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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 Major Arcana 메이저 아르카나

02. The Magician

w. 에오스




[다각] Major Arcana 메이저 아르카나 02. The Magician 下 | 인스티즈

[다각] Major Arcana 메이저 아르카나 02. The Magician 下 | 인스티즈



"장동우, 남우현, 이호원, 이성열, 김명수, 이성종. 총 다섯 명, 맞지?"



중엽이 무언가 탐탁치 않은 목소리로 일행을 향해 호명했다.



"네에-"

"이제 내 소개를 제대로 해보려고 한다. 나의 원래 이름은 판, 목동의 신이다. 지금은 주인님을 도와드리면서 너희같이 길을 잃은 영혼들을 가야할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은 제2세계이다. 너희가 온 곳은 육신이 주를 이루는 제1세계이고, 어쩌다 보니 정신의 세계인 제2세계로 온거지. 일반적으로 제1세계에서 제2세계로 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만, 사연이 어떻든간에 바로 너희가 주인님이 선택하신 몇 안되는 아이들이다. 자비로우신 주인님께서는 너희한테 그 귀한 '선택권'을 주신거지. 선택권을 어떻게 쓰는지는 온전히 너희 개인의 몫에 달려있다만..."



아이들의 얼굴을 훑어보던 중엽이 호원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것 또한 주인님이 정하신 규칙이라 생각하면 너희 잘못은 없는 것이겠지. 아까도 잠깐 말했었는데, 나는 정해진 규칙과 규범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너희의 결정을 간섭하거나 조언을 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내가 너희를 앞으로의 긴 여정에 데려가기 전에 한 가지 시험하고 싶은 것이 있다."



중엽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앞으로 긴 여정을 지나 주인님이 정해놓으신 목적지에 도착하려면, 수많은 존재들이 너희를 시험에 들게 할거다. 그 전에 너희가 역량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확인 해 봐야겠지. 내가 너희를 시험할 방법은 불렛 체스 경기이다. 60초 이내에 나와 체스를 두어 이겨야만 나의 공간을 벗어날 수 있지."

"만약에 통과를 못하면요?"



호원이 손을 들어 물어봤다.



"통과를 못하면... 너희들 중 육신이 온전히 보존된 아이들은 다시 제1세계로 돌아갈거고, 육신이 보존되지 못한 아이들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맡은 의무 이외의 일은 모두 주인님이 처리하시거든. 그나저나 나는 이번 시험에서 나에게 도전할 수 있는 아이들을 따로 뽑도록 하겠다. 나와 그래도 겨루려면 비교적 머리가 잘 굴러가야 하는 아이겠지? 음... 내가 보기에는 말이다... 우현이, 그리고 성종이. 너희 둘이 잘 얘기해서 나하고 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을 고르렴."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진행된 탓에 우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체스라면 아주 오래 전부터 성규가 좋아하던 게임이라 익숙하긴 했지만, 정작 자신은 성규와 체스를 둘 때마다 항상 지곤 했다. 성규 왈, 본인은 항상 똑같은 방법으로 체스를 두는데, 그리고 중간에 항상 우현을 위해 한 번 실수를 의도적으로 하는데, 왜 항상 똑같이 당하냐고 하더라. 우현도 알고 있었다. 처음엔 어떻게든 성규를 이기려고 말을 요리조리 바쁘게 움직였지만, 고개를 들어 성규가 여우같이 웃는 모습을 보고 나면 머리가 하얀 백지장이 되듯 모든 전략을 까먹곤 했다. 성규가 워낙 잘 두기도 했지만, 아마 심리적 요인이 더 컸으리라, 하고 우현은 생각했다. 고개를 들어 보니 호원은 자신을 호명하지 않았다는게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았던지 툴툴대고 있었고, 동우는 성열에게 체스에 관한 기본 상식을 알려 주고 있었다. 명수는 그 둘 옆에서 가만히 팔짱을 낀 채 동우의 설명을 듣고 있었고, 성종 또한 땅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손가락으로 땅에 체스판을 그렸다. 우현은 성종의 옆으로 다가가 땅에 손을 짚고 철푸덕 앉았다.



