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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별모양곰돌이

 

 

조용한 저택

 

 

 

 

1.

 

 

두 달 시한부 인생.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밑도 끝도 없이 심장근육이 지방으로 변해 심장이 멈춰버리는 병이라니. 예상이야 했지만 이렇게 죽을병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동우는 책상에 앉아 집히는 공책을 부욱- 찢었다. 그리고 대충 잡히는 펜을 잡고 편지를 쓰려고 하니 나오지도 않는다. 젠장, 펜도 안 도와주네. 동우는 다른 펜을 집어 대충 편지를 썼다.

[어차피 죽을 목숨! 세계여행 좀 하겠습니다.]

그래, 모름지기 사내라면 배낭 하나 매고 세계여행을 해야 함이지. 하지만, 정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판국에 세계여행 했다가 길가에서 픽! 죽어버리면 말 그대로 개죽음. 제대로 장례한 번 못 치르고 날아다니는 독수리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이거지. 그렇다면... 북한으로 가자! 같은 대한민국 땅이기도 하고, 또 잘만 한다면 그대로 중국으로 갈 수도 있고. 어디 산타고 잘 넘어가면 북한으로 갈 수 있겠지...?

동우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 들어간 배낭을 챙기고 지갑도 챙겼다. 꽤 두툼한 지갑에 행복해하며 지갑을 열었지만. 이게 웬일. 영수증만 가득 차여 있었다. 현금이 없군. 그래, 굶어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우리나라 인심은 아직 따뜻하다는 생각과 함께 동우는 집을 나섰다. 물론 편지는 냉장고에 붙여놓고 말이지.

“일단은...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가야겠지? 일단은 파주 쪽으로 가야 하나...”

그렇게 동우의 세계여행은 시작이 되었다.


**


“사람 피 냄새가 진동을 하길래 주웠는데.”

명수가 어깨에 피투성이가 된 무언가를 하나 들고 왔다. 아무렇지도 않게 바닥에 그것을 털썩 내려놓은 명수가 멍하니 로비에 서 있는 성종을 바라보았다.

“주웠어요.”

명수가 동우를 신기해하며 매만졌다. 머리도 만져보고 어깨도 만져보고. 상처가 난 부위도 만져보았다. 생살에 손이 닿자 아픈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아직 정신은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였다. 또 다른 한 쪽에서 튀어나온 성열이 로비에 쓰러져 있는 동우를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전혀 미동이 없는 동우를 보며 성열이 명수에게 물었다.

“어디서 주웠어?”
“마트에서 장보고 오는 길에...”
“차에 치였나?”
“그런 듯. 어어...?”

성열은 동우를 들어 올렸다. 어깨에 올리자 축 늘어진 동우의 팔을 타고 핏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떨어지는 핏방울을 보며 입맛을 다시던 명수가 조심스럽게 손가락에 핏방울을 묻혔다. 손가락 위에 붉은 선혈을 보던 명수가 혀를 내밀었다. 천천히 피냄새가 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명수는 손가락을 혀끝으로 가져갔다. 그러다 문득. 멀리서 날아오는 책에 머리를 맞고 말았다.

“아악!”
“김명수!”

성종이다. 명수는 인간의 피를 먹으려 했던 자신을 자책하며 핏방울을 튕겨 내버렸다.

“미안.”
“조심해. 그리고 이성열. 어디 가?”
“아... 재밌잖아~ 아직 죽지도 않았는데. 키워봐야지.”
“그거 얼마 못 가서 죽어.”
“그래서 키워보자는 거야. 이런 조용한 저택에는 쫑알거리는 강아지 한 마리는 있어야 하는 법이야.”

성열은 캄캄한 저택의 계단을 걸어 3층까지 올라갔다. 간간히 복도에 달린 촛불이 붉게 타오른다. 마치 신이난 성열의 마음을 타고 요동치듯 타오르는 불꽃이 동우를 몽롱한 정신에서 깨이게 만들었다. 아, 눈부셔... 성열을 뒤따라 오르던 성종이 조잘거리며 잔소리를 늘어 놓았다.

“복도에 피 냄새 묻히지 마. 호원이가 싫어할 거야.”
“얘 좀 살리자.”
“뭐?”

성종의 말을 뚝 끊은 성열이 두 눈을 맑게 뜨며 말했다.

“네 말대로 곧 죽을 목숨이라면. 우리가 그 동안 키우자고. 재밌잖아!”
“무슨 소리야.”
“야! 순수혈통이랍시고 무게만 잡는 이호원. 오래 살았다고 시끄럽기만 한 이성종 너! 또 어디서 굴러온 김명수에 잘생긴 나. 끝! 이 구성원 지겹지 않아? 이런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는 저택에는 이런 놈 하나 키워도 재밌잖아? 응? 안 그래?”
“... 그래도... 호원이 허락이 있어야지.”

사실 성종도 이곳 생활이 지겹기는 마찬가지였다. 오래 산 탓도 있겠지만 별 에피소드가 없는 이곳이다. 다른 곳곳에 숨어 사는 뱀파이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성종은 어깨에 힘을 뺐다. 이런 거 하나 키워도 뭐 별일 있겠어? 거기다 길어야 두 달이면 죽을 것 같이 기가 약한데.

“좋아. 일단 상처치료 좀 하고.”
“역시 우리 할배.”

성열이 성종의 어깨를 툭툭 쳤다. 성종은 또 한숨을 쉰다.

“나이 얘기 하지 말랬지. 내가.”
“아잉~ 무셔워~”

생존하고 있는 뱀파이어들 중에는 순수혈통을 제외하고 나이로만 열 손가락 안에는 들 거다. 뭘 그렇게 오래 살았는지. 성종은 자신에게 위기 때 마다 요리 조리 잘 피해 다닌 운이 있다고 믿었다. 뭐, 어쨌든 길게도 살고 있다.


**


호원이 저택의 문을 열자 저택에 있는 모든 촛불들이 주인을 반기며 붉게 타올랐다. 한꺼번에 후욱- 하는 거친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불길에 놀란 동우가 몸을 움찔거렸다. 순간적으로 밝아진 방 안에서 처음으로 성종의 얼굴을 자세히 본 것 같다. 아, 호원이 왔다- 라는 말에 성종이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멍하니 혼자 침대에 앉아있던 동우는 뭔가 볼안한 느낌에 심장이 조여 왔다. 뭐가 이렇게 불안하지. 심장 위에 돌덩어리를 얹은 듯한 느낌이 점점 강해지자 머리가 어지럽고 토기가 올라왔다. 동우는 한 쪽 팔로 몸을 지탱하다 순간적으로 팔이 꺾이며 침대 위로 쓰러졌다.

계단을 빠르게 내려온 성종이 호원을 맞이했다. 부엌에서 장 본 것들을 정리하던 명수도, 방 안에서 혼자 놀던 성열도 로비로 나왔다. 루마니아에서 열린 원로 회의에 다녀온 호원은 여전히 정식 제복을 입고 있었다. 가끔 보는 호원의 제복 입은 모습은 과연 순수혈통이라 할 정도로 침착하고 고풍스러운 멋이 뿜어져 나왔다. 까맣게 내려앉은 그의 머리칼 속에 보이는 보랏빛 눈동자. 순수하리만큼 투명하면서도 매서운 그의 보랏빛 눈동자는 신비로움이 넘쳐났다. 저 눈동자를 가지기 위해 헌터들은 호원을 수 없이 노렸었다.

“인간?”

낮게 깔리는 호원의 목소리를 타고 온 무언가가 동우의 심장을 또 다시 옥죄었다. 인간의 몸으로 버티기 힘든 호원의 존재감은 점점 동우의 목을 휘감아드는 듯 했다. 숨 쉬기가 점점 버거워진 동우가 아득한 정신으로 눈을 감았다. 나 죽나...?

“아. 맞다. 명수가 데리고 왔어.”
“왜.”

호원이 명수를 보자 명수는 어깨를 으쓱였다.

“땅에 있길래요.”
“다시 보내. 이곳에 인간을 들일 수는 없어.”
“아이, 잠시만!”

