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와 솜사탕 - 의미
(1~10화까지 고정 브금)
바람사탕의 홍일점을 아시나요?
아니,
바람사탕을 아시나요?
<제 2 장>
어쨌든 내일은 또 다른 오늘이 온다.
이곳의 이름은 틸트. 같은 직업군의 사람들이 들으면 세련된 이름이라고 놀람을 표한다.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나이트가 아니고,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클럽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분위기가 좋은 레스토랑 이름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을 수도.
과일 안주를 비롯한 다양한 안주와 음식을 제공하고 있으니 레스토랑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
민석 오빠는 나이트 이름을 처음 지을 때에 영수증에 찍힐 것을 고려했다고 했다.
사장님들이 거하게 쏘시고 집에 가셨는데 사모님의 고지서에 ○○관, ○○나이트같은 이름이 있으면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것은 당연지사.
그 후로 나이트에 찾아오실 손님들이 입장을 꺼리게 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세련된 이름으로 지었다고 했다.
한끼에 몇십만원 정도는 거리낌 없이 쓰는 사장님들이니.
나이트의 외관은 삐까번쩍한 조명들 대신에 어두운 주황빛 조명으로 대신했다.
그냥 얇은 LED 조명 하나가 이 곳이 틸트임을 보여주고 있다.
까만 건물에서 유독 튀는 빨간색 철문을 열면 바깥과는 다른 별세계가 펼쳐진다.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EDM, 하우스 음악 대신에 뽕짝과 트로트. 블루스가 흘러나오는.
테이블엔 TV에 나오는 유명한 사장님부터, 숨겨진 졸부까지.
틸트의 유지에 큰 공헌을 하고 계신 분들이 줄줄이 앉아 밖에는 이야기하지 못할 은밀한 만남을 이어간다.
“햇님아. 그거 알아?”
“모?”
“여기 오는 사장님들이 다른 곳 이름이 창피해서라던가. 아님 꼭 영수증 때문에 굳이 여길 계속 오는 건 아니야.”
“그럼 다른데 안 가고 왜 여길 와?”
“사람들 눈 피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체면을 차릴 수 있는 장소가 별로 없기 때문이야.”
내가 처음 여기 와서 이 곳 저 곳을 구경하고 다닐 때에 민석오빠가 해줬던 말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오빠는 항상 가게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주변에서 자꾸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인테리어라고 충고를 해도 뚝심있게 고집을 부렸다.
이름 뿐만 아니라 내부도 와인바, 레스토랑, 나이트, 그 사이의 어딘가-에 위치한 곳으로 보이니까.
민석오빠의 이런 생각은 아주-잘 먹혔다.
오빠는 동종업계와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고 다른 골칫거리를 예방하기 위해 산 언저리에 틸트를 지었다.
원래 중소기업에 자금투자를 하며 돈벌이를 했던 오빠라 사업에 대한 감각도 뛰어났다.
깊이 잠든 찬열이를 겨우겨우 깨워서 무대준비를 보내고,
항상 무대용 의상을 갖다주는 아저씨께 네명분의 의상을 받아 세훈이에게 전달했다.
세훈이는 자꾸 도망가는 종대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려가면서 옷을 입혔다.
누가 형이고 누가 동생인지.
나는 전달받은 선곡표를 들고 한숨을 푹 쉬었다.
아니 아저씨들 나이 많은 건 좋은데, 노래 취향까지 너무 올드해서 부르는 맛이 전혀 안 난다.
차라리 토리처럼 트로트를 부르면, 박현빈이나 홍진영같은 젊은 가수의 노래도 부를 수 있는데
LP판에 새겨져있을 법 한 이름들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래도 어떡해. 밥 값은 해야지.
“햇님이 오늘도 탈 없이 출근했네!”
“네. 별 일 없죠?”
“음-.”
“왔어요?”
“응. 좀 고생해라.”
본명은 모르는 철수 아저씨. 여기선 다 그냥 철수 형님. 철수 아저씨로 부르니까 나도 그렇게 부른다.
