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어떤 존재니?
W.별모양곰돌이
왜 일까. 온통 검은 색이였다. 서 있는 지 앉아 있는 지 모를 정도로 감각도 없었다. 그저 내가 있구나... 정도만 생각했다. 그렇게 있었다. 그렇게 있다 보니 어디선가 소리가 들리더라. 그 소리는 울음소리더라. 아니, 짐승의 소리더라. 짐승의 소리. 짐승... 몸이 굳어졌다. 아, 짐승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저것은 짐승이 아니라 괴물이야. 내 몸을 더듬고 내 몸을 핥고 내 몸을 유린하는 짐승. 더럽고 추악하고 냄새나는 쓰레기들. 아... 나는 또 그들에게 범해지고 말았다. 싫다, 벗어나고 싶다. 달아나고 싶어. 살려줘. 살려줘. 제발 살려줘. 숨 막혀. 나를 놔줘. 제발. 제발...!!
“으아악!!”
거친 숨이 몰려 나왔다. 성규는 턱을 타고 흐르는 땀을 닦았다. 목이 말랐다.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셨다.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 마시고 또 마셨다. 겨우 진정이 되는 가 싶더니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려고 해도 꿈이 다시 성규를 덮쳤다. 그리고 현실 역시 성규의 정신을 휘감았다. 성규는 그대로 냉장고 앞에 주저앉았다. 냉장고를 기대고 앉으니 시원한 것이 조금은 안정감을 줬다. 어깨를 감싸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오직 자신의 숨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여기는 내 공간. 나만의 공간이다. 고개를 들어 방을 둘러보았다.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어하고 부정을 할 것인지. 하지만 인정을 하란 말이야? 남자들한테 강간을 당했다는 것을?
성규는 눈을 감았다. 다른 생각을 하자. 다른 생각... 그 사건이 있은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이 정도면 충분히 극복을 할 수 있는 시간 아니었나. 성규는 감은 눈 사이로 비집고 나오려는 눈물을 꾹 참았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 듯 아파왔지만 숨을 쉬지 않으면서까지 눈물을 참았다.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차라리 죽으면 편할까? 하지만 죽으면? 남은 사람들은...
성규는 자리에서 일어나 불을 켰다. 오늘도 자기는 글렀다. 한 숨을 쉬며 혼자 살고 있는 자취방을 둘러보았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리가 되어있는 물건들. 성규는 찬찬히 보며 뭔가 흐트러진 것이 없나 살펴보았다. 혹시나 있을 먼지도 다시 닦아내며 꼼꼼하게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바닥도 손걸레질로 다시 다 닦았다. 이제야 뭔가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오늘도 2시간 이상을 자지 못 했다. 잠을 얼마 자지 못 했다는 생각에 저절로 피곤함이 밀려왔다. 차라리 피아노를 치러 가야겠다 싶어서 짐을 챙겨서 서둘러 집을 나섰다. 새벽에 학교를 가버리는 것이 차라리 편했다. 최대한이면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었다. 다른 사람들의 냄새가 불쾌하고 싫었다.
학교 정문을 지나는 길에 새벽부터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학교 체육학과 학생들인 것 같았다. 파란 유니폼을 입은 그들을 보며 성규는 들고 있는 책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행여나 그들이 볼까 싶어서 서둘러 책을 들고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벗어나려 했다. 아 싫다. 저 파란 유니폼과 땀 냄새. 그들이 입고 있던 옷과 축구화. 싫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차라리 오늘은 빨리 나오지 말 걸. 성규는 뻔한 후회를 하며 이제는 뛰기 시작했다.
음대로 가는 좁은 오솔길로 가려다 성규는 걸음을 멈췄다.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발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 길을 아는 사람은 몇 없는데... 잘 못 선택한 것 같았다. 아직 해가 다 뜨지 않은 어두운 길을 위험했다. 성규는 걸음을 멈추었다. 다리가 얼어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뒤이어 성규의 뒤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성규는 이가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리는 것을 느꼈다.
“성규야, 나 두준인데...”
윤두준? 성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성규의 표정은 파리하게 굳어져 있었다. 윤두준은 그 파란 유니폼에 축구화를 신은 채로 땀에 젖어 있었다. 멋쩍게 웃는 두준이 하하 하고 웃었다. 웃어? 왜? 너네들끼리 내 얘기 하고 너 지금 나를 농락하는 거야?
“아 맞다, 너 땀 냄새 싫어한다고 했지. 근데 급해서 뛰어 왔어.”