성열은 호원의 옆에 붙어 인간을 살려서 키워보자고 한다. 어차피 몇 달 밖에 못 사는 목숨이라며 성열이 목에 핏대를 세우고 호원을 설득했다.

“그래서, 이성종 방에 있나?”

대번에 동우의 위치를 파악한 호원이 성종을 본다. 성종은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계단을 올라갔다. 성종의 뒤를 호원이, 명수와 성열은 그 뒤를 따랐다. 성종은 묘한 눈빛으로 호원을 살폈다.

“이호원이 웬일로?”
“무슨 소리야.”
“아니야. 흘려들어.”
“싱겁긴.”

성종은 자신의 방문 앞에 서서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존재감을 서서히 지우며 들어갔고 호원도 지금껏 뿜어대던 기를 죽였다. 호원을 따라서 자신의 존재감을 모두 지운 뱀파이어들은 동우가 누워 있는 침대로 향했다. 마치 죽은 듯이 가슴을 부여잡고 누워 거친 숨을 뱉어내는 동우를 빤히 내려다 본 호원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호원은 그제야 완전히 자신의 존재감을 지워버렸다. 이제야 숨 쉬기가 편해진 것인 지 동우가 숨을 크게 내쉬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기절한 건가 싶어 호원이 손을 뻗어 동우를 살짝 건들이자 동우가 눈을 뜬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호원의 투명한 보랏빛 눈동자에 동우가 손을 뻗어 호원의 소매를 잡았다. 힘없이 소매를 잡아당기는 동우의 손을 본 호원의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혹시나 호원이 인간을 쫓아내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던 성열이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저승사자...”
“...?”
“나 이제 죽는 구나... 싫어, 에잇! 이 저승사자야! 꺼져!”

뻗어나간 동우의 발에 호원은 그대로 맞았다. 고스란히 동우의 발길질을 받은 호원은 중심을 잃고 옆으로 넘어지며 바닥에 무릎을 찧었다.

“... 이호원!!!!”

깜짝 놀란 뱀파이어들이 호원을 부축해 일으키려고 하자 호원의 귀가 빨개졌다. 아... 쪽팔려. 스멀스멀 새어나오는 호원의 검은 기에 성종이 호원의 등을 퍽퍽 때렸다.

“안 돼! 너 진짜 여기서 폭발하면 인간 죽어!”
“씨이...”

여전히 빨개진 귀를 하곤 씩- 씩- 거리던 호원이 제복에 묻은 먼지를 몇 번 털었다.

“그래, 키워보자. 나에게 저승사자라고 하는 인간을 키워보자고.”

호원은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동우를 내려다보았다. 동우는 몽롱한 정신에 호원과 눈을 마주쳤다. 아, 따뜻하다. 순간적으로 동우의 뇌리를 스치는 생각이었다.


*


다음 날 정신을 차린 동우는 성종을 따라 식당으로 갔다. 너른 테이블이 가득한 그 곳에는 뱀파이어로 보이는 이들이 앉아 있었다. 성종이 안내한 의자에 앉은 동우는 자신을 보고 있는 이들을 주욱- 훑어보았다.

“으음... 그러니까. 당신들이 다 뱀파이어라. 흐음...이거야?”

동우가 의심을 지우지 못 한 눈빛으로 뱀파이어들을 보았다.

조금 전 깨어난 동우에게 성종이 모든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동우는 당연히 무시. 어디 정신병원에 잘 못 왔다 싶어 탈출을 하려던 찰나. 명수와 마주쳤다.

“뭐죠?”
“명수야, 저 인간이 우리를 안 믿어. 하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그래요?”

명수는 동우의 앞으로 가 쟁반을 내밀었다. 쟁반 위에는 동우를 위해 만든 호박죽과 토스트가 있었다. 동우가 명수와 쟁반을 번갈아 보니 명수가 한 번 더 쟁반을 동우에게 내밀었다. 동우는 얼떨결에 명수에게서 쟁반을 받았다. 만족한 듯 웃은 명수가 잼을 발라먹기 위해 쓰는 나이프를 들었다.

“잘 봐. 인간.”

나이프를 든 손을 높이 쳐든 명수가 그대로 그것을 제 목에 박았다.

“아악!!”

눈앞에서 펼쳐진 광경을 목격하기 전에 성종이 먼저 동우의 눈을 가렸다. 하지만 그 다음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것이었다. 명수는 목을 뚫고 나간 나이프를 잡고 뽑았다. 터지는 핏방울이 동우의 옷에 묻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에 충격을 받은 동우가 심장이 쥐어짜듯이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이제 믿지? 난 살아있어.”
“으... 으어...”
“김명수! 인간 놀라잖아!”
“안 믿는다면서요. 이렇게 해야 믿지.”

명수는 동우가 떨어뜨린 쟁반을 다시 들어 올렸다.

“에효, 카펫트 빨아야겠네.”

다들 밥 드세요- 라며 식사시간을 알린 명수는 다시 부엌으로 내려갔다. 한숨을 푹 내쉰 성종이 동우를 일으켰다. 묘하게 코끝을 찌르는 피냄새에 동우가 몸을 떨었다. 소란에 방에서 내려온 성열이 동우의 어깨를 토닥이며 동우를 달랬다.

“괜찮아? 충격 받았어?”
“지지지지지지지지지금...”
“그게... 음... 뱀파이어들마다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저 김명수는 회복력이 빠른 게 강점이야. 그래서 저런 짓도 할 수 있는 거야.”
“으으...”
“그래, 이제 믿기는 믿냐? 우리가 뱀파이어라는 걸?”
“믿고 말고... 그게... 으으...”

눈만 꿈뻑이며 말하던 동우를 본 성열이 동우의 머리를 콩- 하고 쥐어박았다. 앗, 하는 소리와 함께 동우의 눈이 동그래졌다. 밥 먹으러 안가? 라고 태연하게 묻은 성열의 기다란 팔에 완전 찰싹 붙어 동우는 로비로 내려갔다.

동우는 일단 빠르게 머릿속으로 모든 사람... 아니 뱀파이어들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동우. 밥 맛있게 먹어.”
“아, 응...”

일단은 안 그래 보이지만 여기서 제일 나이가 많다는 이성종. 1000년 정도는 산 것 같아~ 라며 대충 말하는 발랄한 꼬맹이 같은 남자가 어르신취급을 받고 있었다. 뭐, 어쩔 때 보면 정말 대인배 같기도 하고 애 같기도 하고. 근데 정말 오래 살기는 살았는지 아는 게 많았다.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아시아지역 100인 원로라고 했다.

“맛있게 먹어. 내가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요즘 마트에 시금치랑 달래가 싸더라고.”
“응... 근데 상처는?”
“이거? 아픈 건 순간이라. 금방 나아.”

씨익- 웃으며 말 하는 그 모양새가 영 반갑지는 않았다. 이미 셔츠는 피로 물들어 있었고 갈아입을 생각도 없는 지 그대로 몸을 돌려 각자의 자리에 음식을 놓고 있었다. 저 남자의 이름은 김명수. 여기서 제일 어리다고 한다. 한 300년 정도 살았다고 하니. 뱀파이어들 중에서는 어린 모양이다. 회복력이 정말 빠르고 요리에 취미가 많다고. 최근 현대화 되는 덕에 마트가 생겨서 자가용을 끌고 다니면서 장을 보러 다닌다고 했다. 뱀파이어들 중에 인간의 피가 많이 섞여 있어서 햇빛을 잘 견딘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가사담당이 되었다.

“에효, 진짜 옛날에는 어떻게 먹고 살았나 몰라. 마트가 생긴 것도 한 십 년 됐나? 진짜 옛날에는 재철음식만 먹고 살았었는데.”

여기 키 큰 남자는 이성열. 아버지는 뱀파이어, 어머니는 인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너무 좋다고, 인간 특유의 살냄새가 좋다고 했다. 동우에게 가장 살가운 사람이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동우는 시선을 호원에게 옮겼다. 신기한 보랏빛 눈을 반짝이는 저 뱀파이어. 보라색도 그냥 보라색이 아니라 유리알처럼 반짝이는 보라색이다.

