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철] 쟤 17살 차이 나는 아저씨랑 결혼했대
w.1억
(매우 짧음)
우리 아저씨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쉽게 얘기 안 해준다.
뭐 나도 1년 동안 이게 익숙해져서.. 몇 번 조르다가 말긴 하지만...
"아 왜요오오오."
이번엔 많이 궁금하다.
집에 와서 계속 나를 째려보는데 왜 그러냐고 물어봐도 흥- 하고 다른 곳을 보는 게 너무 답답하면서도 귀여운 것이다.
"말을 해봐요. 왜 그래여어!엉!?!"
"장난이야, 장난."
"장난치곤.. 너무 리얼한데."
장난이라구요 이 요다야- 하고 딱밤을 맞추길래 아!! 하고 소리지르면 아저씨가 귀를 틀어막는다.
가서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싶다가도 갑자기 내 볼을 앙- 무는 바람에 진지한 생각을 접어둔다.
"볼을 왜 깨물어어어어어."
"왜 귀엽잖어."
"갑자기 또 기분이 왜 이렇게 좋아졌어요? 가서 막 여자 만나고 온 거 아니지?"
"여자가 어딨냐?"
"갑자기 날 째려보다가 기분이 좋아졌다는 건.. 이유가 있는데.."
"너야말로 남자 만나고 온 거 아니야?"
"내가 남자가 어딨어요 ㅡㅡ 참나."
"아주 거짓말을 달고 살아요."
"지~는."
"지는???지????"
또 별 거 아닌 걸로 장난치다가 싸운다. 뭐 우리는 사소하게 자주 틱틱 거리면서 싸우다보니까 익숙하다.
이진혁이랑 같이 있었다는 소리는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야 아저씨 마음도 편할테니까.
라면을 먹고도 출출해서 과자 창고를 뒤지자, 아저씨가 말한다.
"배고파?"
"응. 출출해서요.. 떡볶이 해줘요!"
"밤이고, 라면도 먹었는데 참지."
"왜..!"
"살쪄."
"허..참..나..진짜.."
"왜."
"아니 배가 고프다는데 그렇게 말을 해요 왜."
"…아니, 네가 살찐 것 같다고 뭐 먹는다고 그러면 말려달라ㅁ.."
"아니 그래도 그렇지.. 사람 기분 나쁘게 말하니까 그렇죠!"
"살찐다는 말이 기분이 나빴어?"
"그냥 다요."
"그럼 나더러 어떡하라구. 그냥 해주면 먹고나서 나한테 짜증낼 거 뻔하고.. 살찐다고 먹지 말라고 하면 또 짜증난다고 하고."
"아니 그냥 좋게 말하면 되지. 맨날 기분 나쁘게 말하잖아요!"
"맨날 기분 나쁘게 말했어 내가????"
"네. 가끔 보면 아저씨 막 툭툭 던지는 말에 상처 받거든요 저!"
"아니 그럼 그 때 진즉에 말해주면 됐지 지금 와서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고 사과를 해.
내가 바로바로 말하라고 했잖아. 자꾸 쌓다우면 너만 힘들다구."
"……"
"미안해. 예민한 문젠데 기분 나쁘게 얘기 해서 더 기분 나빴을 텐데."
"몰라요 ㅡㅡ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거잖아."
"와."
"……."
"미안하다고 해도 정말.."
"몰라요. 잘래요."
"자던지."
"진짜 왜 저래!"
"……."
에이씨- 하고 인상을 쓰다가도 지철은 안방 문만 본다. 다시 나오겠지. 나오겠지 ㅡㅡ.
설마 이거 때문에 많이 화났겠어? 지철은 연이가 나오지 않자 안방 문을 빼꼼히 열고선 누워있는 연이에게 말한다.
"떡볶이 해줄게."
"……"
"청양고추 넣어서 맵게."
"……."
"아니면 엽떡 시켜줄게."
"아씨 진짜!!!"
"왜."
"엽떡 문 닫을 시간이잖아요 지금."
"그거 때문에 또 화난 거야?"
"안 먹어요. 먹기 싫어졌어."
아예 이불까지 뒤집어 쓴 연이에 지철이 어이 없으면서도 귀여운지 픽- 웃으며 연이에게 다가가 옆에 따라 누우며 무작정 가슴을 움켜쥔다.
"아 진짜 미쳤나봐!!!"
"그럼 난 너 먹을래."
"약 자주 발라주세요. 손톱은 빠질 거예요. 시간 지나면.. 그 때 다시 오세요."
예은은 치료를 받고서 뻘쭘한 듯 표정을 지었고, 태평이 계산을 하자 예은이 급히 말한다.
"왜 그쪽이 내요..!?"
"학생인 것 같아서요. 그리고."
"……."
"연이 친구라면서요. 나중에 갚아요."
"……."
대충 감사합니다. 하고 고개를 꾸벅이고선 응급실에서 나오자, 태평과 예은이 서로 의식을 하고선 아무말도 안 한다.
예은이 '안녕히가세요..'하면 태평이 말한다.
"데려다줄게요."
"버스 타면 돼요."
"버스 끊겼는데."
"…아."
"타요."
"네? 아.. 그럼..신세 좀.."
운전대를 잡고 있는 태평과, 이 상황이 어색해 창밖을 보고 있는 예은.
괜히 어디에 시선을 둬야 될지 모르겠어서 차 안을 둘러보던 예은은 룸미러에 데롱데롱 매달려있는 사진을 본다.
아내인가.. 되게 예쁘게 생겼네.
"아내분이에요?"
"…아, 네."
"되게 예쁘시네요."
"……."
"결혼 했다는 거 들었어요."
"……."
"저도 첫눈에 보고 반해서 번호 따려고 했는데 애인 있다고 해서 엄청 놀랬고.. 또 결혼도 했다길래 더 놀랬어요.
살다살다 유부남 번호 따려고 했던 건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는데."
예은의 말에도 시크하게 한마디도 않고 앞만 보는 태평에 예은은 뻘쭘한 듯 다시금 창밖을 본다.
집 앞에 다 오자, 태평이 '여기 맞아요?'하고 물었고.. 예은은 고갤 끄덕이고선 차에서 내린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려다가 뒤 돌아보자 태평은 출발 하려다가 고갤 돌려 예은을 본다.
예은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창문을 노크하자 태평이 창문을 열어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바라본다.
"저랑 만날래요?"
"…유부남인데. 나."
"…아는데요."
"불륜..을 저지르란 소리로 밖에 안 들리는데. 그거."
"농담이에요. 재밌자고 한 농담."
"우리가 그런 농담 할 사이인가."
"아니 뭐 농담한 건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하구요."
예은이 죄송하다고 하자, 태평은 예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 말한다.
"연이가 이러라고 시켰어요?"
"에? 아니요???"
"ㅎㅎ."
"…아닌데."
"갈게요."
태평이 쿨하게 가버리자, 예은은 저 멀리 사라지는 태평의 차를 보며 픽- 웃는다.
"싫다고는 안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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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링 마감쓰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