철수 아저씨는 입구에서 출입자들을 감시하는 역을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우리 가게의 문지기가 되려나.
딱히 막을 사람은 없지만 블랙리스트는 어디에나 있다.
특히-
저 아저씨.
“또 오셨네요.”
“햇님양은 또 계시네요.”
“저야 여기서 일하니까요.”
“일하는게 아니라, 아주 여기서 사는 것처럼 보여서요.”
재수탱이.
행동대장 박찬열이 조사한 바에 이르면 이 산 아래에 있는 경찰서의 경찰이라고 했다.
경찰이 우리 나이트에 출입하는 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불법 마약 거래라던가, 매춘 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은 절대 아니니까.
다만-
좀 거슬릴 뿐이다.
“여기서 살면, 문제 되는게 있어요?”
“오늘도 여전히 까칠하네.”
“까칠하긴요. 항상 사장님이 절 의심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오늘 귀걸이 예뻐요.”
항상 이렇게 떠보려고 하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간다.
솔직히 우리 가게 말고는 저쪽 경찰서에서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모범 치안 도시로 표창을 받은 적도 있을 만큼이나 큼지막한 사건은 없는 것으로 들었다.
살짝 외진 곳이기는 하지만 틸트가 들어서며 숙박업체를 비롯해 조금씩 다른 가게가 생기기도 했고.
“나도 선곡 신청 했는데.”
“하나같이 제 취향은 없던데 좀 맞춰서 신청해주시지 그랬어요.”
“햇님양은 그런 노래 할 때가 제일 좋아요.”
항상 테이블에 혼자 앉아 이렇다 할 안주도 없이 가격대가 있는 보드카 하나만 시키고 병을 따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 공연이 끝나면 끝나자마자 그대로 일어나 나간다.
철수 아저씨 말에 의하면 우리가 오지 않는 날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앉아있는 시간이 짧아서 가게에서의 지출이 적더라도 큰 피해가 되진 않으니 아저씨들도 딱히 뭐라 할 말도 없고.
나한테 말을 걸어서 성적인 농담을 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그냥 '바라만'보고 가기 때문에 나도 할 말이 없다.
“사장님.”
“네.”
“사장님 진짜 변태같은거 알아요?”
그냥 이렇게 시비나 툴툴 걸고 말지.
매주 수,목,일요일에는 블루스 타임이 있다.
보다 느릭 끈적한 멜로디가 가게 안에 흐르면, 우리는 하나의 배경이 된다.
무대에서 아무리 힘있게 노래를 해도 그들에겐 흘러가는 음악일 뿐이고
남들 앞에서 숨겨야 하는 기억의 조각일 뿐이겠지.
“누나.”
“모?”
“오늘 왜 드레스지?”
“그러게. 며칠 계속 바지만 오다가 간만에 드레스 입어보네.”
“아니아니. 그게 아니야.”
핸드폰을 뒤적거리던 세훈이가 갑자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형, 약속이랑 다르잖아요. 한참이고 따지듯이 전화를 끝마친 세훈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한다.
“다음주부턴 바지 가져다주신대.”
별게 다 불만이다.
어차피 저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내 바지며, 드레스가 아니다.
대기실 안, 작은 문을 열면 여자 탈의실이 나온다.
틸트에서 공연하는 팀은 총 20팀이 넘고 그마저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모든사람을 알 수는 없지만 여자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나랑, 청아언니.
“언니. 울어?”
“기지배. 내가 언제 울었다고 그래.”
허겁지겁 눈물을 훔친 언니가 불긋한 눈을 숨기며 지퍼를 주욱 내린다.
나는 또 모르는 척, 탈의실 구석에 항상 있는 오르골을 열고 빙그르 돌아가는 회전목마만 쳐다본다.
언니의 눈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에는 딱 이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더라.
“오늘 그 변태 또 왔더라.”
화려한 드레스를 옷걸이에 걸고 언니는 편한 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나는 이런 옷을 입는 청아 언니를 제일 좋아한다. 언니는 흰 티셔츠, 청바지만 입어도 몸매가 예술이라 돋보이니까.
