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연애중 11 아침에 일어나 눈을 뜨자마자 드는 생각은 민윤기 걱정이었다. 강한 척하고 쎈 척하는 내면과는 다르게 민윤기의 외관, 즉 몸은 그렇게 강하지 못했다. 자주 앓는 감기는 아니었지만 한번 걸리면 꽤나 혹독하게 감기를 앓던 민윤기라서 나는 아침부터 걱정이 앞섰다. 앞서는 걱정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른 아침이었기에 무작정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혹시나 밤에 약을 먹고 곤히 든 잠을 깨울까봐 함부로 전화를 걸지도 못했다. 그저 침대에 걸쳐 앉아 창문 밖으로 민윤기의 집을 바라보고 있는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러고 있기를 한참 후, 창문 너머로 부스스한 모습의 민윤기가 내 시야에 담겼다. 머리는 까치집에 어깨는 축 늘어뜨린 채 거실 이쪽저쪽을 밍기적거리며 왔다갔다 거리던 민윤기는 이윽고 다시 시야에서 사라졌다. 다시 자러 침대에 누운 모양인지 민윤기의 집은 고요했다. 다행이다. 여전히 그 모습은 축 쳐져있었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두 발로 걸어다니는걸 보니 약을 먹고 괜찮아진것 같아서 한결 마음이 놓였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서야 그제야 드는 안도감에 한참이나 창문 너머로 고정해두었던 시선을 거두었다. 수업이 오후에 있었기에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점심시간도 아니고 하교시간도 아니었던 시간대라 주위가 한적했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시원하게 느껴지던 바람이 더운 바람으로 바뀌었다. 또 한번의 계절이 지나 여름이 왔다. 조용한 주위 덕분에 사람들의 말소리 대신 사방에서 선명하게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가 여름이 다가왔음을 새삼 실감하게 해주었다. 모처럼 일찍 도착해서 좋은 자리에 앉아 있으려고 서둘러 강의실로 향했다. 이제 취업에 신경써야하지 않겠냐고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학업에 전념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굳건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도착했을때 문 앞에는 낯익은 얼굴의 친구가 아직은 고등학생티가 나는 앳되보이는 얼굴의 작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응? 언니- 제발. " " 안된다고. 안된다고 했잖아. " " 왜 안되는건데! 언니 민윤기선배랑 아는 사이라며! " 민윤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떨어져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나는 여자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흠칫했다. " 글쎄, 알긴 아는데 진짜 하나도 안 친하다니까? 게다가 걔 너한테 관심도 없을 거야. " " 내 얘기도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그렇다해도 앞으로 관심 생기게 나 소개시켜 달라고. " " 너 진짜... 어? "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내젓던 친구와 허공에서 눈이 마주쳤다. 어색하게 마주친 그 시선에 살짝 웃으며 얘기를 하고 있는 그 둘 곁으로 다가갔다. 어디선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나를 본 친구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으로 물들어 있었다. " 안녕. " " 아... 안녕! " " 뭐해? " " 어? 그게... " " 미안, 들으려고 했던 건 아니었는데... 혹시 윤기 얘기야? " " 어? 언니도 민윤기 선배 아세요? " 갑자기 자신과 친구 쪽으로 다가온 나를 멀뚱하게 바라보던 여자는 내 입에서 반가운 이름을 들었다는 듯이 내 팔을 붙잡으며 눈을 빛냈다. " 응? 응, 알아. " " 헐, 대박. 친하세요, 두 분? " " ...어? 응 친해. " 친하냐고? 친하지. 엄청 친하지, 엄-청. 우린 이제 친구니까. " 얼마나, 얼마나 친하세요? 아니, 어떻게 아는 사이세요? " " 응? 아, 중고등학교 친구. " 엄청 이상한 친구 사이지만. " 와, 부럽다 진짜. " 내가 민윤기의 전 여자친구였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굳이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했고, 비록 며칠밖에 안지났지만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낯선 사람에게 시시콜콜 하고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언니, 초면에 진짜 죄송한데요.