"뭐하세요?"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현 씨라고 했죠?"

"네, 맞아요. 혹시 체스 둘 줄 아세요?"

“아니요..”

"성종 씨는 여기 나가고 싶으세요?"

"저요? 저야 당연히 나가고 싶죠. 전 진짜 억울하게 온 거 같아요. 다들 사연이 있는건 이해하겠는데, 저는 진짜 제가 왜 여기에 온지도 모르겠고, 근데 흠, 딱히 돌아갈 이유도... 아 모르겠어요! 다 모르겠어."

"그럼 절실하지 않으시겠어요."

"네?"



죽기 전에도 이상한 사람이 꼬이더니, 죽은 다음에도 이상한 사람이 꼬이는구나. 자신의 주위에는 이상한 사람들밖에 없다고 성종은 생각했다.



"성종씨, 저는 꼭 다시 돌아가야 해요. 가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성종씨가 자신 없으면 제가 할게요."

"아... 예...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우현은 곧 중엽에게 고개를 돌리고는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안내자님! 제가 하겠습니다."

"하하, 자네로구만! 괜히 반갑네. 그냥 너한테는 정이 간단 말이야. 근데 알다시피 이게 봐줄 수 없는 게임이란 말이지. 나도 이게 체면이 있어서..."

"빨리 시작하죠."



우현이 재빨리 중엽의 주절거림을 단 칼에 잘랐다. 중엽은 멋쩍었던지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체스판을 손바닥 위에서 만들어냈다.



"우와..."

마법같은 현상에 놀란 성열이 본인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었고 재빨리 그의 입을 명수가 막았다.



"쉿, 지금 집중해야되요."



중엽의 손 위로 펼쳐진 거대한 체스판 위에 말들이 하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성규 형, 김성규 였다면 과연 어떻게 했을까?



우현과 중엽 간의 체스 경기가 시작되었다. 동우를 비롯한 나머지 구성원들은 관람석으로 가서 경기를 지켜보았다.



"호원 씨."



처음 만났을 때 와는 사뭇 다른 동우의 중저음 목소리에 호원은 괜사리 소스라치게 놀랐다.



"네?"

"아주 옛날에, 도서관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어요."

"뭔데요?"

"참 신기하게도, 어떤 사람이 지금 내 눈으로 보고 있는 경기에 대해서 글을 적었던 적이 있었나봐요."

"음... 그런데요?"

"그 작가는, 저 이중엽 이라는 신에 대해서도 정말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뭐라고 하덥니까?"

"저 사람은 굉장히 소심하고 쓸 데 없는 것에 보수적이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지 본 모습 만으로도 충분히 그런 것 같네요."

"그런데 조심해야 할게, 수더분해보이고 참 빈틈이 많을 것 같지만, 그래도 굉장히 고단수라고 하더라고요."

"하하, 하긴, 그래야지 저 일도 해먹고 살지 않겠습니까? 하염없이 빈 틈만 보여주다가는, 체면이 말이 아닐테니까요."

"그 책에서는 중엽 씨의 모습에 대한 설명이 있었습니다. 아까 중엽 씨가 자신을 목동의 신이라고 소개하지 않았던가요? 우리는 항상 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신은, 그의 자질이나 행동이 어떻든 간에, 꽤나 전지전능한 편 이거든요."

"그 말은, 승산이 별로 없다는 말입니까?"

"승산이 아예 없는 편은 아닙니다. 제가 읽은 책에서는, 이 경기에서 이긴 자의 이야기가 들어 있더라고요. 게다가 저 신에게는 한 가지 굉장히 큰 오류가 있더라고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만큼 이번 판에서는 우현 씨를 믿어야겠죠."



동우는 호원의 말에 침묵했다.



'부디 우현이 어리석은 자가 아니기를...'



