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13 " 약 먹었으니까 이제 좀 자. " 설거지 하는 나를 보며 식탁에 잠자코 앉아 있는 민윤기를 달래듯 말했다. 내 말에도 불구하고 민윤기는 꿋꿋하게 그 자리에 앉아 그 자세를 지키고 있었다. " 야. " " 뭐. " " 너 예전에 가끔 우리집에서 설거지 해줬던거 알아? " 민윤기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셨다. 그래서 민윤기는 집에 늘 혼자였기에 난 자주 민윤기네 집에서 같이 밥을 먹었다. 민윤기는 밥을 먹고 나서서 치우는 법이 없었기에 그 뒷처리는 자연스럽게 내 몫이었다. " 당연. 근데 가끔이 아니었던거 같은데. 넌 밥만 먹고 쌩하고 사라져서 맨날 내가 했지. " " 그래도 식탁은 내가 닦았다. " " 아, 네. 감사하네요. 근데 그건 갑자기 왜. " 뜬금없이 걸어온 말이었기에 터져나오는 궁금증을 참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민윤기를 보려다가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민윤기와 공중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근데 빤히 바라보는 그 시선에 괜히 부끄러운 느낌이 들어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 예전에 네가 설거지하던건 사고친 쪼끄만 애가 뒷수습하는거 같았거든? " " ... " " 귀여웠는데. " " ...뭐 그런데 지금은 늙어서 안 귀엽냐? " " 응. " " 네, 늙어서 죄송하네요. " " 좀 설레는 거 같아. " 민윤기의 말에 입이 삐죽 나와서 비아냥 대듯 중얼거리는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놓치지 않은게 다행이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었기에 나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린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황한 나와 아무 말 않던 민윤기에 잠시 정적이 맴돌았다. " ...뭐라해야하나. 여자 같은 느낌? " " ... " " 너가 내 집에서 앞치마 두르고 설거지하니까 느낌이 묘해. 별거아닌데 그런 모습 보니까 좀 새롭기도 하고. " " ... " " 딱히 특별하게 정의는 못하겠는데, 그냥 좀 설레. " 민윤기도 정신이 없었는지 두서없이 내뱉은 말을 무차별적으로 받아 얼이 빠진 내가 잘 해석할리가 없었다. 그저 여자, 설거지, 설렘 같은 핵심 단어만 내 머릿속에 남아 맴돌았다. 한참을 멍해있다가 마땅히 해야 할 반응을 찾지 못한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저 이 상황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말이었다. " 뭐래. " " ... " " 그럼 내가 여자지, 남자냐? " " ... " " 헛소리 하는거 보니까 너 아직 많이 아프구나. " 괜시리 어색해진것 같은 분위기에 나는 서둘러 민윤기를 방 안으로 밀어 넣었다. 밥도 먹고 약도 먹었으니 이제 푹 잠을 자고 멀쩡해지라는 의도였다. 많이 자서 이제는 안 졸리다며 들어가지 않겠다던 민윤기는 어쩐지 방에 들어가고 나서는 조용했다. 민윤기가 없는 조용한 틈을 타 민윤기가 일어나서 다 하지 못했던 청소를 마저 이어서 하였다. 청소를 하는 와중에도 민윤기의 방 안에서는 쥐죽은 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청소를 다 한 후에도 방 안이 조용하길래 민윤기가 다시 잠들었다고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방 안으로 들어갔을 때 민윤기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에 누워 살포시 눈을 감고 있는 민윤기는 아무래도 다시 잠든 모양이었다. 잠든 것을 확인하고 다시 나가려다가 이상하게도 새삼스레 민윤기의 얼굴에 시선을 빼앗겼다. 늘 보았던 얼굴이지만 평온한 상태로 잠든 그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누구보다 익숙하지만 또 낯선 그 얼굴이 신기해 아예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민윤기의 얼굴은 빼어난 미남은 아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조각같은 얼굴에 베일듯한 콧날은 아니었지만 민윤기는 분명 매력이 있었다. 깊은 눈동자와 깨끗한 피부, 그리고 낮은 목소리까지. 