“왜?”
“윽... 아니...”

호원이 무슨 말만 하면 심장이 죄여오고 몸이 아픈 느낌이 들었다. 성종이 호원에게 눈치를 주자 그제야 자신의 기를 죽여 존재감을 지우는 호원이다. 원래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을 지우는 일이 귀찮았지만 그렇다고 동우가 귀찮지는 않았다. 이호원은 순수혈통이라고 했다. 그것도 세상에 다섯밖에 남지 않은 순수혈통. 오래 전 유럽에서는 마녀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종교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사상범이라는 이름으로 각 지역에서 죽임을 당했다. 동우는 호원의 저 보랏빛 눈동자가 신기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저 투명한 보랏빛은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저절로 훔치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순수혈통에게만 나타난다는 저 보랏빛 눈동자. 그것이 호원을 더욱 더 고귀하게 만들었다.

설마 뱀파이어들과 가정식 백반을 먹을 줄이야. 동우는 눈앞이 놓인 시금치된장국, 김치, 마늘쫑, 불고기등을 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여기에 피라도 섞인 건 아니겠지. 동우는 불고기를 먹으려다 젓가락을 마늘쫑으로 옮겼다. 조용하게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나다 문득 동우가 식사를 멈췄다.

“저기...”

일제히 시선이 동우에게 꽂혔다. 그것에 부담을 느낀 동우가 다시 한 번 침을 꼴깍 삼켰다.

“아니, 다른 건 아니고... 나도 물리면... 너희들처럼 돼?”
“응?”
“아니... 뭐. 뱀파이어한테 물리면 같은 뱀파이어가 된다고...”
“뭐야, 푸하하하! 역시 인간이란.”

성열이 동우를 놀리면서 비웃었다. 동우가 의아한 표정일 짓자 호원이 숟가락을 놓고 물로 입을 한 번 헹궜다.

“잘 들어.”

순간적으로 환하게 타오르는 촛불들에 의해 방이 마치 전구를 킨 듯 환해졌다. 성종이 눈을 비비며 빛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 중압감에 놀란 동우가 가슴을 부여잡았다. 그것을 눈치 챈 성열과 명수가 동우의 옆으로 자리를 옮겨 호원의 존재감을 어느 정도 커버 해 주고 있었다.

“우리들은 인간사냥을 하지 않아.”
“인간사냥?”
“뱀파이어들에게 여러 종파가 있다. 이것은 이념적으로 나뉘는 것이지. 순수혈통들이 인간들을 비롯한 마물들에게 외면을 당해 표적이 되었던 것도 인간사냥을 주장하는 강경파들이 원로들을 장악했었기 때문이었어. 우린 온건파다. 인간사냥을 한 뱀파이어를 비롯한 마물들은 내 손으로 없애.”
“아니 난 그냥...”
“뭐 궁금한 거 있나?”
“아니, 나는 뱀파이어에게 물려서 내가 뱀파이어가 된다면 좀 더 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어차피 나는 시한부 인생이니까. 그런 희망에... 하하.”

그저 웃어버리는 동우의 옆에 붙어 앉았던 성열이 동우를 바라보았다. 성종이 가진 능력은 인간의 수명을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성종의 말대로 동우는 시한부 인생이었다. 순간적으로 정적인 돈 식탁에 명수가 끼어들었다.

“후식 준비할게요.”


**


성규가 우현이 잠이 든 방문을 열었다. 성규가 문을 여는 소리에 살짝 눈을 뜬 우현이 성규를 보며 힘없이 웃었다. 초를 들고 서 있는 성규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다 우현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몸에서 인간의 피가 나는 것 같아 우현에게 미안했다.

“왜...”

갈라진 우현의 목소리가 성규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우현은 자신에게 오기를 망설이는 성규에게 손짓을 했다. 그 손짓에 이끌리듯 성규가 우현이 누워있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촛대를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우현의 배 위에 머리를 올렸다. 야, 무거워- 라며 농담을 던지는 우현에 성규가 살풋이 웃었다. 고개를 들어 점점 그의 입술로 다가가 입을 살짝 맞췄다. 그 다음에 성규가 무엇을 할지 아는 우현은 눈을 지긋이 감았다. 괜찮아- 라며 말한 우현이 성규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성규는 우현의 목덜미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우현의 길쭉한 목이 드러나자 성규의 눈동자는 검붉게 변했다. 길어진 송곳니를 그대로 우현의 목에 박았다. 자신의 피가 성규의 목을 타고 넘어가는 소리는 여전히 소름이 끼쳤다. 점점 정신이 아득함을 느낀 우현이 성규의 머리통을 톡, 톡 하고 쳤다. 그러자 성규가 재빠르게 우현에게서 입을 땠다. 피가 흐르고 있는 그 상처에 성규가 촛농을 떨어뜨려 지혈을 했다. 우현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고 앉은 성규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었다.

“오늘 좀 많이 마셨다? 내 피 다 내놔.”
“어지러워? 미안해...”

우현의 농담에 울상이 된 성규가 눈물을 뚝- 하고 흘렸다. 안절부절 하지 못 하며 손을 잡는 성규의 눈물을 닦아 준 우현이 농담이야- 하고 웃었다. 하지만 성규는 여전히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우현은 손을 뻗어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우리 성규. 내가 지켜주기로 했는데...”
“아니야, 아니야.”
“이렇게 약골이 되어서 미안하다.”
“아니야, 아니야. 다 나 때문이야. 우현이가 이렇게 된거.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지켜줘야 하는데... 그지?”
“아니라니까! 내가 지켜 줄 꺼야. 무슨 짓을 해서든 지킬 거야. 강해질게. 내가 강해질게.”

성규가 다짐을 하듯이 우현의 손을 꼭 잡았다. 성규가 가장 좋아하는 미소를 띄우며 우현은 눈을 깜박였다.

“잠 온다.”

우현의 말에 성규가 촛불을 껐다. 우현이 성규를 이끌어 침대 옆에 눕게 했다. 성규는 얌전히 우현의 옆에 누워 우현의 고른 숨을 들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인간을 사랑한다면서. 인간인 우현을 이렇게 만든 그 잘나신 순수혈통 이호원. 그 도도한 이호원을 언젠가는 그 머리채를 잡아끌고 우현의 앞에 무릎을 꿇게 만들 것이다.

 

 

W.별모양곰돌이

 

 

조용한 저택

 

 

 

 


2.

 

 

영원을 산다는 것.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그 둘 중 어느 쪽이 더 괴로울까.

동우는 이 거대한 저택 중 호원의 방과 멀고 성열의 방과 가까운 곳으로 방을 잡았다. 아무래도 순수혈통인 호원의 기에 동우가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내린 판단이었다. 어쨌든 커튼을 걷어 본 밖은 조용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저택과 정원.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는 듯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 조용한 저택은 호원과 어울리는 듯 안 어울리는 듯 했다.

“장 보러 가자.”

문을 벌컥 연 명수가 동우를 불렀다. 동우가 어깨를 떨며 놀랐다. 김명수. 언제 또 자기 목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무서운 놈이다. 동우는 성종이 가져다 준 옷을 입고 명수와 함께 집을 나섰다. 어디서 차를 몰고 온 명수. 차가 꽤 좋다. 아니! 완전 좋잖아 이거!

“부자구나... 하긴 이런 저택을 가지려면.”
“깜짝 놀랄 텐데. 뱀파이어들이 이 세계를 쥐락펴락 하는 걸 알면.”
“그 정도야?”
“그럼. 우릴 극도로 혐오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우리를 극도로 신봉하는 자들도 있어. 우리에게는 능력이라는 게 있으니까.”
“아... 너가 회복력이 정말 좋다거나 이런 거?”
“응.”