우현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성규 형이 두는 방법하고 똑같잖아!'



불렛 체스는 빠르고 재치 있는 수를 두는 것이 관건이었다. 중엽이 규칙을 이용해 체스를 두는 플레이어라면 도전해 볼 만 했다고만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중엽이 두는 수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모습이었다. 우현은 머리를 쥐어 짜내어 자신이 도대체 어디에서 폰 두 개를 한 칸씩, 나머지 폰 하나를 두 칸 앞으로, 그리고 비숍과 나이트를 앞에 세우는 전술을 보았는지 기억해내려 애썼다. 그리고 마침내 우현은 성규가 중엽의 플레이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방법으로 체스를 두었음을 기억해 냈다. 우현은 지금 이 상황이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저 사람이 어떻게 나하고 성규 형의 체스 플레이 방식을 알고 있는 거지? 만약 안다면 내가 밀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아니나 다를까, 중엽은 성규와 똑같은 방식으로 우현의 목을 졸라왔다. 우현이 잠시 과거의 기억에 방심한 사이, 중엽은 룩 앞에 위치한 폰을 한 칸 움직였다. 우현은 성규의 체스 경기를 다시 한 번 떠올렸다.



***



성규가 룩 앞에 위치한 폰을 한 칸 움직이자마자, 우현은 인상을 장난스레 찌푸렸다.



"김성규, 너가 너무 잘 하니까 내가 체스를 둘 맛이 안 나잖아."

"그래? 그런데 우현아, 체스를 이기는 방법은 사실 간단해. 우리가 만약에 놀이공원에 놀러갔어. 동물원도 가보고, 회전목마도 타 보고, 롤러코스터도 타고. 그런데 마지막으로 우리가 관람차를 타려고 걸어가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서로를 놓쳐버린거야. 그러면 넌 나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일단 관람차를 타려고 했으니까 관람차 앞에서 기다려야 하나?"

"아니, 우리 둘 다 관람차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잖아. 그러니까 암묵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가장 마지막으로 같이 탔던 롤러코스터 앞에서 만나면 되는거야. 거기서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면 회전목마 앞에 가고, 그래도 못 만나면 동물원에도 가고. 돌아가는 노선은, 항상 우리가 왔던 길 그대로."

"그렇구나..."

"체스도 똑같아. 전략 중에 백트래킹 (Backtracking) 이라는게 있어. 올바른 답을 구할 때까지 그 전의 수, 그 수의 전의 수, 또 그 수의 전의 수... 이렇게 계속 가면서 상대방의 빈 틈이 어떤 것 이었는지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알아 내는거야.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이 방법만큼 다음 수를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방법 또한 없지."

"어려워..."

"어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한 번 시도해보자. 넌 똑똑하니까 할 수 있을거야."

성규의 말에 힘을 얻은 우현이 백트래킹을 시도해 보았다. 하지만 모든 말이 돌아가고 나서도 성규가 어디서 의도적으로 져주었는지 우현은 보통 알 길이 없었다.

"도저히 모르겠어."

"모르겠지?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이번에 두는 수가 함정이거든. 하하하!"

"김성규 너..."



우현이 장난스레 성규의 입술을 덮쳤고, 체스 판은 이미 뒤집어진지 오래였다. 그 다음에도 우현은 종종 성규와 체스를 두곤 하였지만, 단 한 번도 성규의 실수를 어떻게 파고 들어가야 할지 몰랐다. 그리고 그 다음에 우현과 성규가 체스 게임을 할 때마다 체스판은 항상 책상 위에서 뒤집어졌다.



***



우현은 중엽이 방금 한 칸 움직인 폰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저 사람이 성규 형의 규칙을 따랐다면, 저 사람이 지금 움직인 저 말이 가장 큰 실수야.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저 실수를 이용해서 이길 수 있을까.'