매일 보고 듣는 나 역시도 설레는 민윤기의 그런 부분들은 역시나 다른 여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기 충분했다. 친구들을 통해 들은 바에 의하면 민윤기는 학창시절에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아이들의 대화에는 종종 민윤기의 얘기가 존재했지만 여자친구인 내가 있어 차마 내 앞에서는 얘기하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눈에서부터 콧날까지의 라인이 고와보였다.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손가락으로 그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내가 지금 그러고 있다고 인지조차 할 겨를 없이 생각 하지 않고 벌어진 일이었다. 서서히 움직이다가 콧날에 다다랐을때 갑작스럽게 민윤기가 눈을 떴다. 나도 민윤기도 당황스러운 그 상황에서 나는 손을 뗄 생각도 못한채 그저 두 눈만 깜빡였다. 한참을 서로 멍하니 바라보다가 아차 싶어 정신을 차린 나는 그제야 손을 떼려고 하였다. " 야. " 황급히 손을 떼고 일어나려는 나를 부르며 민윤기가 내 손을 잡았다. 그리고는 가볍게 끌여당겨 다시 나를 그 옆에 앉도록 했다. 연속으로 이어진 당황스러운 상황이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들었다. 나는 바보처럼 말까지 더듬었다. " 왜... 왜 이래. " " 사람 잠 다 깨워 놓고 가긴 어딜 가. " " 뭐? " " 너가 만지는 바람에 잠 다 깼잖아. 사람 자는데 만지기나 하고... 변태야? " " 만지기는 뭘 만져! " 내 속마음이 들켜버린 것만 같은 기분에 괜시리 내가 더 발끈했다. 길길이 날뛰며 손을 내젓고 싶었지만 민윤기에게 꽉 잡혀있던 터라 불가능하였다. " 도망 갈 생각하지 말고 여기 앉아 있어. " " 뭐? " " 너때문에 깨서 다시 잘거니까 여기 있으라고. 나 잠들때까지. " " 야, 내가 왜! 너가 애야? " " 아니, 근데 환자잖아. 빨리 나아야지. " 말은 또 잘해요. 입을 쭉 내밀고 속으로 투덜대면서도 다른 손으로 잡고 있던 가방을 옆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는데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 야, 근데 손 안 놔줘? " " ...싫어. " 아까부터 계속 민윤기에게 잡혀 있는 내 손이었다. 처음에는 날 앉힐 용도로 잡았던 것 같은 손을 아직까지도 민윤기는 놓아주지 않았다. 게다가 놓아달라고 하자 돌아오는건 단호한 대답뿐이었다. 민윤기의 반응에 의아함과 황당함이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니 민윤기는 내게 한번 시선을 맞추고는 다시 정면을 보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여전히 내 손을 잡은 채로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 너 예전에 아플 때 내가 맨날 손 잡아줬잖아. " " ... " " 나도 아파. " " ... " " 그니까 이번에는 네가 내 손 잡아줘. " 나는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에게 감기를 앓지 않고 보냈던 특별한 겨울은 없었다. 나는 민윤기와는 다르게 자주, 남보다 조금 더 혹독하게 감기를 앓았다. 아플 때 나는 온 몸이 많이 떨렸다. 한기가 느껴져 그러기도 했고 원래 많이 떠는 그런 체질이기도 했다. 특히 다른 부분에 비하여 나는 손이 많이 떨렸는데 나 혼자 다른 한 손으로 움켜 잡아도 마주 잡은 다른 손 역시 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서도 떨리는 손 때문에 조용히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민윤기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민윤기는 침대 옆에 걸쳐 앉아 그 한 손으로 내 떨리는 두 손을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론 나를 가볍게 토닥여주었다. 그렇게 토닥여 주고나서야 진정을 할 수 있었던 나는 잠에 빠질 수 있었다. " ...무슨, 네가 나도 아니고. " 나처럼 손이 떨리는 것도 아니지 않냐며 괜시리 한번더 투덜거렸다. 한번쯤은 반응할 만한 내 투덜거림에도 불구하고 민윤기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가만 있던 민윤기에게서 얼마 후 잠들었음을 의미하는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밥도 먹고 약도 먹었으니 이제 괜찮아졌겠지.