동우는 명수의 옆 조수석에 앉았다. 역시 좋은 차라 그런지 승차감이 좋다. 명수가 차를 부드럽게 출발시켜 시내로 나갔다. 시내로 나가는 동안 주위 풍경을 보니 끝 없이 이어진 초록색에 기분이 좋다. 다만. 심하게 썬텐이 되어있는 차 덕분에 초록색이 약간 죽어 보이지만. 어쨌든 뭐, 좋다 이거지.

“그럼 다른 뱀파이어들은 어떤 능력이 있어?”
“나는 회복력이 빠르고, 성종이는 예지력이 있어. 사람의 생명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예지력이 있지. 성열이는 기억력이 뛰어나.”
“그렇구나... 호원이는?”
“이호원이야 뭐. 순수혈통에게 능력의 한계는 없지. 순수혈통은 심장을 없애지 않는 이상 죽지 않아. 대신 약점이 하나 있어.”
“뭔데?”
“물. 물 공포증이 좀 심해.”
“아...”

동우는 명수를 힐끔 보았다. 와, 콧날 죽인다. 저렇게 잘생긴데다가 거의 영원을 산다면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살겠지? 동우는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밖을 보며 호원을 떠올렸다. 점점 어두워지는 이 느낌. 호원과 닮았다.


**


“엣취-”

책을 읽다 갑자기 재채기를 한 호원이 코를 훌쩍였다. 누가 내 생각 하나- 호원은 하품을 쩌억 했다. 오래 살아도 이게 참 지겹다. 더 이상 재밌는 게 없다는 것. 책을 탁, 소리 나게 접고 의자에 몸을 완전히 뉘여 버리는 호원을 본 성종이 웃었다. 성종의 웃음소리가 거슬린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린다.

“왜 웃어?”
“심심하지?”
“배고파서 그래. 김명수는 언제 와?”
“아마 동우랑 장보고 오고 있겠지?”
“빨리 좀 와라...”

배가 고픈 호원은 예민했다. 그 기분이 호원의 기를 타고 흘러 촛불들이 크게 일렁였다. 그 모습을 본 성종이 고개를 갸웃 거리다 미소를 지었다. 설마 배고프다고 저렇게 기를 흘릴 일은 없지. 분명히 동우의 흔적을 찾으려 하는 것일 테다. 그러다 호원이 움직임을 갑자기 멈추고 숨을 고르는 것이 보였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히...

“야이성종.”
“응?”
“헌터야. 김명수한테 헌터가 붙었어.”


**


장을 보고 저택으로 향하던 명수는 뒤에서 차가 뒤쫓아 온다는 것을 느꼈다. 저택까지 가려면 30분정도가 남았다. 이상하리만큼 간격을 두며 따라오는 차를 보니 묘한 이질감이 든다. 육감이라는 것이 인간보다는 더 발달한 뱀파이어에게 그 직감은 맞았다.

뱀파이어 헌터. 뱀파이어 혐오자들이 만들어낸 그들은 뱀파이어를 사냥하며 그에 맞는 포상금을 받는다. 명수는 조수석에 앉아 창밖을 구경하는 동우를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저 헌터들을 죽여 버리고 싶은데, 동우를 보호하면서 싸울 자신이 없다. 하지만 헌터들이 마음먹고 따라 오는 것을 보니 오늘 자신이 사냥감이 되었다는 것은 외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며 가던 명수의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급브레이크를 밟은 명수가 손을 뻗어 앞으로 쏟아지려는 동우를 보호했다.

“으왓? 뭐, 뭐야? 뭐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에 서 있는 헌터들을 뚫어져라 보았다. 한 손에는 총을 든 그들이 가히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헌터야.”
“헌터?”
“뱀파이어 사냥꾼들.”

여덟명의 헌터들이 명수의 차를 천천히 포위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에는 총이 들려 있었지만 명수의 능력에 그것이 별 대수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우는 달랐다. 그들이 동우를 인간으로 보는지, 아니면 뱀파이어로 보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명수와 함께 차를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충분한 사냥감이 된다. 명수는 운전석에 앉아 그들을 경계했다. 차를 포위한 그들이 총을 장전하고 명수와 동우를 조준했다. 명수는 침을 삼켰다.

“겁 안나? 죽을 수도 있는데.”

의외로 태연하게 앉아있는 동우에게 명수가 물었다.

“뭐. 오늘 죽으나 두 달 뒤에 죽으나 똑같으니까.”
“... 그래?”

건조한 동우의 음성에 명수가 다시 앞을 봤다. 총을 쏜다면 어떡할 것인가. 동우를 보호하고 난 뒤에는 어떡할 것인가. 자신에게는 빠르게 뛸 수 있는 능력도. 물체를 움직이는 염동력도 없었다.

헌터들 중 하나가 손을 들자 일제히 총을 난사하기 시작한다. 순간 명수가 동우를 끌어안아 보호했고 동우의 눈앞의 창문은 파편이 되어 흩어졌다. 하지만 흩어진 것이 끝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깨진 유리창 조각들과 총알들이 자신의 앞에 둥둥 떠 있었다.

“이게 무슨...”

눈앞의 헌터들은 온 몸이 뒤틀리고 꺾이며 괴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헌터들의 앞으로 호원이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성종이 있었다. 그제야 명수는 동우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동우는 얼떨떨함에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동우의 옆으로 온 성종이 동우의 오른뺨에 난 자그마한 생채기를 발견했다.

“다쳤네... 아프지는 않아?”
“아, 응...”

땅에 드러누워 고통에 뒹구는 헌터들을 발로 툭- 찬 호원이 명수를 보았다.

“다 나았어.”

명수가 어깨를 으쓱였다. 동우를 감싸느라 명수의 몸에 유리파편이 박혔다. 파편을 타고 흐른 피가 명수의 옷에 피 얼룩을 만들었다. 명수의 태도가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은 듯 호원이 인상을 구겼다. 호원은 동우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직도 어안이 벙벙한 모양인지 눈만 멍청하게 뜨고 있는 게 여간 웃긴 게 아니다. 호원이 다가가자 혼이 나간 듯 있던 동우가 정신을 번뜩 차렸다. 눈앞에 둥둥 떠 있던 총알들과 유리조각들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그 앞에는 호원이 있었다. 깨어진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호원의 모습에 동우가 한 숨을 크게 내쉬었다. 호원이 동우 옆으로 오자 성종이 뒤로 물러섰다. 동우의 뺨에 흐르는 피를 본 호원은 손을 들어 그 피를 닦아주고 상처를 한 번 훑었다.

“오...!”

말끔하게 사라진 상처의 고통에 동우가 놀란 토끼눈을 하고 호원을 본다. 호원이 별 거 아니라는 듯 웃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그 옆에 성종이 타고는 문을 쾅! 닫았다. 그나마 차문에 위태롭게 달려있던 유리조각들이 다시 바닥으로 떨어진다.

“출발~ 집으로 가자.”
“아... 차하나 새로 뽑아야겠다. 엉망이야.”

차가 출발하자 동우가 몸을 돌려 성종과 호원을 봤다.

“고마워.”

쑥스러운 듯이 말하는 그 모습에 호원이 머리를 무언가로 맞은 듯. 대답도 못 하고 있었다. 대신 성종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 했고 동우는 다시 몸을 돌려 앞을 보고 앉았다.

“내가 고마워?”

호원의 물음에 동우는 망설임 없이 응! 이라고 대답했다. 아, 기분 좋다. 참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였다.


**


성규는 거울 앞에 서서 옷을 걸쳐보고 있었다. 우현은 침대 등받이에 기대어 앉아 성규의 모습을 훑었다. 성규는 거울 앞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이 옷 저 옷을 걸쳐보고 있었다. 가끔 어때? 라고 묻는 말에 어울린다고, 예쁘다고 대답을 하면 되는 거였다.

“곧 있으면 원로들의 모임이야. 정말 가기 싫지만. 그래도 가야겠지? 역겨운 이호원 밑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한다니.”

마음에 드는 옷이 없는 모양인지 옷들을 아무렇게나 내팽겨친 성규가 우현에게 다가갔다. 우현이 팔을 벌리자 그 안으로 폭 안겼다. 침대에 누운채로 우현에게 안겨 있으니 포근함이 밀려왔다. 성규가 검지로 우현의 아랫입술을 꾸욱 눌렀다. 도톰한 입술의 감촉이 좋았다.