어쩌다가 교양필수 수업 때 만난 윤두준이었다. 괜찮은 녀석이였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윤두준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들과 같은 체육복을 입고 축구화를 신고 땀 냄새를 풍기는 그 꼴을 도저히 눈 앞에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수업에 안 나가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마주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너 왜 수업 안 들어? 너... 혹시 내가 한 말 실수 때문에 그래? 그건 그냥 친해지려고... 하하.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데... 체육만 하다 보니까... 어, 그러니까... 음...”
“그 수업 드롭이야.”
성규가 고개를 돌렸다. 음대 건물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는 데 다시 두준이 성규의 발목을 잡았다.
“왜?”
순수하게 한 질문일까? 성규는 입술을 깨물었다.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무슨 상관이야.”
날카롭게 꽂히는 말에 두준은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어느 날부터 갑자기 사람이 바뀌었다.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두준은 성규를 뒤따라가려다가 말았다. 새벽훈련을 하다가 갑자기 나왔으니까. 그것도 주장이라는 녀석이. 두준은 다음에 만나면 더 신경 써서 물어볼 것을 다짐하며 걸음을 옮겼다. 운동장으로 돌아가니 몇몇이 모여 떠들고 있었다.
“야! 너네들!”
두준의 불호령에 화들짝 놀라며 자세를 바로 한다. 새내기라면서 축구부에 들어와서는 영 시원찮다. 한 번만 더 눈에 뛰는 행동을 하면 바로 아웃을 시키려고 늘 생각을 했었다. 두준은 훈련을 지도하면서 멀찍이 보이는 음대 건물을 바라보았다. 작곡과 학생들이 주로 쓰는 6층의 한 강의실 불이 켜졌다. 성규가 피아노실로 들어간 것 같았다. 왜 혼자 이 새벽에 와서 연습을 하는 걸까.
두준은 재수강을 하느라 1학년 교양필수 과목을 들었다. 같은 4학년이라고 조원이 된 성규는 음대생이라는 것부터 매력적 이였다. 음대생답게 항상 손에는 음악노트가 들려 있었고 이어폰을 꽂고 다녔다. 두준은 일찍부터 운동만 하느라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나름대로 기타도 혼자 독학 했었다. 그런데 진짜 음악을 전공하는 녀석과 친해질 기회가 생기다니 두준으로써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다.
“너 피아노 잘 치겠다.”
“당연하지.”
성규는 얄밉게 잘난척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을 정도로 재치 있게 자기 자랑 할 건 하고 겸손할 땐 겸손한 매력적인 아이. 특히 피아노를 쳐서 그런지 하얗고 긴 손은 꼭 만져보고 싶었다. 가만 보면 집에만 있었는지 피부도 보통 여자애들 보다는 희고 보드라워 보였다. 손바닥도 분홍색에 말랑말랑 해 보이고. 리더십도 있어서 조원들도 많이 따랐다. 잘 웃기도 했고 가끔 노래를 흥얼거릴 때도 노래가 꽤 수준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고등학생 때 스쿨밴드 보컬을 했을 정도라나. 그런데 그런 김성규가 어느 날 갑자기 수업에 나오지 않았다. 음대에 아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여서 어떻게 물어 볼 사람도 없었다. 그렇게 김성규는 공중에서 사라졌다. 문자를 보내도 답장이 없었다. 전화까지 하기는 뭣 해서 못 했는데 새벽 훈련을 하는 중에 지나가는 성규를 본 것이다. 두준은 그 자리에서 바로 성규를 향해 달려갔다. 그런게 김성규가 뭔가 이상했다. 어딘가 쫓기는 것 같았고 다급해 보였다. 못 본 사이에 살이 엄청 빠져 보이기도 했다.
항상 새벽에 학교를 오는 건가 싶어 그 다음 날 두준은 성규가 걸었던 길에 성규를 기다렸다. 벤치에 앉아 약간은 추운 공기에 몸을 떨고 있었는데 저 멀리 저벅거리는 걸음소리가 들렸다. 아, 역시 김성규였다.
“김성규!”
두준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지만 성규는 화들짝 놀라며 들고 있는 책까지 떨어뜨렸다. 두준이 성규의 앞으로 가서 떨어진 책들을 주웠지만 성규는 그 자리에 서서 꿈쩍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시선은 두준이 아닌 허공을 향해 있었다. 이상함을 느낀 두준이 성규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지만 그 곳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성규야?”
