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치레로 두른 가디건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는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마음 한 켠이 다시 아려온다. 슬픔이 한 없이 치밀어 오르더니 이제 곧 눈가가 촉촉해져 베개에 곧 잘 물이 스며들었다. …울지마, 왜 울어.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니 그대의 다정하고, 또 다정했던 옛날의 추억, 그리고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나와 잘 어울린다던 꽃 한 송이를 받는 것도, 문자를 하면 곧장 잘 오던 답 조차도 이제 바라지 않게 되었다. 예전과 상당히 달라진 그의 행동은 마치 날 어둠 속으로 몰아내듯 채찍질을 한다. 왜 이러는지 이유라도 알려주지. 이유라도 알려준다면 모르는 척, 못들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아프지 않은 척. 이런 것들 따위 하지 않았을텐데.
제목 미정
Written by. 아직 용기가 안 나서 작가명은 밝히지 않겠thㅡㅁ
오늘은 그대가 한 여성과 다정히도 거리를 거니는 모습을 보았다. 친군가 하는 마음으로 웃으며 반가운 마음에 신호등 건너편에서 차선우 이름 석자를 내뱉으려 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팔짱을 끼고 있는 것도 모자라 여자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떼는 행동에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부르려던 말도 속으로 쏙 들어가버리고 설마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뒤흔들었다.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설마 선우가 그럴리가 없어. 조용히 그에게서 등을 보였다. 입술을 꽉 물고 아무리 눈에 힘을 주어도 눈물은 사람 마음으로 조절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메마른 회색 콘크리트 바닥을 먹색으로 한 방울, 두 방울 적시더니 이내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떨어진다. 무식하게 손등으로 눈을 비비며 아무렇지 않은 척 앞으로 걸었다. 아아, 선우가 렌즈 끼고 울거나 눈 문지르면 안 된다고 했었지.
그렇게 걸었다. 계속 걸었다. 핸드폰에서 익숙한 벨소리가 들려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저 걸었다. 얼마 쯤 걸었을까 손은 어느새 주머니 안의 핸드폰을 꾹 쥐고 있었다. 천천히 꺼내어 부재 목록을 살피는는데 그 중 그대의 번호는 없었다. 이제 내가 걱정도 안 되나. 아랫입술을 꾹 물고 네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도 그 여자랑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매워진 채로.
[여보세요.]
“…선우야? 나야.”
[어, 왜.]
“……지금 바빠?”
[나 공연 준비때문에 이렇게 전화하면 안 된다고 몇 번을 말해, 끊어.]
“어? …응, 내가 미안. 나중에 통화하자. ……내가 많이 사랑해.”
[어.]
공연 준비를 하고 있단 그대의 말도 이제 믿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가 서로 아끼고,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었을 그때는 입에 닳도록 사랑한단 말이 끊이지 않았었는데….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진행형일지 몰라도 그대는 아마 날 사랑했었을 거란 과거형으로 말 할 수 밖에 없는 지금 이 상황이 매한가지로 날 아프게 한다.
그대의 뻔한 거짓말도 이제 제발 그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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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던 바나 한명이 어제 새벽에 혼자 아련해지는 기분에 싸지른 글이니 그냥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