“내가 꼭... 꼭 저주 풀어줄게.”

우현이 고개를 숙여 성규에게 키스를 하려던 찰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스 직전에 찾아온 불청객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성규가 고개를 획하고 돌렸다.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들어오라고 하니 헌터의 복장을 한 남자 하나가 고개를 숙였다.

“헌터들이 돌아왔습니다. 모두...”
“알아. 실패한 거.”
“죄송합니다.”
“됐어, 내가 다 먹어 버릴 테니까.”

몸을 천천히 일으키는 성규의 두 눈에는 피의 굶주림으로 인해 붉은 핏빛이 서렸다.


**


“순식간에 밤낮이 바뀌다니... 난 인간인데.”
“아무렴. 우리한테 맞춰야지. 인간.”
“쳇, 내 이름은 인간이 아니라 동우거든?”

동우가 성열에게 버럭 화를 내자 성열이 송곳니를 날카롭게 세워 동우를 위협한다. 금방 쪼그라든 동우가 얌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 명수의 옆에 서서 씻은 식기를 마른 행주로 닦던 동우를 명수가 토닥여줬다. 저택에 살면서 이들에게 맞추느라 밤낮이 바뀐 것은 당연하고. 일 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성종의 명령 아래에 청소, 빨래, 다른 잡일까지도 동우가 함께 하게 되었다. 저택은 또 더럽게 넓어서 말이지...

“자, 오늘은 계단과 복도입니다.”

집안일을 담당하는 명수가 로비에 뱀파이어들과 동우를 집합시켰다.

“오늘은 로비랑 계단을 할 거예요. 내일은 2, 3, 4, 5층을. 그 다음날은 지하를 청소할게요.”

역할분담을 마친 명수가 각자에게 걸레를 들려주곤 자신도 로비 안 쪽으로 갔다. 호원도 마른 걸레와 젖은 걸레를 들고 계단으로 향했다. 동우도 호원을 따라 걸었다. 동우와 호원은 계단을 청소해야 했다.

“근데 왜 여기는 전구를 안 켜? 촛불은 밝지가 않아서 힘들다고.”
“우린 어둠에 익숙해서. 인간인 너에게는 불편하겠지만 우린 그렇지는 않아.”
“그렇구나...”
“그리고... 이성종이 빛 자체에 약해.”
“그래? 햇빛이 아니라?”
“정확히 말 하면 강한 빛이지. 특히 이성종은 전구의 빛에도 쉽게 약해져서.”
“아 그렇구나...”

호원이 계단 끝에 쪼그려 앉아 걸레질을 하기 시작했다. 호원의 옆에 딱 붙어 마른 걸레로 호원이 물걸레질을 한 곳을 닦는 동우. 두 사람 모두 말이 없는 이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 한 동우가 호원의 눈치를 살폈다. 가지런하게 내려온 검은 머리칼 속에서 언뜻 보이는 보랏빛 눈동자. 동우는 걸레질을 하면서도 호원의 눈동자를 놓치지 않았다. 너무나도 신비로워서 믿기지가 않았다.

“근데 너 있잖아...”

정적을 깬 것은 동우였다.

“너, 결혼 했어?”
“우린 결혼 안 해. 의미가 없거든.”
“그렇구나...”
“그래도 자식은 몇 있지.”
“자식?”

놀란 동우와 달리 호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 했다.

“내가 살아온 세월이 얼만데. 여럿 있지. 각자 잘 살고 있어. 죽은 놈도 있고, 산 놈도 있고. 가끔 올때도 있고. 딱히 정은 없어. 자식을 낳기만 했지 키우지는 않으니까.”
“으윽... 소름끼친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 모양인지 동우가 양 손으로 자신의 팔을 쓱쓱 문질렀다. 그런 동우를 본 호원이 피식 웃고 말았다. 자식이라... 솔직히 말해서 딱히 원해서 그런 건 아니다. 순수혈통이라는 것 때문에 의무적으로 자식을 낳을 필요가 있었다. 셀 수 없는 세월을 살면서 얻은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호원이다. 사랑의 감정도, 자식에 대한 연민도,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도, 순수혈통이라는 자신의 존재감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고 뭐라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왜 사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지 않은가. 제 앞에 숨을 쉬고 움직이고 있는 인간 동우를 본 호원은 생각했다. 인간은... 어쩌면 죽기 위해 살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동우는 죽음을 얼마 두지 않은 나약한 인간. 끝이 있는 인간이 불행한가, 끝이 없는 뱀파이어가 불행한가. 고민이 생긴 호원이 걸레질을 멈추고 계단에 걸터앉았다.

“왜?”

주저앉은 호원을 본 동우가 호원의 옆에 같이 앉았다. 지금까지 닦았던 계단을 보니 뭔가 뿌둣하다. 이제 반 밖에 남지 않았다.

“반이나 더 닦아야 해.”
“에이~ 반 밖에 남지 않은 거지.”

발랄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동우를 본 호원이 바람 빠지듯 웃어버렸다. 그게 귀여워 동우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었다. 괜히 부끄러워진 동우가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몸을 확 돌리려다 발을 헛디뎌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지려 했다. 순간적으로 손을 뻗은 호원이 뒤로 넘어가는 동우의 머리와 어깨를 꽉 끌어안고 그대로 계단을 넘어져 굴렀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당황한 호원이 일단 동우가 최대한 다치지 않게 하려 완전히 품속에 가두고 계단을 굴렀다.

“윽...”
“...”
“장동우... 괜찮아?”

대답이 없다. 그대로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진 동우는 다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기절을 하고 만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죽지는 않고 숨은 잘 붙어있다. 일단 호원은 동우를 안고 동우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래도 며칠 살았다고 그 방에 인간냄새가 가득했다. 아니, 동우의 냄새인가. 동우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성종을 불러 상태를 좀 살펴야겠다고 파악한 호원은 성종을 불렀다.

번뜩- 눈을 뜬 동우가 잠시 주위를 살폈다. 옆에는 다정한 얼굴로 성종이 있었고 그 옆에는 팔짱을 낀 호원이, 그리고 그 옆에는 명수와 성열이 있었다. 왜 다들 여기에... 라는 물음을 혼자 던지던 동우가 문득 놀라 몸을 일으키다 어지러움에 다시 침대에 누워버렸다.

“어지러워서 그래?”
“응, 조금...”
“딱히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 이호원 덕분에. 설마 이호원이 이럴 줄이야.”
“동우는 인간이니까. 보호해야 했어.”

호원은 팔짱낀 손을 풀었다. 그러자 호원의 양 손에 감긴 붕대가 보였다. 깜짝 놀라 동우가 호원의 붕대를 가리키며 물었다.

“손... 왜 그래?”
“아, 아까 계단에서 굴렀으니까.”
“나, 나 때문에 그런 거야?”
“응.”

괜히 미안해진 동우가 울상을 지으며 호원의 붕대감은 손을 잡았다. 그 옆으로 온 성열이 맞장구를 쳤다.

“너 호원이한테 무릎 꿇고 빌어야 돼.”
“미안해...”
“순수혈통은 다치면 큰일 나. 회복이 굉장히 느리거든.”
“정말?”

깜짝 놀라 토끼눈이 된 동우가 성열을 올려다보았다. 잔뜩 걱정이 되어 죽겠다는 표정으로 있는 동우가 몸을 일으켜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었다. 호원의 양 손을 자신의 조그마한 손으로 감싸고서는 호원에게 미안하다며 용서를 빌었다.

“응. 나 이제 일주일은 손 못 써. 너가 다 해 줘야 돼.”“다 할게! 다! 다!”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동우를 본 호원이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호원을 본 동우가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들어 호원의 눈을 마주쳤다. 호원은 붕대를 풀여 멀쩡한 손을 보여줘었다. 동우의 볼을 한 번 꼬집으니 동우의 멍한 얼굴이 더 우스꽝스러워졌다.