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나아보이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아프다는 문자 하나에 저녁 약속까지 내팽겨치고 달려와 간호한 보람이 있었다. 이제는 내가 해야하는 것을 다했다. 청소도 이미 다 하고 더 먹을 죽도 끓여놨기에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민윤기의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오기는커녕 민윤기의 침대 옆에서조차 일어서지 않았다.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그 자리에 앉아 아까는 민윤기가 먼저 잡은 손을 내가 붙잡고 나는 그 옆에 있었다. 민윤기가 잠이 든 틈을 타서 그 손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중학생 민윤기는 체구가 큰 편이 아니었기에 나와 키가 얼마 차이 나지 않았다. 손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하얗고 말라서 흡사 여자아이의 손 같았다. 하지만 민윤기가 고등학생때 폭풍성장을 이루면서 민윤기는 부쩍 남자다워졌다. 키도 커지고 등치도 있어지고 제법 늠름해졌다. 여자아이의 것 같던 손도 굵직해지고 나에 비해 훨씬 커졌다. 이제는 완전 소년의 티를 벗어난 큰 손을 잡고 있었다. 내 손을 꽉 움켜 잡던 그 손에서 힘이 풀린지는 오래였지만 오히려 내 손에 힘을 주어 민윤기의 한 손을 꼭 잡고 나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다. 20대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여실히 느껴졌지만 결코 잡을 수는 없었다. 민윤기와 나 사이이 묘한 기류도 마찬가지였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를 포착하기란 어려웠다. 쨍하게 내리쬐는 햇빛 속에서 수차례의 소나기가 내렸지만 한 여름의 열기도 쉽사리 식지 않던 것처럼 금반 변할 수는 없었다. 난 모든 것이 쉽지 않았다. " 내일 뭐 하고 싶은거 있어? 아니면 먹고 싶은거는? " 빠르게 흘러간 시간은 야속했고 그 세월 속에서 어느새 난 부쩍 커버렸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챙기고 기뻐하던 학창시절 속 생일과는 달리 지금의 난 바쁜 생활에 치여 생일이 바로 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조차도 잊고 지냈던 내 생일이지만 처음 만났을 때 내 신상을 털어간 김태형은 어디 메모라도 해 놓은 모양인지 그 누구보다 먼저 내 생일을 챙겼다. " 먹고 싶은거? 딱히 없는데. " " 뭐야. 잘 생각해봐. " " 아, 내일 닭갈비 사줄게. 지난번에 못 사줬잖아. " " 와, 감동. 안 잊고 있었네. 내가 그거 말하고 싶었는데 얼마나 꾹 참았는지 알아? " " 뭘 참아. 내가 사주기로 한건데. " " 남자새끼가 찌질하게 그거 한번 못 얻어먹었다고 찡찡댄다고 할까봐 얼마나 전전긍긍했는데. " " 으유. " " 쨋든 생일이니까 내가 사줄거야. 너는 그냥 사줬다치고. " " 누가 말려. 못산다 진짜. " " 아무튼! 그럼 밥은 해결했고, 뭐 하고 싶은거 있어? 생일인데! " " 이 나이에 무슨 생일이라고 유난이야... " " 왜! 꽃다운 청춘에 생일 챙기는게 뭐 어때서! " 김태형은 불같이 펄쩍 뛰었다. 수화기너머로 흥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10대였으면 생일 축하하고 20대라면 생일도 그냥 평범하고 재미없게 보내야 되냐면서 김태형은 목소리를 높였다. 예상치 못했던 그 격한 반응에 나는 그저 알았다며 김태형을 달래려 애썼다. " ...그래서 뭐, 하고 싶은거 없으면 영화 볼까? 나 보고 싶은거 있는데. " " 응. 그럼 그러자. " " 좋아. 그러면 내일 집으로 갈게. " " 무슨 집으로 와. 오지마. 거기서 만나. " " 아니아니 싫어. 내일 데리러 갈거야. " " 야... " " 문자할게. 시간 맞춰 나와. " 일방적으로 던져진 마지막 말을 끝으로 더는 핸드폰 너머로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역시나. 어딘가 갈때면 항상 벌어지는 김태형과 나의 의미없는 싸움이었다. 우리 집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김태형과 제발 그러지 말자는 나의 싸움. 물론 결과는 늘 김태형의 승이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한 구석이 더 편하지 않았다. 