우현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길이었다. 항상 여기까지 체스를 두고 나면 우현의 인내심은 바닥에 닿을 정도로 한계를 느끼곤 했다. 하지만 이제 우현의 상대는 성규가 아닌 중엽이고, 우현의 옆에는 차가운 눈빛의 성규가 아닌 간절히 자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이 체스말들 뿐...'



30초가 남았다. 적어도 3초 이내에 모든 계산을 끝내야 했다. 머리 속으로 재빠르게 경우의 수를 계산하던 우현은 문득 잊고 있었던 자신의 폰을 떠올렸다. 아까 시작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습관처럼 두 칸 앞으로 두었던 폰이었다. 우현은 그 폰을 한 칸 앞으로 보내 룩을 가로막았다. 이렇게 된 이상 룩은 적어도 이번 턴에는 돌지 않고, 다음에 퀸 자리까지도 위협할 수 있었다. 우현의 차례가 지나자, 놀랍게도 중엽은 자신의 룩으로 자신의 폰을 제거해버렸다.



"저거, 저 사람 왜 저러는거에요? 저것도 전략인가?"



도통 이 게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성열이 호원에게 물어보았다.



"아까 저 사람이 자신은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잖아요. 저 수 또한 규칙에 의한 트릭일지 규칙에 의한 판단미스 일지는 계속 보면 알겠지."



그리고 시간이 지날 수록 중엽의 체스 플레이는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마치 명령어 한 줄을 잘 못 집어넣은 프로그램마냥, 혹은 중간에 잘 못 감긴 카세트테이프마냥, 중엽은 자신의 폰으로 자신의 나이트를 제거하는가 하면 킹을 체스말의 선두에 내세우기도 하였다.



"체크메이트."



우현의 나지막한 한 마디와 함께 게임은 종료되었다.



"우와, 우현 씨 정말 대단해요!"

"우리 근데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지 말고 서로 소개 좀 하죠."

"몰라요, 몰라! 오늘은 그냥 즐겨요!"

"하하... 어쩌다 보니 운이 좋게 맞추었네요."



자신이 패했다는 사실에 경직된 모습을 보이던 중엽도 곧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우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웃었다. 나머지 사람들이 기뻐하는 와중에, 동우는 나지막히 글의 한 구절 같은 말을 읊조렸다.



"신은 정해진 운명 대로 체스말을 두었다. 그 것이 그가 항상 방랑자들을 시험하는 방법이자 그에게 유일하게 허락된 '규칙적 유희' 였다. 아니, 유희라기보단 어쩌면 형벌일수도... 하지만 인간은 달랐다. 그는 정해진 운명을 몰랐었고, 자신에게 허가된 시간 그 이상을 가 본 적이 없었다. 불규칙성. 어쩌면 이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형벌이 아닌 선물일지도..."



모닥불을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이런저런 수다를 나누다가 모두 곯아 떨어진 긴 밤, 우현만이 홀로 별을 쳐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성규 형, 형을 찾으러 내가 지금 가고 있어. 회전목마 앞에서도 기다릴거고, 그래도 못 만나면 동물원 앞에서도 기다리고 있을게. 형을 여기서 찾기 시작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왔던 길의 끝에서 다시 돌아가는건지 나는 사실 잘 모르겠어. 그래도 내가 이 길을 따라 돌아갔을 때, 형도 우리가 왔던 길 그대로 다시 돌아가줘. 그 곳에서 다시 만나자.'



우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보름달만 밝게 우현 일행을 비추고 있었다.



글을 마치며...

글자수 초과되서 당황했습니다 ;ㅁ;.... 그래서 세 편으로 나누느라 힘든 시간 겪게 되네요... 나름 인터넷 잘 한다고 자부심 부렸는데 앞으로 몸 사리고 글쓰기에만 전념해야겠습니다.  ㅠㅠㅠㅠ 이번에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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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으앙ㅠㅠㅠㅠ작가님 짱이예여ㅜㅜㅜ타로카드라니ㅜㅜㅜㅜ
9년 전
Ace of Swords
감사해요 ㅎㅎ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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