“나 순수혈통이야. 계단에서 조금 굴렀다고 무슨.”
“뭐, 뭐야...?”
“장난 좀 쳤어.”
“뭐야... 나는... 흐윽, 진짜루... 흐으...”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떨어뜨리는 동우를 본 호원이 당황해서 한쪽 무릎을 꿇고 동우의 얼굴을 살폈다. 더불어 놀란 성종, 성열, 명수도 침대로 와 동우가 우는 것을 어떻게 달래지도 못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우는 것을 몇 백 년만에 보는 이들은 어떻게 할 줄도 모르고 그냥 동우의 눈물만 그냥 보고 있었다. 동우가 계속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는 데 호원이 안 되겠다 싶어 동우를 어색하게 끌어안았다.

“장난... 인데...”
“그래도... 흐으, 흐읍. 그래도 진짜인 줄 알았단 말이야아... 미안했다고...”

호원의 어깨를 얄밉지 않게 때린 동우가 운 것이 부끄어웠는지 호원의 팔을 밀어냈다.

“몰라! 나 잘래. 다 나가!”

침대에 누워 이불을 머리 끝까지 완전히 덮었다. 호원이 머리를 긁적이며 정말 방을 나갔고 그 뒤를 이어 어깨가 축 쳐진 성열과 걱정스러운 눈을 한 성종. 별 감흥 없는 명수가 나갔다.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 동우가 이불을 내리고 문 쪽을 보았다.

“그렇다고 진짜 나가다니...”

 

 


W.별모양곰돌이

 

 

조용한 저택

 


이리 저리 옷을 고르던 성규의 뒤로 우현이 다가왔다. 성규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의 목에 코를 박고 냄새를 들이켰다. 뱀파이어들에게 나는 묘한 꽃향기는 항상 우현을 자극했고 특히 성규의 겅우는 그 향이 진하고 달콤했다. 성규의 피부에서 나는 인간의 피냄새는 우현의 신경을 자극했다. 한참을 우현이 냄새를 맡고 있으니 성규가 간지러운 듯 몸을 돌려 우현을 마주보았다. 성규는 우현을 의자에 앉히고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어떤걸 입을까?”
“다 잘 어울려.”
“그래도... 골라줘.”
“음...”

우현이 고른 것은 참으로 정직한 붉은 색이였다. 화려하게 빛나고 있는 붉은색 재킷. 아마 성규가 입으면 아주 아름다울 것이다. 치명적이고 또 위험한 뱀파이어의 모습 그대로. 성규도 마음에 드는 모양인지 옷장을 닫았다. 우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우현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아마 이호원의 피도 붉겠지.”
“그래. 그렇겠지.”
“순수혈통은 역겨워... 내가 그 피를 다 마셔버릴 거야.”

우현은 성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성규가 고양이처럼 콧소리를 내며 뺨을 우현의 무릎에 부볐다. 거울에 비춰진 성규의 모습이 곧 사라질 듯 투명하다. 내일. 1년 만에 다시 김성규가 이호원을 만난다. 과연 이호원은 인간의 냄새를 잔뜩 묻힌 김성규를 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우현은 짜릿함을 느꼈다.


**


성종이 동우의 방문을 열었다. 이불을 코까지 덮고 완전 잘 자고 있었다. 성종은 머리를 긁적이다 동우의 어깨를 흔들에 깨웠다.

“동우야! 일어나.”
“으음...”
“빨리. 지금 이럴 때 아니야.”

사뭇 진지한 성종의 목소리에 동우가 비척거리며 눈을 떴다. 제복을 차려 입은 성종이 눈 앞에 있었다. 아, 맞다. 오늘 무슨 회의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 해 터덜터덜 성종이 이끄는 대로 가던 동우가 어떤 방에 등 떠밀려 들어갔다. 라벤더 향이 짙었다.

“호원이 방?”
“응. 너 오늘 여기서 한 발자국도 나오면 안 돼.”
“왜?”
“오늘 뱀파이어들이 모일거야. 절대 나오지 마.”
“응...”

아시아 지역의 원로들이 모이는 날이다. 절대 오는 일이 없었던 강경파들이 김성규를 중심으로 모이는가 싶더니 이제는 원로 회의까지 오겠다고 한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버리는 성종의 여리여리한 뒷모습을 본 뒤 동우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호원의 침대를 찾아 털썩 누워버렸다. 이제는 익숙해진 어둠이 두렵지는 않았다. 유독 호원의 방의 촛불들은 더욱 붉게 타올랐다. 멍하게 촛불들을 보다 동우는 이불 속으로 몸을 뉘였다. 폭신한 침대와 호원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이불이 좋다. 동우는 자신도 모르게 호원의 향이 가득한 방에서 참 달콤하게 잠이 든 것 같다.

호원의 방에서 나온 성종은 서둘러 로비로 내려갔다. 이미 원로들을 맞을 준비는 되어 있었다. 이번은 여느 때와 다르다. 김성규와 그를 따르는 뱀파이어들이 온다. 이 좁은 공간 안에 어마어마한 존재들이 서로를 잔뜩 경계하며 호원을 노릴 게 분명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성종의 옆으로 온 호원은 고개를 들어 샹들리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고개를 다시 숙여 목을 한 번 돌려 스트레칭을 한 호원이 성종을 보며 슬며시 웃었다.

“웃지 마. 심각하다고.”
“알아. 강경파들이 오니까.”
“괜찮겠어?”
“순수혈통이잖아~”

여유롭게 웃어넘기는 호원과 달리 성종은 걱정이었다. 언젠가부터 강경파들의 행동이 눈에 띄게 호원에게 적대적으로 변했다. 인간사냥을 금지한 호원에게 보란 듯이 반항을 하 듯 하나 둘 씩 인간사냥을 하는 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급기야 김성규의 움직임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호원의 저택에 위협을 가하는 무리들도 생겼다. 김성규를 향한 지나친 충성에서 비롯된 일이였겠지만 이런 사태를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것은 엄연한 권력에 대한 반항이니까. 성종은 저 멀리서 명단을 가지고 온 성열에게서 명단을 받았다.

“김성규가 온다니. 괜찮겠지?”
“몰라. 인간의 피가 단 한 번밖에 섞이지 않은 녀석이야. 거의 순수혈통에 가깝지.”
“동우는 호원이 방에 있나?”
“응. 거기서 가만히 있으라고 했어.”
“난 원로도 아니고 별 특별한 능력도 없으니 내가 동우 옆에 있을게.”
“수고해라.”

믿음직하게 말 하는 성열의 어깨를 두드린 호원이 저택의 문을 열었다. 드디어 100명의 아시아 지역 원로들이 모인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짐승들의 말 없는 전쟁이 시작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잘 이용할 머리 좋은 김성규도 오고 있다. 호원은 올테면 오라는 듯 저택의 문을 더욱 더 활짝 열었다.


**


제복을 각자 차려 입은 원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붉게 타오르고 있는 촛불들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들은 모두 호원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선명하면서도 투명한 보랏빛 눈동자를 보는 순간 원로들은 모두 고개를 숙였다. 흰 제복을 차려입은 호원은 계단으로 올라가 로비를 내려다보았다. 저기 보이는 김성규. 눈이 마주쳤다. 김성규는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 김성규의 옆에는 강경파들이 자리를 잡고 경계하는 티를 내고 있었다. 어디서 인간의 피 냄새가 진하게 나는가 싶더니... 호원은 이를 악물었다. 소문이 거짓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실제로 인간사냥을 하고 있었다.

“오늘은 1년 만에 아시아 원로들이 모이는 날입니다. 그 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준 당신들에게 이 영광을 돌립니다. 우리 뱀파이어들과 인간이 함께하는 평화를 위해서 모두 잔을 듭시다.”

차분하고 또박또박 말한 호원이 잔을 높이 들자 원로들이 함께 잔을 들었다. 높이 들어진 잔속에서 천천히. 성규의 잔이 내려갔다. 잔을 들고 있는 자들을 보란 듯이 비웃으며 홀로 잔에 든 와인을 마셨다. 주변에 있던 뱀파이어들이 동요하는 기류가 돌았다. 심지어 성규의 옆에 있던 강경파들도 당황한 듯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었다.

