오고 싶어도 올 수가 없었고, 혼자 그렇게 속앓이를 했을거니까.
" ... "
전화를 걸었어.
여전히 받질 않고, 이제는 전화기 마저 꺼져있더라.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고, 전화를 걸어도 받질 않아.
이런 기분, 민석쌤은 얼마나 느꼈던걸까. 아픈데, 나도 이렇게 아픈데 민석쌤은 얼마나 더 아팠을까.
" ...제발... "
문자를 보내고 카톡을 보내도 답이 오질 않고, 1이 사라지질 않아집에 있긴 한건지 이제는 의문까지 들었지만 기다렸어. 바보같이, 그렇게.
그렇게 삼십분이 더 지났을까.
계단을 올라오는 사람 발소리가 들리는데 본능적으로 느껴졌어.
" ... "
김민석의 발소리.
술에 취해 천천히 걷고 있는, 김민석의 발소리.
자리에서 일어서서 계단쪽으로 걸음을 옮겼어.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내 가슴도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어.
아프다면서... 아프다면서...
눈 앞이 눈물 때문에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어. 억지로 꾹 참고 한 걸음 한 걸음 계단을 내려간 끝에는
역시나
" ...서여주...? "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그 남자가 서있었어.
김민석이.
술에 취해 볼이 빨간 채로.
감기에 걸려 아픈 사람이 마음의 상처를 덜기 위해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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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편에 우리 민석이 욕하시던 분들 많던데... 우리 민석이 그런 남자 아니라구요 8ㅅ8 벤츠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거짓말한거 아니야!!!!!!! 민성이 만난 거 맞다구요!!!!!!!!!!!!!
아... 다들 주무시려나...ㅎ 하지만 저는 당당하게 떨구고 갑니다...! 이 글루미한 분위기... 금방 전환되어야 할텐데... 브금까지 깔아서... 더 글루미글루미하죠? 가사를 붙이자면...!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난 널 포기하려 하고 있어 i'll be the one if you want me to anywhere i would've followed you 난 너가 원한다면 그 사람이 될게. 어디라도, 난 널 따라갔을거야.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and i am feeling so small 뭐라도 말해봐, 난 널 포기하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난 아주 초라한 기분이 들어. it was over my head i know nothing at all and i will stumble and fall 내 머리로는 어려워.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래서 나 비틀거리다가 쓰러지기도 하거든. i'm still learning to love just starting to crawl 난 여전히 거의 시작 단계의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난 널 포기하려 하고 있어. i'm sorry that i couldn't get to you 너에게 갈 수 없었던게 안타까워 anywhere i would've followed you 어디라도 난 널 따라 갔을거야.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난 널 포기하려 하고 있어. and i will swallow my pride 그리고 난 내 자존심을 삼켜버릴거야. you're the one that i love and i'm saying good bye 내가 사랑하는건 너뿐이야. 그리고 난 이별의 인사를 하고 있지.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난 널 포기하려 하고 있어. and i'm sorry that i couldn't get to you and anywhere i would have followed you 그리고 너에게 갈 수 없었던게 안타까워. 어디든 난 널 따라 갔었을거야. oh oh oh oh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say something i'm giving up on you say something Aㅏ... 그래도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았나요...?
아님 말구...ㅎ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새출발을 어떻게 재밌게 하고들 있는지 모르겠네요!!!!!!!! 다들 즐겁게 지냈으면 좋겠슴당ㅎㅎㅎ!! 저는 빠른 시일내에 다음편 가져오도록 할게요...! 근데... 다들 주무시려나 ?_? ㅎㅎㅎ
아 맞아 그리고 40편 초록글 ㅠㅠㅠㅠ 진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어흑 ㅠㅠㅠ 부족한 저에게 그런 큰 기쁨을 주셔서...ㅎ
암호닉 더이상 받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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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사랑합니다!!!!!!!!!! 암호닉분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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