“그치. 그 사람 진짜 이상하지.”
“그래도 여기선 찾기 힘든 골수팬이잖아-. 부럽다 얘.”
“그럼 뭐해. 여기서 나 꺼내주세요 해도 그럴 돈도 없는 사람인데.”
“누가 꺼내준다면. 나갈 위인이야 네가?”
대답 대신 짧게 웃는 걸로 끝냈다.
아니. 종대랑 세훈이. 찬열이 두고 내가 어떻게 나가.
짧은 노래가 다시 시작할 기미가 보여 뚜껑을 닫고 뒤를 돌았더니 청아언니가 입술 화장을 고치고 있다.
입구 옆의 작은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언니는 바메이드라고 부르는 걸 싫어하더라.)
를 하고 있는 언니는 예쁜만큼 이상한 사람들이 많이 꼬이는데, 항상 바 옆에 서 있는 경호원분이 나서서 도와주신다.
청아언니는 그리고 그 사람을 굉장히.
아주 많이 싫어하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도와주는 순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자신감을 모조리 상실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을 언니는 아니지만,
항상 일정한 레파토리 안에서 반복되는 그 이야기를 모두 듣기에는 내가 너무 건강하지 않다.
“나야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다른 자격증이라도 따서 취업할텐데. 난 네가 너무 걱정돼. 햇님아.”
“내가 뭘.”
“내가 항상 말하지. 너 다리 문제 하나도 안 돼. 언니 아는 사람중에-”
“언니. 나 올라가야겠다.”
이 곳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오늘도 위안을 삼아야지.
쾅쾅쾅.
저렇게 매너 없게 문 두드리는 걸 보면 보나마나 오세훈이다.
“누나! 빨리 올라가자!”
“언니. 내일 봐!”
뭐라 대답하려던 청아언니를 뒤로하고 문을 열었더니 옷을 겨우 다 갈아입은 찬열이와 종대도 와 있다.
갑니다 가요.
-
시원-한 빙수를 한 입 가득 넣었더니 머리가 찌르르 하고 울린다.
“천천히 먹어.”
“으으. 머리 아퍼….”
“이때다! 내가 다 먹어야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숟가락을 놀리는 오세훈. 반격하고 싶지만 머리가 너무 찡해서 숟가락을 잡고 발만 동동 굴린다.
“너네 유치원생이냐? 싸우지 마. 또 줄게.”
손을 툭툭 털면서 들어온 민석오빠가 세훈이의 이마에 아프지 않은 꿀밤을 먹인다. 세훈이 배부르겠네.
우린 사실 틸트의 윗층. 윗층 하고도 또 윗층. 그러니까. 틸트의 꼭대기에 산다.
“너네 이번달 수도세 왜 이렇게 많이 나왔어.”
그리고 우리 집 잔소리꾼 김민석 사장님.
“햇님누나가 담배 냄새 싫다고 빨래를 하루가 머다하고 돌려서 그렇습니다!”
“햇님이는 변명을 해보세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벌로 틸트는 이번주 금요일 11시에 공연하도록 하여라.”
“네 사장님.”
그리고 틸트의 공연 일정은 매주 다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주 바뀐다.
우리는 우리 시간만큼, 다른 시간에도 자주 들어간다.
급한 빈자리를 채우는 데에 우리만큼 제격인 팀이 어디 있어.
“그리고 너네 내일 시간좀 비워.”
“예?”
항상 낮에는 이 곳 저 곳을 돌아다니는게 취미인 세훈이가 숟가락을 떨어트린다.
놓치지 않을 세라 내가 빙수로 달려들자, 가볍게 이마를 누르며 제압한다.
팔 길게 태어나서 좋겠다.
눈을 떴을 땐 사장님 차 안이었다.
잠옷 통째로 옮겨졌다는데 전혀 기척도 없었다.