두준이 성규의 앞에서 손을 흔들자 성규가 파르르 떨며 두준의 손을 날카롭게 쳐 냈다. 당황한 두준이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성규를 바라보았다. 성규는 두준의 손에서 책을 빼앗으며 두준에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나한테 다가오지 마.”
“왜 그래? 사람한테.”
기분이 나빠진 두준이 성규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다가오는 두준을 보며 소스라치게 놀란 성규가 몸을 움츠렸다. 이를 악물고 있는 듯 볼 주위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두준이 다시 성규에게서 한 걸음 멀어졌다. 침묵이었다. 침묵 속에서 성규는 여전히 떨고 있었다. 두준은 다시 냉철하게 생각 해 보기로 했다. 무슨 질문을 해야 하지? 뭐라고 말을 해야 성규가 방어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보다 성규의 이름을 다시 불렀다.
“성규야.”
“제발 가. 그냥 가!!”
소리를 꽥 지르는 성규에 놀란 두준이 멀뚱히 서 있었다. 성규는 두준이 움직일 때 까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으려는 생각인 지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시선은 바닥만을 향하고 있었다. 불안정 하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두준은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았다. 두준은 한 걸음 더 성규에게서 멀어졌다.
“왜 그런 지 말을 해 줘야 나도 납득을 하지. 갑자기 사람을 무슨 쓰레기 보듯 하는 데... 나라고 기분 좋은 줄 알아? 이유라도 알아야 이해를 하지...”
“그냥 알려고 하지 마, 제발... 나 힘들단 말이야.”
울먹이며 말 하는 성규 때문에 두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둘 사이에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저렇게 예민하게 구는 걸까. 떨리는 성규의 목소리에 두준은 그대로 갈 수 없었다. 절대로.
“너가 나 싫어해도 나는 이유를 알아야겠어. 내일 또 올게.”
두준은 할 말만 마치고 성규를 뒤로했다. 두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난 뒤 성규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
오후 훈련을 위해 탈의실로 가던 도중 두준은 탈의실 안에서 떠드는 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보통 같으면 같이 농담이나 하고 떠들 두준이였지만 탈의실에서 나오는 성규의 이름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목소리를 듣자하니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생이었다. 두준이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무리였다. 두준은 탈의실 문 앞에 붙어 안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김성규를 이렇게, 저렇게, 팍팍!”
“하하하- 이 새끼. 남자 따먹으니까 좋냐?”
“씨발. 허리를 이렇게, 이렇게 해서.”
“이 의자에다 엎드려가지고 엉덩이를 막~”
무슨 소리지? 두준은 알 것 같으면서도 알 수 없는 말들에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인식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꼭 김성규를 강간하고 하는 말 같은...
“요즘 수업 안 나오는 거 후장따이고 나서 안 나오는 거 아니야~ 우리 얼굴 보기 그러니까.”
“크하하- 하는 짓 겁나 귀엽네.”
“다음에는 김성규 다리를 이렇게 해가지고 여기를 팍팍!”
씨발, 이거였어. 두준은 탈의실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쇠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자 탈의실 안에 있던 녀석들이 두준을 보았다.
“주, 주장?”
“이 쓰레기 새끼들아, 너희들 같은 쓰레기들은 때릴 가치도 없어. 당장 이 자리에서 꺼져!!!”
두준의 불호령에 다들 어리둥절이었다. 탈의실 안 상황은 가관이었다. 속옷만 입고 있는 이들이 음담패설의 수준은 알 만 했다.
“셋 센다. 앞으로 너희들 전원 내 눈 앞에서 보이지 마라. 하나...”
“서, 선배님. 도대체 무슨 일로.”
“둘...”
“선배님...!”
“... 셋.”
두준은 옆에 있던 대걸레를 들었다. 발로 세 개 차니 대걸래가 부러지며 손에 쥘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됐다.
“어느 새끼부터 죽여줄까. 이 쓰레기들아.”
“죄, 죄송합니다!!!”