아니, 편할수가 없었다. 내가 자기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김태형은 자꾸만 내게 전부를 다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늘 자기는 욕심 낼거라면서도 김태형은 내가 보아왔던 그 누구보다 욕심이 없었다. 김태형은 참 대단한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전부를 주면서 아무것도 돌아오는게 없을 때의 그 허탈함은 이루 말할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김태형은 늘 그것을 견뎌내었다. 김태형은 참 대단한 사람이고 또 참 좋은 사람이다. 난 그래서 늘 김태형에게 미안함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번 분리수거를 하는 날이었다. 할 줄 아는 요리가 얼마 되지 않아 밖에서 이것저것 시켜서 사먹다보니 늘 집에는 쓰레기가 한가득이었다. 아무리 부피를 줄이고 줄여도 혼자 들기에는 역부족이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거대한 쓰레기 뭉치 두개를 품에 안고 집 밖을 나섰다. 워낙 그 부피가 거대해서 내 시야가 가려졌기 때문에 나는 앞이 보이지 않았다. 대충 어림짐작으로 길을 걸었기 때문에 계단이라도 나오면 큰 낭패였다. 분리수거 장소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에 짧은 걸음으로 걸어왔어도 어느새 눈 앞에 보였다. 별 일 없이 도착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심했을 때, 한 발을 더 내딛는 순간 몸이 앞으로 기울어졌다. 다 왔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은 것이 문제였다. 짧은 찰나에도 망했구나하며 체념 하려던 순간 두 팔에 닿은 단단한 손이 나를 뒤로 잡아당겼다. 그 힘 덕분에 넘어지는 망신을 면한 나는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감사인사를 하려 뒤를 돌았다. " 어? " " 나이가 몇인데 길에서 넘어지냐. 아직도 칠칠 맞게 그러고 다닐래? " 뒤를 돌았을 때 마주했던건 너무나도 익숙한 민윤기의 얼굴이었다. 잠시 얘가 왜 여깄지 멍했다가 상황파악이 되었을 때는 민윤기가 이미 내게 얹어져 있던 쓰레기 뭉치를 가져간 후였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민윤기는 나에게서 쓰레기를 가져가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얼이 빠져 그 뒷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 뒤늦게 그 뒤를 따라가 옆에서 같이 분리수거를 하기 시작했다. " 쓰레기가 많으면 좀 도와달라고 하던가. " " ... " " 이웃사촌 좋다는 게 뭐냐. " 여전히 분리수거를 하며 건네는 민윤기의 말에 생각치 못했던 의아함이 생겼다. " 나 쓰레기 버리러 가는거 봤어? 따라온거야? " " ...어? " " 언제부터? 왜? "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내 추궁에 민윤기는 태연하게 말했다. 우연히 집을 나서다가 한가득 쓰레기를 안고 낑낑거리며 걸어가는 나를 봤고 그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뒤를 쫓았다고. 니가 그럼 그렇지. " 스토커세요? 왜 남의 뒤를 따라와. " " 와, 그렇게 뒤 따라가서 널 구해준게 누군데. " " ... " " 이거 아주 적반하장이네. " 어이없다며 헛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하긴, 민윤기가 뒤에서 잡아주지 않았다면 나는 뒤뚱거리며 걸어오던 모습보다 곱절은 더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땅바닥과 진한 만남을 했을 것이다. " ...뭐, 고마워 그건. " " 넌 진짜 좋은 이웃 둔 줄 알아. 어느 이웃이 넘어질 뻔한거 구해줘, 쓰레기 대신 들어줘, 게다가 분리수거도 같이 해줘? " 한참동안은 자기 순발력이 어쩌고저쩌고하며 자기자랑을 할 만한 사건이었기에 서둘러 분리수거를 마쳤다. 감탄하며 말을 내뱉느라 정신이 없는 민윤기를 뒤로 두고 걸음을 옮겼다.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는데 뒤에서 저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어느새 내 옆으로 선 민윤기가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 아! " " 치사하게 먼저 가냐? " " 너 또 계속 니 자랑 할거잖아. " " 도와줘도 뭐래요, 정말. " 그러게 누가 도와달랬나! 