호원은 성규를 무시하고 건배를 청했고 그제야 다른 원로들은 술잔에 담긴 와인을 마실 수 있었다.

“김성규 당신. 이러다 큰일 나. 아무리 당신이 인간의 피가 단 한 번 섞였다고 해도 여기는 이호원의 공간이야.”
“괜찮습니다. 저는.”

눈을 완전히 접어 웃은 성규는 다 마신 잔을 내려놓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호원에게 갔다. 천천히 내딛는 걸음에 뱀파이어들이 자동으로 길을 열었다. 성규의 걸음은 당연히 호원을 향해 있었다. 명수가 호원의 옆에서 성규를 경계했다. 수많은 시선이 만들어 내는 강한 아우라에 로비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굳어진 공기 속에서 성규는 호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건방지게 순수혈통에게 악수를 청하다니. 성규의 파격적인 행동에 다들 하던 말을 멈추고 성규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하지만 오히려 호원은 여유롭게 웃었다.

“김성규. 인간 냄새가 심하게 나는 군.”

모두들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인간사냥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인간의 맛을 아는 뱀파이어들은 인간사냥이라는 말에 혀를 내밀고 목을 축였다. 인간의 피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자들은 그 갈증에 항상 시달렸다. 호원의 압박에 사냥을 하고 있지는 못 했지만 언제든지 호원의 힘이 약해지면 강경파로 돌아설 자들이었다.

“뭐... 이 집에도 인간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요.”

성규가 윗층을 가리켰다. 그 곳을 따라 시선들이 움직였다. 성규의 손가락은 정확하게 호원의 방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로비 안에 있는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신경을 곤두서고 냄새를 맡으려 하고 있었다. 그 부담감에 명수는 몸이 으스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한꺼번에 몰려오는 그 시선들 속에서 호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들어 성규의 머리를 눌렀다. 그 힘에 고개가 꺾인 성규가 고개를 숙였다.

“건방지군.”

그대로 힘을 주고 누르자 성규가 중력감을 이기지 못 하고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마치 이대로 땅으로 꺼져버릴 듯한 힘에 숨이 막혀오고 심장이 눌려 피가 터질 것 같았다. 호원은 성규의 머리를 발로 눌렀다. 한 쪽 팔과 다리로 그 힘을 지탱하던 성규가 끓는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냈다. 호원은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다시 힘을 주었다. 그 힘에 성규의 주변 바닥이 부서지며 금이 가 깨어졌다. 심지어 성규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며 성규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반항조차 할 수 없었다. 성규는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을 느꼈다. 절대적인 힘의 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 머리를 숙이도록. 나는 네가 섬겨야 할 순수혈통이다.”

호원이 성규의 머리에서 발을 떼자 성규가 옆으로 쓰러지듯 하다 팔로 몸을 지탱했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호원을 올려다보았다. 이호원은 보랏빛 눈동자를 한 채로 차갑게 말을 뱉었다.

“이제야 인간 냄새가 덜 나는 군.”

그 말을 끝으로 호원은 몸을 돌려 계단을 올라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성규는 주먹을 꽉 쥐었다. 단단한 것은 부러지기 쉬워- 곧 부러뜨려 주겠어.


**


“심했어. 원로들이 다 있는 데서 망신을 줬으니. 김성규 자존심이 가만히 있을까.”
“일부러 그랬어. 원로들이 있으니까. 강경파 놈들, 김성규 믿고 인간 사냥을 마구잡이로 하고 있었어. 이 참에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지. 미꾸라지가 판 치게 둘 순 없지.”
“뭐, 그건 그거고. 저거 말이야.”

명수가 로비 바닥을 가리켰다. 로비는 조금 전 호원의 힘에 의해 바닥이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너가 수리 해.”
“어, 어째서? 야, 순수혈통이 저런 거 까지 해야 돼?”
“책임을 지셔야 권위가 서는 겁니다만?”

냉정하게 말 한 명수가 정말 하기 싫다는 표정을 한 호원에게 썩소를 날렸다. 호원의 방문을 여니 성열이 동우 옆에서 찰싹 붙어 있었다.

“아씨. 힘들어 죽는 줄 알았잖아! 아까 인간냄새 어쩌고 해서 심장 떨려 죽는 줄 알았네...”
“힘들었냐?”
“당연하지! 거기다 나는 원로도 아닌데.”

정말 힘이 들었는지 침대에 대자로 뻗어버린 성열의 뒤로 동우가 머리를 긁적였다. 성열이 말은 저렇게 해도 열심히 방어는 했던 모양, 동우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침대에서 내려왔다. 동우의 앞으로 간 호원은 동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갑작스러운 호원의 행동에 당황한 동우가 머리를 손으로 감쌌다.

“내가 강아지야?”
“김성규가 동우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 같아.”
“뭐?”

놀란 성열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뭐어? 말도 안 돼!”
“김성규가 인간사냥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호원은 고개를 돌려 동우와 눈을 맞췄다. 눈동자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동우는 침을 꼴깍 삼켰다. 호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동우에게 말했다.

“너, 내 방으로 와라.”

 

**


짐이라고 할 건 또 없어서 그냥 옷 몇 개만 옮기면 되었다. 찬찬히 살펴 본 호원의 방은 딱 봐도 분위기 자체가 무거웠다. 무거우면서도 또 그게 멋있는 그런 곳. 동우는 호원이 쓰는 책상을 지나 엄청나게 많은 책들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많은 책들을 다 읽었을까. 하긴, 오래 살았으니까. 근데 왜 방을 옮기라고 했을까. 솔직히 말해서 동우는 호원이 한 말이 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다. 혼자 책장 앞에서 책들을 구경하고 있는 데 호원이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 호원이 들어오자 방 안의 촛불이 더 밝게 타올랐다. 호원은 멀뚱히 책장 앞에서 책을 구경하고 있는 동우의 뒤로 다가갔다.

“나 왜 이 방으로 오라고 한거야?”
“위험해서.”
“난 너가 더 위험한 것 같은데.”
“왜?”
“너만 오면 심장이 아파져.”

동우가 쓰게 웃었다. 호원은 괜히 곤란해진 거 같았다. 약한 인간에게 순수혈통이 옆에 있는 건 무리인 것 같았다. 하지만 곁에 두고 싶다. 옆에서 보고 있어야 마음이 놓일 것 같았다. 동우는 호원을 뒤로하고 침대로 털썩 앉았다. 침대 쿠션도 참 좋다. 폭신폭신. 그대로 뒤로 벌러덩 누워버렸다. 누가 고귀하신 순수혈통 아니랄까봐 침대도 완전 고급이다. 중세시대 프랑스 왕들이 썼을 것 같은 침대. 기둥도 있고 보라색의 얇은 휘장도 쳐져 있는. 앞으로 여기서 자면 정말 왕자님처럼 잘 수 있을 것 같다. 동우의 옆으로 온 호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완전히 죽였다. 호원이 앉으니 침대가 한 번 기분 좋게 흔들린다.

“여긴 내가 오랫동안 살았던 곳이고 내가 썼던 물건들이 있어. 이것들이 너의 존재를 감춰 줄 거야.”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그렇게 특별한 존재도 아니고.”
“그거야... 널 지켜주고 싶으니까.”
“왜? 다 죽어가는 인간 하나일 뿐이잖아.”

아무런 표정 없이. 삶에는 미련 따윈 없다는 듯 말하는 동우를 내려다보았다. 눈을 감고 곧 잠이 들 듯이 독백하듯 뱉어내는 그 말에 오히려 호원의 가슴이 요동쳤다. 보통 인간들이란 더 살고 싶어서, 더 젊어지고 싶어서 뱀파이어들을 찾아와 애원한다. 돈, 명예, 권력, 다 줄 수 있으니 제발 더 살게 해 달라고. 조금만 더 젊어지게 해 달라고. 그러면 인심을 쓰듯 호원은 자신의 피 한 방울을 주고 끝냈다. 그러면 조금은 젊어질 수 있으니까. 그렇다고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찾아와 고개를 숙이고 빌었다. 그런 게 인간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미련 투성이의 삶을 사는 게 인간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동우는 달랐다.