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면 안돼요? " " 응? " " 야, 하지마. "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 모습이 애절한 아이같았다. 내 팔을 붙잡고 늘어진 아이를 친구가 말렸지만 끄덕하지 않고 굳건하게도 말을 이어갔다. " 저, 민윤기 선배 좀 소개시켜 주시면 안돼요? " " ... " "제가 민윤기 선배 좋아하거든요. 학교 들어와서 처음 봤을 때부터 완전 반했는데 아직 말도 한번 못 걸어봤어요. 우리 언니한테 맨날 부탁했는데 진짜 절대 안 도와줘요. 여자친구 있다고, 절대로 안된다고. " " 아... " " 그래서 그 때는 그래, 여자친구 있는 사람한테는 그러면 안되지 했는데요, 민윤기 선배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지셨다고 그러더라고요. 근데 언니는 맨날 아니라고 신경 끄라고 하고. 민윤기 선배 여자친구랑 헤어진거 진짜에요? " " ...응. " " 거봐, 맞다잖아! 언니, 그 여자친구 예뻐요? 혹시 우리 학교에요? 진짜 부럽다. 민윤기 선배랑 사귀고. 그 여자는 무슨 복이래. "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물어보는 아이에게 아무말도 해줄수 없었다. 내가 그 전 여자친구라고 말했을 때 아이의 표정에서 묻어날 당황스러움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 진짜 별 걸 다 물어봐 기지배가. " " 좀 꺼져봐! 아니다, 그런거 다 상관 없어요. " " ... " " 저 민윤기 선배랑 꼭 친해지고 싶거든요! 그니까 언니가 좀 도와주시면 안돼요? " " ... " " 네? 제발요- " 한층 더 내게 가깝게 붙어오며 부탁하는 애절한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얀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와 동그란 두상. 귀여운 눈웃음과는 다른 매력인 살짝 도도해보이는 고양이상 얼굴. 나보다 살짝 작지만 오히려 귀여워보이는 체구까지. 그 아이가 민윤기와 서 있으면 참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다. 민윤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살랑살랑 웃으며 부리는 애교가 참 자연스러웠다. 그런 면이 전혀 없는 나와는 다르게 이 아이라면 엄청 무뚝뚝한 민윤기에게도 생글생글 잘 웃으며 둘이 참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다. " 미안. " " 네? " " 그건 좀 힘들거 같아. 미안해. " " 아... " " 지금 윤기한테 그러는건 좀 아닌거 같아서. " 그 생각이 들자마자 머리를 거치지 않고 내 입에서 나간 말은 차가운 거절의 말이었다. 나도 모르게 튀어나간 말이었다. 내 말을 듣자마자 ' 아- ' 하는 탄식과 함께 급격하게 시무룩해지는 아이의 얼굴이 마음 한 구석에 걸렸지만 결코 그 순간 내가 뱉은 말에 후회는 없었다. 민윤기가 다른 여자와 있는걸 보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런데 심지어 내 손으로 민윤기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줄 수 없었다. 확고한 내 마음은 내가 한 행동에 후회가 남지않게 해주었다. " 그러게, 내가 그러지 말랬잖아. " " 그렇겠네요... 죄송해요, 언니. "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채로 내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나를 지나쳐 후다닥 걸어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뒷모습에 마음 한 가득 미안함이 차올랐다. " 미안해. " " 괜찮아. 쟤 그래도 금사빠라 이러다가도 금방 또 다른 사람 좋다고 할거야. " " 사실 인사시켜주는거 아무것도 아닌데, 진짜 별거 아닌데... 그냥, 그러고 싶지가 않았어. " " 알아. 내가 잘 말할게. 걱정하지마. " 내 어깨를 두어번 토닥거린 친구는 방긋 웃으며 돌아서 걸어갔다. 확고했던 내 마음에 조금 놀랐다. 지켜왔던 나의 믿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난 질투같은거 전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어왔지만 그런 생각은 어리석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난 질투를 하고 있었다. 민윤기와 그 여자가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했고 기분이 상했다. 