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ujika - Little Pico
오랜만이죠 이 브금ㅠㅠ
콩알탄썰 리턴즈
- 머리말
w. 콩알탄
누구나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중학교를 다니면서 느꼈던 즐거움에도 불구하고 중2병에 걸린 친구들을 애써 외면하며 지냈던 시간들이 더 머리에 가득 차서. 나는 SKY에 갈 수 있어. 이제 마음 먹고, 정신 차리고 공부하면 나는 성공한 인생을 살 수 있을거야. 자신을 세뇌시키며 들어보지도 못했던. 버스를 타고 10개 이상의 정류장을 지나야 도착할 수 있는 고등학교 이름을 적는. 그런 생각.
중학교때에는 친구들과 이리저리 놀러다니며-주로 노래방과 시내 투어. 아이쇼핑이 다였지만- 3년을 훌훌 보내버린 나는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결국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렇게. 전교에서 나 혼자. 덜컥 붙어버린 이 고등학교에 오게 되었다.
처음에는 분명. '딱 한 명'의 친구만 만들어서 내 모든 것을 터놓을 수 있는. 야자가 끝나면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학교 근처의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나눠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하는. 뭐 어떤 수험생이라면 다 풀어본다는 EBS 교재를 가방에 넣고.. 그런 생활을 꿈꿨다.
"매점 가자!"
"매점에 피자빵 있대?"
"아까 갔다왔는데 없는 것 같던데..?"
"와 솔직히 피자빵이 없으면 그건 매점이 아니지. 구멍가게지 구멍가게."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이 피자빵을 갈구하는데, 재고 넉넉히 안두나!"
이렇게 피자빵에 목숨거는 남고딩들과 내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리라고는. 정말 상상도 못했는데….
이 이야기를 하는 지금은 내가 이미 좌충우돌의 1년을 보내고 난 이후의 고등학교 2학년인 시기이다만, 그 시작은 개학 첫 날. 입학식을 무사히 마치고 난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 그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운동장에서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어떤 아이들과 함께하게 될까 부푼 가슴을 눌러가며 교실로 입성했다. 나는 서 있던 아이들중에 뒷쪽에 있었던지라 이미 내가 발을 들였을 때에는 다수의 아이들이 각자 느낌이 오는 책상에 착석한 후 였다.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비어있는 책상 하나를 발견했고, 나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1년을 함께할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앉아도 돼?"
명찰이 아직 배부되지 않아 깨끗한 가슴팍에 시선을 돌렸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처음 말을 건넨 친구이니 많이 신경이 쓰였던 것이 사실이다.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착석한 남자아이의 옆모습을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다 나를 이상한 아이로 생각할까 싶어 그만두었다. 그 후로 아무 말 없이 교탁이 있는 교실 앞쪽만 쳐다보던 아이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괜히 이렇게 먼 학교로 와서, 친구가 하나도 없어 심심해진 나는 애꿎은 손가락만 책상 위에서 놀릴 뿐 이었다.
"경수야!"
분명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 목소리의 크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자연스레 알게 된 내 옆자리 남자아이의 이름 경수. 성이 무얼까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도 잠시. 달려온 또 다른 남자아이는 우리 도경수. 운을 띄웠고, 내 머리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도씨 성과 경수를 합쳐 '도경수'라는 남자아이를 인식했다.
둘은 중학교때부터 친했는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따지자면 멀리서 다가온 찬열이라는 아이-경수가 하는 말을 엿들어 알게 된 정보이다만-가 이야기의 주를 이루고, 대답하는 경수는 무심하기 짝이 없었다. 그저 응. 어. 단답형의 대답들만 줄줄히 늘어놓던 그 대화는 결국 찬열이라는 아이가 대화를 이어나가기를 포기하면서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 화살은 나에게로 다가왔다.
"안녕! 난 박찬열이야. 넌 이름이 뭐야?"
얼굴에 존재하는 모든 안면근육을 사용하는 듯한 웃음이었다. 양 옆으로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인사하는 찬열이란 아이를 보고서는 잠시 멍하니 할 말을 잃었다. 대화의 흐름이 나에게 이어지리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일까, 아이의 표정이 반가움에서 머쓱함에 가까워지는 오랜 시간동안 내 이름 석자를 이야기하지 못해서 우리 세명이 있는 공간의 공기가 착. 바닥까지 가라앉고 있었다.
"너 짝꿍 아니랄까봐... 마...말이 되게 없네."
뒷머리를 긁적거리는 그 손길에서 이 분위기를 어떻게든 해소하고자 하는 찬열이란 아이의 노력이 보였다. 미안함에 바로 내 이름을 이야기해주자, 웃으면서 반가움을 표하는 악수를 청해왔다. 어색하게 오른손을 내밀고, 위 아래로 타인의 의지로 흔들리는 그 순간에도. 나는 이게 어떤 나날의 시작일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우리 학교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뭐. '중국 학교와의 교환학생 제도' 라던가 '다른 학교에 비해서 훨씬 즐거운 축제' 라던가.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교복이 예뻐서'였다. 3년동안 입어야 할 교복인데 이왕이면 이쁜게 좋지. 고등학교를 고르는 기준이 너무 편협한 것 아니냐며 놀리는 친구들에게 나는 샐쭉거리기 일쑤였다.