“널 지켜주고 싶은 이유는. 너가 좋아서야.”
“내가 좋다고? 에이...”
“응. 좋아. 너란 인간이 좋아.”
“그래?”

심드렁하게 뱉어 낸 동우가 옆에 있는 쿠션을 끌어안고 몸을 둥그렇게 말았다. 나 좋아하지 마- 라며 웃은 동우가 쿠션에 이마를 비볐다. 보드라운 촉감이 좋았다. 이번에는 호원이 물었다.

“넌 왜 삶에 미련이 없지?”
“삶의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거 같아.”
“이유가 없다니?”
“없어. 나는...”

동우가 창가쪽을 향에 몸을 돌렸다. 저녁에는 암막 커튼을 걷어서 밖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청정지역이라 그런지 별이 많이 보인다. 지금까지 저택 안에만 계속 있어서 여유롭게 하늘을 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넋 놓고 하늘의 별들을 감상하고 있는 데 호원이 동우의 볼을 꼬집었다.

“아야, 왜 꼬집어?”
“왜 삶에 이유가 없지?”
“음... 그러게. 내 인생이 행복한 인생은 아니거든.”

의외의 대답에 호원이 시선을 온전히 동우에게 쏟았다. 동우는 그런 호원을 아는지 모르는지 호원에게서 완전히 등을 돌리고 누워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다섯 살 때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고모 댁에서 살았는데. 뭐, 눈칫밥만 먹고 살아서. 솔직히 말해서 고모 댁은 그냥 잠만 자는 곳이고 계속 밖으로 나돌았어. 가기 싫어서.”
“어째서? 가면 안 돼는 건가?”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는 데 뭘.”

그 때의 외로웠던 생각이 난 동우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금방 멈출 것 같은 눈물은 계속 흘러내렸고 동우는 더욱 쿠션에 얼굴을 묻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호원이 어색하게 동우의 어깨를 다독였다. 항상 밝아 보였는데, 이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연민일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호원의 다독임이 길어질수록 동우는 서러운 울음을 토해냈다. 몸을 일으켜 호원의 목을 끌어안고 어깨에 눈물을 닦았다.

“그래도 지금은 좋아. 나 반겨주는 사람 있으니까. 너랑 명수랑 성종이랑 성열이랑 다 고마워.”

눈물을 그치지 못해 숨을 헐떡이는 동우의 눈물을 닦아주던 호원이 동우의 어깨를 더욱 끌어안았다. 진정이 된 듯 숨을 크게 내 쉬는 동우가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에 하품을 크게 했다. 호원이 동우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니 잘자. 하며 웅얼거린다. 몇 번 동우의 속눈썹이 깜박이더니 금세 깊게 잠이 들어 새근 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동우를 보던 호원이 허리를 숙여 동우의 볼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동우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내가 더 고마워.”

당연히 동우는 들을 리 없는 호원의 혼잣말이었다.


**


지독한 피 냄새를 가득 묻히고 들어 온 성규를 본 우현이 놀라서 성규의 안색을 살폈다. 이미 인간사냥을 하고 온 듯 성규의 눈은 붉다 못해 검붉었다.

“성규야.”

성규는 무언가에 홀린 듯 허공을 바라보다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우현이 재빨리 성규를 받아 품에 안았다. 잔기침을 하며 우현을 공중을 향해 손을 뻗는 성규를 보며 우현이 성규의 손에 깍지를 껴서 잡았다.

“왜 그래? 응?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나 너무 힘들어...”
“괜찮아, 나 있잖아. 응?”
“응...”

성규가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아무래도 인간의 피가 먹히지 않으려 몸속에서 요동을 치는 듯 했다. 우현은 수건에 물을 묻혀 성규의 얼굴과 손을 닦아 주었다.

“우현아...”
“응, 그래. 말 해.”
“나 피가 모자라... 더 필요해, 더.”
“...”
“더 강해져서... 이호원을 꼭 죽여 버릴거야. 내 손에서 비틀어 버릴거야...”

버릇처럼 우현의 무릎에 뺨을 비볐다. 성규는 한참을 몸을 움츠리고 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우현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나 안아줘, 우현아. 꽉 안아줘...”
“안아줘?”
“응. 나 위로받고 싶어. 나 너무 힘들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

성규의 말 대로 꽉 안아 성규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다며 차분한 말로 성규를 위로하자 성규의 몸에 긴장이 풀렸다. 곧 성규의 눈동자가 다시 검은 색으로 돌아오며 거칠었던 호흡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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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중, 하. 세 편 예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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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정독 했음니다ㅜㅜㅜㅜ너무나 좋네여ㅠㅠㅠ
11년 전
독자2
국밥입니다ㅠㅠㅠ시험기간이라속독으로읽은바람에내일밤에다시한번더읽어봐야겠어요! 이렇게길고재밌는글을쓰려면시간이되게오래걸릴것같은데 자주 작가님글을볼수있는것같아좋습니다ㅠㅠㅠ뱀파이어물도자칫하면진부할수있는데너무재밌네요! 근데중간에꿀꺽0이라고오타?같은게나있어요 재밌게잘읽고갑니다!!
11년 전
별모양곰돌이
수정^^ 감사해욧! 국밥님 저한테 처음 암호닉 해 주신 분이니까 소재 원하는 거 적어주시면 써드릴게영ㅋ 오타도 지적 해 주시고ㅋㅋㅋ
11년 전
독자4
헉..그렇다면실례지만부탁해도될까요? 전에독방에서봤던소재인데 마포대교에있는생명의전화를소재로한픽을보고싶어요ㅠㅠㅠ 아직이소재로한픽을보지못해서.. 다음에시간이나고여유로우실때가능하실때써주셔도돼요! 무리라면안써주셔도됩니다! 좋은꿈꾸세요작가님!!
11년 전
별모양곰돌이
마포대교 생명의 전화요...ㅠ? 담에 시간날때 더 자세하게 써 주세요ㅠ 어차피 쓰는데 시간 오래 걸려영ㅋㅋ 국밥님두 좋은 꿈 꾸세요>_<
11년 전
독자3
뇨뇽으로 암호닉신청됄까요?! ㅠㅠㅠㅠ 성규랑혀니 불쌍해서어띃게ㅠㅠㅠ
11년 전
별모양곰돌이
방가워용 뇨뇽님!
11년 전
독자5
헐 대박 감성 이에요 사랑해요 헐 대박 진심 이건진짜 말로표현할수없는 그런 금픽이다 ㅠ 아 진심 사랑해요 ㅠㅠ 와 뱀파이어물이렇게 고퀄인거 처음봐요 ㅠㅠ 으헝 사랑해요
11년 전
별모양곰돌이
아효, 절 너무 사랑하셔*=_=* 감사해요>_<!!
11년 전
독자6
헐저아까독방에서야동픽추천해달라는글댓글에서별모양곰돌이님글재밌으니깐찾아보라고했던댓글봤었는데여기계실줄이야!!정독하고왔는데그댓글대로정말금손이세요ㅠㅠㅠㅠ제가왜이제서야별모양곰돌이님을발견했나몰라요ㅠㅠㅠㅠ저암닉신청지금해요?한다면부엉이로할께요!받아주시길!핳
11년 전
독자7
그리고오타가있어서요제일윗줄에맞췄어요!제일윗줄가장마지막에'부끄어웠'이부분이요!글에서는중간쯤이였던걸로기억해요
11년 전
독자8
핳그리고또한부분더요..이것도제일윗줄에맞췄어요앞쯤에성규의'겅우는'이부분이요!위에올린부분보다아주조금밑에있어요!
11년 전
별모양곰돌이
부엉부엉! 아 이런 정성ㅠ 고마워요ㅋㅋ 제가 오타쟁이라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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