나보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에 더욱이나 그랬다. 그리고 그런 광경을 실제로 본다면 무척이나 괴로울 것 같았다. 무심결에, 그렇지만 너무나 분명하게 들었던 질투는 날 속좁은 사람으로 만들었다. 질투라는 감정이 날 이렇게 미련하고 나쁜 사람으로 만들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은 나에게 꽤나 충격이었다. 그렇지만, 그러면서도 그런 나를 부인할수 없고 또한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느꼈던 질투라는 감정이 너무나도 또렷했기 때문이다. " 여기서 뭐해? " " 아, 깜짝아. "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뒤를 돌아보니 언제온건지 김태형이 나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안들어가고 있어. 문 앞에서도 그저 멍 때리고만 있던 내가 의아한 모양인지 김태형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 그냥, 뭐 좀 생각하느라. " " 생각? 무슨 생각? 내 생각? " " 있어. 비밀이야. " " 아니면 ' 오늘 저녁은 뭐 먹지? ' 하는 생각? " " 혼난다. " 헤헤-하고 웃으며 장난을 걸어오는 그 얼굴을 한번 노려보고는 걸음을 옮겨 강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도 다들 아직 많이 오지않아 강의실 안에는 자리가 많고 널널했다. 다잡았던 마음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열심히 들으려고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김태형이 내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 놓았다. 늘 나와 같이 뒷자리 구석에 앉던 김태형이 앞자리에 맨 앞자리에 자리를 잡다니 정말 의외였다. 의아하고 놀란 마음이 내 질문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 여기 앉게? " " 응. " " 왜 갑자기? " " 그냥. 나도 이제 공부 좀 해볼까 하고. " 웃기고 자빠지는 소리였다. 맨날 구석에 쳐박혀 앉아 꾸벅꾸벅 졸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마음 먹고 공부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강의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김태형은 옆에서 나를 힐끔거리며 쳐다보다가 이내 내 쪽으로 아예 시선을 고정했다. 그럼에도 내가 반응이 없자 펜으로 나를 쿡쿡 찔렀다. 그런 김태형을 한번 째려보고 다시 수업에 열중하려고 했다. 그렇지만 하루 아침에 공부하는게 쉽지 않았던 건 김태형뿐만이 아니었다. 나역시 간만에 잡은 펜과 마음에 단번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끊임없는 지겨움을 따라 줄기차게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 도중에 졸아버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어떻게든지 졸음을 참으려고 기를 쓰고 버텼지만 마지막에 가서 결국에는 책상 위로 쓰러지듯이 엎어졌다. 갑자기 훅 느껴진 고요함에 눈을 뜨며 일어났을 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옆자리에 앉아서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김태형 말고는 강의실 안이 휑하였다. " 뭐야? 수업 끝났어? " " 응. 아까 진작에. " " 아- 졸았나봐. 진짜 싫다. 열심히 하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 " 갑자기 왜? 그나저나, 나 이따가 저녁 사줘." " 으유, 지금 이 상황에 그런 소리가 하고 싶냐? " 주먹을 들어 김태형을 때리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서 필기 했을법한 다른 친구에게 찾아가 뭐라도 사주며 노트를 보여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 나가려는데 김태형이 내 팔목을 잡고 끌어당겨 다시 자리에 앉혔다. " 왜. 나 필기 빌리러 가야해. " " 내꺼 빌려줄게. 그니까 나 밥 사줘. " " 세상에. 너가 필기를 했어? " " 당근. 너한테 밥 얻어먹으려고 열심히 했지. " 얼굴 가득 뿌듯함을 가지고 내게 공책을 내밀며 김태형은 다시 아이처럼 졸라댔다. 공책을 펼쳐보니 꽤나 성실하게 필기된 모양새가 그럴듯했다. 