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28
부제: 밀접
#듣고_싶어
역시 오늘도 현장팀 중 가장 먼저 결제 서류를 가져온 민규씨.
맡은 바 할 일은 시간에 맞춰 꼭 해낸다.
왜 지훈씨가 일을 진짜 잘한다고 했는지 알겠어.
문제가 하나 있다면 오늘은 원우씨가 월차라는 거다.
모두가 알다시피 민규씨는 원우씨랑만 이야기를 했고,
오늘까지라서 결제 서류를 작성해 왔는데 담당해주던 원우씨가 없다.
표정이 미묘하게 굳어있다.
워낙 깔끔하게 일처리를 하는 분이지만
혹시 모르니 결제 서류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했다.
그걸 지금 내가 하는 중인데... 아주 사소한 오타가 있었다.
이걸, 어떤 식으로 말을 해야 하나...
최대한 민규씨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말했다.
"저, 민규씨...? 아주, 아주 사소한 오타가 있어요."
"...어디요?"
"이 부분이요."
"아, 고쳐 올게요."
"USB 있으시면 여기서 해도 되는데..."
자리를 비켜드렸다.
살짝 망설이던 민규씨가 자리에 앉았다.
흐흫 나 민규씨랑 두 마디 나눴어.
기분 좋아.
#빤히_보면_반응이_달라지지
할 짓도 없어서 오타 고치는 민규씨를 빤히 보았다.
왜 원우씨랑만 이야기를 나눌까?
원우씨랑 이야기 하는 거 보면
과묵한 편은 또 아닌 거 같은데...
어차피 한 글자라서 금방 고친 민규씨가 인쇄를 누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일어난 민규씨를 올려다보았다.
키가, 정말 크시구나.
민규씨는 아주 잠깐 나에게 시선을 주더니
프린터기로 가서 인쇄물을 결제 서류에 다시 끼워주었다.
역시 금방이네.
정한씨는 종일 딴 소리 해서 한 나절 걸리는 느낌인데.
근데, 왜 자꾸 빤히 보시는 거지...?
"......"
"......"
"......"
"어, 저 또 뭐 묻었어요? 나 오늘은 확인했는데..."
"먼저 빤히 보시길래."
"아, 불쾌했다면 죄송해요."
"딱히요. 결제 서류 부탁합니다. 전, 현장 나가볼게요."
새삼 느끼는 거지만, 잘생겼다.
#꿈#케케묵은_기억
평범한 교실이었다.
바람에 따라 살랑대는 커튼 사이로
다 늦은 햇살이 창문을 통해 내려와 교실에 닿았다.
역시나 정한씨는 안 보인다.
요즘 나 놀라게 하는데 재미 붙였나보다.
학창시절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창가 쪽 앞에서 세 번째.
내리쬐는 햇살을 그대로 받으며 턱을 괴고 앞을 보았다.
아, 이 자리에 앉으면 안 됐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교실을 나섰다.
끝없이 이어진 복도는 괴이했다.
이거, 이거 아닌데...
이거, 아니야.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동시에 정한씨 목소리가 들렸다.
"호두야! 괜찮아?!"
괜찮지 않은데, 나 하나도 안 괜찮아.
눈물이 고인다.
학교는, 친구와의 추억이 너무 많은 곳이었다.
#꿈#그냥_그렇다고요
정한씨는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배경을 바꿔주었다.
너른 들판에 정한씨랑 나란히 앉아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아무 것도 묻지 않는 정한씨가 고마운 한 편,
정적은 어색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입을 열었다.
"제 능력 때문에 제일 아끼던 친구를 잃었어요."
"......"
"학교는 그 친구가 가장 생각나는 공간이에요."
"...그랬구나. 말해줘서 고마워."
"대단한 능력, 스펙... 이딴 말에 난 또 다 잊고 재앙을 무시했네요. 바보같이."
"...뻔한 '힘내'라는 말은 웃기게도 위로가 되지 못해."
"......"
"충분히 우울해도 좋아. 가끔은 우울함에 잠겨 있는 것도 괜찮아. 그러다 문득 견딜 수 없이 힘들어지면 나한테 와, 00야. 내가 곁에 있어줄게."
"...정한씨 내 이름 모르는 줄 알았네."
"그치만, 호두가 입에 잘 붙잖아. 우리 처음 만났던 날의 추억도 있고."
정한씨도 나에게 휘둘려준다.
다시 장난스러워진 분위기에 정한씨가 그때의 코뿔소 인형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 세심함을 어느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
축하해주세요!
우리 호두 드디어 민규랑 이야기 나눴어요!!!!
지훈이도 세마디 나눠 본 민규랑!
무려 대화를!!!
터치다운의 실질적 남주는 정한이기 때문에 정한이 위주로 굴러갈 예정입니다^0^/
정한아 고생 많았어.
우리는 항상 정한이 편이야.
추천과 예쁜 댓글 항상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고 있어요^0^/
암호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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