심히 광기마저 느껴지는 두준의 눈에 그들이 꽁무니 빠지듯 서둘러서 짐을 챙겨 부랴부랴 탈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자 두준은 대걸레를 거칠게 바닥에 내팽겨쳤다. 분노가 삭아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가서 면상을 갈겨주고 싶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 된 다는 것은 잘 알았다. 2차적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두준은 이제야 성규의 모든 행동이 이해가 갔다. 두준은 바로 성규에게 가려던 것을 멈췄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이 그들과 같은 체육복이였다. 거기다 땀 냄새가 범벅이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씻고 옷을 갈아 입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두준은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성규가 주로 있는 음대로 갔다. 음대로 가는 길에 집으로 가는 듯 한 성규가 보였다. 성규는 빠르게 걷고 있었고 바닥만 보고 걸었다. 귀에 꽂혀 있는 이어폰도 너무나도 방어적으로 보였다. 막상 성규를 보니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두준은 성규의 뒤를 쫓았다. 어떡하면 성규가 놀라지 않을까. 두준은 성규의 뒤에서 걸으며 몇 번을 손을 뻗었다 내렸다. 왜 이렇게 말을 걸기가 어렵지. 두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씨발, 뭐가 이렇게 안타까워. 두준은 눈을 꽉 감고 손을 뻗어 성규의 어깨를 잡아 성규를 돌려 세웠다. 갑작스러운 두준의 행동에 놀란 성규가 소리도 지르지 못 하고 몸을 굳히고 책을 떨어뜨렸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두준은 책을 주워 성규에게 들려주었다.
“이어폰 노래 안 듣고 있지?”
두준을 보는 성규의 두 눈이 크게 일렁였다.
“샤워도 하고 옷도 갈아입었어. 심지어 향수도 뿌렸어. 너 보려고.”
“... 불쾌해. 너 이러는 거.”
성규가 두준에게서 뒷걸음쳤다. 이번에 두준은 멀어지지 않고 성규가 멀어진 만큼 다가갔다.
“다 알아. 그러니까 어디 가지 마 성규야. 내가 니 옆에서 지켜줄게, 바보야.”
“너가 뭔데. 니까짓 게 뭔데?”
“성규야.”
“두준아. 한 마디만 할게.”
“응?”
“꺼져.”
성규의 말에 잠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했다. 성규는 뒷걸음질 치다가 몸을 돌려 두준의 시야에서 멀어지려 하고 있었다. 두준은 잠시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성규가 다시 멀어지고 있었다. 놓칠 순 없다. 두준은 성규의 뒤를 따라 뛰었다. 그 와중에도 생각하는 건 땀 냄새 싫어할텐데... 였다. 이것 봐. 나는 벌써 김성규를 이렇게나 신경 쓰고 있는데. 두준은 정문을 나가 횡단보도 앞에까지 갔다. 횡단보도 건너에 김성규가 빠른 걸음으로 원룸촌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두준은 이대로 성규를 놓치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발을 동동 거리다 무단횡단을 했다. 빠르게 뛰어 성규를 따라잡은 두준은 성규를 다시 한 번 돌려 세웠다. 성규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불안하게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며 두준은 성규에게서 또 한 걸음 멀어졌다. 너 왜 이렇게 불안해 해...
“윤두준.”
“왜.”
“너 나랑 자고 싶어? 나랑 잘래? 내가 자주면 안 따라 올래?”
“무슨 그렇게 심한 말을 해!”
“다 들었잖아! 내가 어떤 짓을 당했는지!”
“그래, 다 들었어. 그래서 씨발, 나도 열 받아 죽겠어! 나도 화 나!”
두준은 욕지기를 내뱉으며 한 숨을 쉬었다. 머리를 헝클이며 짜증을 내는 두준을 보며 성규는 떨리는 숨을 내뱉었다.
“너가 뭔데 화를 내?”
“그래, 나 아무것도 아니야. 근데 씨발, 나는 니가 좋다고. 좋아서 신경 쓰이고. 존나 니가 안타까워서 미칠 것 같아! 나는 너한테... 어떤 존재이고 싶다고.”
두준은 한 숨과 함께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말 하는 게 아닌데... 두준은 양 손으로 머리를 헝클이며 중얼거렸다.
“김성규 니가 좋아, 좋다고... 진짜 좋아서... 너 옆에 있고 싶어.”
“나한테... 뭘 바라지 마... 싫어.”
“너한테 바라는 거 없어. 그냥 나한테 하룻동안 있었던 일 말 해주고... 오늘 수업 어땠다, 교수 짜증났다. 그냥 이런 거 말 해주고... 그러면 돼...”
땅이 꺼지 듯 한숨을 크게 쉰 두준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준이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는 데 성규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좀... 감싸줘.”
“...”
“나를... 나를...”
숙여진 성규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깜짝 놀란 두준이 성규를 끌어안았다. 두준의 어깨에 기대어진 성규읜 눈물이 두준의 어깨를 적셨다. 아... 김성규가 윤두준의 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
그냥 두규가 쓰고 싶어서... 막 썼는데... 자기 만족이죠 뭐... 하하하
시험도 끝났겠다. 하하하
근데 시험치고 나니 멘붕...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