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27
부제: 적응
#혼자_있고_싶은_날
오늘은 정한씨의 월차 날이었다.
근데 정한씨가 출근을 했다.
이유가 아주 가관이었다.
"호두야~~~ 도넛이랑 핫초코 사왔어. 우리 호두 1분 남기고 들어왔네!"
나 맛있는 거 먹이러.
역시나 가만있을 직원들은 아니었다.
"이건 진짜 참사랑 아니야?"
"난 우리 사장님께도 이렇게는 못해."
"....아! 정한이 형 호두 때문에 온 거였어??"
"난 진짜 호두 누나가 너무 사랑스러워. 저거 원래 나한테 하던 짓이거든."
물류팀 승관씨까지 올라올 일이냐구요.
#정한아_그만_둬
먹을 거 전해주고 금방 갈 줄 알았던 정한씨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 갈 동안 사무실 구석 남는 자리에 앉아 직원들이랑 수다를 떨었다.
"워누~ 요즘 일은 할 만해?"
"응. 형 덕분에 홍보 아이디어 안 내니까 살 만해."
"역시 원우, 라임이 예술이야~"
"근데, 형 진짜 안 가? 모처럼 쉬는 날이잖아."
미어캣마냥 목만 쭉 뺀 정한씨와 눈이 마주쳤다.
지금, 눈 마주칠 타이밍 아니지 않나...?
내가 언제 또 정한씨 보고 있었지...?
최대한 웅크리고 컴퓨터 화면에 얼굴을 들이대며
불편한 자세로 타이핑을 쳤다.
한 세 글자 썼나? 옆에서 정한씨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랐다.
"호두야, 눈 마주쳤으면서 왜 피하지?"
"일하는 중에 딴 짓 안하는 게 인생 모토입니다."
"아, 그래? 그래도 이왕 마주친 거 웃어주면 좋잖아!"
"일하다가 웃음이 나는 것은 사장님뿐이라 생각합니다."
"맨날 찌르는 창과 다 막는 방패의 싸움, 승자는 누구일까아."
"난 일하다가도 호두 생각하고 호두 생각난 김에 자주 웃는데."
아 또 그런 말!!!
정한씨를 째려보니 지훈씨가 웃으며 말했다.
"호두 이제 온 얼굴로 욕하네."
난 정한씨 잘못이라고 봐.
계속 이렇게 다정하면,
나도 사람인지라 오해하고 착각한다고.
#후식은_한솔_버논_최
알차게 먹느라 기울여놨던 뚝배기를 바로 놓았다.
말끔하게도 먹은 나를 보며 정한씨가 박수를 쳐주었다.
"우리 호두 밥도 잘 먹네! 그래서 우리 후식은 뭐 먹을까?"
"후식까지 먹게요? 진짜로 집에 안 가세요???"
"그르니까. 내가 알기론 정한이 형 입사 후 처음으로 쉬는 날로 아는데, 어떻게 저럴 수가 있을까~?"
"엥? 저희 월차 있잖아요. 근데 왜 처음 쉬어요?"
"....내가 워낙 다재다능하잖아~ 호두도 알지?"
그 잠깐의 정적과
꿈속에서 자주 보았던 웃으며 넘어가기.
하고 싶지 않은 주제일 때 두루 뭉실 넘어가는 거.
그래, 얼렁뚱땅.
직원들이 많다.
여전히 난 휘둘려 줄 뿐이었다.
"그래요, 뭐... 그렇다고 쳐요. 후식은 내기할까요?"
"내기 좋지! 간단하게 가위바위보하자!"
"다들 긴장해. 나 요즘 운 좋은 거 알지?"
"너 그거 올해 1분기 운 몰아 쓴 거야, 츄한솔아."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아는 거지."
한솔씨 옆에 있던 정한씨가 한솔씨 뒤쪽으로 가위를 보였다.
하여튼 나이 어디로 먹었는지, 장난꾸러기가 따로 없다.
언럭키 한솔씨는 역시나 보자기를 냈고
모든 직원들은 가위를 냈다.
"아니 어떻게 이래?!!! 짰네, 짰어. 다들 너무해."
물론, 나도 가위를 냈다.
***
슬슬 이상한 회사에 적응을 하기 시작한 호두!
슬슬 다정한 정한이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호두!!
오랜만에 꿈이 아닌 현실에서 긴 대화를 한 정한이!!!
쉬는 날임에도 호두에게 먹을 것을 사주러 출근한 정한이!!!!
정한이의 다정함은 치사량이에요...
나만 이런 거 아닐 거야...8ㅁ8
암호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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