난 김태형에게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공책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수업을 듣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어차피 김태형도 나도 다른 수업이 있으니 지금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김태형에게 연락하겠다고 이따 만나자고 한 후에 걸음을 옮겼다. 김태형과 헤어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실 근처에서 다른 친구를 만났다. 아까도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다시 또 같은 수업을 듣는 친구기에 반가운 마음에 옆에 서서 함께 이동했다. " 근데 아까 같이 있던 사람 누구야? " 아까 김태형과 같이 있는 것를 본 모양인지 친구는 슬쩍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 어? 아, 친구. " " 남자친구 아니고? " " 에? 아니야. " " 진짜? 아까 강의실에서 같이 있는거 보니까 완전 남자친구 같던데. " 강의실에서? 친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강의실에서의 장면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특별할 것이 없었기에 친구에게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물었다. " 아니, 아까 너 마지막 쯤에 졸았잖아. 그 때 쳐다보는게 완전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는거 있지? " " ... " " 나는 진짜 눈에서 꿀 떨어지는줄 알았다. 너 머리도 살짝 넘겨주고. " " ... " " 사귀는게 아니라면 너 좋아하는 거 같은데, 아니 솔직히 빼박이지. 썸이야? " " 그런거 아니라니까... " " 아 맞다, 너 남자친구 있지... 미안. " " 아니야. 걔랑... 헤어졌어. " " 그래? 그러면 저 사람 싫은거 아니면 잘 해봐. 잘생겼던데? 둘이 잘 어울려. " 미쳤다. 나는 미친 게 분명하다. 잘 어울린다는 말에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민윤기였다. 친구가 말한 잘 어울린다는 대상은 나와 김태형이었겠지만 내가 떠올린 사람은 그와 달랐다. 민윤기와 난 주변 사람들에게 늘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다. 물론 누가 커플에게 안 어울린다고 하겠느냐만은 우리는 간혹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그런 소리를 듣곤 했다. 아마 그래서겠지. 지금도 김태형보다 민윤기가 더 먼저 떠오른건 그래서일거다. 김태형보다는 민윤기와 더 오래 함께여서. 요즘 들어서 자꾸만 불쑥불쑥 떠오르는 민윤기도 함께 했던 시간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까 김태형과 약속한 시간에 가까워졌기 때문에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내 성격상 남이 나를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 서둘러 출발해 김태형보다 일찍 도착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김태형은 이미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다. 김태형은 나와의 약속에서 늘 나보다 빨랐다. 내가 아무리 서둘러도 그를 넘어서거나 그 차이를 좁히기란 어려웠다. 살짝 빨개진 볼이 부쩍 더워진 이 날씨 속에서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있던건지 알려줘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김태형은 늘 여전히 꾸준하게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일찍 왔네? " " 너야말로. 대체 얼마나 기다린거야. " " 얼마 안 기다렸어. 그냥 공부하기 싫어서 빨리 나온거지. " " 내가 전에 말했잖아. 기다리지 말고 제 시간에 오라니까... " " 조금밖에 안 기다렸어. " " 누가 나 기다리는거 싫어... " " ... " " 나 기다리지마. " 나는 기다림에 익숙하지 못했다. 누굴 기다리는 것도,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것도 내겐 낯설었다. 나도 모르게 괜시리 튀어나온 다른 의도와 함께 섞여 있는 내 진심을 김태형도 느낀건지 김태형의 표정이 약간 경직되어 굳는게 느껴졌다. " ...괜히 기다리냐. 내가 좋으니까 그러는거지. " " ... " " 기다린다는거 다 그 사람이 좋아서 하는건데 뭐. 그런거에 부담 갖는거 아니야. " " ... " " 그리고 기다리는거 은근히 재밌고 설렌다? 나 완전 적성인가봐. " 내 진심에 반응하듯 김태형은 내게 진심을 내비추었다. 늘 변하지 않고 꾸준한 진심이었다. 