차마 속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눈만 가늘게 떠서 민윤기를 노려보았다. 그마저도 정면을 보고 있던 민윤기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다급하게 그만두었다. " 근데, 넌 맨날 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아? " " 뭐! " " 남들의 몇배는 되겠어야. 뭐 사기만 하지? " " 다 생활에 꼭 필요한거야. " " 말은 잘해요. 넌 뭐 갖고 싶은거, 먹고 싶은거 없겠다. 맨날 니가 다 사니까. " 갖고 싶은거? 그 말에 흠칫 놀라 민윤기를 바라보았다. 다시 내게서 시선을 거둔 민윤기는 그저 앞만을 바라보고 걸어가고 있었다. 왜 그런걸 물어보지? 뜬금없이 이어진 말에 고개를 갸웃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다가 한가지 의아함을 품었다. 혹시 내일 내 생일인걸 알고 있나? 딱히 알고 있을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워낙 그런 것에 무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나조차도 김태형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몰랐을 생일인데 설마 민윤기가 알고 있었을까. 게다가 9주년 때도 몰랐었는데... 하지만 혹시나,하는 어리석은 마음이 생겨나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요즘따라 민윤기가 내게 적지 않게 보여주는 관심은 또 나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예전처럼 혼자 기대하다가 결국에는 상처받는 바보가 되긴 싫었지만 터져나오는 궁금증을 이길수는 없었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말을 꺼낼까 고민하다가 옆에서 걷고 있는 민윤기의 팔을 잡아 멈춰 세웠다. " 민윤기. " " 어? " 막상 멈춰세워서 말을 이어가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는지 골똘히 생각하여 간신히 준비했던 말을 잊어버렸다. 뭐 딱히 엄청 특별한 말은 아니었지만 나름 자연스럽게 물어보려고 준비했던 말이었는데. 할 말을 잊어버리자 입을 떼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렸다. " 왜? " 의아한 표정으로 내게 눈을 맞춰오는 민윤기 때문에 사고정지, 더는 말을 쥐어짜낼수 없었다. 정면돌파로 그냥 내 머릿속을 채운 그 질문을 그냥 물어보기로 결심했다. " 너, 내일이 무슨 날인줄 알아? " " 어? " " 그러니까 내일 말이야. " " ... " " 무슨 날인지 아냐고. " 민윤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일..이라고 말꼬리를 흐리며 중얼거렸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 여유로웠다. 질문을 받고 곰곰히 생각에 잠긴 민윤기 대신 오직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만이 긴장하고 초조했다.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기대하던 대답이 아닐 경우에 후의 실망감이 어떠할지 잘 알면서도 애써 모르는척 뒤로 미뤄둔채 나는 또 잔뜩 설레하고 있었다. " 음. " 제발 많이 기대하지 말자. " 하나 생각나는게 있긴한데. " 민윤기한테 실망하지 말자. " 혹시, " 아니어도 화내지 말자. " 토요일? " 민윤기 이런 개같은 자식.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폭풍처럼 정신없었던 한주가 지나가고 이제야 왔네여ㅠㅠㅠ늦게 와서 죄송해요.. 다들 기다려주셨쥬..? 가버리신거아니쥬..? 그리고 세상에ㅠㅠㅠㅜㅜ방탄이들컴백이라뇨ㅠㅠㅠㅠ게다가무대,의상,비쥬얼,노래,춤 다 취향저격..... 방탄이즈뭔들....♡ 저는 글 하나 올려놓고 무대영상 보러 떠나겠습니다(총총) 늘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 밤열한시 / 슙 / 달달 / 초딩입맛 / 설날 / 꾸탱 / 슙슙 / 넠넠 / 반딥 / 두둥 /슈나무 / 윤여 / 깜냥 / 단미 / 남준시 / 콩 / 자몽 / 계피 / 딸기 / 워킹 (현재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