그렇게 선택한 우리 학교에서 내가 경수, 찬열이를 비롯해 인사를 나누게 된 사람들은. 모조리. 남자였다. 모조리.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싶을정도로 예전부터 친했다뎐 일곱명이 모두 한 반이 되었다고 했다. 박찬열, 도경수, 오세훈, 김종대, 변백현, 김종인에 준면오빠까지. 이름을 외우는 것에 있어서 크게 자신이 없는 나는 몇번이고 이름을 바꾸어 불렀다. 미국에서 살다와 남들보다 한 학년 아래에 입학하게 되었다던 준면오빠는 그런 나에게 싫은 기색 한번도 없이 차근차근 아이들의 이름을 외울 수 있게 도와주었다.
아니, 근데. 내가 왜 이 녀석들의 이름을 외워야하지?
내가 깨달았을 때에는 이미 그들에게 말려든 후 였다. 일곱명의 남자들과 나. 이렇게 여덟명은 이미 전교에서 유명한 '패거리'가 되어있었고, 낯을 가리는 편인데다가 친하지 않으면 말수가 많지 않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쉴 틈 없이 입을 놀려대는 나머지 녀석들때문에 우리는 '콩알탄' 이라는 조직이름을 부여받게 되었다. 물론 그 의미 자체는 좋은 의미는 아니였지만.
내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들의 손에 이끌려 급식실로 향하던 도중, 아이들의 태도를 지도하는 선생님과 맞닥뜨렸고 그는 우리에게 마치 소형폭탄 같다며 콩알탄이라는 칭호를 수여해주셨다. 그리고 이는 널리널리 퍼져 우리는 전교생에게 '콩알탄'이라고 불리는 존재가 되어 어디서도 그 위력을 맘껏 뽐내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콩알탄'이라는 이름에 적응이 된 우리는 서로를 '콩알'이라고 불렀다. 뭐, 시작은 그닥 좋은 의미는 아니었으나 입에 착착 붙는 것이 부를만 했고, 아이들도 그 명칭에 대해서 만족하는 듯 보였다.
이런 콩알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우리 학교의 부속 중학교를 나왔다고 했다. 경수와 찬열이 두명이 중학교를 누비며 한명 한명 그들의 무리로 흡수하듯 이끌었다며 박찬열이 자랑한다. 물론 나도 바보는 아닌지라 모든 것은 박찬열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을 잘 알 수 있었다. (경수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줬다.) 아주 운이 좋게도 한 반에 배정된 그들은 반 배정이 나온 날 다같이 방방 뛰며 찬란한 1년을 머릿속으로 그렸다며 자랑했다. 나도 그랬었는데, 부질없는 나의 속삭임은 공기중으로 흩어져버린다.
사실 콩알들 중 가장 과묵하고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내비치지 않는 경수가 입학식 당일날 내 옆자리를 선택한 것은 아직도 의외다. 만약 그 날, 경수가 내게 자리가 비었냐고 묻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내가 그려왔던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런 아이들이 있으니 우리 반은 시끄러웠을게 뻔하지만. 나만은 조용히. 내 공부를 할 수 있었을 수..도... 아니, 이제와서 이런 생각을 해봐야 소용은 없겠다만.
그날 이후로 이동수업이나 조별활동 등. 모든 학교생활을 콩알들과 함께하며 나도 모르게 이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이들이 이토록 시끄러운데도 그만큼의 제제가 들어오지 않는데에는.. 객관적으로 따져보았을 때에 잘생긴 얼굴들이 한 몫 하지 않나 싶다. 가끔 열심히 제 에너지를 쏟아부어가며 열변을 토하는 콩알들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면. 이렇게 잘생긴 애들이 왜 나한테? 싶을 때가 있다. 그러면 그 궁금증을 참지 못해 나는 아이들에게 묻는다.
"너네 왜 나랑 친구해?"
그러면 상상을 초월하는 답변이 뒤따라온다.
"너 경수랑 짝했잖아."
참 대책 없는 사람 구별 방법. 그런데도 불구하고 너무 자연스럽게 나를 흡수시킨 이들의 능력에 박수를 보낸다. 나도 이들 틈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으니….
나는 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때론 싸우기도 하면서. 나의 고교 생활을 보내게 된다.
그것이 내 의지가 되었던, 이들의 의지가 되었던.
시작합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자. 공지를 올렸으면 바로 실천에 옮겨야죠!
잘 부탁드립니다. 대책없는 콩알탄이 돌아왔습니다.
글을 올리게 되면 이전의 글들은 조금씩 지울거구요..
콩알탄'썰' 이라는 형식에 맡게 본편은 썰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허나..
완벽한 음슴체의 썰은 아닐겁니다ㅜㅜ 이제 제가 용납을 못해요
자세한 건 공지를 확인해주시고. 이제부터 콩알들과의 질주 다시 떠나볼까 합니다! 잘부탁해요!
간만에 외쳐보는 것 같죠..?
우리 추천요정들! 꾹꾹이들! 콩덕들! 개구리들 ! 모두 싸라해!♥
(...구독료는 걸까 말까 하다가..있는듯 없는듯..저렇게..)
++
앗 그리고.
이번 콩알탄썰 '리턴즈'에서는 리퀘스트 제도를 도입합니다!
댓글에 움짤을 첨부해서 '이 움짤 다음화에 꼭 써주세요!' 하면 무조건 그 움짤 넣어서 스토리를 전개해드립니다 ^ㅠ^ 재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