나 옮기느라 허리 좀 아팠다는 찬열이가 자꾸 눈치를 줘서 민망한 마음에 허리 반대편인 명치를 꾹 눌러줬다.
종대가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일어나 앉아 주변을 살피다가 기절할 뻔 했다.
저거. 저거 토리잖아.
그치.
심호흡을 하니까 박찬열이 작정하고 놀리려는지 팔꿈치로 날 툭 친다.
“어! 운전 경호원님이 하시네요!”
도망치기 위해서 보이지도 않는 경호원님을 불러보았다.
민석오빠가 불만 있냐며 뒤를 돌아보지만 내 각도에선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내 말로 인헤서 뒤를 돌아보게 된 토리만 신경이 쓰일 뿐이다.
눈이 마주쳤다.
“네. 안녕하세요.”
어색한 눈인사를 나누고 나니 박찬열이 엄청 비웃는다.
소리 없이 껄껄 웃는 얘를 보고있자니 울화통이 터져서.
난 왜 말을 걸고 그래가지고.
“햇님이 은근히 순정파야.”
“득츠르그.”
“형 지금은 봄이지?”
목이 터져라 앞자리까지 소리를 지르는 박찬열.
그리고 보이진 않지만 민석오빠의 경멸이 여기까지 느껴진다.
“봄날씨 느껴볼래?”
거리의 나무들도 볏짚 옷을 입었는데. 우리는 에어컨을 틀고 달렸다.
박찬열의 깐죽거림 하나 때문에 십여분 덜덜 떨며 가야했다.
잠옷 하나만 입은 내가 콧물을 훌쩍 흘리는 것을 보고 찬열이가 싫은척 하면서 패딩을 벗어줬다.
종대가 찡얼거리고, 세훈이가 애교 섞은 진심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니 에어컨은 히터로 변했다.
와중에도 절대 입을 열지 않는 토리.
그리고 여전히 날 놀려먹기 위해 이쪽에서 눈을 떼지 않는 박찬열이 있다.
매니저 개인 경호원 김종인
뽕짝 트로트가수 토리, (변백현)
그리고 이들을 쫓는 경찰 김준면
시작합니다.
당신은 아시나요, 바람사탕의 홍일점을?
+♡+
원래 학생 콩덕분들을 위해 하교시간에 맞춰서 올릴까 했는데 그러다가는 제 스케쥴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아서..
그래도 새벽보다는 낫죠..?허허허
햇님이는 예명입니다! 그니까 종인이가 카이인것처럼 ^^ 틸트 안에서만 불리는 이름이에요! 그러니까 마음껏 대입하세요!
'바'람사'탕'을 따서 바탕은 어떻냐고 물어보시는 분의 의견을 반영해서,
'바'람사'탕'의 홍일'점'
바탕점으로 부르기로 결심했담니다! 예뿌죠!
쓰면서 스토리를 구상하는 중인데 참으로 중장편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더라구요 호호..호호호..호호호 ㅎ헣허..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벌써 계시고 아!
1편 추천수가 12가 넘었더라구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열어분 글은 읽구 추천 누르시는거죠....? ㅎ_ㅎ..긁적긁적
개인적으론 너무 좋은데 헣허 허허허허허허 (숨길 수 없는 입꼬리)
앗참.. 저금으로 고통받는 콩알탄을 구해주세요..
글 쓰는 시간보다 저금 없는 움짤 찾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려서 업로드가 늦어지구 있답니다 흑흑..
등장인물의 캐릭터에 맞는 움짤을 찾으면 저금..이 흑.. ㅇTL
아무튼 오랜만에 왔는데도 환영해준 우리 콩덕들 너무 고마워요~ ㅎㅅㅎ
꾹꾸긔들 청개구리들, 1장부터 추천버튼 꾹꾹 눌러준 요뎡님들!
내사랑들 모두 고맙고 사룽해! ♥
헉 그렇대요!!!!!!!!!!!!!!!!!!!!!!!!!!!!!!!!!!!! ㅎ에에ㅔ엑!!!
신인작가 큰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