종종 내게 표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묵직하게 다가오는 진심에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 알았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 " 뭐 먹을거야? 너가 사줄거지? " " 어련하시겠어. 공책도 빌려주셨는데. 뭐 먹고 싶어? " " 음, 뭐 먹지. 뭐 사달라고 하지- "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잔뜩 말꼬리를 늘리며 뭐 먹지만 연달아 내뱉는 김태형을 보며 살짝 웃었다. 옆에서 고민에 빠진 김태형과 함께 걷고 있는데 주머니에서 작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짧은 진동이 전화는 아니었기에 확인하지 않고 걷고 있는데 이내 작게 진동이 한번 더 울렸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 야. ] [ 야. ] 민윤기의 문자였다. 특별한 내용도 없이 그저 평소처럼 의미없는 부름이 담긴 문자였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왜 부르냐고 답장하려다가 아무래도 이유없이 문자를 하는 민윤기는 아니었기에 뒤이어 문자가 올 것 같아 손가락을 멈추고 그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 정했어! " 박수까지 치며 정했다고 큰 소리로 외치는 김태형에게로 핸드폰에 향해있던 시선을 옮겼다. " 뭐? " " 우리 닭갈비 먹자. 매운거, 매운 닭갈비 먹고 싶어. " " 그래. "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핸드폰 액정을 봤을 때에 여전히 오지 않은 문자에 그냥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핸드폰에서 다시 작게 진동이 울렸다. [ 나 아파. ] 문자를 확인한 순간 그대로 굳을 수 밖에 없었다. 제자리에 멈춰선 나를 보지 못하고 어디 닭갈비 집에 갈까 고민하던 김태형은 나를 지나쳐갔다. [ ...많이. ] 아프다는 말에 어제 밤 비실거리던 민윤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침에 일어났기에 괜찮아진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하긴 감기를 그렇게 쉽게 이겨낼 민윤기가 아니었다. 아파, 고작 적혀있는 단순한 그 두 글자에 내 마음이 아팠다. " 뭐해? " 어느새 옆자리의 부재를 눈치챈건지 김태형이 앞서가던 몸을 돌려 다시 내게 걸어왔다. 그럼에도 나는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뭐하냐니까. " " ...응? " 민윤기가 아프다. 민윤기는 병원도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어제 사온 감기약 하나정도 먹었겠지. 나 말고는 지금 아픈 민윤기를 챙겨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사실을 인식함과 동시에 내 머리속은 그대로 정지했다. 강한척, 아닌척하는게 취미이자 특기인 민윤기가 내게 문자로 아프다고 할 정도면 지금 얼마나 아픈 상태인지 알았기에 나는 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 나 가야해." " 어? " " 미안, 오늘 같이 저녁 못 먹을거 같아. " " 왜? 어디 가는데? " " 윤기, 민윤기. " " ... " " 미안한데 태형아. 지금 민윤기, 걔한테 나밖에 없어. " " ... " " 미안해. " 정리되지 못해 횡설수설, 일방적으로 속사포처럼 터져나오는 말을 내뱉고 그에 대한 대답을 듣지도 못한채로 나는 몸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서서히 걷던 걸음이 나도 모르게 빠른 걸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걷던 나는 결국엔 내 걷는 속도를 참지 못하고 뛰기 시작했다. 나는 민윤기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태꿍입니다~ 너무 오랜만인거 같아 면목이 1도 없는 저녁입니다!ㅎ 바빠져 버린 생활에 정신이 없네여ㅠㅠㅠ 아참! 지난화가 초록글 1페이지까지 올랐더라구요ㅠㅠㅠㅠ(감격) 캡쳐를 못 한게 아쉬울 따름... 늘 기다려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글이 독자분들에게 조금의 힐링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노력하는 태꿍이 될게요~ 감사합니다♡ [암호닉] 슈웁 / 석진센빠이 / 샘봄 / 루리 수대 / 윤기부인 / 부릉부릉 / MSG BBVI / 전정ㄱ국 / 전정국부인 / 충전기 밤열한시 / 슙 / 달달 / 초딩입맛 / 설날 꾸탱 / 슙슙 / 넠넠 / 반딥 / 두둥 슈나무 / 윤여 / 깜냥 / 단미 / 남준시 콩 / 자몽 / 계피 / 딸기 / 워킹 (암호닉 신청은 받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